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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10 마지막 회)]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 관념(3) 

‘배려와 존중 통해 새 문명으로 나아가라’ 

공감의 폭 넓혀 ‘공감 자산’ 확대하면 개인도 기업도 성장
휴머니티 중시하면서 정당한 실력으로 공정 경쟁 지향해야


▎애플은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기업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고객들이 아이폰 12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회(월간중앙 2020년 11·12월호)에 걸쳐 새로운 디지털 문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바꿔야 할 9가지 중(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지와 마음가짐에 관한 3개의 코드(메타인지·상상력·회복탄력성) 그리고 성공을 위한 3개의 코드(팬덤·다양성·실력)를 짚어봤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는 겨울을 맞아 더욱 무섭게 전 지구로 확산 중이다. 우리나라도 어느새 하루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거의 모든 생업 활동이 중단되는 3단계 격상을 고민하고 있다. 적어도 날씨가 더워지고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내년 여름이 오기까지는 일상으로의 회귀가 어렵게 됐다.

강제로 디지털 문명에 기반을 둬 생활해야 한다면 지금은 대전환의 기회다. 마음부터 신문명을 표준으로 바꿔보자. 오늘 이야기할 2개의 코드는 가장 근원적이면서 중요한 마음의 자산에 관한 이야기다.

①휴머니티로 공감대를 키워라

팬덤 경제는 이제 세계 소비 시장의 가장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결은 바로 고객의 팬덤을 만들어내는 일이 됐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에 대한 고객의 팬덤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애플이 2019년 10월에 출시한 에어팟프로는 32만90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진을 거듭하며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9년 IT업계의 매출 분석에 따르면 에어팟 매출만 120억 달러(약 14조1000억원)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고, 에어팟프로의 인기를 감안하면 2020년에는 150억 달러(약 17조원)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사한 제품을 샤오미에서는 3만79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까 하드웨어 제조 원가를 제외하면 무려 한 개당 30만원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폰도 기술에서는 이제 삼성전자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5G폰도 먼저 개발했고, 폴더블폰도 먼저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팬덤은 견고하다. 아이폰12는 135만원의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특별한 기술도 들어간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거야?”라고 물어봤자 애플 고객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됐고, 그냥 아이폰 주세요”. “샤오미에서 4만원도 안 하는 걸 30만원이나 주고 산다고?”라고 이야기해봤자 대답은 명백하다. “됐고, 그냥 에어팟프로 주세요”.

어마어마한 테슬라의 팬덤 파워


▎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을 해서라도 애플의 패밀리로 머물기를 원한다. 이것이 팬덤의 위력이다. 애플이 시가 총액 2400조원의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엄청난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애플과의 오래된 행복한 경험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최근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테슬라도 팬덤의 확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불과 37만 대의 차량 판매에 그친 테슬라가 시가총액 660조원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이제는 공공연히 제2의 애플이 될 거라며 더 큰 성장을 예측하는 분석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많은 언론에서 거품에 대한 경고도 끊이지 않고 있고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조차 테슬라의 주가에 대해 거품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시총 660조원이면 이제 세계 1~7위의 포노사피엔스 플랫폼 기업들 (애플·MS·아마존·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에 이어 세계 8위 기업이 된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8번째 대표기업에 등극하는 모양새다.

테슬라를 이렇게 무섭게 성장시킨 힘은 팬덤이다.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를 보면 테슬라에 대한 검색은 끊임없이 증가한다. 일론 머스크는 인력 투입 없이 로봇만으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거나 화성 탐사를 하겠다거나 하는 무모할 만큼의 도전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면서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또 부지런히 수행하고 있다.

많은 실패 속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다시 길을 찾고 실력을 키우며 고객 만족도를 키우고 있다. 테슬라를 타본 사람들은 그 성능과 운전 경험에 매료된다. 그리고 왠지 그의 무모한 도전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까지 품게 된다.

테슬라 자동차는 커넥티드 서비스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자주 업데이트한다. 테슬라 사용자들은 마치 그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업데이트라는 서비스에 익숙하고 거기서 더 나아진 느낌을 받을 때마다 팬덤은 더욱 강화된다.

