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정치풍향] 연초 정국 흔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의 향방 

중도층 흡수하고 보수층 분열 노리는 여권의 ‘양수겸장’ 정권 재창출 카드 

대선은 물론 文대통령 퇴임 이후 대응 포석… 이낙연 수혜 볼지는 미지수
환영 속 노림수 고심하는 野, 여권의 ‘통합 시리즈’ 전략 대처능력 키워야


▎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길게 보고 던진 카드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여당 내에서 격론이 일고 있다. 친문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이 대표 퇴진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6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당대표 퇴진 요구 권리당원 찬반투표’라는 게시글까지 올랐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 통합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기여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56.1%로 나타난 가운데 진보층에서는 81.4%가 부정적 응답을 내놨다(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이 대표는 나름대로 반전을 노리고 사면 카드를 던졌는데, 결국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접을까.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사면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친문계의 태도도 변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 그 날이 오면 친문계는 ‘역사적 결단’이라고 문 대통령을 칭송할 것이다. 그날은 이낙연 대표가 재평가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날까지 이 대표가 대선 후보로서 살아남는다면, 수혜 받을 것이란 점 역시 분명하다. 물론 그 날이 이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라면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격이 되겠지만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표가 던진 사면론에 언제쯤 응답할까. 당장 할 것 같진 않다. 이 대표의 제안 직후 청와대가 보인 반응은 ‘제안도 없었고 입장도 없다’는 것이었다. 1월 7일, 화상으로 진행된 ‘2021년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은 새해 국정 키워드로 ‘회복’, ‘통합’, ‘도약’을 강조했다. 특히 ‘통합’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언급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맞서 기울인 노력을 서로 존중해주고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발언이 결국 사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합에 어떻게 사면만 있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신년사에도 사면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더욱이 신년인사회에서 사용했던 ‘통합’이라는 단어 대신 ‘포용’을 사용했다. 이낙연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며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주장했고, 이후 ‘통합’이 곧 사면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같은 듯 다른 ‘포용’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사면 포기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통합’ 이전에 ‘포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문계를 비롯한 진보 지지층을 향해 이제 포용심을 발휘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진보 지지층 내의 여론 숙성 과정을 거쳐 결국 사면으로 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

강성 당원과 결 다른 친문계 “사면은 시점의 문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왼쪽) 전 대통령 사면론이 새해 벽두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평소 소통이 원활한 친문계 의원들의 태도도 눈길을 끈다. 강성 친문계에 속하는 설훈 민주당 의원은 1월 4일 한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면 제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충정이 있었다고 본다… 우리 당원들이 당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틀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라는 게 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1월 5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시점이 문제이지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었고, 사면 문제도 언젠가는 논의해야 한다”면서 “단순 선거용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놓고 한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친문계 의원들이 친문계 핵심 당원들과 달리 이낙연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홍 의장의 지적처럼 언젠가는 논의해야 할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정치 보복을 차단하는 데 필요하다. 둘째, 선거 때 통합을 내걸어야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정치보복이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대 전직 대통령의 운명을 보면, 역시 있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정치보복이 아니더라도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돼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때는 빨리 사면을 받는 것이 문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재임 기간 중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해주었다는 기록을 남겨두면 본인이 사면을 받기가 용이해질 것은 분명한 이치다.

선거 때마다 각 당은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다. 지지층 확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지율 추이를 보면 민주당은 중도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들의 표심을 빨리 다시 끌어모아야 재보선은 물론 차기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 이들에 소 구하기에 ‘통합’만큼 좋은 것은 없다. 사면은 국민 대통합을 지향하겠다는, 가장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의 경우 사면이 통합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46.9%, 긍정적 평가에 49.2%가 응답했다. 부정적 평가가 다소 높게 나오긴 했지만 오차 범위 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 때 중도층 가운데 절반만 지지를 해줘도 승산이 있다.

