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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9)]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 관념(2) 

팬덤의 마음 얻는 자가 시장을 갖는다 

온라인 소셜 커머스 시장의 대세는 소비자가 주도권 쥔 ‘팬덤 경제’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 선사하는 게 브랜드 영향력 증대의 관건


▎트로트 열풍을 부른 [미스터트롯]은 시청자에게 결정권을 줌으로써 팬덤을 만들어냈다.
지난 호에서 새로운 디지털 문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바꿔야 할 9가지 중 4가지를 짚어 보았다. 첫 번째 코드는 내 마음의 디지털 대전환(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이제 표준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다. 포노 사피엔스는 인지 능력이 다르다. 검색하는 인류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깊다.

그래서 메타인지(코드2)와 상상력(코드3)이 달라지고 학습 방법이나 문제해결능력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 슬기로운 포노사피엔스 인재들이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고 리드하는 중이다. 디지털 혁명은 사실 인지혁명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지식공유 문명을 경험한 인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인식의 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네 번째 코드는 회복탄력성(코드4)이다. 내가 지금 코로나로 인해 어렵고 힘들다면 꼭 필요한 것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힘, 회복탄력성이다. 냉정하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공감과 소통을 통해 대인관계를 확장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생긴다는 회복탄력성도 이제는 디지털 문명을 기반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 비대면 미팅도 즐겁게 하고 SNS를 통한 소통도 기꺼이 배워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대전환에 불평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장점을 배워야 한다. ‘도대체 코로나가 언제 끝나나’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잘나가는 곳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회복탄력성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BTS를 보면 항상 디지털 대전환의 법칙을 읽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BTS는 자본과 방송이라는 절대 권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팬덤과 SNS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됐다. 이것을 일반 시장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자본도 일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상품이나 콘텐트를 개발했다. 자본가에 투자를 호소하고 방송국에도 부탁해 보았지만 외면당하고 만다. 그래서 자기 상품 홍보를 위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한 사람 두 사람 상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작은 팬클럽이 생겼다. 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상품은 꼭 써봐야 한다’며 자발적 마케터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열풍이 동남아로, 중국으로, 중동으로, 유럽으로 급기야는 태평양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번지면서 세계 최고의 상품이 되고 말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바로 BTS다. 이런 현상을 ‘팬덤 경제’라고도 이야기한다. 팬덤 경제는 이제 거의 모든 산업분야로 급속하게 확산 중이다.

코드 5. 팬덤(FANDOM) |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한 중국인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팬덤 경제는 ‘소비자 권력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절대 권력이라던 자본과 방송의 힘은 줄어들고 소비자 스스로가 SNS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음악시장이다. 자크 아탈리의 이론대로 음악 소비가 가장 빠르게 변화했다. 그리고 그 폭풍이 바로 방송시장으로 밀어닥쳤다.

이제 전 세계 방송의 최고 인기 플랫폼은 유튜브다. 프로들이 만드는 콘텐트의 최고 플랫폼은 넷플릭스다. 모두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나라 국민 28%만이 저녁 7시 이후 TV를 보고 있고, 무려 57%가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방송의 권력이 유튜브로, 즉 파워 유튜버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권력자가 된 강력한 파워 유튜버도 방송할 때마다 시청자에게 애걸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권력의 근원이 ‘소비자의 선택’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손끝의 선택이 떠나면 권력은 사라진다. 방송은 사회가 약속해서 만들어낸 시스템 권력이지만, 유튜버는 소비자의 선택이 만들어낸 권력이다.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고 또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모든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이 근원적인 권력의 이동은 미디어 연계 생태계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방송사들도 이제는 고객의 팬덤을 얻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BS는 펭수를 핵심 캐릭터로 삼아 팬덤을 확보 중이고 인기 예능 PD 나영석, 김태호도 유튜브 콜라보 방송에 도전 중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시작된 것이다.

