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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바이든시대’ 글로벌 지형이 달라진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신년 특강-‘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재건’ 

“정치의 양극화 극심, 미국은 지금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 중” 

학교법인 경희학원 초청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글로벌 질서 위기 진단
“중국에 대한 환상 깨져 미 대통령 바뀌어도 미·중 마찰 계속될 전망”


▎지난 1월 4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학교법인 경희학원 시무식에서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화면 왼쪽)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경희대
학교법인 경희학원(이사장 조인원)에서 매우 독특한 시무식이 열렸다. 지난 1월 4일 경희대에서 열린 2021년 시무식의 하이라이트는 특별 강연이었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가 연사로 초청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라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주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는 재건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놓고 토론했다. 지금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의 근원과 무관하지 않은 주제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 같은 세계적 대재앙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그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대외정책 수립에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특강의 부제도 ‘새 바이든 행정부와 글로벌 질서의 위기(The new Biden administration and the crisis of global order)’였다.

비대면 화상회의에는 경희학원 각급 기관장 및 보직자, 교직원 등이 참여했다. 아이켄베리 교수가 먼저 특강을 했고, 송세련 경희대 로스쿨 교수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바이든에 조언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주창자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외정책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 사진:경희대
이날 특강의 키워드는 ‘국제주의’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국제주의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A World Safe for Democracy]라는 책을 지난해 9월 출간했다. 책 제목을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상’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국제주의와 대립하는 용어는 ‘현실주의’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적 협력을 중시하는 국제주의는 자국의 현실적 이익을 내세우는 현실주의와 대비된다. 미국은 현재 정책이념으로 보면 국제주의와 현실주의가 격돌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이 국제주의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주의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다.

국제주의는 말 그대로 국제적 협력을 지향한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다자간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 같은 지구촌 공동의 이슈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은 다시 가입하려고 하는 데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바이든은 이런 국제기구에 미국이 복귀하는 것을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아마 바이든이 취임하는 1월 20일이 새로운 전환의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재가입이 바이든의 첫 대외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켄베리에 따르면, 건국 이래 미국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는 자유주의와 국제주의다. 두 이념을 합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라고도 부른다. 아이켄베리가 최근 저서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였다. 그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바탕에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놓여 있다고 본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4년 동안에 지난 75년간 지속한 국제주의의 가치가 무너졌다고 한다. 그렇게 무너진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아이켄베리는 주장하고 있다.

아이켄베리는 현재 3가지 글로벌 위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첫째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이다. 둘째는 코로나 팬데믹이 보여주는 ‘근대성의 위기’이다. 셋째는 헌법, 표현의 자유, 정당 정치 등이 훼손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설명하면서 그는 ‘스트레스 테스트(시험)’라는 흥미로운 표현을 사용했다. 스트레스는 고통을 의미한다. 그는 “미국에서 지금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헌법, 표현의 자유, 정당 정치 등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3가지 글로벌 위기가 중첩돼 발생하면서 국제 협력과 국제주의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의 운명과도 직결된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국제주의가 바이든 시대의 외교정책 이념이 되면 미·중 관계도 개선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는데, 일단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미·중 관계는 미국의 대통령 교체와 상관없이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이를 바이든 시대의 ‘나쁜 소식’이라고 소개했다. “미·중 관계에 있어서 나쁜 소식이라면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 협력의 르네상스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여전히 미·중 관계는 어려울 겁니다.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게 될 겁니다.”

