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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단맛 중독에서 탈출하는 법 

식품의 뒷면, 영양정보 라벨에 해답 있다 

평균 한국인의 하루 당 섭취량 76.5g, 중독 수준 도달
‘무가당’이어도 설탕보다 체내 흡수 빠른 단당류 가능성


▎지난 9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소비자원 브리핑에서 한 관계자가 가공식품 아랫면에 기재된 영양정보 라벨을 가리키고 있다. / 사진:뉴시스
입이 허전할 때 무심코 사탕과 젤리를 집어 먹고, 식사 후 곧바로 달콤한 바닐라 커피에 치즈케이크를 곁들이는 식습관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이른바 ‘당이 당길 때’ 많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류 섭취량이 하루 섭취 열량의 10%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의 보건당국은 좀더 관대하다. 하루 섭취 열량 대비 20% 이내를 권고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약 2000㎉. 이 중 20%를 섭취량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100g 수준이다. 단 가공식품 등에 첨가된 당(첨가당)의 권장 섭취량은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정했다.

‘하루 열량의 10%’는 단맛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하루 당류 섭취량이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를 넘기면 단맛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강 교수는 ▷단맛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일정 기간 먹지 못하면 불쾌감과 기분 저하를 경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단맛을 찾는다면 단맛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단맛 사랑은 이미 중독의 경계선을 넘은 지 오래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열량에서 당류가 차지하는 정도는 2007년 13.3%(59.6g)에서 2015년 15.6%(76.9g)로 높아졌다. 어린이·청소년·청년(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도 2013년 적정 섭취기준을 초과했다. 한국인이 갈수록 단맛 중독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이유를 알면 해결법도 보인다.

‘당 떨어지는’ 느낌, 사실 아니다


▎ 사진:연합뉴스
모든 당류가 단맛을 내진 않는다. 단맛을 내는 당류는 단당류(포도당·과당)와 이당류(설탕·맥아당)다. 전분이나 식이섬유 같은 다당류 음식은 단맛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당류가 자체가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몸은 다당류를 섭취해도 단당류로 쪼갠 뒤(소화) 에너지원으로 쓴다. 쌀밥을 씹다 보면 단맛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침에 있는 효소(아밀라아제)가 밥 속의 전분을 맥아당(이당류)으로 분해한다.

단당류나 이당류는 단순당으로도 불린다. 더 이상 분자구조를 쪼갤 수 없을 만큼 단순해서다. 그러니 단순당을 섭취하더라도 우리 몸은 따로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흡수해 버린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흡수가 빠르게 되다 보니 혈당치도 빠르게 올라간다. 우리 몸은 혈당치를 떨어뜨리려고 급히 췌장에서 인슐린을 내보낸다. 이는 다시 혈당을 빠른 속도로 떨어뜨려 단 음식을 찾게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중독과 다름없는 상태에 빠진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뒤 또다시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건 우리의 자유 의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복감만으론 중독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를 느낄 때 단맛을 찾는다. 단맛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 교수는 “단맛은 뇌에서 보상·동기부여·맛과 관련한 쾌락 중추(중격측좌핵)를 활성화한다”며 “그 결과로 심리적 안정감을 돕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단맛으로 해소하는 일을 반복하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과다 분비될 경우 마약을 복용할 때와 같은 쾌락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단맛에 대한 의존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위 ‘당 떨어진다’고 할 때 실제로 혈당이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단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쾌감 때문에 습관적으로 단 음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맛을 즐기는 사람은 보통 짜게 먹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짠맛은 음식의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달달한 콜라에 나트륨이 다량 든 것도 그래서다. 일명 ‘단짠단짠’(단맛과 짠맛)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과식의 종말]을 쓴 데이비드 케슬러 박사는 “소금·당분·지방의 절묘한 조합이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해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맛 때문에 받은 오감의 느낌과 즐거움은 학습과 기억을 통해 그대로 뇌에 각인되고 중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단맛 중독은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정인경 교수는 “(단맛 중독이) 당뇨병을 유발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하락이 지속하면 우리 몸의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췌장에서 충분한 인슐린을 생산했는데도 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생산된 인슐린은 폐기처분되면서 혈당치는 더 올라가고, 췌장은 능력 이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면서 과부하가 걸린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혈당 조절능력을 잃게 된다. 바로 당뇨병이다.

비만과 심혈관 질환도 피해가기 어렵다. 과잉 섭취된 당류는 우리 몸에서 지방으로 변한다. 이로 인해 초래된 비만은 혈액 속 중성지방 농도를 높인다. 이는 다시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등을 부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당류 적정 섭취기준을 초과한 사람의 비만, 고혈압 발생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각 39%, 6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이 큰 만큼 당류 섭취를 줄였을 때 효과도 뚜렷하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연구팀은 2009년 [미국임상영양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설탕 첨가 음료를 하루에 한 잔만 덜 마셔도 1년 6개월이면 체중을 1.5㎏ 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건강한 성인 남녀 810명을 18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뒤 내놓은 결과다. 해당 연구팀은 논문에서 “연구 대상자들이 일반 음식의 경우 점심에 많이 먹으면 저녁 식사량을 줄이는 식으로 섭취량을 조절했지만, 음료에 관해선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갈증이 날 때 과당 음료 대신 물을 마시는 습관만으로 몸을 가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보다 음료가 더 조절 어려워


그렇다면 단맛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초콜릿을 먹을 때 아메리카노, 바닐라 라떼 가운데 어떤 커피가 어울릴까? 내가 오늘 먹은 가공식품에는 어떤 당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일상에서 당을 건강하게 먹는 네 가지 생활수칙을 알아본다.