사면론에 애써 의미 축소하는 김종인, 왜?


▎5·18 사건과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으로 이뤄진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돼 귀가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오른, 앞서 ‘당대표 퇴진 요구 권리 당원 찬반투표’ 결과도 흥미롭다. 1월 10일 기준으로 퇴진에 찬성하는 비율은 34%(3422명)지만 반대하는 비율이 66%(6721명)로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 정도의 참여로 전체 당원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내 이 대표에 대한 고정 지지층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될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당내에 이 대표 퇴진에 대한 신중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다. 앞서의 친문계 의원들처럼 친문계 당원 중에도 전략적으로 어느 시점에 가서는 사면을 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실제로 사면을 선택하는 순간, 적극 찬성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일단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나면, 친문계와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다. 이것으로 프레임을 새롭게 짜 자신들은 국민 대통합 세력인 반면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들은 국론분열 세력이라고 공격하고 나설 것이 명백하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들은 여기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닌 듯하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민주당 내부 못지않게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국민의힘은 사면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 당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환영 입장을 내놨다. 주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1월 7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면은 빠를수록 좋고 그것이 4월 7일 시장 선거에서 여권에 도움이 되더라도 저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듣기에는 참으로 반가운 소리였을 것이다.

반면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전히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흔쾌히 환영하기에는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김 위원장이 이것을 놓칠 리는 만무하다. 다만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해 벽두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제기 직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첫 반응이었고, 1월 5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고, 현직 대통령이 그것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사면이 필요하다면 결심하면 그만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사면하거나 말거나 별일 아니라는 반응인 것이다. ‘의미 축소’ 전략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황이다. 과거 보수 정권의 잘못을 사과함으로써 새로운 보수 정당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곧바로 환영하고 나선다면, 비록 사면을 자청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순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여전히 과거 보수 정권과 결별하지 못하는 적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떼어내기 힘들어진다.

민주당으로서는 의도적으로 키우는 게 오히려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1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통합’ 대신 ‘포용’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은 그런 점에서 이낙연 대표의 사면 카드가 국민의힘에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인용하면, 이 조사에서 보수층 가운데 48.1% 역시 부정적 응답을 내놨다. 긍정적 응답은 50.1%로 오차범위 내다. 보수층 내에서조차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는 이슈인 것이다. 이런 이슈를 의도적으로 키워봤자 국민의힘에 이로울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의도적으로 키우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사면론을 향후 선거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외연 확대를 해나가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1차 목표는 중도층 흡수다. 2차 목표는 보수층 분열이다. 오는 4월 재보선에서 같은 기조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절정은 차기 대선이 임박한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월 재보선에서는 예비 카드로만 활용한 뒤, 차기 대선 직전에 필승 카드로 던지는 시나리오다.

