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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월간중앙 공동기획 - ‘한자어 진검승부’(3)] 우주(宇宙) - 별 이름의 인문학 

인간은 ‘앎’을 추구해가는 존재 언젠가는 답을 찾으리… 

기원전 2000년부터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별을 관측·기록해왔지만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은 이 우주에 비하면 모래알에 불과할 수도


▎2013년 8월 12일 새벽 강원도 영월군 별마로 천문대 위로 유성 하나가 별 궤적을 가로질러 떨어지고 있다.
별 바라보기


▎[소전(小篆)]에 실려 있는 明의 자형. / 사진:연규동
전기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밤하늘을 잃어버렸다. 창가에 휘영청 스며드는 달빛이 얼마나 환하다고 느꼈으면, 옛날 사람은 ‘밝다’라는 추상 개념을 창에 비친 달을 그려서 표현했을까.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별과 은하수를 만끽할 수 있었던 지난 시기의 낭만을 더는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수천억 개의 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많은 별은 우주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제자리에서 돌고 있을 뿐이지만, 인간은 새삼스럽게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노래하며 별을 찾아내고 이름을 붙여줬다.

서양 문화권에서 별 이름은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반면 동양 문화권에서는 오행(五行)에 따라 별 이름을 붙였다. 오행이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다섯 가지 과정에 따라 우주의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별과 요일

기원전 2000년쯤부터 옛날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태양계의 별을 체계적으로 관측하고 기록해 왔다. 그래서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 다섯 개의 행성과 해와 달이 땅을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다.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별이 이 일곱 개이므로, 여기에서 7일을 한 주기로 묶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그리스·인도를 거쳐 중국에 전파되면서 ‘칠요(七曜)’라는 개념으로 정착되게 된 것이다(‘요[曜]’는 “빛나다”라는 의미다). 조선 세종 때 편찬한 천문역법서인 [칠정산(七政算)]이라는 책 이름도 일곱 개의 별이 하늘의 변화와 인간 사회의 정사(政事)를 주도하는 천체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다만, 동아시아에서 칠요는 별점을 치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고, 19세기 말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현대와 같이 요일(曜日)을 기준으로 생활하게 됐다. 한국은 1895년 갑오개혁 때 요일제가 채택됐다.

흐르는 물같이 빠른 수성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이다. 수성을 가리키는 머큐리(Mecury)는 로마 신화의 ‘메르쿠리우스(Mercurius)’에서 기인한 이름이다. 메르쿠리우스는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에 대응되는데,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가장 빨리 전해주는 부지런한 신이다. 수성의 공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88일에 불과해서 빠른 속도로 천구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헤르메스·메르쿠리우스의 속성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수성을 ‘진성(辰星)’이라고 불렀으며, 오행의 ‘물(水)’에 적용했다. 수성의 공전 속도를 빨리 흘러가는 물에 비유한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일본·베트남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수성(水星)’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진성’으로 표기된 기록보다는 수성으로 지칭하는 기록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진성’과 발음이 같은 진성(鎭星)·진성(軫星) 등과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성은 태양과 가까이 있어 관측하기 어려워서, 해가 뜨는 아침이나 해가 지는 무렵에 짧은 시간 동안만 겨우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다른 별보다 기록이 드문 것은 이 때문이다.

노란색의 화려한 금성

금성은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으로, 밝은 노란색의 화려한 별이다. 서양에서는 로마 신화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을 상징하는 신의 이름을 따라 ‘베누스·비너스(Venus)’라고 부른다.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에 대응된다. 고대 중국에서도 밝고 희게 빛나는 특징에 따라 오행의 ‘금(金)’을 적용했다. 또한 “크게 밝다”는 의미로 ‘태백성(太白星)’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정말로 해가 서쪽에서 뜨는 별은?

