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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제3후보론’으로 주목받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 

“시대와 맞으면 기회는 오는 것” 

■ 친문 중심 민주당 일각에서 군불… 전격 등판 가능성 제기돼
■ [노무현이 옳았다] 출간 이후 “대선 출마 염두 포석” 해석도
■ K뉴딜 총괄본부장 이어 한·미 의원 대화 기획하며 광폭 행보
■ “대한민국은 국민이 강한 나라… 섬기는 서포터 리더십 필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광재(56)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과 다시 만났다. 제21대 총선 직후였던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이었다. 월간중앙은 10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이 의원에게 ‘거대 여당의 책임정치’에 관해 물었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다인 180석을 차지하며 ‘공룡’이 됐다. 이 의원은 “깊은 강은 소리 내지 않고도 멀리 세차게 흐른다”고 답했다.

10개월 전은 ‘이낙연 대세론’이 무르익어가던 때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무난함’을 앞세운 이낙연 당시 총리가 대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이어 ‘윤미향(민주당 의원) 사태’,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윤석열(전 검찰총장) 갈등’ 등으로 인해 여권에 대한 비판과 반감이 커졌다.

그러는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이 지사는 특유의 이슈 파이터 이미지로 여권 지지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검찰청 문을 박차고 나온 윤 전 총장이 1위로 치고 나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친문과 ‘오월동주’를 이어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율이 하락 국면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친문을 중심으로 민주당 일각에서 ‘이광재 제3후보론’이 나오는 이유다.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에 속하는 이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던 1988년 그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한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이 의원이 지난해 연말 [노무현이 옳았다]를 펴내자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친노 정통성’ 과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월간중앙이 ‘제3후보론’으로 주목받는 이 의원을 만나 대선 출마 의향을 물었다. 이 의원은 “시대와 맞으면 기회가 오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다른 기회가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3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내 이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정치 일선 복귀 1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시대적으로는 검찰 개혁과 같은 개혁 과제와 코로나19 극복, 한국판 뉴딜과 같은 미래 과제가 있는데, 주로 미래 과제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10년 세월 여의도 정치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젊은 중소 벤처기업 사업가를 많이 만났는데 2030세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절감하게 됐다. 동시에 ‘혹시 내가 꼰대는 아닌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정치적 휴지기였던 지난 9년 동안 공부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반성하고 인생 공부도 많이 했다. 세 개의 렌즈를 발견한 것도 지난 9년간의 소득이다. 첫째, 망원경을 통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라는 세계의 흐름을 보게 됐다. 둘째, 현미경이다. 현미경을 통해서 국민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안목을 길렀다. 셋째, 볼록렌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2013년 10개월간 [중앙SUNDAY]에 ‘원로에게 묻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는 좌우, 진보·보수를 떠나 국가 운영의 원리와 지혜를 봤다.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에 몸담을 때는 구체적인 국가 정책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난해 총선을 통해 민주당은 슈퍼 거여가 됐다. 일각에서는 거여의 독주를 지적하기도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게 참 아쉽다. 21대 국회 원 구성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합의(상임위원장 민주당 11석 대 통합당 7석)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게 잘 되지 않은 바람에 여야 모두 어려워졌다. 여당이 대화에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여야 합의가 야당 의총에서 수차례 뒤집히면서 대화 자체가 힘들어진 면도 있었다. 국민의힘도 변해야 한다. 검찰 개혁이 국민적 요구이긴 하나, ‘싸우지 말고 합의해서 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때 야당이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한 상황인데 뉴딜의 ‘뉴’ 자만 나오면 야당에서는 예산을 깎고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 한다.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야 집권당의 길을 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당도 좀 더 다층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어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야가 미래지향성을 갖고 만났으면 좋겠다.”

“기본소득 논의는 필요, 이재명 방식은 아닌 듯”


▎이광재 K뉴딜 본부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자녀 입학·유학 등과 관련해 물의를 빚으면서 입각한 일부 586 의원의 ‘내로남불’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는 관행처럼 여겼던 부분이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다.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다. 게는 1년에 3~4번 껍질을 벗으며 자란다. 우리도 시대에 맞게 끝없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봉준호 영화감독이다. 학생운동과 만화 동아리를 오가며 결국에는 세계 정상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 아닌가. 586세대도 그처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연말에 [노무현이 옳았다]는 책을 펴냈다. 어떤 책이며, 출간 동기는 무엇인가?

“노 대통령에게 많은 걸 배우면서 느낀 점은 그는 철학자였다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사람은 3루에 진출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한 번만 삐끗하면 신용불량자로 떨어질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 처해 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를 극복하고 계층 사다리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고,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찾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 결과물이 [노무현이 옳았다]다. 노 대통령이 낸 문제를 이광재가 교육 등 정책으로 푸는 형식이다. 노 대통령이 낸 수많은 문제를 저 혼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함께 풀었으면 좋겠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란이 뜨겁다. 논란을 점화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1년에 1인당 50만원 또는 100만원을 지급하는 형태의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대다수 서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400만원은 거금”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관한 이 의원의 소신을 듣고 싶다.