아이켄베리는 ‘나쁜 소식’만 전하는 것으로 특강을 그치지는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했던 발언에 주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과 관세 같은 협소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가운데 좀 더 포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지는 못했다고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발언한 점을 주목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중 관계와 관련된 좀 더 포괄적인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동맹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나 일본과의 안보 문제는 좀 더 강조할 것입니다. 아세안이라든가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늘어날 것이며, 이 지역에서의 국제협력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도 더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면 사실 중국과의 관계는 더 껄끄러워질 수 있겠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홍콩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 중국 내 모슬렘 핍박 등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잘 얘기를 안 했는데, 그런 문제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만과의 협력,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증강 등을 둘러싸고도 미·중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지정학·근대성·자유민주주의 위기 동시 진행 중


▎2012년 2월 방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미 국무부 오찬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어려운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그의 강연을 듣다 보니, 향후 미·중 관계는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미국의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된 일종의 공통된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이켄베리는 “환상이 깨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중 관계가 어려운 것이, 사실 미국의 대외기관 옵서버로서 말씀을 드리면, 중국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계속 지켜봐온 국제정치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정책결정권자들의 중국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미·중 관계에 대한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의 차이를 넘어 그 밑바닥에는 중국에 대한 그 같은 부정적 정서가 공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전략이 원래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냉전이 끝난 1990년 이후 중국의 경제가 오늘날처럼 도약하는 데 미국이 도움을 주었다. 중국이 WTO의 멤버가 되는 것을 환영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각종 국제기구와 글로벌 시스템 속으로 중국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좀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기를 미국은 기대했었다고 한다. 중국 경제를 미국이 도와주면 중국이 점차 자유민주주의의 일원으로 변화해갈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외교정책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와서 보니까 그 같은 기대가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아이켄베리는 이렇게 예상했다. “대통령이 바뀌는 것하고는 상관없이 미국의 대외정책 입안자들이나 외교를 하는 이들이 중국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바이든 임기 4년간 이 마찰은 계속 존재할 겁니다.” 이 같은 아이켄베리의 말을 종합해보면, 미국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은 냉전 이후 줄곧 자유주의적 낙관론이 우세하여 중국을 지원했다가, 트럼프 등장을 전후하여 부정적으로 바뀌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실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은 국제주의자들의 중국에 대한 판단 착오를 비판했고, 이런 과정에서 미국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재임 4년간 국제 질서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다시 국제 협력을 요청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아이켄베리는 보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주의가 예전처럼 중국을 온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도입된 자본주의는 자유주의가 빠진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없는 자본주의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행정부가 교체된다고 해도 미·중 관계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마찰과 대립을 보이면서도 환경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할 여지를 찾아보자는 것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입장인 것 같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빠진 중국의 자본주의 한계 지적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아이켄베리의 강연은 미·중 관계와 관련해서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번갈아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에 따르면,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로 보였다. 아이켄베리는 환경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지구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리더로서 미·중 양국이 선의의 경쟁을 전개한다면 긍정적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전 세계에서 자국의 지위를 좀 더 높이고 영향력을 발휘하며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리더가 되고 싶을 겁니다. 중국 쪽에서도 이런 발표가 있었죠. 중국에서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물론 한국과 일본, 유럽의 국가들은 중국보다 더 큰 목표를 설정해서 2050년에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든 행정부도 비슷한 선언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하고 난 후 탄소 중립 관련 선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1940년대에 이런 얘기를 했죠. 경제통화는 미인대회에 참가한 후보들처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통화로 보이기를 원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미·중 두 강대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 최고의 미인이 되고자 노력을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지금 우리는 그런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초강대국이 이러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미·중관계에서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켄베리의 이야기는 결국 미·중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촌에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을 전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미·중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추한 경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을 하자는 그의 이상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중국이 전 세계 탄소 총 배출의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탄소 집중적인 정책입니다. 미국은 중국보다 더 많은 탄소 배출을 해왔지만, 지금은 연간 15% 정도 됩니다. 미·중 두 나라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나라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소식이 되는 것이죠.