특히 자율운전을 제공하는 오토파일럿의 인기는 압권이다. 유튜브를 통해 확산하는 오토파일럿 운전 경험은 많은 이들을 테슬라 팬덤으로 유입시켰고, 이것은 다시 재생산돼 무서운 속도로 번져 나간다. K팝의 성공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테슬라는 철저하게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 세대)를 겨냥한 경영 방식을 유지한다. TV·라디오 등 기존 매체 광고를 안 하기로 애초부터 유명한 기업이다. 그 돈을 쓰기보다 차라리 화성 개척을 하겠다는 일론 머스크를 모두 리스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의 판단이 옳았다. 최근에는 많은 팬이 직접 수준 높은 광고를 만들어 올리고 있어서 테슬라의 손 안 대고 코 푸는 팬덤 전략은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테슬라 트럭이 소개되자 수많은 밈(meme) 디자인이 등장한 것만 봐도 얼마나 강력한 팬덤이 형성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방탄유리라고 소개했던 쇼에서 유리창이 박살나는 큰 실수가 있었는데도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마 기존 자동차기업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표를 냈어야 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말이다.

테슬라의 팬덤은 갈수록 강력해지는데 기존 자동차업계의 생각으로는 이해 못할 현상이 가득하다. 오토파일럿의 주행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많은 기업이 이제 테슬라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팬들은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희생처럼 생각하며 애도했다. 우주왕복선이 폭발하면서 희생한 우주인에 대한 애도처럼 인류의 위대한 도전에 필연적인 희생인 것처럼 그들은 머스크와 함께 애도하며 테슬라의 편에 섰다.

그리고 오토 파일럿에 대한 신뢰는 더욱 단단해졌다. 희생은 있었지만 데이터는 계속해서 축적됐고 그로 인해 프로그램의 오류는 빠르게 수정됐으며, 그 수정된 프로그램이 나에게 업데이트를 통해 전달되면서 나는 더 안심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 하지만 인류의 내면은 그대로


▎인도 구루그람에 위치한 삼성B2B체험관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갤럭시 Z 폴드2’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포노 사피엔스는 기술에 대해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한번 팬덤이 형성되면 잘 변하지 않는 특성 또한 갖고 있다. 이제 데이터로 보면 테슬라는 애플을 이어갈 만큼의 거대한 팬덤을 가진 기업이 됐고, 10년 후 MZ 세대가 완벽한 소비 주력 세대가 된다면 1조 달러가 넘는 기업이 될 만하다는 것이 자본의 판단이다.

테슬라는 이제 오프라인 판매도 없애고 오직 모바일 결제로만 차를 파는 등 완전한 포노 사피엔스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차곡차곡 실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포노족의 팬덤은 더욱 강력하게 형성 중이다.

그러고 보면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거의 모든 기업의 특성은 강력한 팬덤이다. 구글 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유튜브는 이제 무료 플랫폼이 아니라 유료 플랫폼이라고 해야 한다. 광고 없이 유튜브를 보는 프리미엄 구독자만 이미 2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2억 명이 넘는 구독자가 유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아마존도 예외가 아니다. 2억 명이 넘는 소비자가 연회비 119달러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래서 구독경제의 시대라고도 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돈을 내면서까지 이들 플랫폼을 선택하고 이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구독이라는 강력한 팬덤은 압도적 경험이 제공하는 신뢰감과 수많은 사용자의 검증된 후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포노사피엔스들은 대중매체를 제대로 보지 않고 따라서 광고에 대한 노출도 많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많은 이들의 리뷰를 존중한다.

동시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선택에서 자유롭고 싶어한다. 포노 사피엔스의 일상은 매일이 끊임없는 선택이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 속에서 뉴스도, 음식도, 옷도, 게임도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런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준다.

