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커버스토리] 글로벌 스탠더드 향하는 SK의 사회적 가치 경영 

기업 활동의 효율성보다 정당성을 추구하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 창출 노력, 측정과 보상 방식도 고안
ESG 경영의 산업 생태계 조성 위한 실험, 파이낸셜 스토리 프로젝트 도입


▎2020년 11월 열린 ‘행복 얼라이언스’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원사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 사진:SK
코로나19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시프트에도 큰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팀 쿡 등은 인류 삶의 질적 향상과 사회 공동체의 지속을 위한 기업의 역할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제고하는 실천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다수 한국 기업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사회공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주요 기업에서 ESG 경영을 동시다발적으로 선포하고 있지만 아직은 슬로건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ESG 정보공시 의무화 단계적 확대 추진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내 어떤 기업도 ESG 경영을 외면할 수 없는 제도적 환경에서 SK그룹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ESG 경영에 대한 SK의 모범적 사례는 리더의 선구적 철학, 운영 시스템 구축, 이해관계자 집단과의 협력과 소통, 조직 내 인프라가 결집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화

SK그룹의 ‘근본적 변화(Deep Change)’는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발굴의 장(場)이 ESG 경영의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향성을 압축한다.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에 대한 SK E&S의 지분 확보, 안젤리니파마와 SK바이오팜의 긴밀한 협력, 반도체 웨이퍼 원·부자재에서부터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 체인에서의 탄소 절감을 통한 SK실트론의 국내 최초 ‘카본 트러스트’ 인증 획득, SK하이닉스의 그린본드 발행,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한 SK건설 등의 최근 사례들은 모두 ESG 경영에 기반한 혁신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2020년 12월 SK그룹이 한국 최초로 ‘RE100’(재생 에너지 100%) 가입을 확정한 일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지속적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ESG 경영과 미래 먹거리는 따로 가는 투 트랙이 아니라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SG 경영에 대한 SK의 접근은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직학습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탐색(exploration) 전략과 활용(exploitation)의 균형을 통한 조직의 지속 성장’이라는 개념 틀에 근거해 마이클 투쉬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찰스 오레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양손잡이 조직의 청사진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론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입과 실행은 매우 어렵다. 노키아, 블랙베리처럼 한때 세계 최고 기업들도 양손잡이 조직의 성공적 수행이 좌절되며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경제적 가치 창출 활동과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어떻게 동시에 추구할까에 물음을 던지고 여러 방향으로 전략적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 가치라는 도구적 주도권(instrumental initiatives)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라는 도덕적 주도권(moral initiatives)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SK그룹이 취하고 있는 철학적·전략적 접근을 진단하면서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의 좌표를 찍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년사나 임직원과의 대담에서 지속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으로 나아가겠다는 최 회장의 이니셔티브는 2018년부터 드라이브를 건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으로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창립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경영은 기부금 및 학업 지원 등 자선적 수준에 머물렀던 반면, 최 회장 취임 이후엔 기업 활동의 곁가지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 “Going Beyond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라는 최 회장의 모토로 대변되는 이러한 변화는 “Imagine Your Gas Station” 사업을 통한 공유 인프라 구축에서 잘 드러난다. 석유 판매와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 경영을 넘어서 SK가 운영하는 3600여 개 주유소 간 네트워크, 주거 및 사업 공간과의 근접성, 주유소 인근 지역 주민의 특성 등을 고려한 자산의 사회화를 내포하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했다.

공동체의 영역에서 공유 인프라를 통한 SK의 실험은, 플랫폼을 통한 사회가치 창출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 시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고 공유해 사회 문제를 임팩트 있게 해결하려는 국내 최대의 사회공헌 플랫폼 행복 얼라이언스(Happy Alliance)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러 대학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사회혁신 교육자 네트워크(ENSI, Educators’ Network Social Innovation)를 주도한 것도 동일한 유형의 사회가치 창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SK그룹의 DBL 경영은 2019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사례로 등재되어 전 세계경영대학원의 수업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한 혁신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SK그룹의 ESG 경영은 진일보한 DBL 경영이라 할 수 있다. DBL 경영의 철학과 운영에 입각해 SK는 자신들의 ESG 경영 내 관리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영역은 가치 창출에 대한 보상 기반이 되는 회계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다. SK는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사회적 가치, 경영 평가에 50% 반영