“지금은 코로나19 위기와 디지털 대전환으로 국민 모두의 삶이 불안한 시기다. 일정 기간 코로나 시대를 피할 수는 없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국민이 빚을 지느냐 국가가 지느냐를 놓고 보면, 국가가 빚을 질 때다. 그러나 우리는 후손을 생각해야 한다. 후손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혁신을 통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한다. 국가 미래 발전 전략인 K뉴딜을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지사가 주장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기본소득은 이미 다가온 미래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복지 논쟁 아닌가?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국민이 빚을 지게 할 게 아니라 국가가 빚을 져서 국민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방법이 정확해야 한다. ‘보조금의 정치학’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본질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어디서 돈을 벌 것인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 또는 선별 지급에 대한 입장은?

“선별 지급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잡힐 올 연말 즈음이 되면 경제재활지원금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면 소상공인들은 영업 재개를 위해 가게를 다시 손보는 등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이때 재정 지원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청년과 서민도 지원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광산구는 500만원을 1% 초저금리 무담보로 대출해줬다. 만일 1조원을 쓴다면 100만 명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500만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이런 금융기법을 활용하면 혜택이 크면서도 국가 돈은 적게 들일 수 있다. 현금 위주의 보조가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찾아 국가 예산을 아끼면서도 국민을 지원할 수 있는 포괄적인 경제재활 지원정책을 써야 한다.”

최근 ‘한·미 의원 대화’를 기획한 이유가 궁금하다.

“미·중·일·러의 견제가 아닌 박수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4강 중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화로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았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다. 전쟁 억지를 넘어서 평화와 번영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의회가 강력하다. 2004년에 미 국무부 한반도과(課)를 방문해보니 규모가 너무 작더라. 2017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성인 1746명을 대상으로 ‘지도상 한반도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36%만 맞혔다. 미국 지도자들에게 한반도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는 외교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살기 위한 외교로 전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채널링(channeling)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념 진보 아닌 생활 진보 추구할 터


▎1996년 3월 노점에서 음식을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노무현 민주당 총선 후보와 이광재 비서. / 사진:노무현 사료관
그와 관련해 추후 계획이 있나?

“미국 의회에는 중국만 연구하는 기관이 2곳이나 있다. 우리 국회에도 미국·중국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 세계 싱크탱크 분소를 한반도에 유치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는 국회가 지원하고 경제·기술 분야는 재계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세상을 전 세계로, 전 세계의 생각을 한국으로 빨아들이는 싱크탱크를 유치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확산하기 위해서 한·미 의원 간의 대화를 시작한 것이고, 향후 한·중, 한·일, 한·러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서 지역 균형 뉴딜에 앞장섰다고 들었다.

“산업화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그린·생명공학이라는 대전환의 시대가 왔다. 이에 따라 지역마다 미래 산업이 나와야 한다. 가령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조선과 자동차 중심이었는데 미래차나 로봇으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광주, 전남 쪽의 경우 그린 뉴딜의 하나로 신안에만 48조원 규모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전 본사가 나주에 있기 때문에 광주, 전남이 전기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아울러 지역별로 중앙정부 예산에만 기댈 게 아니라 펀드 같은 형식을 통해 투자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지역에서 미래산업이 살아나야 수도권 규제 완화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광폭 행보를 두고 잠룡으로서 몸집을 불려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왜 정치하느냐’고 자문(自問)하고 고민한다. 현재 디지털, 그린, 수명 100세, 저출산·고령화, 미·중 갈등 등 다섯 가지는 전 세계의 불안요소다. 대전환의 시대에 국민의 삶은 부서지고 있다. 정치하는 이상 부서지는 국민의 삶을 확실히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는 게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전력을 다할 뿐이다. 이미 다 컸는데 몸집이 어떻게 더 커지겠나(웃음).”

3선 의원에 도백(道伯)까지 경험했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정치인·정치꾼·정치가가 있다고 한다. 저는 새로운 진보의 길을 가는 정치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상의 진보의 길을 확고히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나아갔다. 앞으로는 생태주의나 생명주의, 일종의 휴머니즘을 새롭게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에서 사람의 힘을 중요시하는 신자본주의의 모델인 휴먼 캐피털리즘(Human Capitalism)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둘째로는 다수결의 원리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에서 공화주의로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자체가 공리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생활의 진보를 추구하려 한다. 교수는 논문, 기업인은 매출과 이익, 고용에 대한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정치인은 일·소득·주거·교육·의료·돌봄·문화 7가지 삶의 질 지표로 평가받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념으로서의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생활의 진보를 확실히 이뤄야 한다. 그리고 기술 진보를 주도해야 한다. 빌 게이츠의 새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는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자에게 미래의 주인공이란 타이틀이 주어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누가 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느냐에 따라 세계 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국력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30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대선후보 됐으면”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마친 뒤 ‘이기욕립이립인 (以己欲立而立人)’을 붓글씨로 쓴 이광재 의원. ‘내가 서고자 한다면 (먼저) 남을 일으켜 세워줘라’는 정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소싯적에는 ‘30대 때는 정도전으로, 40대 때는 이성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포터로 남겠다”고 했다. 이 말 유효한가?

