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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려면 

국가 간 연대 의식을 시대 흐름으로 만들어야 

백신 하나만으로 사상 초유 위기 해결할 순 없어
인간의 무한한 ‘창조력’ 결집할 때 비로소 극복


▎2019년 1월 도쿄 나가노에서 창가학회평화위원회가 주최한 난민 영화 상영회. 유엔 난민기구가 해마다 개최하는 ‘난민영화제’에도 소개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시리아 어린이들의 참상이 알려졌다. / 사진:SGI
우리는 지금,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절박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상이변의 증가에서 볼 수 있듯 해마다 악화하기만 하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덮쳐 사회적·경제적 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피해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수많은 목숨과 건강의 참혹한 상실’과 ‘경제적·사회적인 곤궁’을 막기 위한 대응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수입이 끊긴 데서 오는 영향까지 더하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재해보다 코로나19라는 재해로 피해를 본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미증유의 위기 양상을 보이는 까닭은 대다수의 나라가 코로나19 위기로 ‘재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수마트라 지진(2004년)을 비롯해 파키스탄 지진(2005년),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2008년), 아이티 지진(2010년) 등 거대한 재해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현지에 심각한 피해를끼쳤지만 재해 직후 구호활동부터 복구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흐름이 확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대다수의 나라가 동시에 ‘재해’를 입고 있기에 상황은 더욱 혼미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을 ‘항해 중인 배’에 비유해 본다면 모든 배가 일제히 폭풍우에 휩쓸려 경험한 적 없는 거센 파도에 노출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라는 ‘같은 바다’에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휩쓸려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감염 확산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부터 실용화, 세계 각국에 대한 공급 방법 등이 주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이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지난해 4월에 설립한 것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라는 국제적인 시스템입니다. 모든 나라가 신속하고 공평하게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를 목표로 우선 올해 연말까지 20억 회분의 백신을 참여국에 제공할 계획입니다.

COVAX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불과 1개월 뒤에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대응이 빠른 것은 국제적인 시스템 없이 백신 개발 경쟁이 진행되면 자금력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에 백신 확보에 심각한 격차가 생기거나 백신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WHO는 지난해 5월에 실시한 총회에서 백신의 광범위한 접종은 모든 나라에 나눠야 할 ‘글로벌 공공재’라고 강조했습니다. COVAX 계획을 궤도에 오르게 하는 것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설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도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해 ‘얼마만큼의 생명을 함께 구할 것이냐’에 기반을 두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감염자 수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면 다른 나라들과의 제휴보다 자국의 방위를 위한 발상으로 치우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감염으로부터 지킨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결국 자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자국 안보만 추구하는 방법은 해결책 아냐

코로나19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그 제일선에서 ‘등대’처럼 숭고한 사명을 짊어지고 헌신적으로 계속 행동한 존재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기관 종사자 분들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바칩니다. 전 세계 간호사 8명 중 1명은 출신 국가나 교육을 받은 나라 이외의 장소에서 존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 빠졌을 때 많은 인명을 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사람들이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 현장이나 병원 운영 등을 뒷받침한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팬데믹 선언 이후 마스크가 부족해 각국 간 확보 경쟁이 일어났을 때 난민들이 수용지역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 일에 관해 유엔 난민기구(UNHCR)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독일에서도 자신들을 받아준 지역에 있는 병원의 간호사를 돕고자 중동 시리아에서 넘어온 난민 가족이 마스크 제작에 나섰습니다. 도중에 마스크용 고무가 부족해졌을 때는 사정을 안 지역 주민들이 곧장 많은 고무를 집으로 보내줬다고 합니다.

난민 가족은 마스크를 만든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줬습니다. 살 곳을 찾고, 일자리도 얻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독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로 기쁩니다”라고 말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을지 모르지만 ‘비록 혼자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억누를 길 없는 마음.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기에 존재를 서로 헤아리고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려는 행동. 저는 국적이나 처한 상황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러한 마음과 행동이 사회에 쌓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복 탄력성’의 토양이 굳건히 다져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신 개발은 위기를 타개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WHO가 유의하라고 당부하듯이 그것만으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백신 수송 체제를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 접종을 각지에서 실제로 진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과제가 남아 있으므로 향후 감염 방지 대책과 함께 많은 사람의 협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도전을 진행하는 데 기반이 되는 것이 ‘연대해서 위기를 이겨내자는 의식’의 공유와 ‘회복 탄력성’ 구축을 맡을 사람들의 유대를 넓히는 일이지 않을까요.

팬데믹은 그리스어로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판데모스(Pandemos)가 어원이듯이 지구 상의 모든 장소에서 감염 확산이 수습되지 않는 한 그 위협은 국적이나 처한 상황의 차이에 관계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국의 안보만을 추구하는 종래 ‘국가 안전보장’ 같은 방법은 충분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일찍이 냉전 대립으로 세계의 분열이 격화한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소아마비와 천연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해 그 싹이 튼 것처럼 나라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맞닥뜨린 위협을 함께 제거하겠다는 ‘인간안전보장’을 위한 접근방식이 중요합니다.

향후 팬데믹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에 백신 공급을 포함한 감염 방지책의 중심이 ‘전 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안전만을 우선하는 목적’으로 기울어지는 풍조가 각국 사이에 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심각한 위기이지만 ‘넘기 어려운 벽을 타파하는 인간의 무한한 창조력’을 결집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토대로 ‘연대로 위기를 이겨내자는 의식’을 시대 흐름으로 만들 것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7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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