왕홍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와 비슷한 연령이나 체형의 왕홍을 선택하면 나는 매일의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팬덤경제는 구독경제로 이어지고 구독의 경험이 만족스럽다면 자연스럽게 자발적 확산으로 이어진다. BTS와 ARMY의 관계처럼 말이다. 결국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팬덤의 핵심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물질자본 시대가 지나고 공감자본 시대가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팬덤의 크기가 기업의 가치가 되는 시대, 공감의 크기를 키우려면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휴머니티’다. 테슬라의 성장도 친환경·지구환경 보존 등 메시지가 분명하다. 아마존도 코로나 재난지원금만 3조원 정도를 기탁했고 MS도, 구글도, 페이스북도 사회 기부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플랫폼 기업들의 기부 현상은 팬덤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필연적이다. 마음을 사야 팬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조직문화 자체도 휴머니티에 기반을 둬 엄격하고 철저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최근 관행처럼 생각해오던 불합리한 업무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플엔 있고 삼성엔 없는 것은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이유는 명백하다. 휴머니티는 조직으로부터 배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사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고객도 순식간에 알게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팬덤을 만들려면 휴머니티를 근간에 깔아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들고 디지털 문명에서 살고 있지만 인류의 내면은 그대로다.

인류는 수만 년간 진정한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찾아내어 함께 고민해왔고 이제 소비자 절대다수가 권력자가 된 시대가 되자 그 잣대는 더욱 엄격해지고 견고해졌다. 자본과 시스템 권력이 전횡을 휘두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휴머니티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 공감 자산을 확대해야 개인도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시대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그들과 나의 공감능력, 우리 회사의 공감능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이 기회에 체크해보자. 그 크기가 나의 미래, 우리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②마지막 코드, 진정성

우리는 그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왔다. 제조업으로는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정말 어렵다는 반도체 산업을 리드하고 있고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 2위를 우리나라 기업끼리 다투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기에만 급급했던 우리나라 제조업이 이제는 어느새 많은 분야에서 앞서가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지금부터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문명의 교체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20년 12월 10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2300조원을 넘은 반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500조원에 겨우 도달했다. 사실 500조원도 놀라운 성과지만 애플에 비해 미래의 기대치라는 시가총액이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건 좀 억울해 보인다. 애플은 메모리산업도 없고, 디스플레이 산업도 없고 달랑 아이폰 하나뿐인데 말이다.

심지어 애플 제품의 부품에 메이드인코리아가 가장 많다고 일본이 걱정하는 중인데 애플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9년의 재무제표를 비교해 보더라도 애플이 좀 낫기는 하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2배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올해는 갤럭시가 선전하면서 삼성전자도 역대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갭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 삼성전자를 잡기 위한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이제 목표했던 일본을 적어도 디지털 제조 분야에서는 확실히 제쳤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메모리·디스플레이·스마트폰 제조에서 이제 우리는 당당히 세계 1위의 기술강국이 됐다. 그러니 이제 일본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 스펙을 기준으로 기술경쟁을 벌이면서 더 높은 메모리 집적, 더 높은 해상도, 더 높은 수율(收率) 경쟁을 해왔고 이제 거의 모든 전선에서 승리했다. 이제 일본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눈을 돌려 세계 최강 기업들을 봐야 한다. 삼성전자보다 4배의 점수를 받은 애플에 있는 것, 삼성전자에 없는 것은 명확하다. 바로 글로벌 팬덤이다. “됐고, 삼성 주세요”를 끌어내려면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가장 유명한 프리젠테이션을 남겼다. “애플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과 인문학(Liberal arts) 그리고 휴머니티를 결혼시켜 이 제품들을 완성했다. 그리고 비로소 소비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었다.”

애플의 팬덤은 결국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휴머니티의 결합을 통해 완성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7억 명의 애플 사용자를 중독시킨 비결은 제품 한가운데 휴머니티를 심고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요소들을 기술로 버무려냈다는 것이다.

이미 MZ 세대는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낸 팬덤을 기반으로 소비하고 있다. 미래시장을 잡으려면 기업과 사회 전체가 생각의 대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고객 중심의 경영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고 그 대상은 포노 사피엔스임을 엄중하게 인지해야 한다. 남은 과제는 진정성이다.

지금까지 언급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을 보면 과거 시스템 권력이 지배하던 시절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한 기준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혈연·지연·학연·자본보다 중요한 것이 팬덤을 만들어내는 실력이고 그 팬덤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감자산은 휴머니티를 근간으로 한다.

