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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여의도 빅뱅’ 블랙홀 윤석열의 行路 

출마 선언은 7월 이후 제3지대에서 둥지 키운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여러 분야 공부하며 각계 인사 접촉 이어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 결과 지켜본 뒤 본격 행보 예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매일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가 전달된다고 하더라. 분야도 경제·산업·노동·사회·문화 등 매우 다양하다고 들었다.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쓴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과 꽤 친분이 두터운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윤 전 총장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A씨에게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 시점이 언제쯤일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원래대로라면 검찰총장 임기는 7월까지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공부에 전념하면서 각계 인사들과 만나 조언을 구할 걸로 본다. 7월 이후 공식 행보가 시작되지 않겠나.”

A씨의 말처럼 요즘 윤 전 총장은 공부에 푹 빠져 있다는 후문이다. 윤 전 총장 측 사정에 밝은 B씨는 “소싯적에 사법시험 준비할 때처럼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공부해야 할 게 어디 한두 분야겠나.”

A씨와 B씨의 전언처럼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퇴임 이후 되도록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 채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4월 11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한식집에서 자신의 오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와 4시간가량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정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를 밑줄을 그어가며 열독(閱讀)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서에는 노동 문제, 청년 일자리 해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공히 윤 전 총장을 내년 대선 상수(常數)로 보고 있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선두를 달린다. 그는 4·7재·보선 이후 진행된 첫 차기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4월 10∼11일 전국 18세 이상 1016명을 상대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발표는 4월 13일) 결과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6.3%로 이재명 경기지사(23.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3위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2.3%), 4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1%), 5위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4.9%)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메시지 정치’는 이미 시작… 여름쯤 공식 행보 예상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관한 신간. / 사진:뉴시스
사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도 아니고, 또 정치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다. 그러나 검찰총장 퇴임 이후 사실상 그가 정치를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내년 대선에 뛰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것 같다. 두세 달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당분간은 세 규합을 하면서 ‘윤석열 정치’를 보여줄 걸로 생각한다”며 “만일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의힘까지도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독자 세력으로 완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정치를 시작했음에도 공식적으로는 ‘자연인’이기에 윤 전 총장은 대외 행보보다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 정치’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재·보선의 의미’를 묻는 말에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자기 생각을 얘기할 타이밍을 잡는 거나, 짧은 메시지 안에 강렬한 임팩트를 담는 걸 보면서 ‘정치적 감각이 잘 훈련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런 점으로 봤을 때 정치인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윤석열’의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은 언제쯤 이뤄질까.

윤 전 총장을 잘 알거나 정치 경험이 풍부한 전략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7월 이후가 유력하다. 여의도 정치 달력을 살펴봐도 7월 이후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여당인 민주당은 5월 2일 차기 대선을 관리할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가나다순) 등이 차기 대표로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5월 말 또는 6월 초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을 비롯한 원로·중진급 인사들과 김웅·윤희숙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현재로서는 안갯속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장관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곧 지도부를 개편할 텐데 누가 당대표가 되는지, 또 그게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등을 본 뒤에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 시점을 판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형님 리더십’ ‘의리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입을 모은다. 후배들과 술친구들을 다 챙기다 보니 고시 장수생(9수)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 대목에서 윤 전 총장의 대학(서울대) 선배로 장관을 지낸 구여권 인사의 말을 귀 기울여볼 만하다. “서울 법대 79학번인 윤 전 총장은 같은 과 선배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77학번), 후배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82학번) 등과 친했다. 대학 때 윤 전 총장은 권 의원이 주도한 ‘형사법학회 아이리스회’에 가입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안다. 나 전 의원 부부와는 검찰총장(2019년 7월)에 임명되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물없이 만나 소주잔을 부딪쳤다고 하더라. 나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도 법대 82학번이다.”

스타일은 ‘형님 리더십’… 호감도만큼 비호감도 높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술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술값을 내는 것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인사는 “(2012년) 결혼할 때 얘기를 들어보니 재산이 없어도 너무 없더라. 아마도 여기저기서 술값 내느라 돈을 모으지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형님 리더십’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경우에 따라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검찰 요직 대부분이 특수부 검사로 채워졌고, 형사부 출신 검사들은 대체로 밀려났다.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윤 전 총장은 자신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전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감싸려다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등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중적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검찰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매끄러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호감도만큼이나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4월 13일 발표된 리얼미터(JTBC 의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감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의에 윤 전 총장이 22.8%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2.7%), 3위는 이재명 경기지사(11.2%), 4위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10.0%).

반면 그 같은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윤 전 총장이 정부여당의 부당한 지시나 불공정에 맞서는 모습이 강성 여권 지지자들에게 마뜩잖게 비쳤을 뿐이지, 정치인으로 데뷔하면 그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쉬이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은 ‘개인이 아닌 국가에 충성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검찰에 몸담았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들과도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을 놓고 보면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 매우 유용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력과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은 모여든다. 뒤집어 말하면 돈과 사람이 없으면 권력을 쥐기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윤석열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관심이 쏠린다.

베일에 싸인 ‘윤석열의 사람들’은 누구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안을 재가한 3월 5일 윤 전 총장 자택 앞에 지지자가 보낸 벚꽃 조화가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인맥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의 모교인 충암고(8회)와 서울대 출신들,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검찰·법조계 인맥 그리고 충청권 인사들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사실상 충청 출신으로 본다.

법조계 인맥으로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소윤(小尹)’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게 징계 청구를 했을 때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이완규 변호사,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 남기춘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윤상명 전 검찰총장은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로 전해진다.

