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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27년 만에 우승 도전장 낸 류지현 LG 감독 

“객관적 전력은 3~4위쯤 그러나 더 좋아질 수 있어” 

1994년부터 트윈스 줄무늬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
“코치들에게 많은 권한 줘서 시너지효과 극대화할 터”


▎류지현 신임 LG 트윈스 감독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 사진:LG 트윈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인 1월의 어느 날. 잠실 야구장 내 프로야구 LG 트윈스 감독실에 들어서자 류지현(50)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아직 감독실 의자보다 회의용 테이블이 익숙하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13대 LG 감독으로 선임됐다. 류 감독은 선수·코치로 27년(2007~08년 시애틀 매리너스 연수 포함) 동안 LG에서만 지낸 원클럽맨이다. 노트북을 한참 들여다보던 그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얼굴엔 희망과 고민이 반반쯤 섞여 있었다.

LG 팬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류 감독 취임식이 열린 구단 사무실에는 화환이 도착했다. ‘우윳빛깔 우리 감독님 꽃길만 걸으시길, 오빠한테 낚여서 27년째 엘지 팬 일동’이라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류 감독에 대한 기대와 응원이 한껏 담긴 선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우리 팀을 너무 잘 아는 코치라 좋지만,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LG 출신 코치들이 많이 돌아오는데 순혈주의에 빠지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반문도 있었다. 류지현 감독이 바라보는 올해 LG 트윈스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2021시즌 프로야구는 어떻게 펼쳐질까.

류지현 감독은 충암고-한양대를 거쳐 1994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94년은 LG 팬들에게 특별한 해다. 류지현·김재현·서용빈 ‘신인 트로이카’가 혜성처럼 나타나 창단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뛰어난 기량에 외모까지 갖춰 농구장에서 보이던 ‘오빠 부대’를 야구장으로 끌고 왔다. 류 감독은 “나는 귀여운 편이고, 김재현 해설위원은 잘생겼고, 서용빈 감독(KT 2군)은 멋있는 스타일”이라고 정리했다. 세 사람이 전성기를 누린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LG는 ‘신바람 야구’로 야구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첫사랑 LG에서 감독까지 된 남자


▎현역 시절 류지현 LG 감독의 송구 동작. 류 감독은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수비가 일품이었다.
류 감독은 현역 시절 ‘꾀돌이’라 불렸다. 선구안이 뛰어나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도 뛰어났다. 선두 타자로 공을 많이 던지게 한 뒤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척하며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데 능했다. 통산 타율 0.280, 64홈런 379타점 296도루. 대학 시절 부상 여파로 어깨가 강하진 않았지만, 빠른 발과 경쾌한 스텝을 살린 수비도 일품이었다. ‘야구 천재’ 이종범과 동시대에 활약해 넘버원 유격수로 불리진 못했지만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 말년은 꽤 괴로웠다. 원치 않는 포지션 변경(유격수→2루수)을 거치고, 연봉조정을 하는 등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2004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류 감독은 “솔직히 연봉조정이나 은퇴 직전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구단에 지명됐고, 평생을 뛴 뒤 코치와 감독이 됐다.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코치 생활 2년을 한 뒤, 2007년 미국으로 떠났다. 류 감독이 유일하게 LG를 떠난 시기이자,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다. 류 감독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코치로 미국에 갔다. 여기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감독직이 공석인 상태라 이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구단에서 전혀 도움을 받지 않았다. 새로운 야구를 공부하고 싶었다. 당시 LG 통역을 지냈던 나도현 KT위즈 데이터 기획팀장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를 30여 구단에 제출했고,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양키스는 코치 연수가 아니라 아시아 담당 직원이 돼달라는 것이었고, 시애틀의 조건이 가장 좋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첫해 루키팀에서 코치를 지낸 류 감독은 말 그대로 ‘맨땅에서 헤딩’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일찍 운동장에 나가 여러 사람과 대화했다. 팀에서도 그런 노력을 인정했다. 류 감독은 “보통은 루키팀에선 감독이 주루코치를 하는데 시즌 중반쯤 ‘제이, 나가서 해봐’라고 하더니 끝까지 맡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해 팀은 우승했고, 시애틀 구단도 류 감독을 좋게 평가해 이듬해엔 트리플A 팀으로 고속 승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간 가족과 지내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상위 싱글A 팀(하이데저트 매버릭스)으로 가서 두 번째 시즌을 치렀다. 류지현 감독은 “빌 바바시 단장이 ‘RYU’라는 이름이 새겨진 우승 반지를 주더라. 첫해는 창고에서 남는 유니폼을 받아서 헐렁하게 입었는데, 두 번째 해엔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라커룸에 걸어놔서 감동했다”고 떠올렸다.