데이터는 대한민국의 성공을 장담한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10월 10일 펼친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서 리더 RM이 영상을 통해 팬덤 아미를 만나고 있다. /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포노사피엔스들이 추구하는 지구사회는 언뜻 파괴적이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는 순간, 지구 환경을 지키고 보다 공평한 사회를 추구한다는 더 나은 기준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명에 탑승하려면 디지털 수단의 활용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 된다. 이 새로운 문명의 기준에 맞춰 모든 생각과 일하는 방식까지 싹 바꾸겠다는 진정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고객과의 공감이 자산이고 이를 위해 휴머니티를 모든 기업 프로세스에 심겠다고 했으면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 추진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면 기부도 많이 하고 소외되는 계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생각했으면 그것이 회사 조직의 구성과 업무 프로세스에 반영되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전달되고 소통해야 한다. 그렇게 10년을 한결같이 진정성을 보일 때 지속가능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이면서 압도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건 기본이다. 이 모든 것을 창조하는 힘이 바로 진정한 실력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 인생을 걸어볼 만한 멋진 신념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수십 년 살면서 만나온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유독 ‘저 친구는 무조건 믿고 싶다’는 팬심이 생기는 친구들이 있다. 멋진 휴머니티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한 번도 그걸 배신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살아온 친구들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인간적 가치는 진정성이 아닐까.

디지털 문명 시대가 오히려 ‘당신의 인생을 걸어볼 만한 멋진 신념, 그리고 진정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세대와 직책에 상관없이 진짜 멋진 꿈을 품고 진정성 있게 그걸 살아내면서 성공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팬덤경제 시대, 성공의 비결이다.

데이터는 대한민국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샘 리처드 교수는 한류 특강을 하는 것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유명하다. 강의 내용은 이렇다.

“1966년 1인당 국민소득 110달러로 아프리카 가나보다도 못살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가 특이하게도 불과 50여년 만에 최빈국을 탈출해 세계 5대 제조 강국이 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현대 인류 100년사에 유일한 국가다. 그뿐이 아니다. 매력도도 엄청나다. BTS에 열광하고 블랙핑크에 열광하는 세계 청년들을 보면 정말 놀라운 나라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도 매우 모범적으로 이겨내고 있다니 도대체 코리안의 정체는 무엇인가.”

데이터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기적을 만든 것이 분명하다. 그 주역은 긴 고난의 시간을 살아내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위기를 넘어 기적을 만드는 잠재된 저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입증해 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코로나 위기나 디지털 혁명의 고통도 충분히 이겨낼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 문명에 맞춰 새로운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내 마음부터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수많은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사회적 고통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은 성장의 기회가 되는 반면,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절망적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걸 극복하지 못한다면 사회 전체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위기 해결을 위한 한국형 뉴딜은 이걸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배려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문명으로 함께 도전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거대한 위기를 공감했을 때마다 슬기롭게 함께 극복했던 우리의 DNA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할 때다.

새 문명에 맞는 새로운 기준 필요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고통 중 가장 큰 것은 양극화라는 지적이 많다.
19세기 말 봉건사회에서 근대문명으로의 전환기에 우리는 대륙의 문명 교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쓰라린 고통의 역사를 떠안아야 했다. 반면 일본은 그 시기를 통해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역사의 교훈은 명백하다. 혁명적인 새로운 문명 전환의 시대에 진입했다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과감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더욱이 새로운 문명의 기준이 휴머니티를 중시하고 정당한 실력과 공정한 경쟁을 지향한다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본 지면을 통해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맞아 바꿔야 할 9가지를 모두 정리해봤다. 그리고 오늘이 나의 마지막 연재다. 이야기를 풀어내며 사실 이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많은 사람을 생각하느라 마음이 심하게 아파 왔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것이 생존을 위해 끝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사피엔스의 오래된 숙명인 것을.

코로나로 모든 연말연시 모임이 취소되는 이 우울한 시대에 차분히 앉아서 내가 바꿔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쩌면 오늘 이 9가지 코드를 깊이 고민해보는 사유의 시간이 당신을 전혀 다른 미래로 데려갈 수도 있을 테니까. 기억하자. 당신은 여전히 기적을 만들어낸 이 멋진 나라의 주역임을. 더욱 멋진 미래, 당신도 함께 가자. 같이 가자 대한민국!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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