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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환절기 중·장년 건강의 적들 

발병하면 되돌리기 힘든 ‘피, 숨, 골절’ 

심근경색·뇌졸증 치료는 속도전, 전조 증상 숙지해야
40대부터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골다공증 검사해야


▎절기상 입춘인 2월 4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두터운 복장을 한 여성이 길을 건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건강한 노후생활을 하려면 계절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계절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환절기엔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골절은 중년 이후 조심해야 할 겨울철 3대 질병으로 꼽힌다.

혈압 상승이 무서운 이유는 고혈압 자체보다 돌연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중년층에게 흔한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비만을 앓고 있으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증가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하거나 호흡곤란·식은땀·구토·현기증이 나타나면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근경색 치료는 시간이 생명이다. 증상 발병 후 2시간 이내에 막힌 심장 혈관을 뚫는 치료를 시작해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

뇌혈관 역시 기온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체 뇌졸중의 약 80%는 뇌경색이고 나머지는 뇌출혈이다.

뇌졸중의 대표 증상은 ▷얼굴 마비 ▷팔 마비 ▷언어장애 ▷안구 편위(물체를 보는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네 가지다. 마비는 주로 한쪽에 온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오른쪽 뇌는 왼쪽 몸의 움직임, 왼쪽 뇌는 오른쪽 몸의 움직임을 관장한다”며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주로 한쪽에 마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얼굴 마비가 온 것은 웃어 보면 알 수 있다. 마비된 얼굴은 찡그려지지 않아 웃을 때 얼굴의 좌우 모양이 다르다. 팔 마비는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마비가 온 팔은 아래로 툭 떨어진다. 언어장애 여부는 발음으로 알 수 있다. 발음이 명확한지, 의미가 잘 통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안구 편위가 생긴 사람은 양쪽 눈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뇌졸중으로 의심해 신속히 119로 연락해야 한다.

심근경색·뇌졸중은 예방이 최선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호흡기 질환 치료가 쉽지 않은 만큼 예방에 더 주의해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뇌졸중 치료 역시 속도전이다. 뇌혈관이 막혔을 땐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술을 4시간 30분 이내,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제거술은 늦어도 6시간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이런 치료는 진찰이나 검사를 거쳐야 하므로 병원엔 그보다 더 일찍 도착해야 한다.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관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질 경우 회복할 수 없는 단계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근경색·뇌졸중의 증상은 대부분 갑자기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느닷없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심혈관·뇌혈관에 문제가 쌓여 악화한다.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원인을 조절해 심근경색·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고혈압 환자는 평소에 약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걸쭉한 혈액이 동맥경화나 혈전을 만들어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심장병·고지혈증 환자도 뇌졸중 고위험군이므로 질병을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검사해봐야 한다.


체온 관리도 중요하다. 실내에선 얇은 옷을 겹쳐 입고 외출할 땐 귀마개, 모자 등을 적극 활용해 보온을 유지한다. 이 밖에 일상에서 지켜야 할 생활수칙 아홉 가지를 표로 정리했다(표1).

환절기는 폐·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잠을 잘 자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도록 한다. 적절한 운동과 금연도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내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집안을 청결히 유지하고 실내 습도를 건조하지 않게 40% 정도로 유지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중년이 요즘 가장 주의해야 할 호흡기 질환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다. 숨을 쉴 때 공기가 들락거리는 기관지가 좁아지고 기관지 끝의 폐포가 망가지면서 호흡 기능이 천천히 저하되는 질병이다. 어쩌다 걸리는 병이 아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를 겪는 한국인은 300만 명에 달한다(추정치). 특히 남성은 40세 이상에서 5명 중 1명, 65세 이상에서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매우 흔한 질환이다.