류 감독은 “정말 많은 걸 배웠다. LG에서만 뛰던 내 야구 시야를 넓힐 좋은 기회였다. 더 있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단기 연수가 아닌 2년간 팀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야구단 조직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다. 당시 칼럼을 연재했는데,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경험을 통해서 야구관도 새롭게 정립했다”고 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류 감독은 자연스럽게 다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LG는 ‘암흑기’였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코치로서도 팬들에게 죄송했다. LG 팬들은 정말 큰 사랑을 보내줬는데,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코치 경력이 길어지면서 류 감독은 하마평에 자주 올랐다. 차기 LG 감독 인선이 이뤄질 때마다 후보로 꼽혔다. 그리고 2020시즌 이후, 마침내 LG 창단(1990년) 이후 최초로 LG선수 출신 감독이 됐다. 류 감독은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1호 감독으로 선임돼 큰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류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적극성을 주문했다. 그는 “나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갓 입단했을 때 프로가 뭔지도 몰랐다”며 “이광환 감독님께 프로의 정신과 자세에 대해 배웠다. 운동장 안에서 신이 났으면 좋겠다. 김현수가 우리 팀에 오면서 선수들의 표현이 활발해졌다”고 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1군에 올라온 좌타자 김호은이 처음엔 쭈뼛쭈뼛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자신 있게 세리머니를 한다.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선수 시절 자신처럼 디테일에 강한 야구를 원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류 감독은 “냉정히 보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 고비 때마다 그걸 못 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 나도 선수들을 잘 알지만, 선수들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런 부분을 잘 준비하면 팬들도 신나게 응원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참고, 참고, 귀를 열겠다”


▎해태 이종범(위쪽)과 LG 류지현이 함께 2루 베이스에 선 모습. 류지현이 LG 입단 2년 차이던 1995년 사진이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3년간 수석코치로 류중일 전 감독을 보좌했다. 두 사람은 한양대 선후배이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팀을 이끌었다. 류지현 감독은 “(류중일) 감독님께 죄송하다. 감독이 된 건 기쁘지만, 솔직히 류중일 감독님과 2년 정도 더 하고 싶었다”며 “감독님과 함께 더 높은 곳에 가고 싶었다. 주축 선수들로 팀의 뼈대를 잘 만들어주셨다. 코치로서 보좌하지 못해 송구스러웠다”고 했다.

류지현 감독은 류중일 감독과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감독님께서 시즌 중에 일본 야구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자가 감독이 된 뒤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스승은 제자에게 힘들 때 보라고 쪽지 3개를 주었는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참을 인(忍)’ 자였다는 이야기다.” 류중일 감독 역시 김인식 감독에게 ‘참을성’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류지현 감독은 “‘네가 만약 감독이 되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하셨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류 감독의 프로 첫 스승이자 94년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의 가르침도 같았다. 류지현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른 뒤 이광환 감독님께서 선물을 하나 보내주셨다. ‘참을 인(忍)’ 자가 담긴 액자”라고 했다. 그 액자는 LG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자리에 걸려 있다. 류지현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를 대하고, 경기할 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존경하는 분들의 애정을 느꼈다”고 했다.