충암고 출신, 그중에서도 재계·금융계 인사로는 옥경석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6회), 이기흥 신한생명 DB마케팅그룹 부사장(11회),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이사(10회), 서명석 유안타증권 경영고문(9회) 등이 있다. 윤 전 총장은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정계 인사들과도 두루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인맥으로는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종수 초당대 총장, 유지상 광운대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윤 전 총장과는 충암고 동기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의 아들인 박 총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단장을 비롯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유 총장은 충암고 10회로 한국방송공학회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청도 출향 인사들이 윤 전 총장 지지 모임인 ‘윤공정포럼’을 결성해 시선을 끌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에서 활동 중인 충청 출신 인사들은 4월 10일 서울 강남의 한 상가 건물에서 ‘윤공정포럼’ 발대식을 했다. 사회 각계 인사 60여 명이 함께하는 이 포럼은 ‘법치와 상식이 통하는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포럼은 윤 전 총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가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들면 전국 단위로 세를 불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모임의 상임 공동대표는 충북 충주 출신의 윤진식 전 국회의원이다. 조성정 백제홍삼㈜ 삼대인 회장, 이규천 작가, 강택구 ㈜라온패션 회장 등은 집행부로 참여했다. 윤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부친과 선조들이 충청도 사람이다. 총장 시절 그의 언행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충청권 인사들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윤 전 총장과 함께 범야권 잠룡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김 전 부총리는 얼마 전 월간중앙의 인터뷰 요청에 ‘감사하지만 (당분간) 언론은 안 만나고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취지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경우에 따라 독자 세력을 구축하든, 윤 전 총장 등과 연대하든, 어떤 형태로든 정치를 시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 범야권에 잠재적 대권후보가 많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정작 국민의힘 내부에는 확실한 주자가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그 두 사람에게 사람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수 야권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해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그리고 윤석열 전 총장의 제3세력 등 크게 세 갈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범야권은 여권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내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과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국민의당은 국민의당대로 ‘윤석열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국민의힘·안철수 등과 관계 설정도 숙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가 하면 4·7재·보선을 끝으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 김종인 전 위원장도 윤 전 총장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서 지금 중요한 가치인 공정이라는 단어가 마치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버렸다.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한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인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한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만 품을 수 있다면, 국민의힘을 흡수 통합할 수 있을 거란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접한 뒤 크게 경계하는 눈치다. 향후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능성 높은 대선주자를 헌팅해 마치 자신이 도우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처럼 현혹한다”며 “과도한 정치적 청구서를 내밀고 거부되면 또다시 총질하는 기술자 정치는 청산해야 할 구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또한 김종인의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키고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데 동참한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윤석열 쟁탈전’과 관련해 최진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전 총장은 자기 세력을 중심으로 거대한 빅텐트가 세워지길 희망하겠지만, 중도·독자 노선만으로는 대권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 국민의힘과 연대하거나 합당하더라도 윤 전 총장 자신이 주도하는 구도를 원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전망은 결이 조금 다르다. 윤 전 총장이 서둘러서 야권 대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한동안 제3지대를 유지하며 관망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상당 시간 동안 제3지대에 머물면서 여야 상황을 두루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서 출마할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자기부정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이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될 때, 정치권에서 동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로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있다. 한때 이들은 ‘대망론’을 앞세워 대권을 노렸으나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의 경우는 어떨까. ‘선배’들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아니면 새 역사를 쓰게 될까. 또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서 그가 넘어야 할 허들들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윤여준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결국 정치인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어려울 걸로 봤다. 정치는 민주주의, 수평 구조인데 검찰은 상명하복, 수직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윤 전 총장과 막역한 인사로부터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그 사람은 고시 공부할 때도 사람 사귀는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술친구가 많을뿐더러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책도 많이 봤다. 꽉 막힌 법률가가 아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물론 정확한 판단은 사람을 만나봐야 내릴 수 있겠지만.”

자신 앞에 놓인 허들을 넘을 수 있을까


▎2017년 1월 당시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당면할 리스크로 ‘처가’ 문제를 꼽는 이도 적지 않다. 윤 전 총장은 만 52세이던 2012년 열두 살 연하의 재력가인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핵심 요직인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일 때였다. 김씨는 문화예술 기업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어떤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아내 재산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그해 3월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윤 전 총장은 65억9076만원을 신고했다. 검찰 고위 간부 중 1위, 중앙 부처 전체 공무원 중에서는 5위였다. 재산의 80%가 예금인데 대부분 아내 소유이고, 윤 전 총장 명의로 된 예금은 2억1386만원이었다. 만일 윤 전 총장이 대선 가도에 뛰어든다면, 아내의 사업과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소소한 의혹들까지 가혹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도 논란 대상이었다. 2018년 10월 당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의 장모에게 30억원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배후에 윤석열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몇십억원 손해를 입은 게 있으면 민사나 형사소송을 할 텐데 저는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몇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전 ‘선배’들처럼 도중 하차하진 않을 거란 예상이 우세하다. 여권의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우선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밖에서 어느 정도 자기 세력을 계속 쌓아서, 오히려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정계 개편을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진행자가 ‘조직 없이 제3지대행을 선택했다가 사라진 이가 많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그분들보다는 내공이 더 있을 것 같기에 조금 더 단단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장관의 진단도 유 전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설령 윤 전 총장에게 ‘흠결’이 있더라도 그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가정사를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나. 여권의 가혹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걸로 판단했기에 정치할 결심을 굳혔을 것”이라며 “돌아보면 큰 흠결이 있었음에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그에 비하면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은 대단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최경호·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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