“유효하다. 과거는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의 시대였다. 지금은 펠로우십(fellowship)이나 서포터(supporter)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국민은 강하고 지도자는 약한 나라다. 국민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을 뒷받침해주는 리더십이 진정한 미래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우리가 인류의 미래가 되자’라고 본다. 지난 세기까지는 암기해서 모방하는 대한민국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배울 나라는 많지만 모방할 나라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인류의 미래가 되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대한 국민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본다. 앞서 말한 디지털, 그린, 수명 100세, 저출산, 고령화, 미·중 갈등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를 전 세계가 동일하게 안고 있다. 이걸 푸는 민족에게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라는 이정표가 생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돼야 할까?

“덩샤오핑은 30년 개혁·개방을 통해 못사는 나라 중국을 G2로 만들었다. 이처럼 30년 정도 국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30년 후인 2050년은 6·25전쟁 100주년이다. 그때쯤이면 대한민국이 G3·G5에 진입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으면 한다. 다음으로 강력한 분권형 대통령이다. 강력과 분권은 병치(竝置)할 수 없을 거라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와 함께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총리에게 과감히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동시에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 총리는 의회에서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이 좋다고 본다.”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간절히 희망한다. 대전환의 시대를 끌고 나가는 데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이 미래지향적이라고 본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보기에 민주당 재집권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중국도 30년 만에 나라를 바꿨다. 우리도 30년간 노력해서 2050년에는 G3·G5의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

이른바 ‘추-윤 갈등’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대한 평가는?

“(한참 뜸들이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 개혁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또 정치하는 불행한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검찰이 검찰로서 자리 잡고 후배들에게 편한 길도 열어줄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변호사 사무실조차 열지 않은 분도 꽤 있다.”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이다.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나?

“결국 ‘삶의 질을 어떻게 고양하느냐’,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고 본다. 이 쟁점에 대해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정책이 표가 되느냐’는 말을 가장 모욕적으로 생각한다. 정책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인력에 진력 다하면 천명에 가까이 가는 것 아닐까”

보궐선거 이후인 5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어떤 사람이 차기 당대표가 돼야 할까?

“민주당의 시스템 집권의 길을 여는 사람이 당대표가 됐으면 좋겠다. 여태까지는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모두 캠프쪽으로 몰려갔다. 그래서 이광재·안희정, ‘만사형통’, ‘문고리 3인방’, ‘3철’ 등 대통령 측근들이 부각됐고, 결국 (당선인이) 당과 분리됐다. 정책과 사람 준비가 확고해야 국가 경영에 성공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이후 국가 경영에 성공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선후보는 경선 이후 자신이 밝힌 정책과 당의 정책을 하나로 묶어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이처럼 시스템 집권을 준비하는 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 의원이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나?

“지금 듣고 있지 않나(웃음). 1988년 당시 노무현 의원의 보좌관 면접을 볼 때 노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 달라.’ 나 역시 그런 도구로 쓰여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자리를 지향해서 뭔가를 하려 하면 오히려 잘 되지 않더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추구하다 보면, 또 시대와 맞으면 기회가 오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다른 기회가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새가 날다 보면 바람을 탈 때도 있고 타지 못할 때도 있는 것 아닌가. 자리에 집착하는 건 불행한 정치의 시작이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비극은 정치인들이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6시20분쯤 국회로 출근하는 것도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게 아니라 국민의 녹을 받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학이나 고전 공부에 깊이가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마음에 새기고 있는 구절이 있다면?

“요즘 [노자]를 보고 있다. 예전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평이한 말씀이라 생각했는데 10년 동안 어려움을 겪다 보니 물에 대해 알게 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강릉 바다에 가서 파도가 치는 걸 보면서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으니까 큰물을 모으는구나. 사람은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물은 결국 바다까지 간다는 점이다. 바다까지 간다는 건 천명(天命)이 있다는 것과 같다. 인간에게도 자신은 알 수 없는 천명이 있는 것 같다. 인력에 진력(盡力)을 다하면 천명에 가까이 가는 것 아닐까.”

붓글씨에 원래 관심이 있었던 건가?(이광재 의원실 한편에는 문방사우가 갖춰져 있다)

“노 대통령 퇴임 직전에 살펴보니 그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채 10장도 안 되더라. 그래서 기념이 될 만한 것을 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쓰시던 벼루를 주시더라. 그걸 계기로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절에 먹을 갈았는데 묵향이 참 좋았다. 그때부터 붓글씨가 재미있어졌다.”

인터뷰 말미에 추가 질문을 했다. “시대와 맞는다면 대선 출마 생각이 있으신지요?” 이 의원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더니 “제가 그런 바람을 맞게 될까요?”라고 답했다. 반드시 출마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 글 최경호·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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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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