류 감독은 팀의 지휘자지만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코치 구성만 봐도 그렇다. 류 감독보다 4년 선배인 김동수(53) 2군 감독이 수석코치를 맡는다. 김동수 코치는 사실 류 코치와 함께 감독 후보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김민호(52) 수비코치와 이종범(51) 작전코치는 LG 출신이 아닌 데다 야구계 선배다. 특히 이종범 코치는 지난해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연수를 마친 뒤 2군 총괄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류지현 감독이 직접 차명석 단장에게 요청했다. 1군 코치 9명(김용일 트레이닝코치 제외) 중 절반이 넘는 5명이 류 코치보다 나이가 많다.

류 감독은 “나는 투수 출신이 아니다. 김동수 수석코치가 포수 출신이라 배터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배터리 코치도 선배(김정민 코치)지만 나를 도와줄 사람”이라며 “경헌호·김광삼 투수코치는 LG 투수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코치들에게 마음과 귀를 열고, 필요한 조언은 적극적으로 들을 생각”이라고 했다.

야구계에선 감독이 바뀔 경우 새로운 색깔을 입히려는 경우가 많다. 잘되면 좋지만, ‘전임자의 공’으로 남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을 생각이다. 투수 운용이 대표적인 예다. 류지현 감독은 “류중일 감독님이 구성한 지난해 선발진은 성공적이었다. 정찬헌·이민호·김윤식이 열흘에 한 번씩 마운드에 오른 게 주효했다. 내년에도 케이시 켈리, 앤드류 수아레즈가 두 자리를 맡고 차우찬·임찬규·정찬헌·이민호가 나선다”면서 “예비 선발(김윤식·이우찬·남호 등)도 준비한다. 다만 지난해보다 등판 간격을 더 줄여 효과를 높일 생각”이라고 했다.

류 감독 방에는 또 하나의 액자가 걸려 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글귀가 담겨 있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류지현 감독은 “내 장점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늘 함께 있었기 때문에 뭘 내세우지 않아도 서로를 안다. 선수들에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베테랑 김용일 코치가 있는 트레이닝 파트에도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류 감독은 “우리 팀에 맞는 사람들, 우리 선수를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최대한 많은 권한을 주면서 시너지효과를 내겠다”고 팀 운영 구상을 밝혔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도전


▎1994년 LG의 신바람 야구를 주도했던 신인 삼총사, 왼쪽부터 서용빈·류지현· 김재현.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던 LG 트윈스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시즌 막바지까지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꿈이었다. NC 다이노스가 선두를 질주한 가운데 LG는 2위를 달렸다.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겼다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경기를 모두 놓쳤고, 결국 4위까지 떨어졌다. 가을야구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끝났다.

LG는 전력을 잘 유지한 편이다. 2년간 29승을 거두며 2점 대 평균자책점(2.93)을 기록한 케이시 켈리, 구단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38개)을 세운 4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와 재계약했다.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스 역시 기대를 모은다. 좌완 수아레스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고, 치열한 영입전 끝에서 LG가 승리했다. FA(자유계약선수)였던 차우찬도 결국 LG에 남았다. 지난해 우완 일색이었던 LG 선발진이었기에 수아레스와 차우찬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류지현 감독도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다. 몸 상태를 봐야겠지만 좋은 일”이라며 차우찬 잔류를 반겼다.

박용택과 정근우가 은퇴한 야수진도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외야진은 주장 김현수가 FA 선언을 1년 미뤘고, 채은성·이형종·이천웅이 있다. 특히 지난해 홍창기가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류지현 감독은 “김현수에게는 올해도 주장을 부탁했고, 본인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현수는 기량 외적인 면도 뛰어나 감독으로서는 고마운 선수”라고 했다. 이어 “다만 김현수도 이젠 나이가 있다. 가끔 1루수로도 나섰는데, 이제는 외야수로 고정하면서 타격에 집중하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네 명의 외야수가 번갈아 지명타자를 맡으면서, 좌우 투수에 맞춘 운용도 할 수 있다.

톱 타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홍창기가 맡는다. 1번 타자 출신인 류 감독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LG 미래를 봐서도 홍창기는 1번감이다. 창기는 첫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조급한 스윙을 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며 “1번 타자에겐 매우 큰 장점이다. 투수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큰 경기에서도 잘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했다.