금성은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태양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수성처럼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직후에 잠깐만 볼 수 있는데, 새벽에 보이는 금성은 ‘계명성(啓明星)’, 저녁 무렵에 나타나는 금성을 ‘장경성(長庚星)’이라고 불렀다. “태백성은 늘 해에 붙어 다니는 것인데, 해에 앞서 다니는 것을 계명(啓明)이라 이르고, 해를 따라다니는 것을 장경(長庚)이라 이릅니다.”([연산군일기] 3년 9월 2일 조)

우리말에서도 새벽에 동쪽 하늘에 뜬 금성을 ‘샛별’이라 하고, 해질녘에 서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따로 불렀다. 샛별의 ‘새’는 ‘동쪽’ 또는 ‘흰(白)’을 뜻한다. ‘샛바람’이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가리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개밥바라기’는 개가 농사일 나간 주인을 기다리다 저녁나절에 배고파 할 무렵에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도교의 [성경]의 ‘이사야서’에도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공동번역),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개역)”가 등장하며, 요한묵시록에도 “나는 다윗의 뿌리에서 돋은 그의 자손이며 빛나는 샛별이다(공동번역), 나는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니 곧 광명한 새벽 별이라 하시더라(개역)”와 같이 보인다. 불교에서도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 앉아 정진하신 지 7일째 되던 새벽에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승이 내려온다.

역모·질병 등 부정적 이미지 갖게 된 이유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 (1889), 뉴욕 현대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뜻할 때 우리는 흔히 “해가 서쪽에서 뜬다”라고 하는데, 금성에서는 정말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 금성의 자전축은 177도인데, 180도에 가깝게 뒤집혔기 때문에 다른 행성들과 달리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별, 화성

화성(火星)은 다른 어떤 별보다 매우 붉게 보이는 행성이다. 이름에 불을 뜻하는 화(火)가 들어간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화성을 ‘형혹성(熒惑星)’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화성의 색깔을 불빛이 환한 모습에 비유해서 ‘형(熒)’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형(熒)’과 ‘혹(惑)’은 둘 다 “현혹하다, 미혹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하기도 한 것이다. 화성이 일시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겉보기 역행 운동’은 지구의 바깥에 있는 화성의 공전 속도가 지구의 공전 속도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태양을 중심으로 본다면 화성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으로 공전할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양권에서 화성은 역모·질병·죽음·기근·전쟁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조선왕조실록]에 화성은 500여 번 기록돼 있는데, “제왕의 위치를 나타내는 자미원(紫微垣)에 형혹성(熒惑星)이 침범하고, 나라의 근본이 되는 삼남 지방이 온통 황폐해졌습니다. 하늘과 조종께서 시종 경고를 보여 보전해 주려는 뜻을 보임이 여기에 이르러 지극하다 하겠습니다(인조 12년 5월 27일자)라는 기록이 화성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서양에서도 화성의 붉은 색이 전쟁, 피를 떠올리게 하므로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을 따라 부른다. 화성이 남성적인 느낌이 들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반면 금성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대표한다.

갈릴레오의 별, 목성

목성은 달과 금성 다음으로 하늘에서 밝게 빛나기 때문에 관측하기 아주 쉽다. 또한 목성은 지구의 11배를 넘는 거대한 행성으로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부피가 크고 무거운 별이기에, 로마 신화에서 최고의 신에 해당하는 ‘유피테르·주피터(Jupiter)’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신들의 왕 제우스(Zeus)에 해당한다.

목성의 공전 주기는 약 12년으로, 동양의 12지(十二支)도 목성의 운행과 관련돼 있다. 12년에 한 번 도는 목성을 보고 하늘을 30도씩 12등분 해서 차례로 1년에 하나씩 거쳐서 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 목성을 ‘세성(歲星)’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연유가 있다. 또한 나라에 복이 있거나 현인의 출현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복성(福星)’이라고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세성은 80여 번, 복성은 여섯 번 기록돼 있다.

갈릴레오는 1610년 망원경을 이용해서 목성 주변에서 네 개의 위성을 처음 발견했다(현재까지 발견된 목성의 위성은 모두 79개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도는 별을 발견하게 되면서,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돈다는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갈릴레오가 발견한 위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사랑했던 이들의 이름을 따서 ‘이오·유로파·가니메데·칼리스토’라고 명명됐다.

반지를 낀 별, 토성

토성은 태양계 내의 행성 중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별이다. 토성의 이름은 로마 신화의 ‘사투르누스(Saturnus)’에 기원을 두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에 해당된다. 토성이 제우스를 상징하는 목성 바로 바깥에서 천천히 돌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아들 제우스에게 쫓겨난 크로노스 같다고 여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공 굴러가듯 자전하며 태양을 도는 별


▎1. 화성은 다른 어떤 별보다 매우 붉게 보이는 행성이다. / 2. 천왕성은 어두워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3.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 / 4. 명왕성의 ‘명왕(冥王)’은 명계(冥界)의 왕이라는 뜻이다.
또한 농경의 신 크로노스(Cronus)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의 이미지가 결합해서 큰 낫을 들고 있는 늙은 노인으로 상징하게 됐다. 따라서 천왕성과 해왕성이 알려지기 전에는 토성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어서 춥고 어두울 뿐만 아니라 공전 주기가 30년이나 돼 매우 느린 것에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됐다.