Check 1. 가공식품 영양성분 톺아보기

가공식품에 붙은 라벨만 잘 살펴봐도 당의 함량과 종류를 알 수 있다. 첫째로 ‘영양정보’를 살핀다. 영양정보란에 탄수화물·당류 함량이 적혀 있다. 탄수화물은 당류·녹말(전분)·식이섬유를 합한 덩어리다. 이 중 당류는 몸에 빠르게 흡수되는 단순당을, 녹말·식이섬유는 몸에 천천히 흡수되는 복합당을 말한다. 만약 탄수화물 함량에서 당류 함량을 뺀 값이 0이면 ‘제품 속에 든 당은 모두 몸에 바로 흡수된다’는 뜻이다.

둘째로 ‘1회 제공량’이 제품 총량과 같은지를 확인한다. 영양성분은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 표기한다. 만약 1ℓ짜리 탄산음료의 1회 제공량이 250㎖라고 쓰여 있다면, 실제 병에 든 영양성분 함량은 표기된 수치의 4배다.

셋째로 ‘원재료명 및 함량’을 읽어 보자. 정백당(흰설탕)·액상과당 등에서 어떤 당을 썼는지 당 종류를 알 수 있다. 고과당콘시럽·옥수수시럽도 단순당이다.

넷째로 제품에 ‘무첨가’ 또는 ‘무가당’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라벨을 더 꼼꼼히 읽어보는 게 좋다. 비록 설탕은 없지만, 설탕보다 체내 흡수가 빠른 시럽·액상과당 등을 넣어 단맛을 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찬 음식 먹을 땐 평소보다 싱겁게 해야


▎저당(低糖)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설탕 판매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가 설탕 판매대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Check 2. 설탕 대신 과일·채소로 단맛 내기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도당·액상과당은 당이 그대로 몸에 흡수되는 단당류다. 이것들 대신 과일·채소로 단맛을 내면 ‘1석4조’ 효과를 낼 수 있다. 첫째로 과일 자체의 단맛이 설탕의 단맛을 대신한다. 둘째로 과일·채소의 풍미가 감칠맛을 내 설탕의 단맛을 더 돋운다. 셋째로 과일·채소에 많은 식이섬유가 당 흡수를 늦춰준다. 그물(식이섬유)에 걸린 물고기(당)를 쉽게 빼내기 힘든 것처럼, 식이섬유와 당이 얽혀 있어 효소가 당을 꺼내기 힘들다. 넷째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줘 식사량이 줄고 결국 당을 조금만 먹게 한다. 파인애플·사과·배·양파·당근·파프리카 등은 단맛을 내면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재료다. 식이섬유는 당이 혈액으로 천천히 흡수되게 한다. 식이섬유는 쌀 가운데 백미보다 현미에 풍부하다. 도정을 적게 해서다. 반면 포도를 갈아 마시면 갈지 않고 먹을 때보다 당이 더 빨리 흡수된다. 당을 천천히 흡수시키는 식이섬유가 잘게 쪼개지는 원리다.

Check 3. 달지만 살 안 찌는 대체 감미료 찾기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200~600배 달다. 음식의 단맛을 낼 때 설탕의 1%도 안 되는 분량을 쓴다. 단맛을 쉽게 내면서 칼로리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공감미료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여전하다. 대표적인 게 아스파탐이다. 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 몸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몸에 당이 부족하면 뇌에서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니 단 음식을 먹어 당을 흡수하라’며 공복감을 유발한다. 그런데 막상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낸 식품을 먹으면 체내로 당이 들어오지 않아 뇌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칼로리를 낮춘 또 다른 감미료로 자일리톨과 에리트리톨이 있다. 설탕은 당과 당이 묶인 구조인데, 이들 감미료는 당과 알코올이 붙어 있다. 설탕보다 당이 적어 칼로리가 낮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알코올 때문에 소화가 잘되지 않고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엔 설탕의 단맛을 60~92% 내면서 칼로리를 낮춘 천연 유래 감미료도 개발됐다. 자일로스·타가토스·알룰로스 등을 소재로 한다.

Check 4. ‘초콜릿엔 아메리카노’… 맛 궁합 살피기

나이가 들수록 혀는 단맛·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 두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쓴맛·신맛을 느끼는 감각기관보다 더 빨리 늙기 때문이다. 단 음식을 먹을 때 신맛·쓴맛 음식을 곁들이면 미각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예컨대 초콜릿을 먹을 때 원두의 쓴맛·신맛이 강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면 초콜릿의 단맛을 더 잘 음미할 수 있다. 만약 초콜릿에 바닐라 라떼를 곁들이면 당은 많이 먹어도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후각 기능이 떨어져도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 비염·축농증처럼 냄새를 잘못 느끼는 질환을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으면 평소보다 당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음식 온도도 미각을 좌우한다. 음식을 차갑게 먹으면 따뜻하게 먹을 때보다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팥빙수·슬러시처럼 찬 음식을 먹을 땐 조금 싱겁더라도 달지 않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 정심교 중앙일보 기자 simkyo@joongang.co.kr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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