▎SK그룹의 DBL 기반 ESG 경영 성과 측정 체계. / 사진:사회적가치연구원
2019년 그룹 신년회에서 최 회장은 KPI의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높이려는 의지를 선명하게 표방하면서 재무적 가치 중심의 성과평가 제도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것으로 개선했다. 전통적인 회계 시스템, 즉 SBL(Single Bottom Line)하에서의 재무제표는 수익성, 유동성 등의 지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 창출 일변도의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에 비해 DBL하에서의 ESG 경영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회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대등하게 경영 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SK그룹 내 여러 계열사의 ESG 사업들은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SBL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DBL하에서는 검토 가능한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정반대 방향에서도 생각해보면, DBL에 기반한 경영은 SBL하에서는 가능했던 사업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즉 환경오염 및 장애인 차별 등 부정적인 사회가치를 측정, 평가하고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 구상을 조기에 단념함으로써 ESG 경영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SK그룹의 ESG 경영에서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불가능한 작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측정과 평가가 경영의 필수임을 주창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에게 영감을 받은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완벽하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신념하에 측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SK그룹이 견지해온 DBL하에서의 측정은 철저하게 사회적 이해관계자 관점이기 때문에 ‘사회 내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에 주목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ESG 활동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사회 가치 창출 과정, 즉 투입(Input)→산출(Output)→결과(Outcome)→영향(Impact)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 기준이 될 수 있는 ‘결과’의 측정을 지향한다. 물론 향후 장기적인 데이터를 추적하고 확보해서 ESG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까지 측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결과를 측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과정에서 국제기관과 연관된 여러 산업협회 및 학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척도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가치, 즉 에너지 절감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학술지 발표 자료나 한국전력 보고서 등을 참조해 에너지 절감 계수와 에너지 단가를 도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SK그룹의 측정 체계가 글로벌 수준에서의 통용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개방형 혁신


▎2020년 1월 최태원 SK 회장(왼쪽)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다. / 사진:SK
SK그룹의 DBL 기반 ESG 경영에서 도출되는 비즈니스 사회성과에 대한 측정지표 체계를 보면, ESG 경영의 부문인 환경·사회·거버넌스 각각에 대해 제품, 공정, 가치사슬, 공동체를 포함하는 전반의 경영 활동 내 사회성과에 대한 측정을 시도하고 있다. 세부 활동의 포괄성과 구체성은 ESG 경영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내에서도 SK가 선두를 차지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은 ‘Green Innovation Initiative’를 주창하면서 생산 공정의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생산,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막연히 환경 부문에 대한 사회공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업을 통해 공정 및 제품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사회가치를 측정하고 계산함으로써 기존 사업이 사회적 가치에 미친 부정적 성과와의 비교를 통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30년까지 E-Mobility, Total Energy Solution 등의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이런 과정의 일환이다.

나아가 SK그룹은 자신들의 DBL 기반 사회가치 측정 방법론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와 공유하면서 사회적 가치 경영의 표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30개가 넘는 공공기관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중국 국영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기준을 확립하는 데 뜻을 모은 글로벌기업 연합체 VBA(Value Balancing Alliance) 창설 멤버로서 참여하는 활동은 SK그룹이 자신의 DBL 기반 ESG 경영의 일반화와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한 의지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

ESG 경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 방법론의 일반화와 통용화는, 개별 조직이 아닌 조직이 몸담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부분의 가치가 창출되는 21세기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일지도 모른다. 와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을 주문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영은 산업 생태계를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SG 경영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 경영의 혁신 생태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그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생태계 내 전체 구성원이 집합적으로 가치 창출에 참여하게 하는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점이다. 핸리 체스브로 UC버클리 경영대학 교수가 제안한 21세기형 개방형 혁신의 방향은 ESG 경영의 방향에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체스브로 교수에 따르면 개방형 혁신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는 경제적 보상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과 시민의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어쩌면 ESG 경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개방형 혁신이 더욱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잡아야 할 것이다.