동양에서도 오행에 따라 ‘흙(土)’에 배당됐는데, 토성의 색깔이 황토색이기 때문이다. 또한 느리게 공전하는 것 때문에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진성(鎭星), 전성(塡星)’이라고도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진성은 일곱 건, 전성은 여섯 건, 토성은 200여 건 등장한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를 보고 귀가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로부터 50년 뒤 다른 천문학자가 그것은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토성에 떨어져 있는 얇은 고리라는 것을 밝혀냈다.

셰익스피어와 천왕성

천왕성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우라노스(Uranus)’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는 크로노스(로마 신화의 사투르누스)의 아버지인데, 천왕성이 토성 바로 바깥에 있으므로 토성(사투르누스)의 아버지에 빗댄 것이다.

천왕성보다 앞서 이미 고대 시절부터 널리 알려진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은 로마 신화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천왕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특징이다. 만약 로마식 이름을 붙였다면 우라노스에 대응되는 로마 신화의 신 카일루스(Caelus)가 돼야 했었다. 하지만, 로마 사람들이 로마 신화의 신들을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동일시했지만 카일루스만은 우라노스와 동일시하지 않고 독자적인 로마 신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우라노스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동아시아의 기록에는 천왕성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천왕성은 오래 전부터 맨눈으로 희미하게 볼 수 있었으나, 어두워서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매우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도 18세기 후반이 돼서야 이름을 얻게 됐다. 한자권에서 사용하는 ‘천왕성(天王星)’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를 의역한 것이다.

염라대왕에서 따온 ‘염왕성’이라 부르기도

별 이름이라는 관점에서 천왕성의 또 다른 특징은 27개나 되는 위성의 이름이 문학 작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금까지 봤듯이 천체의 이름은 대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 이름으로 명명되는 관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천왕성의 위성 이름 중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만을 일부 보자면 [리어왕]의 코델리아(Cordelia), [햄릿]의 오펠리아(Ophelia),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비안카(Bianca), [오셀로]의 데스데모나(Desdemona), [로미오와 줄리]의 줄리엣(Juliet), [베니스의 상인]의 포르티아 (Portia) 등이 있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무려 98도나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다른 행성들은 팽이가 도는 것처럼 자전하지만 천왕성은 공이 굴러가듯 자전하며 태양을 돈다는 점에서 다른 별과는 특이한 움직임을 보인다.

바다 빛깔을 닮은 해왕성

해왕성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다. 원래 해왕성 바깥에 명왕성이 있었으나 명왕성은 2006년 행성 분류에서 제외됐다.

해왕(海王)은 ‘바다의 왕’이라는 뜻의 한자어로,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인 ‘넵투누스(Neptunus)’를 의역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Poseidon)이라고 불린다. 1846년 발견된 이 별의 이름을 바다의 신으로 정한 이유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신 중 행성에 이름을 붙이지 못한 신이기 때문이었다.

해왕성은 밝고 맑은 푸른색을 가지고 있어서 바다의 신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지만, 이는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근대에 망원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해왕성에 대한 기록은 없으며, 그 색깔도 알 수 없었다. 해왕성은 당시에 이미 알려진 천왕성의 공전 궤도 운동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는 데 착안해 무언가 다른 천체의 중력 영향이 있을 것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발견한 행성이다.

