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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유례없는 ‘호남 러브콜’ 김종인의 포석은? 

명분은 충분하나 시간이 없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겨냥한 호남 공략, 지지율은 ‘정체’
과감한 좌클릭 행보도 당 안팎 반발로 지속가능성에 의문부호


▎8월 19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다섯 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호남을 찾은 횟수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1일 취임 이후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을 방문한 횟수가 총 8차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 구례는 2번씩 달려갔지만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에는 올 8월 1차례 방문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15총선에서 호남 28개 지역구 중 12개 지역구에만 후보를 냈다. 하지만 당선자는 없었다. 당 지도부의 지지연설에서도 호남은 아예 제외됐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2016년 20대 총선 패배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호남지역이 국민의힘 구원투수인 김종인 위원장의 공략 지역으로 떠오른 이유다.

그가 호남에 기를 쓰고 매달리는 이유는 가깝게는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멀리는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포석이다. 호남을 포기해서는 이들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친(親)호남 행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당원, 지지층 등 영남이 주류인 국민의힘의 시한부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아직 임기가 넉 달 남짓 남아 있지만 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그의 행보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 반감이 커질수록 김 위원장의 보폭은 어쩐 일인지 더 과감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개혁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김 위원장의 호남 방문은 과거 보수 정당 대표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8월 1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단순히 추모에 그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온 사과문에는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한 사죄와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한 사과가 담겨 있었다. “소위 참회와 반성이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잠시 울먹거렸다. 추모탑 앞에서 분향을 마친 후에는 15초가량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지난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묘지를 참배하지 못했다. 황 전 대표는 올 2월에는 모교인 성균관대를 찾은 자리에서 “아,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발언해 호남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말보단 행동으로 진정성 어필 노력


▎8월 20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5·18민주묘지 방문에 10여 일 앞선 8월 10일(월)에는 전남 구례의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통상 월요일 오전에는 지도부 회의가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은 계획에 없던 ‘호남행’을 제안했고 비대위 회의를 마치자마자 구례로 향했다. 같은 시간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수해 비상대응을 논의하고 있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 아이디어로 현장 방문이 결정됐던 것”이라며 “추경 논의를 하고 있던 예결위 의원들까지 부랴부랴 일정을 조정해 당직자들과 함께 나흘 동안 구례에서 머물렀다”고 말했다. 허를 찔린 행보에 당시 민주당에서는 “역시 김종인”, “감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며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구례 방문 당시 동행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해 현장에 경상도 말씨 쓰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니 의아해하고 놀라더라”며 “합숙소에서 잠을 해결하고 올라오는 길엔 선풍기 100대를 급하게 구해 건네주니 시장, 군수가 상당히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50여 일 만인 9월 말에 재차 구례를 찾아가 수해 복구 현장을 확인하는 세심한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 9월 23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호남동행 국회의원’이라며 호남 지역에 ‘제2 지역구’를 배정했다. 호남지역 41개 행정 지역에 의원 49명을 호남의 제2 지역구 명예의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호남 끌어안기’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지자체로선 또 하나의 국회 소통 창구가 생긴 셈”이라며 “자매결연을 통해 새만금-포항 고속도로나 대구-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와 같은 영호남의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고 추진한다면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다.

국민의힘은 광주·전북·전남 지역의 광역·기초단체장과 예산정책협의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김병민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예산심의 철이 되면 지자체장들이 국회를 찾아가 예산 확보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야당(의원들)이 직접 내려와 지역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니 대부분 단체장도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말한다. 국민의힘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나온 내용을 예산심사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야당이 호남을 지원하자고 주장하는데, 민주당이 반대한다고 하면 이상한 모습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소한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약속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당내 인적 구성에서도 김 위원장의 호남 인사 중용이 두드러진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과 함께 조직부총장에 전북 익산 출신의 함경우 전 경기 고양을 당협위원장을 임명했다. 조직부총장은 지역구 관리 및 공천 실무를 맡는 요직이다. 김선동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사무총장 자리는 전남 보성 출신의 정양석 전 의원으로 채웠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경선준비위원에는 호남 출신 임재훈 전 의원과 조수진 의원을 발탁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권인 20위 이내의 25%를 호남 인사로 우선 추천하는 제도도 의결했다.

호남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구에서 낙선한 천하람 변호사는 “김 위원장의 5·18 민주묘역 무릎 사과로 인해 지역민들이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라며 “꽤 많은 분이 거대 양당 경쟁 체제는 지역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한다. 총선 이후 순천에 터를 잡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천 변호사는 주말에는 지역 주민들과 만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위한 승부수 띄운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호남동행국회의원 발대식에서 동행지역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95년 광주 시의원 도전을 시작으로 2014년 7·30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당선, 2016년 20대 총선(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이정현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친(親)호남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이 호남에 관심 갖는 것은 무조건 잘하는 일”이라며 “간과 콩팥이 작다고 포기하면 몸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 위원장의 호남 러브콜 배경에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인구 비율을 보면 호남 출신 비율이 제일 높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호남 표심을 붙들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2015년 기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광주(1.4%), 전남(7.6%), 전북(5.8%) 등 호남 출신지 인구비율은 14.8%다. 이는 서울 출생(47.9%)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영남과 충청 출신 비율은 각각 12.7%와 9.2%다. 대체적으로 부모 출신에 대해 자식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서울 유권자의 30% 정도는 호남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도 외연 확장과 친(親)호남 행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시장을 차지한다면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증거이고 전국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김 위원장의 선거 전략으로서 친호남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현 전 의원은 “진정성 없이 표 계산부터 하고 달려드는 접근은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도의 쇼와 제스처는 역대 당 대표도 했었다. 이벤트성 사진 찍기, 경선용 깜짝쇼에 일반 호남 사람들도, 호남 당원들도 싫증나 있다. 선거 전략 중 하나로 서진 전략을 운운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에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30%라는데 영남 출신도 25% 정도 살고 있고 충청까지 합치면 50% 가까이 된다. 그럼 30%가 아니라 50%를 공략하는 것이 정상적인 전략 아닌가. 전통적으로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지지층이 얼마나 공고하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

