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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인터뷰] ‘야당 속의 야당’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격정토로 

“문재인 독주나 김종인의 전횡이 뭐가 다른가. 국민의힘은 벤치에 앉아 있는 윤석열 응원부대 ” 

범보수 대권주자 아우르는 무대 만드는 게 국민의힘과 김종인 역할…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정권 심판론’으로 못 이기면 당 존폐 위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장제원(54) 국민의힘 의원실에는 그의 책상 맞은편에 선거운동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사진 속 장 의원의 옷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나 미래통합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닌 흰색이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모습이다. 장 의원은 “가장 절박했던 그때 심정을 잊지 않으려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걸었다”고 했다.

장 의원의 절박했던 심정은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서 이탈한 중도층의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이 국민의힘을 대안 정치세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 의원은 12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처지를 “대한민국 정의와 공정을 지키는 경기장에서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아 있는 응원부대 신세”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독주보다 야당 본색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쓴소리에 대부분의 인터뷰 시간을 할애했다.

자기 당을 ‘벤치의 응원부대’라고 하는 이유가 뭔가.

“지금 정국은 문재인 정권 대 사법부, 문 정권 대 검찰, 문 정권 대 감사원의 구도다.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전방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는 상황이고, 우린 그를 옹호하고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당을 견제할 제1 야당 아닌가?

“‘심리적 윤석열 당’(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 여론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이 만들어졌다. 여권은 팬덤을 등에 업고 ‘우리만 옳다’는 확증편향에 빠졌다. 그 최면을 깨려면 최소한 범야권이 두려움을 줘야 하는데 우리를 두려워하나? 민주당은 범여권 진영의 가장 권위 있고 대표성 있는 링(경선 무대)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야권을 대표할 권위가 없다. 이 링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양쪽 진영을 대표할 링이 세팅됐을 때 여권에서도 두려움을 느낄 거다.”

국민의힘이 보수의 링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만약 4월 7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게 되면 우리의 링은 예선전이나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메이저리그’라 할 만한 제3의 링이 생길 거다. 각자 캠프가 생기면 그 안에 기득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끝까지 분열해 선거를 치른 지난 대선과 결과가 다르지 않을 거다.”

윤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퇴임 뒤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고민해보겠다’는 국감 발언에는 다양한 포석이 깔렸다고 본다. 우선 검찰을 향한 메시지다.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는 총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끄는 검찰을 단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내가 투사가 될 테니 조직 여러분은 단결해야 한다’는 거다. 동시에 국민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댈 곳은 국민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국민에게 자신을 지켜 달라는 메시지가 ‘봉사’라는 표현으로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윤 총장의 국감 발언에 대한 장 의원의 의미 부여는 계속 이어졌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한 모습은 문 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이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잔영이 오래 남을 장면이었다. 국민의힘 103명 의원이 낸 어떤 메시지보다 국민 가슴에 확 꽂혔을 거다. 윤 총장이 보여준 발언과 제스처는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렬했고, 민주당 180명 의원을 한꺼번에 주저앉혀버렸다. 그러니 지지율이 올라갈 수밖에. 반(反)문재인 정서의 최전선에 윤석열이 서 있다.”

서울시장 선거 지면 국민의힘은 마이너리그 전락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갑자기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급물살을 탄 이유를 뭐라고 보나.

“원전 수사가 계기가 됐다고 본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거의 판결문에 가까운 감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이걸 기소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그 정도로 완벽한 감사자료였다고 한다. 윤 총장에게 국민 지지가 모이니 제거할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섰다.”

윤 총장이 정치하려고 치밀하게 계획한 것은 아닐까?

“검찰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자기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냐고 생각한 것 같다. 만약 여기서 자기가 흔들리면 또다시 검찰은 지금까지 모습 그대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고 욕먹을 테니 말이다. 여권이 밀어붙이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윤 총장 입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를 연구하는 ‘집현전’이란 조직도 만들고, 공판중심주의 등 조직 문화를 전환하려 노력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도록 말이다.”

문재인 정권 대 야당의 구도가 돼야 하는데, 자괴감 안 드나?