내야도 탄탄하다. 1루수엔 라모스, 유격수엔 오지환, 3루수엔 김민성이 버틴다. 특히 오지환은 FA 계약 이후 첫해인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했다. 유격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스탯티즈 기준) 2위(4.43)에 올랐다. 류지현 감독은 “수비코치로 지켜본 오지환은 흠잡을 데가 없는 선수”라며 믿음을 보냈다. 지난해 8월 군에서 전역한 양석환도 1루와 3루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일하게 아쉬운 포지션은 2루수다. 아직 정주현이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주현이는 재능과 열정이 있는 친구다. 언젠가는 자신의 기량을 꽃피울 것”이라고 했다. 물론 플랜B도 마련했다. NC에서 트레이드한 전천후 내야수 이상호, 타격에 강점이 있는 2년 차 이주형이 후보다.

지난해 챔피언 NC는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큰 전력 보강은 없었지만, 유출도 없었다. MLB(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나성범, 외국인 선수 드류 루친스키와 애런 알테어가 모두 공룡 군단에 남았다. 급성장한 2년 차 투수 송명기가 선발에 자리 잡고, 1루와 외야를 오갈 강진성도 기대된다. 다만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지난해부터 겪은 왼팔 부상 후유증이 있어 개막까지 일정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021년 프로야구 판도 5강 4중 1약?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류지현·서용빈·김동수(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이 한데 엉켜 기쁨을 나누고 있다.
FA 선수만 7명이었던 준우승팀 두산은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오재일(삼성)·최주환(SK)이 떠났지만 허경민·정수빈·김재호가 남았다. 그러나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일본 한신 타이거즈)와 포스트시즌 최고의 투수였던 크리스 플렉센(시애틀)이 이탈했다. 새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정규시즌 2위 KT도 NC·두산·LG와 함께 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KT는 지난해 창단 첫 가을 야구를 하면서 선수들이 크게 자신감을 얻었다. 이강철 감독도 지도력을 인정받아 재계약했다. 홈런왕과 함께 MVP를 차지한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가 떠났지만, 투타 모두 안정적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공·수 주축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떠났다. 4년간 43승을 올린 제이크 브리검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도 신임 홍원기 감독을 비롯해 대폭 교체됐다. 그래도 박병호·이정후·서건창·조상우·최원태 등 뛰어난 선수가 많아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팀들은 반격을 꿈꾼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SK 와이번스. SK는 2018년 우승, 2019년 정규시즌 2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9위로 추락했다. 오프시즌엔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해 재창단한다. 선수단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창단 효과를 발휘해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한 팀으로 꼽힌다. 신세계는 공교롭게도 유통 경쟁사인 롯데가 모기업인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을 치른다.

롯데는 긴 줄다리기 끝에 간판타자 이대호와 2년 계약했다. 이대호는 “우승 이후 은퇴하겠다”며 계약에 우승 옵션(1억원, 수령 시 기부 예정)을 넣었다. 손아섭과 전준우가 있는 타선은 나름 강하다. 투수들의 어깨에 가을 야구가 달려 있다.

KIA 타이거즈도 5강을 노릴 만하다. 에이스 양현종이 떠났지만, 지난해 가족 문제로 일찍 시즌을 마친 애런 브룩스가 돌아왔다. 브룩스는 “20승에 도전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니엘 맹덴도 새 외국인 투수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꼽힌다. 신인 투수 이의리는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된다.

다른 구단에서 가장 전력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지난 겨울 1루수 오재일을 데려왔고, 좌익수 호세 피렐라가 가세하면서 가장 취약한 포지션 두 자리를 메웠다. 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 최채흥·원태인·오승환 등이 있는 투수진은 안정적이다.

구단 첫 외국인 감독인 카를로스 수베로(베네수엘라)에게 지휘봉을 맡긴 한화는 ‘1약’ 후보로 꼽힌다. 김태균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떠났는데 전력 보강 대신 자체 육성 기조를 세웠다.

류지현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은 냉정하게 3~4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더 좋아질 수 있다.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게 1차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 김효경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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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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