그는 “얼마 전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의 결집도가 우리 당보다 훨씬 높다. 내년 서울, 부산시장 재보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듣고만 계시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토끼(영남)를 공고히 붙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산토끼(호남)를 잡으러 다니다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는 주장이다.

지지율 정체에 영남 홀대론까지


▎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다섯째).
호남 구애 ‘무용론’의 근거는 여론조사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취임한 6월 1주차 당시 미래통합당의 호남 지지율은 11.8%였다. 10월 1주차 19.5%로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가장 최근인 11월 2주차 조사 결과는 11.8%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전국 지지율로 넓혀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6월 1주차 민주당 지지율은 41.6%, 미래통합당은 27.5%였다. 6개월 가량 지난 11월 2주차 조사 결과는 민주당 33.3%, 국민의힘 26.1%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8%포인트 넘게 내려가는 동안 국민의힘도 동반 하락했다. 민주당에서 빠져나간 지지층을 국민의힘으로 끌어오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의 TK 지지율은 20%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고, 서울과 함께 재보선이 치러지는 부산이 포함된 PK(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대등한 수준이다. 11월 2주차 조사에서는 29.7%를 기록하며 국민의힘(27.1%)을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정운천 의원은 당내의 부정적인 기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지지기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호남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오히려 호남 유권자들이 더 진정성을 느끼지 않겠나. 영남에서의 약간의 지지율 하락은 감내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통합과 정권교체라는 이니셔티브를 쥐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호남 공략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집토끼(영남)도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들어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홍준표 의원(무소속)은 11월 14일, 자신의 SNS에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공화당의 아성이던 애리조나, 조지아주를 내준 것은 한국에서 TK·PK 지역을 민주당에 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미 저들이 선점한 좌파 2중대 아류의 정책으로 좌파들은 오지 않고 집토끼만 달아난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홍 의원은 “우리 당 최대 지지 지역인 TK에서 지지율이 역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보궐선거도 없는 호남에 가서 표 구걸이나 한가하게 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행보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갤럽의 10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 T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34%,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도 “김 위원장이 호남 가서 약속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민주당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안인데 결국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꼴밖에 더 되는가. 그러니까 더불어 2중 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호남에 공(功)을 들이고는 있는데 공(空)이 될까 염려스럽다”는 것이 조 의원의 생각이다.

친(親)호남 행보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호남 구애는 호남에서 큰 성과를 얻겠다는 것보다는 당내에서 주류의 힘을 빼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한다. “당내에서 지나치게 수구적이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세력을 분리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포스트 김종인 시대는 도로 미래통합당?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 12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른바 ‘기득권 힘 빼기’ 전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사례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당의 공식사과’다. 지난 9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는 비대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대국민 사과를 하려고 했다”고 밝힌 것처럼 그는 전직 대통령 관련 사과를 당이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았다.

하지만 T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까지 확정된 이후에 대국민 사과를 할 뜻을 시사했다. 최창렬 교수는 “선거 승리를 위해선 합리적 중도보수로 가야 하고 이에 앞서 전직 대통령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선행돼야 하지만 당내 반발 때문에 김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당내 헤게모니 싸움, 힘겨루기를 하느라 여당 견제를 못한다”고 비판한다.

당내 반발에도 김 위원장의 당내 체질개선을 위한 행보는 거침이 없다. 서진 전략 이외에도 과거 보수 정당이 유지해온 정체성과는 결이 사뭇 다른 결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과 ‘기본소득’을 새 정강·정책에 적시하고, 진보적 의제로 분류되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해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정의당과 함께 입법 공조를 하기로 했다. 보수 정당에서 금기시됐던 노동 문제를 정의당과 논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인 시도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의 캐릭터에 대해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정책 지향점에 대한 문제점을 놓고 매섭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분은 당내에 많지 않다”며 “김 위원장이 진행하는 모든 일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내 일부 중진의 무조건적인 ‘김종인 비토’에 대해 에둘러 비판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김종인표 개혁 드라이브의 마감 시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재보궐 선거(4월 7일)까지다. 그래서 친호남 행보가 결국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국민의힘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맞물려 당내 대선주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김 위원장의 힘은 급속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개혁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김관옥 교수도 “만약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당내 주류는 김 위원장에게 패배 책임을 물어 당에서 내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김종인조차 버티지 못하는 당에 어느 누가 들어와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정당의 이미지는 한번 잃으면 되찾기 쉽지 않지만, 반대로 작은 노력으로도 바뀔 수 있다. 국민은 냉정하고, 또 의외로 너그럽다. 문제는 그런 노력과 결단을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에 펴낸 [영원한 권력은 없다]의 한 구절이다. 김 위원장은 냉랭한 호남 민심을 향해 구애를 계속한다. 그의 노력이 다음 선거에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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