“야당 정치인 입장에서 자괴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다만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안도감은 왜?) 고비마다 양심을 지키는 판단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다.”

장 의원은 자기가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윤 총장 직무배제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검을 방문했을 때다. 직무대리인 조남관 대검 차장이 망연자실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장 의원은 “들불처럼 일어나는 일선 검사들의 정의를 수호하려는 분위기를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신뢰가 갔다”고 했다. 또 추미애 장관 특수활동비 검증을 위해 대검에 갔는데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고함을 지르더란다. 반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차분한 모습으로 의원단을 대했다고 한다.

“심 국장과 고 차관의 상황 인식에 차이가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 차관은 결국 윤 총장 징계위원장을 걷어차고 나가더라. 최재형 감사원장도 최소한의 양심과 중립성을 지키며 원전 감사를 했고, 평검사부터 고위 간부까지 정의를 수호하고 양심을 지키려고 일어서는 공직자들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국민의힘이 범야권의 권위 있는 경선 무대 만들어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15일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벽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이 빠져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안도감을 확신으로 바꾸려면 ‘연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받아줄 준비가 돼 있나?

“오시겠어요? 윤석열 현상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참 힘들다. 반문 정서를 결집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승패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윤 총장이 우리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새로운 세력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하려고 할 거다.”

그럼 인물이냐 정당이냐를 두고 유권자들이 고민에 빠질 거다.

“정권 창출할 힘이 있는 정당은 당에 무게가 쏠리게 돼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당의 힘이 더 세다. 민주당이 구심점이다. 야권은 상황이 다르다. 선거 국면으로 갔을 때 당 바깥에 지지율 높은 후보가 있으면, 그 사람이 구심점이 된다. 그러면 그 인물이 우리 당을 플랫폼으로 쓰겠나?”

그래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공고한 20% 지지율을 무시할 순 없지 않나.

“우리 당이 윤석열을 담아내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범 야권은 대선으로 갈수록 후보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처음에 말한 대로 후보들을 담아낼 링의 권위와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필요성은 이해하는데, ‘어떻게’란 문제가 남는다.

“잠룡들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쟁하기 전까진 단합해 이 당의 실질적 리더들이 돼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은 구심점이 될 수 없다. 김 위원장 때문에 어떤 후보도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여왕벌’이 될 수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로 화제가 이어지자 장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는 “김종인 정신을 아무리 국민의힘에 투영하고, 당명·당색·정강정책을 바꿔도 이 당은 김종인 당이 아니다. 새로운 당대표가 20일 만에 뜯어고칠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6개월은 김 위원장의 독무대였다. 대선후보가 즐비한 상황에서 기존 인물들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평가절하하며 마이너스 정치를 해왔다. 연출하는 사람이 메이크업하고서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를 독점하고 있는 격이다.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안철수 이런 분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지금 하는 일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그 무대를 기획하고 지원해 달라고 잠시 모신 거다.”

김 위원장이 대권의 꿈을 가졌다고 의심하나?

“대선을 꿈꾸신다면 착각하는 거다. 김 위원장은 한 번도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하거나 직접 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적이 없다. 이분은 늘 관전자였다. 선출된 사람은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동물적으로 민심의 흐름을 읽는다. 민심을 관통하는 대중친화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특히 대통령은 대중 친화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5선의 김 위원장이 그걸 모르겠나.

“김 위원장에게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라는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정통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원심력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들을 배제하고 자기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지 않나 싶다.”

김 위원장의 가치관이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던데.

“(지난 6월 초선의원 모임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살 수 있는 자유’를 말했다. 난 그걸 보고 1960년대 독일에서 어설프게 사회주의 이론을 갖고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는 보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가치다. 정부에 기대 빵을 살 수 있는 자유는 너무 통속적이고 비참하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정부에 기대지 않고 내 노력으로 빵이 아닌 쇠고기를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는 자유’를 국민에게 보장하는 거다. 낙오된 사람에게는 재기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열어주는 자유, 패자부활전에서도 진 사람에게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으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게 바로 보수의 가치다.”