주요 발생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COPD 발병률이 세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접흡연으로도 발생할 수 있고 일터에서 먼지나 가스, 나무·연탄을 땔 때 나오는 연기 등을 장기간 마셔도 위험하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영균 교수는 “COPD를 방치해 폐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내 습도는 40% 이상으로 유지해야


▎간단한 스트레칭도 고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한쪽 손은 책상을 잡고 다른 쪽 손으로 발목을 잡은 뒤 최대한 엉덩이 쪽으로 당긴다. 한 자세를 10초간 유지한다. 하루 세 차례씩 3회 반복한다. / 사진:바른본병원
초기엔 대개 뚜렷한 증상이 없다. 그러다 가파른 곳을 서둘러 오르거나 심한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이 온다. 악화하면 숨이 차서 친구들과 걸을 때 뒤처지거나 중간에 쉬어 가야 할 정도로 호흡 기능이 떨어진다. 질환이 더 심해질 경우 청소, 머리 감기 등 일상생활을 할 때 호흡곤란을 느껴 꼼짝 않고 누워 지내야 한다. 이때 감기로 병이 악화하거나 폐렴이 발생하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중년층 중에 가파른 곳을 오를 때 숨이 차면 COPD가 아닌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금연은 질환을 치료하고 더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금연하면 폐 기능이 일부 회복돼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기침과 가래도 준다. 운동 역시 증상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호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요법도 고려할 만하다. 좁아진 기도를 넓혀주는 기관지 확장제, 염증 제거제, 가래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거담제 등이 쓰인다. 김영균 교수는 “금연과 흡입제 치료 등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관리하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철과 환절기에는 골절로 고생하는 중년이 많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혹은 등산이나 스포츠를 즐기다 넘어지기 쉽다. 대부분 타박상으로 끝나지만, 뼈가 약한 중년이라면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골절 예방은 넘어지지 않는 것 외에 묘책이 없다. 그러나 골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골다공증 예방에 힘쓰는 것이 한 방법이다. 골다공증 환자라면 뼈의 강도가 낮아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상을 당할 위험이 훨씬 크다. 신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최대 골(骨)량에 도달한다. 여성은 40대 중반까지 유지되다 폐경기 전후 골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유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뼈를 흡수하는 파골세포의 활성도가 증가함에 따라 골대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남성은 뼈를 공격하는 여러 위험 요소가 쌓이면서 뼈가 서서히 약해진다. 천식,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장기간 받았거나 전립샘암 치료로 남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준 경우 골밀도가 상당히 낮아져 있다. 저체중, 운동 부족, 과다한 음주와 흡연도 골다공증을 부른다. 문제는 골다공증 환자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 낙상 때문에 골절이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50세 전후 폐경기 여성은 골밀도 검사를 받아 뼈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 손실은 마지막 월경 약 1년 전부터 급속히 진행한다. 이때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골 손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엔 유제품, 녹황색채소, 두부, 멸치, 해조류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하루 2~3회 섭취하고 소금을 적게 먹으며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생선을 채소와 함께 먹어 뼈 건강을 챙겨야 한다.

골다공증엔 전조가 없다


이른 나이에 폐경이 된 여성은 운동이 필수다. 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폐경을 앞둔 40세 이상 여성은 걷기·등산과 함께 스쾃과 같은 근육운동을 병행함으로써 골다공증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은 골다공증 위험인자가 있으면 50세 이후부터 골밀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위험요소가 없는 사람은 70세 이후부터 받으면 된다. 골밀도 검사에서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으로 진단받은 사람 중 스테로이드·전립샘암·과음·운동부족 등 골다공증 위험 요인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뼈 건강 관리에 나서야 한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호르몬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지 않는다. 대신 뼈 건강을 지키는 연료 격인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식품으로 불충분할 땐 칼슘 보조제가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하루 칼슘 섭취 권장량은 폐경 전 여성과 50세 이전 성인 남성이 800~1000㎎,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이 1000~1200㎎이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생성된다. 하지만 겨울엔 충분하지 않아 비타민D 보조제를 먹기도 한다. 보조제 복용 여부는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환절기엔 외출 시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두껍고 무거운 옷보단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다. 크고 작은 낙상이 자주 일어나는 집 안에서는 곳곳에 붙잡을 수 있는 지지대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발생률이 높아지는 백내장은 시력을 떨어뜨리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박예수 한양대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감소증·골다공증은 특정 증상이 없다. 여성은 폐경기, 남성은 70세 이상이 되면 골밀도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50·60대라도 가벼운 외상에 쉽게 골절이 된 경험이 있을 땐 예방할 것”을 권했다.

- 김선영 중앙일보 기자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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