외국에서 뜨는 ‘꼬마 유튜버’, 한국에선 비판도


▎BTS 팬이 집에서 BTS 온라인 콘서트를 보며 노래에 맞춰 춤을 따라 추고 있다. / 사진:보람TV 캡처
우리는 새로운 현상을 만나면 배우려고 하기보다 비판하는데 익숙하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여섯 살 꼬마 유튜버 보람이가 한 달에 30억씩 돈을 벌어 서울에 100억짜리 빌딩을 샀다는 보도가 나가자 모든 언론이 이런 현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노동의 가치를 왜곡시킨다며 방송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고 아이를 팔아 돈을 버는 부모를 심층 취재한 시사방송도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어른이 여섯 살 꼬마의 방송을 난도질하듯 폭주했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것을 먹이는 방송이나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송은 마땅히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배우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통해 보람이가 만든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보자.

보람튜브의 구독자 수는 현재 2700만 명이다. 세계 최고의 키즈 유튜버 미국의 라이언에 비해 10만 명이 모자라는 키즈 유튜버계의 2인자다. 이 중 2600만 명이 해외 구독자다. 한국 어린이가 한국어로 방송하는데 해외에서 열광하며 시청 중이라는 얘기다. 해외 마케팅 한번 없이 이런 팬덤이 형성됐다.

5억6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가 만든 현상도 분석해보자. 뽀로로 떡볶이를 개발한 식품회사 사장님이 수출할 경우 기존 방식이라면 전시회에 나가 많은 바이어를 만나고 상담을 통해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5억6000만 명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려면 적어도 수백억 원의 광고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본이 없이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방식이 바뀌어버렸다. 보람이가 먹방을 한 것만으로 전 세계 아이들에게 상품이 노출됐고, 이를 본 아이들은 부모를 조르기 시작한다. 소비 수요가 발생하자 바이어들은 역으로 식품회사로 연락해 수출을 의뢰한다. 큰 자본 없이도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기회를 잡은 것이다. BTS의 팬덤효과가 방송시장에서도 여지없이 입증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산업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 TV 광고시장의 매출은 15%가 줄었고 라디오, 신문, 잡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 광고 시장은 17%, PC 광고시장은 11% 성장하며 약진 중이다. 이 변화는 일자리의 지형을 바꾼다. 기존 광고 전문가는 줄여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셜 광고 전문가의 수요는 폭증한다.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디어산업과 광고산업의 변화는 다시 유통산업으로 번진다. TV홈쇼핑 회사의 매출도 TV 방송을 통한 판매보다 모바일 방송을 통한 매출이 이미 더 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라방(라이브 방송)’이라는 새로운 소셜 커머스 형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은 이미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새로운 유통 형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왕홍’ 마켓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의 왕홍마켓은 올해 1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소셜 커머스는 무려 5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에서는 소셜 유통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월 11일 열린 ‘광군제’ 이벤트는 무려 8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작년 45조원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특이한 것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바로 라이브 방송에 의해 판매됐다는 것이다.