2020년의 코로나 위기는 인류가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면, 즉 민족주의와 비(非)자유주의를 가속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처해 있는 공동의 어려움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죠. 인류가 처해 있는 운명과 상호 의존성을 잘 보여줬습니다. 국제 협력이 없으면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잘 조명해준 것입니다. 또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습니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잘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 것이 코로나 위기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1년은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한 상상력을 새로 만들어가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아이켄베리의 강연이 끝난 후 자유로운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중국 관련 질문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심해지면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경우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섞인 질문이었다. “지금은 초강대국의 경쟁 시대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습니다. 미·중 두 나라가 뭔가를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특정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래도 두 나라 사이에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인데, 아마 중국을 좀 더 자유민주주의 방향으로, 그러니까 국제 협력을 위한 개혁을 좀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 질서가 냉전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련이 주도하는 바르샤바 조약 진영과 미국이 주도하는 반공산주의 동맹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하는 방향도 그런 것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자유민주주의 세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이 가능한 길도 찾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지구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면 중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비전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의 미래는 사회주의 체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주의가 없는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없는 자본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의 모습을 띨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중국이 좀 더 다른 경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입장 차이는 있겠죠. 가치관에 대한 차이도 있을 거고요. 정치적인 원칙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미·중 협력 가능할 것”


▎2015년 11월 중국 산시성의 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 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그렇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근대성(modernity)의 문제들입니다.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근대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입장 차이를 좀 더 극복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민주주의 국가들이 좀 더 훌륭한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중국도 더 좋은 모습을 띨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동시에 좀 더 넓은 지평을 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되, 동시에 인간이라는 종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죠.”

토론은 자연스럽게 지난해 미국에서 부각된 ‘D10(Democracies 10·민주주의 10개국)’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에 ‘민주주의 정상회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면서 미국이 세계의 리더 위상을 잃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의체를 제안했다. 바이든의 구상 이전부터 D10에 대한 논의는 이미 미국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었다. D10에는 기존의 G7 참가국에 더해 한국·호주·인도가 새로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다. 아이켄베리도 D10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G7 대안으로 민주주의 10개국 정상회의 ‘D10’ 필요

“D10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국가들의 연합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G7이 너무 작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제안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만난 G7 정상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한 성명서 발표도 못했습니다. 제가 국제주의 혹은 다자간 협력의 위기를 언급하는 이유입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해 지구촌의 모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D10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진정으로 D10 국가의 연합이 하나의 해결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이켄베리는 바이든 행정부 앞에 여러 난관이 놓여 있다고 했다. 미국 내 정치의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의 치유’를 강조했지만 쉽게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갈등의 상황을 그는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말로 표현했다. “미국 스스로 치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고 바로 고쳐질 것 같지 않아요. 미국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중입니다. 미국의 제도나 기관들은 이 시험을 통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특강 시작과 말미에 인사말을 한 조인원 이사장은 코로나와 기후변화 문제 등에 많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코로나 재난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공동으로 도모할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팬데믹·기후변화 같은 ‘지구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포괄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삶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가 더 성찰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국제 토론장으로 변신한 경희학원의 ‘이색 시무식’ - 조인원 이사장 “초연결시대 삶과 교육의 미래 진단”


▎지난 1월 4일 열린 학교법인 경희학원 시무식에서 조인원 경희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경희대
학교법인 경희학원의 2021년 시무식은 이례적이다. 흔히 시무식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새해 인사와 덕담 주고받기 방식이 아니었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의 특별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본격적인 국제 토론장이었다.

특강의 주제도 학내 문제에 국한하지 않았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라 할 수 있는 국제주의를 내걸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끌 미국의 새 행정부가 기후변화 문제 같은 지구촌 공동의 이슈를 국제적 협력을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를 놓고 토론했다.

이에 앞서 경희학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이번처럼 법인 이사진, 산하 각급 기관장 및 보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초청해 ‘이색 공청회’를 연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진단하며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을 포함한 초·중등 교육기관, 의료기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조 이사장은 “초연결의 시대에 우리 삶을 생각하고, 교육기관의 책임과 미래를 진단해보는 자리”라며 “향후 인류가 겪게 될 미래를 예찰해 학술·교육기관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결과를 학원 운영과 교육과정에 반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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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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