실제 ESG 경영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외부로부터 사회적 혁신에 관한 노하우를 학습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자원, 역량을 사회적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혁신을 택하든지 아니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사회적 혁신 아이디어가 풍부한 외부에 내놓음으로써 사회가치 창출을 시도하는(inside-out)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자사의 제품과 기술력을 지역사회 사업가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베트남 농촌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유니레버의 ‘완벽한 마을’(perfect village) 프로젝트, 지역사회 의료 전문가들의 지식을 내부화하여 자사 보유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낙후지역에 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가치 창출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킨 휴렛팩커드의 원격의료시스템 ‘e헬스 센터’, 자사의 환경보존 관련 원칙과 기술을 사업 전반의 다수 공급 업체에게 이전시키고 확장시킴으로써 지구친화적인 생태계 형성을 이룩하고자 하는 이케아 등이 대표적 사례다. SK그룹의 ESG 경영도 필연적으로 개방형 혁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CEO는 스토리텔러


▎2019년 11월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 사진:SK
개방형 혁신을 통한 ESG 경영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사회가치 창출에 대한 인식, 더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치의 성과에 대한 측정과 보상에 대한 공유다. 즉 협업 당사자 간 동일한 철학과 언어로 사회가치 창출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ESG 경영의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ESG 경영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과 같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꾸려진 환경에선 대기업의 능동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SK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DBL을 받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 정신을 한국 사회 전반에 전파해왔다. ESG 경영을 위한 개방형 혁신에 어느 기업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듯하다. 2013년 1월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제안한 SPC(Social Progress Credit,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가 바로 그 시발점이다. 사회적 기업이 비즈니스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혁신적 시도를 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금과 인재의 부족, 그리고 단기 매출 실적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응해, SPC 프로젝트는 사회적 가치에 비례해 가치가 평가되는 일종의 유가증권을 사회적 기업에 발행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SPC를 통해 사회적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비즈니스의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고, 거기 더해 캐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혁신적 성장을 추동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2015년 40여 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간 SPC 프로젝트는 이미 전국 각지 220여 개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SPC 참여 기업들 스스로 사회성과를 측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사업 어디에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고, 또한 화폐가치로 측정하기 때문에 비교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관리 지표를 구축함으로써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함을 입증할 수 있었다. SPC 참여 기업들이 5년간 1700억원에 달하는 사회성과를 창출하고 340억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다는 지표가 말해주듯 SPC 프로젝트는 모험적이었지만 사회적 기업 증대에 전기를 마련한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 SK의 SPC 프로젝트는 개방형 혁신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아 2020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례연구 교재로 채택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SK그룹은 자신들의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산업 생태계 내 이해관계자들을 넘어서서 사회 전반에 ESG 경영의 효과를 획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부터 SK그룹에서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슬로건하에 ESG 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SK그룹 내 계열사들의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산효율화 등 재화 측면에서의 매력도가 아닌 SK그룹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거기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미래 세대와 잠재적 투자자에게 호응과 공감을 얻었을 때 지속가능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30년까지 환경에 끼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합쳐 0으로 만드는 ‘그린 밸런스 2030’ 전략에서 배태되는 여러 스토리는 그 자체로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신뢰와 공감을 얻어 기업 가치의 장기적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관한 스토리도 잠재적인 고객과 투자자들을 흡입하는 매력을 보여주는 성과를 이미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조직사회학 내 신제도주의학파(neoinstitutionalism) 창시자인 존 마이어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업 활동의 효율성(efficiency)보다 정당성(legitimacy)이 기업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증폭할 것’이라 주장했고 이후 관련 연구들은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이 정당성 강화를 위한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계열사 CEO들에게 훌륭한 스토리텔러를 주문하고 그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프로젝트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SK가 한국의 ESG 경영 마중물 될까

2020년 여름 한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생활 인프라 및 에너지 산업을 전환하고 녹색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지향하고자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드라이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기업들의 능동적이고 혁신적인 ESG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린 뉴딜 정책과 유사한 국가 정책들이 비슷한 시기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데 결국 이 정책의 성패는 기업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본다.

SK그룹의 ESG 경영 성과가 한국 사회 전체와 함께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전 기업군에 건설적으로 속도감 있게 전파되고 학습돼야 할 것이다. 기업 간 상호 학습을 통해 ESG 경영의 집합적 업그레이드를 성취해 ESG 플랫폼 경영, 나아가 ESG 프로토콜 경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궁극적 목표 달성에도 SK그룹이 역할을 해주리라 희망한다.

-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mooweon@yonsei.ac.kr

/images/sph164x220.jpg
202104호 (2021.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