“연출하라고 모셔왔더니 무대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장제원 의원은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정권심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둘째) 뒤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강조한 문구가 적혀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그런데 국민의힘이 기본소득을 꺼내 든 건 의아하다.

“개정된 우리 당 정강정책 1번에 기본소득을 명시했다. 나는 이걸 후순위에 넣자고 주장했다. 합의 과정 없이 1번에 두는 건 국민께 거짓말하는 거다. 장기적인 과제니까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부터 밝히고 그 담론을 지지층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화두를 꺼냈으면 답을 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김 위원장에게 숙제 받으려고 모인 집단이 아니라 숙제를 해결해 달라고 모셔온 거다.”

장 의원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인터뷰 시작 전에 “어지간한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고 있다”고 했다. “앞뒤 다 잘라서 취지가 왜곡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 선뜻 응한 건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어느덧 그의 비판은 정부여당보다 국민의힘 당내 문제로 집중되고 있었다.

12월 15일 김종인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의 사과 방침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는 찬반으로 갈렸다. 장 의원은 “김 위원장 개인의 사과일 뿐 당 차원의 사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직 대통령 사과에 관해 당의 입장 정리가 안 됐나?

“사과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탄핵 문제도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전직 대통령에 관한 사과가 얼마나 큰일인가. 전 당원의 총의를 모아야 하는 문제다. 그래야 진정성이 생긴다. 사과하는 쪽은 개혁이고, 반대하는 쪽은 반개혁? 이게 무슨 리더십이냐. 비상대책위원장이 왜 당내 정치를 하려 드나.”

너무 비판적이기만 한 것 아닌가?

“김 위원장과 잘 지내면 나도 손해 볼 게 없다. 이번 국회 개원 때 7개 상임위원장을 받자고 주장했다가 중진·초선 의원들에게 ‘상임위원장 맡고 싶어서 저런 소리 한다’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내가 진짜 (상임위원장) 하고 싶었으면 오히려 협상하지 말자고 했겠지. 민주당이 법사위 내놓겠나? 법사위를 레버리지로 정무·산자·기재·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와 윤미향 국정조사, 한명숙 청문회 정도는 받아냈어야 했다. 그랬으면 이렇게까지 무기력하게 당하진 않았을 거다.”

당내에서 싫은 소리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우리 당이 103석 되고서 다들 황교안 전 대표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그가 공천권 쥐고 있을 때 누가 쓴소리 했나? 나는 장외투쟁이 장기화하니 이미지 정치 하지 말고 원내로 복귀하자고 했다. 황 대표가 공천의 전권을 행사할 때였지만, 지역구 민심이 달라서 쓴소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지역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어서다.”

“주요 상임위원장 가져왔으면 이렇게까지 안 당해”


▎제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4월 5일 부산시 사상구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제원 의원이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장 의원은 당시 경험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사람을 규합하면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지 않나?

“나 혼자 비판하는 이유는 모이면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친박, 비박 나누는 게 지긋지긋하다. 동료들 모아 집단 성명 발표했으면 장제원은 비박계라며 손가락질했을 거다. 중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나라도 쓴소리 안 했으면 더 독단으로 갔을 거고, 비대위가 종식됐을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너무 섭섭해할 일도 아니다. 살아 있는 권력이 바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다.”

장 의원은 정치인의 본령을 독주하는 권력을 견제하는 데서 찾는 듯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도 그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혹독하게 사태의 본질 규명에 천착했다. 김 위원장을 향한 쓴소리,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공세는 본질에서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는 ‘야당 속의 야당’, ‘야당다운 야당’을 말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갖고 독주하는 거나 김 위원장이 당권을 갖고 전횡하는 거나 그게 그거다. 당의 지도자급인 대권후보(유승민 전 의원)가 어렵게 인터뷰해서 자신이 체감한 민심을 얘기했는데(유 의원의 비대위 2기 구성 제안) ‘하면 내가 하는 거지’라고 말할 수 있나? 지금 김 위원장은 ‘대안부재론’으로 리더십을 지키려 하고 있다.”