방탄소년단과 명왕성

“나에겐 이름이 없구나/ 나도 너의 별이었는데/ 넌 빛이라서 좋겠다 난 그런 널 받을 뿐인데/ 무너진 왕성에 남은 명이 뭔 의미가 있어.” 세계적인 음악 그룹 방탄소년단이 부른 노래 ‘134340’의 가사 중 일부다.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돼 왜소 행성이 돼버렸고 이제는 소행성 번호 134340으로 불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이 노래는 사랑의 이별을 비유한 곡으로, 헤어졌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별의 순간을 명왕성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명왕성을 부르는 이름인 ‘플루토(Pluto)’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인 ‘플루톤(Pluton)’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다. 플루톤은 로마 신화에서 저승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Hades)에 해당한다. 생물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춥고 어두운 별에 어울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명왕성(冥王星)의 ‘명왕(冥王)’은 명계(冥界)의 왕이라는 뜻으로, 명계는 사람이 죽은 후에 가서 산다고 하는 영혼의 세계를 가리킨다.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이라는 뜻의 명복(冥福)이나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명상(冥想) 등에 쓰이는 ‘명(冥)’은 아득하고 어두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글자는 어떤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과 두 손을 상형해서, 어두운 곳에서 두 손을 더듬어 사방을 분간하려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같은 한자권이지만 베트남어에서는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이 지은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저승의 왕인 ‘염마(閻魔)’ 즉 염라대왕(閻羅大王)에서 따온 ‘염왕성(閻王星)’이라는 명칭을 명왕성 대신에 사용한다.

그 이전까지 태양계 행성이 모두 유럽에서 발견됐는데,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가 발견해 미국 천문학의 자부심이 담긴 별이다. 명왕성이 한 바퀴 자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보면 248년이라고 한다.

宇宙는 시공 결합한 질서 상태 의미


▎宇의 갑골문 형태. / 사진:연규동
혹시 지구인이 나중에 명왕성에 이주하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들은 생애의 대부분 동안 하나의 계절만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별에서 어떤 이는 한평생 여름만, 어떤 이는 늘 겨울만 살다 가겠지. 그러고 보면, 지구 상에서는 내년을 모르는 매미도, 내일을 모르는 하루살이도 딴 별에 가면 내년과 내일을 누릴지도 모르지.”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내일도 안 보이는 것은 아니야. 거기 있는 줄 몰랐다고 거기 없던 것도 아니야. 이름이 어떻든 누가 알아주건 말건 넌 이미 세상을 이루고 우주는 너를 알고 있어.” 세상의 모든 명왕성에게 바치는 필자의 헌사(獻辭)다.


▎[설문해자]에 실려 있는 宙의 자형. / 사진:연규동
‘우주’라는 개념

우주는 넓고 넓다. 우주를 지구 크기로 줄이면 우리 은하는 작은 수영장 크기이고, 태양계는 모래알 크기에 불과하며 지구는 그야말로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된다고 한다. ‘우주(宇宙)’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이 글에서는 그저 모래알 하나만을 겨우 다룬 셈이다.

‘우(宇)’는 본래 집의 처마를 뜻하며, ‘주(宙)’는 집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를 뜻하는 글자였다. 고대 철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宇’를 무한히 늘어나는 천지 사방의 공간으로, ‘宙’를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원을 향해 끝없이 뻗어가는 시간으로 인식해 ‘우주(宇宙)’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즉, 우주라는 단어에는 시간 개념과 공간 개념이 다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 한자 학습서에서는 ‘宇 집 우, 宙 집 주’로 풀이돼 있는데, [신증유합]에는 ‘宙 고금(古今) 주’라는 풀이도 있어 흥미롭다.

서양어에서는 ‘스페이스·유니버스·코스모스’가 모두 우주로 이해된다. 스페이스(space)는 지구 대기권 바깥 공간을 가리킨다. 사람이 직접 갈 수 있거나 인공위성 등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므로, 우주선(Space Ship), 우주여행(Space Travel,), 우주전쟁(Space War) 등에 쓰인다. 태양계를 벗어난 외계는 ‘Outer Space’라고 한다.

유니버스(universe)는 삼라만상을 포함한 이 우주 전체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천문학이나 물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우주를 지칭할 때 쓰인다. 코스모스(cosmos)는 질서 상태에 있는 조화로운 우주를 뜻한다. 카오스(chaos)와 반대되는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뜻한다. 동양 개념인 ‘우주’도 시공이 결합된 질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코스모스와 유사성이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주인공은 옛날엔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주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지금은 땅만 보면서 먼지투성이의 지구만을 걱정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탐험가이자 개척자’이기 때문에 인류는 보잘것없는 존재에서 지금의 문명을 이뤄온 것이다. 인류가 이제까지 축적해온 지식은 이 우주에 비하면 모래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앎’을 추구해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 연규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 iamyurn@gmail.com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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