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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안보만 추구하는 방법은 해결책 아냐코로나19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그 제일선에서 ‘등대’처럼 숭고한 사명을 짊어지고 헌신적으로 계속 행동한 존재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기관 종사자 분들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바칩니다. 전 세계 간호사 8명 중 1명은 출신 국가나 교육을 받은 나라 이외의 장소에서 존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 빠졌을 때 많은 인명을 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사람들이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 현장이나 병원 운영 등을 뒷받침한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팬데믹 선언 이후 마스크가 부족해 각국 간 확보 경쟁이 일어났을 때 난민들이 수용지역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 일에 관해 유엔 난민기구(UNHCR)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독일에서도 자신들을 받아준 지역에 있는 병원의 간호사를 돕고자 중동 시리아에서 넘어온 난민 가족이 마스크 제작에 나섰습니다. 도중에 마스크용 고무가 부족해졌을 때는 사정을 안 지역 주민들이 곧장 많은 고무를 집으로 보내줬다고 합니다.난민 가족은 마스크를 만든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줬습니다. 살 곳을 찾고, 일자리도 얻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독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로 기쁩니다”라고 말입니다.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을지 모르지만 ‘비록 혼자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억누를 길 없는 마음.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기에 존재를 서로 헤아리고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려는 행동. 저는 국적이나 처한 상황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러한 마음과 행동이 사회에 쌓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복 탄력성’의 토양이 굳건히 다져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백신 개발은 위기를 타개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WHO가 유의하라고 당부하듯이 그것만으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백신 수송 체제를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 접종을 각지에서 실제로 진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과제가 남아 있으므로 향후 감염 방지 대책과 함께 많은 사람의 협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도전을 진행하는 데 기반이 되는 것이 ‘연대해서 위기를 이겨내자는 의식’의 공유와 ‘회복 탄력성’ 구축을 맡을 사람들의 유대를 넓히는 일이지 않을까요.팬데믹은 그리스어로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판데모스(Pandemos)가 어원이듯이 지구 상의 모든 장소에서 감염 확산이 수습되지 않는 한 그 위협은 국적이나 처한 상황의 차이에 관계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국의 안보만을 추구하는 종래 ‘국가 안전보장’ 같은 방법은 충분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일찍이 냉전 대립으로 세계의 분열이 격화한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소아마비와 천연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해 그 싹이 튼 것처럼 나라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맞닥뜨린 위협을 함께 제거하겠다는 ‘인간안전보장’을 위한 접근방식이 중요합니다.향후 팬데믹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에 백신 공급을 포함한 감염 방지책의 중심이 ‘전 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안전만을 우선하는 목적’으로 기울어지는 풍조가 각국 사이에 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코로나19 팬데믹은 심각한 위기이지만 ‘넘기 어려운 벽을 타파하는 인간의 무한한 창조력’을 결집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토대로 ‘연대로 위기를 이겨내자는 의식’을 시대 흐름으로 만들 것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7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