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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사람 지문처럼 고유 무늬 가진 점박이물범 

 

백령도 연안 암초에 100~300마리 서식, 서산 가로림만에서도 관찰
다리가 지느러미처럼 변해 헤엄 잘치고, 땅에선 배와 앞다리로 기어


▎멸종위기에 놓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11호)이 인천시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무리 지어 쉬고 있다. / 사진:진종구
서해 최북단 인천 백령도 일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박이물범이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서도 꾸준히 발견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로림만의 점박이물범은 몇 년 전부터 해마다 1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점박이물범들이 백령도가 아닌 랴오닝 지방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가로림만은 2016년 국내 최초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해안의 청정 갯벌이다. 국가보호종 10종과 포유류, 어류, 조류, 동물, 식물 등 42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19종으로 약 40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20만 마리가 오호츠크해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약 3300마리가 랴오둥반도 남쪽 발해만에 산다. 그중 300여 마리가 우리나라 백령도, 황해도 등 서해안에 서식한다.

백령도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백령도 연안의 암초에 100~3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원래 인천 해변에 살았다는데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서식지를 옮겼다고 한다. 보통 점박이물범은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이나 극지방의 유빙 위, 그리고 해안가의 바위지대에 무리를 지어 산다.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의 경우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 두무진(頭武津) 앞 물범바위, 연봉 물범바위 등 주로 세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범(수표, 水豹) 또는 바다표범(해표, 海豹)으로 불리는 점박이물범(Phocalargha )은 물범과의 포유동물로 물범의 한 종류이다. 몸길이는 150~200㎝에, 몸무게는 120~150㎏ 정도 나간다. 수명은 9~12년이지만 35년까지 살았던 기록도 있다. 돌출된 귀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크기가 암수가 비슷하나 수컷이 조금 더 크다. 천적은 범고래, 상어(백상아리, 뱀상어) 따위이다.

300m까지 잠수가 가능한 점박이물범의 몸은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진화했다. 물개와 비슷하나 머리가 둥글고, 귓바퀴가 없으며, 온몸에 억센 털이 나 있다. 헤엄치기에 알맞게 다리가 지느러미 모양으로 변했고 이를 지느러미발(flipper)이라 한다. 뒷다리는 앞으로 굽히지 못하나 헤엄을 잘 치고, 땅 위에서는 앞다리로 긴다.

네 개의 발은 털로 덮여 있고, 발톱이 잘 발달했다. 앞발은 첫째 발가락이 제일 길고 다섯째 발가락으로 갈수록 짧아진다. 뒷발은 첫째와 다섯째 발가락이 길고 가운데의 세 발가락은 짧다. 헤엄을 칠 때는 좌우의 뒷발바닥을 서로 합쳐서 마치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와 같은 운동을 하여 전진한다. 앞발은 앞쪽을, 뒷발은 뒤쪽을 향하고 있는데, 육상에서는 걷지 못하고 배를 땅에 대고 기어 다닌다. 고래·물개·물범과 같은 바다 포유류는 원래 육지에 살던 것이 약 5500만 년 전에 바다로 재적응(再適應)하면서 해양 포식자로 진화했다.

일부다처이지만 번식기에만 일부일처로


▎인천시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조성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물범쉼터)’에서 점박이물범이 쉬고 있다. / 사진:인천녹색연합
점박이물범(spotted seal)은 흰 바탕의 털가죽에 검은 무늬가 많고, 등과 배는 짙은 갈색을 띤다. 온몸에 있는 타원형의 검은색 반점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 그 점무늬로 각각의 점박이물범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빨은 34개로 날카로워 먹이를 잘라 먹는 데 적합하다. 바다뱀을 즐겨 먹으며, 종에 따라 식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성체는 청어·대구·명태 같은 어류와 오징어·조개·고둥·불가사리 등을 먹으며, 어린 새끼들은 크릴과 소형 갑각류를 먹는다.

점박이물범은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생활한다. 이를 하렘(harem)이라 하는데, 포유류의 번식 집단형태의 하나다. 물범, 물개 따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3~5세가 되면 성적으로 성숙하며 교미는 유빙이 없는 4월 경에 이루어진다. 임신 기간은 10개월로 약 1년 후인 3~4월 즈음에 유빙(流氷, floating ice)에서 몸 색깔이 하얀 새끼를 한 마리를 낳아 어른 암수와 새끼 한 마리가 가족을 이룬다. 이렇게 번식기에만 일부일처(一夫一妻, monogamous)를 유지하면서 가족을 형성한다.

새끼는 흰색에서 약간 엷은 황색을 띤 솜털에 싸여 태어난다. 이 솜털은 출산 후 2~3주 사이에서 사라지며, 곧 새끼도 부모와 같은 점박이 모양이 된다. 어미는 2~3주 동안 수유를 하며 점박이물범의 젖꼭지는 24개이다.

백령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에서 지내고, 겨울철이 되면 랴오둥반도 발해만까지 가서 새끼치기한다. 이때 그들의 생식기(genitals)와 모피(sealskin)를 노리는 중국 어부들에게 밀렵을 당하기 일쑤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안타깝게도 이들이 새끼를 낳는 곳인 랴오둥반도 발해만이 심하게 오염되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유빙도 녹아들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근해에 있는 점박이물범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오염과 물고기 남획으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점박이물범은 1982년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됐고,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스코트였던 점박이물범은 2017년부터 인천광역시 대표 캐릭터(character)로도 쓰이고 있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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