이낙연 대표의 최근 움직임에서 대략 그 흐름이 읽힌다. 이 대표의 정치 일정과 행보가 철저하게 차기 대선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그렇다. 이 대표는 최근 이재명 경지지사와 차별화 포인트를 ‘통합’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련의 ‘통합 시리즈’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결과이자 대응전략이다. 사면에 이어 제기한 ‘코로나 이익 공유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1월 11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유럽은 코로나19 호황 계층을 승자라고 부르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 업종이 이익을 일부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은 우리 사회도 도입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선진국이 도입한 코로나19 이익 공유제를 강제한다기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도입하는 방안을 정책위,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와 경영계 등과 함께 검토해 주길 바란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업종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것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기에는 머쓱해지는 제안이다. 사면론과 그런 점에서 유사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빛의 속도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마치 ‘딱 걸렸다’는 식으로 대변인 논평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 기업과 국민의 희생 강요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정권의 발상, 참으로 무섭다…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좌파 프레임을 들이대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국정운영 측면에서의 좌우 경계가 한층 불분명해졌다.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케인스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좌우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민의힘이 선호하는 선별적 지급이야말로 가난한 자를 우선 지원하는 재분배 성격이 강한 사회주의적 정책이다. 국민의힘이 김종인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후 좌향좌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들이 반대하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에도 합의를 해줬다. 그런데 유독 이익 공유제에 대해서만 사회주의라며 극력 반대를 한다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슈 빼앗기고 돌발 악재 대응도 미숙한 野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7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 화상 연결로 참석하고 있다.
이익 공유제는 사회주의 프레임을 덧씌우지 않더라도 공격할 지점이 많은 설익은 제도다. 더욱이 ‘통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할 여지가 많은 제도이기도 하다. ‘통합 시리즈’로 생각해 내놓은 제안인데 ‘통합’과 오히려 역행한다면 패착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을 파고들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좌파 프레임으로 또다시 회귀하고 만 것이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고 제기하는 역량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다. 그런데 상대방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서도 옥석을 가려 정밀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보수 지지층조차 대안이 없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이러다가 악재 하나로 순식간에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돈다. 실제로 최근 잇따라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1월 7일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인턴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병욱 의원이 전격 탈당했다. 9일에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정진경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과거 성추행 징계 전력이 드러나 하루 만에 사퇴했다. 성추행 사건으로 궐위가 발생해서 서울과 부산의 새 리더를 뽑는 보궐선거를 치르는 마당이다. 되치기당하기 딱 좋은 일만 벌어지는 형국이다. 전략기획 역량 부족에 상황관리 역량 부재까지 겹악재가 쌓이고 있지만, 그래도 최근 복원된 정당지지율만 믿고 가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향후 선거에서 민주당의 ‘통합’ 공세가 쏟아지는 속에 돌발 악재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도 의문이다.

앞서 사면 카드 활용의 절정은 차기 대선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화룡점정을 찍는 방식이 될 것이다. 연초부터 ‘통합’에 시동을 건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와 별도로 일련의 ‘통합 시리즈’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것으로 4월 재보선의 승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 승리의 기초를 닦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사면과 같은 정치적 제안일 수도 있고, 이익 공유제 같은 정책적 제안일 수도 있다. 임기 말에 지지율까지 하락하는 열세 국면이기 때문에, 아주 공격적으로 제안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봐야 한다.

‘통합 시리즈’ 공세에 국민의힘 준비돼 있을까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全)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낙연 대표도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하루 앞둔 1월 10일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 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벌써 당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모든 국민에게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이미 던지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이슈를 던질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부동산 관련 정책이 아닐까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최근 ‘민관합동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을 개시했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강화하거나,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비강남권의 서울시민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재개발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결국 민간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매표전략을 구사하면, 이번 재보선 역시 지난 총선처럼 속절없이 패배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 비슷한 제안 가운데 ‘똘똘한 이슈’ 하나면 사실 선거는 끝난다. 이런 일련의 ‘통합 시리즈’에 국민의힘이 유효하게 대응해야만 그나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이것을 능가할 ‘똘똘한 이슈’를 제기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역시 국민의힘의 기획 역량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 개개인도 이런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후보군도, 대선 주자군도 마찬가지다.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은 일단 사면 이슈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전략적 후퇴다. 하지만 일련의 ‘통합 시리즈’를 선보인 뒤, 차기 대선이 임박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대한 정치적 결단으로 포장해 내놓을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그것이 차기 대선 판세를 뒤집을 의외의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앞서 지적했듯이 지금은 반대하는 친문계도 그때는 오히려 이것을 정권 재창출 필승 카드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까지 포섭해나가는 전략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월 1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대통령이 애드벌룬을 띄웠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얘길 꺼냈고 이 대표가 자기 의견으로 얘기해 여론의 반응을 살펴봤을 것이다.” 사면론을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제기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용의주도함으로 차기 대선 직전 극적 상황을 연출했을 때, 국민의힘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images/sph164x220.jpg
202102호 (2021.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