팬덤 등에 업고 소셜 커머스 시장 급성장


▎270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보람이(가운데)가 뽀로로 떡볶이를 먹는 영상은 5억6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사진:보람TV 캡처
왕홍마켓과 광군제는 전형적인 팬덤 경제를 보여주는 판매방식이다. 이러한 소셜 커머스를 무대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즐비하다. 소셜 커머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동대문시장을 기반으로 창업한 지 13년 만에 거대한 팬덤을 만들어 16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더니 2018년 6000억원의 거액을 받고 로레알에 매각하며 신화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AHC도 광군제와 왕홍마켓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회사를 키워 유니레버에 3조4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JM솔루션은 2019년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5000억원 가치 기업으로 성장하더니 올해 광군제에서는 70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중국 왕홍 신바와 ‘라방’을 통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 며느리 컨셉의 유명 왕홍 ‘따루루’와는 틱톡 라이브 무대를 활용해 1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셜 커머스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코로나가 무색한 신시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팬덤을 일으켜 급성장한 닥터자르트는 에스티로더에 2조원을 받고 매각한 후 아시아 시장의 선봉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올해 광군제에서만 작년 대비 두 배에 이르는 48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전 년 대비 174%의 매출 신장을 만들었고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매출이 100% 성장하며 소셜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화장품 산업은 이제 소셜커머스가 메인 유통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소셜커머스는 팬덤이 핵심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무신사다. 2019년 거래금액 9000억원을 기록하며 2조2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무신사는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더욱 성장하며 상반기 매출 200%, 거래금액 60% 신장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 거래금액 1조4000억원을 무사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기업은 고객의 좋은 경험이 팬덤을 일으켜 성장한 기업이다. 이들이 집중했던 소셜 커머스는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며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기업들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을 그래서 이들 기업에서 배워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업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코스맥스와 콜마도 소셜커머스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대 화장품 기업들에 OEM 또는 ODM 방식으로 납품해 왔다면 강력한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이들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소셜커머스 방식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통제조업까지 변화가 밀려왔다는 것이다.

팬덤 경제는 음악시장에서 발원해 미디어시장, 광고시장, 유통시장을 차례로 휩쓸며 이제 제조업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기업의 가치는 팬덤의 크기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모든 시스템을 리셋해야 한다.

코드 6. 다양성(DIVERSITY) |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장이고, 미래 가능성이다


▎소셜 커머스의 원조로 불리는 ‘스타일난다’는 2018년 6000억원에 로레알에 매각됐다. 스타일난다를 창업한 김소희 씨. / 사진:스타일난다
팬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가장 전통적이고 진입이 어려운 주류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지평 생막걸리가 대표적이다. 지평주조는 1925년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조회사 중 하나다. 그런데 2010년 매출이 2억원으로 추락하며 폐업 위기에 놓였다. 이때 김기환 대표가 회사를 맡아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막걸리 사업을 펼치겠다며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SNS 마케팅을 강화하기 이전에 100년 된 막걸리의 맛부터 바꿨다. 100년 동안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에 시큼한 맛이라고 믿어 왔는데 고객 테이스팅을 통해 5%에 달콤한 맛을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과감하게 표준을 바꿔버렸다.

그러고서 SNS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는 팬덤은 고객의 좋은 경험이 만드는 것이지 SNS 마케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고객의 좋은 경험은 SNS를 타고 번지면서 지평 생막걸리 매출을 10년 만에 100배 늘어난 200억원으로 끌어 올렸다. 지평 생막걸리의 성공비결은 고객데이터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다. 술도가의 장인이 막걸리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가 막걸리의 표준을 정하는 시대를 그는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고객 중심경영이 아니라 ‘고객집착경영’이라는 제프 베조스의 경영 전략을 실천해 성공한 사례로 삼을 수 있다.

팬덤을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돼온 영역이 바로 트로트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고, 몇몇 가수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아이돌은 물론 래퍼에게도 크게 밀리며 다시는 열기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그런데 [미스트롯]을 통해 팬덤의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미스터트롯]을 통해 마침내 폭발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팬덤의 비결은 시청자에게 권력을 쥐여준 것이다. 시청자의 투표로 순위를 결정한다고 하자 재능있는 가수가 대거 참여했다. 이를 통해 중학생 가수도, ‘트바로티’도 탄생할 수 있었다. 트로트 신인가수는 원로가수나 기획사의 인맥으로 결정된다는 오랜 전통을 깨고 권력이 소비자에게 양도되자 좋은 콘텐트가 양산되고 이는 곧 폭발적 팬덤으로 이어진 것이다. 팬덤을 만드는 데 불가능한 영역은 없다는 것을 트로트가 보여줬다.