좀 더 강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나처럼 올곧은 소리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지만, 작당하듯 해서도 안 된다. 당 바깥의 일부 어르신은 쿠데타 하듯이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건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후유증을 남긴다.”

언제까지 각을 세우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충정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김 위원장은 제 부친과 인연이 있는 분이다. (장 의원의 부친인 장성만 전 의원은 11, 12대 국회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의정활동을 했다) 내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할 나이니까 해야 할 일을 찾으며 갈 뿐이다. 5·18 때 무릎 꿇은 것은 잘하셨다고 하지 않았나. 조경태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이야기 꺼냈을 땐 아니라고 했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4월까진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비대위가) 4월 이상 가면 우리 당은 없어져야지. 보궐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김 위원장은 충분히 할 일을 다 하신 거다. 자생력이 없으면 존립 가치가 없다. 다만, 2승(서울·부산 시장 당선) 했을 경우에는 고생하신 공로를 기려 당의 큰 원로로 모셔야 한다. 정강정책도 가치와 상징성에 동의하기 때문에 대선 공약에 녹여내야 한다.”

보궐선거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금 비대위가 준비하는 걸 보면 하늘에 맡긴 것 같다. 비대위가 인재를 발굴하나, 맞춤형 전략이 있나? 대선주자급이 기꺼이 희생할 토대를 깔아놨나. 너희끼리 경쟁해봐, 그거 아닌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정권교체 이룰 교두보

장 의원이 생각하는 전략은 뭔가?

“정권 심판,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들고 나와야 한다. 여기서 지면 1년 후 대선은 정말 어렵다. 서울은 문재인 정부 심판과 부동산 문제로 정권교체의 교두보가 돼야 한다. 이 정권의 모든 잘못된 정책을 함축적으로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후보의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하다면, 그분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공동 시(市)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저더러 돗자리 깔라는 얘긴가?(웃음) 정상적인 투표율만 나오면 이긴다고 본다. 그런데 투표율이 극도로 낮을 경우,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지만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장에 안 나오는 거라 본다. 우리의 패배는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열어 주는 거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생긴 선거에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분노를 우리가 못 담아낸다면? 당의 존폐가 걸렸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선후보급과 다크호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대선후보급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초선 의원을 내보내자는 의견도 있는데, 비대면 선거로 치러지니 인지도를 신경 안 쓸 수 없다. 또 초선은 아껴둬야지. 연예계로 비유하면, 당은 기획해서 키워주는 기획사다. 유망주는 차기나 차차기 주자로 만들어가야 한다.”

대선에서 가장 위협적인 민주당 후보는 누구로 보나?

“지금으로 봐선 이재명 지사다. 이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란 지역적 이점이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사람 같지 않다. 정권교체로 보일 수 있다. 이낙연 대표의 경우는 확실하게 호남이라 지지층이 별로 안 겹치는데, 우리 표를 갉아먹는 게 이 지사다.”

보수는 기득권 적폐라는 부정적 인식이 크다.

“보수의 기본적인 가치는 법치, 공정, 정의, 자유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망했을까? 하나도 안 지켜서다. 숭고한 권력을 사유화했고 반칙도 많이 했다. 보수의 가치가 정권만 잡으면 깨져버린다.”

장 의원이 생각하는 올바른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깨끗한 보수다. 돈으로 문제 되는 정치 하지 말고, 작든 크든 권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자.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되 낙오한 사람은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보수가 되자. 우리가 추구하는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출발의 평등이어야 한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그렇게 꿈꾸는 게 어딘가. 정치인의 삶에 만족하나?

“정치의 가장 큰 매력은 도화지에 내가 생각하는 나라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사욕이 들어가면 안 된다. 공익을 위한, 상상력을 극대화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치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정치인은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 내가 미래혁신포럼 만들어서 잠룡들 모셔 오고 그런 것도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고 싶어서다. 1월 되면 무대를 만들 거다. 저의 초심은 초선 때가 아니라 한 번 쉬고 두 번째 공천 못 받아서 인생 걸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다. 그때 굉장히 용감해졌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저 초심을 잃으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의미가 없어진다. 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는 대중정치인이 되려는 이유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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