공예품도 예외는 아니다. 김동한 백패커 대표는 잘 만들어진 공예품에 주목했다. 누구도 플랫폼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도전했다. 그는 철저하게 좋은 공예품만 선별했다. 팬덤의 핵심이 고객의 ‘좋은 경험’임을 정확히 인지한 것이다. 그가 만든 아이디어스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은 만족도가 높았고 그 리뷰가 날개를 달아 누적거래 액 3000억원을 돌파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했다.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중고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꾼 당근마켓도 대표적인 팬덤 성공 사례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로 양분된 중고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은 룰을 바꿔버렸다. 거래범위를 평균 6㎞로 나누고 동네마다 보다 쉽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었다. 고객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펴 집에 있는 물건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해주자 경험한 고객의 심리변화가 일어났다. 불필요한 물건 하나를 들고 나가 현금을 받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는 물욕이 생긴다. 이것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내다 팔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남편의 롤렉스시계를, 아들의 명품 카디건을 헐값에 내다 파는웃지 못할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당근마켓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오래 머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뒤를 잇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거래 수수료도 받지 않는 이 플랫폼은 동네 가게들을 적은 비용으로 광고해주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경쟁력을 인정받아 투자도 늘고 있으며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방송 8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둔 유튜버 대도서관도 있고, 곤충방송으로 유명해진 정브르도 있다. 개, 고양이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한 덕후도 즐비하다. 팬덤만 만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시장이고 모든 것이 미래를 열어주는 가능성이다. 그래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원래 다양하다. DNA가 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동안 만날 수 없던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삼삼오오 플랫폼을 통해 모여들고 그래서 아주 작은 영역에서도 매우 강력한 팬덤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코드 7. 실력(ABILITY) |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퓨전 국악밴드 이날치가 참여한 한국관광공사의 서울 홍보 유튜브 영상은 7000만 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한번 팬덤이 형성되면 그 범위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최근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유아용 동영상 ‘아기상어(baby shark)’의 유튜브 조회수가 71억 회를 돌파하며 ‘데스파시토’(Despacito, 11월 현재 70억5800만건)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유튜브 업로드 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대한민국의 작은 벤처에서 만든 이 동영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팬덤을 일으키더니 동남아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2년째 지속하고 있다. 2500개 이상의 제품과 로열티 계약을 맺은 베이비 샤크는 지난해 스마트스터디의 매출 1000억 시대를 견인했다. 스마트스터디는 올해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기업가치 8100억원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12번째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벤처기업)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성장도 비약적이다. 만화의 종주국이던 일본이 웹툰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네이버 웹툰은 세계 100개국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하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 웹툰의 성공비결은 재능있는 작가들의 성장이다. 오로지 고객의 조회수로만 랭킹을 결정한다는 공정경쟁 시스템이 도입되자 수많은 인재가 모여들어 새로운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트를 만들어냈다. 신인류의 공감은 국가와 문화적 경계가 없다. 국내에서 강력한 팬덤을 만든 웹툰들은 여지없이 동남아로 급격히 퍼지며 많은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플랫폼에 접속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콘텐트에 빠져들며 신세계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글로벌 팬덤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것이 팬덤 경제의 공식이다.

이제는 우리 전통국악까지 팬덤 경제에 가세했다. 이날치가 만들어내는 판소리 ‘범 내려온다’ 등을 활용한 한국 관광 홍보 영상의 합산 조회수는 3억을 돌파하며 k-콘텐트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넷플릭스에서의 K드라마 인기는 언급조차 필요치 않다. 오죽하면 올해 일본의 유행어 선정 후보에 ‘사랑의 불시착’과 ‘제4차 한류’가 나왔겠는가. 이 모든 강력한 팬덤의 근원은 바로 좋은 경험을 만드는 실력이다. 고객에 집중하며 데이터로부터 교훈을 얻고 끊임없이 이를 반영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도전하는 집착이 팬덤을 태산처럼 쌓아 올리는 것이다. 실력은 이제 학벌과 스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팬덤을 만드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바로 진정한 실력이다. 그리고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진정한 실력을 원하고 있다.

이제 남은 두 개의 코드, 디지털 문명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근원적인 마음의 자산이 나올 차례다. 다음 호도 기대하시라.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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