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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재·보선 승패 가른 ‘부동산 민심’의 향배 

정책 변화 없으면 여당, 내년 대선도 참패? 

정부·집권여당 개각으로 쇄신 의지 나타냈지만 정책 고수 태도 비쳐
서민 주거권 악화시키는 징벌적 과세주의는 투표 저항 부메랑 초래


▎3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 쓰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7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4월 16일 개각을 단행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임한 가운데 후임으로는 경북 출신의 김부겸 전 민주당 4선 의원이 낙점됐다. LH 사태 등 말 많고 탈도 많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체됐다.

개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을 바꾸는 국정 운영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투기 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거래 근절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듯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방자치단체·기초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종전대로 유지될 경우, 선거 다음 날 시청으로 출근하면서 여당과의 협치를 선언한 오세훈 시장과 박형준 시장의 발언은 지켜지기가 힘들고, 정부와 야당 시장들의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 참패가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된 만큼, 집권여당이 이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다면 내년 대선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임대차 3법의 입법 과정을 심판했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부동산 정책과 입법을 추진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공직자들의 위선과 무능함에 대해 높은 투표율과 저항투표로 민심을 표출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며 야당을 심판했던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180도 뒤집혀서 집권 세력에 따가운 회초리를 든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민심은 고정돼 있지 않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변화하는 민심에 두려움을 갖고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개각으로 국면 전환 꾀하는 집권여당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 사진:연합뉴스
4연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은 이번 선거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4연승 해오다 이번에 참패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도 변해야 한다. 집권여당은 표심과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해 새 내각이 변화된 국정 운영과 정책의 수정·보완을 시도하는 게 최선이다.

민주당도 변화의 몸짓을 보이기는 했다. 선거 다음 날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전원 사퇴한다”고 말했다. 또 여당이 참패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적 질타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것인지가 빠진 것이어서 선거 패배의 심각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2·4 부동산 대책, 임대차 3법, 공시지가 인상 등 기존 정책을 변화 없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또 당 지도부 사퇴와 함께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비대위에 선거 실패의 책임이 큰 친문(親文)계 3선인 도종환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던 것도 쇄신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도종환 비대위원장의 등장에 대해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벼랑 끝에 서서 쇄신을 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세우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면서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간략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과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잘못했다’는 단어 하나로 퉁 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조 의원은 비대위 전환 이후에도 당 지도부 선거에 홍영표·윤호중 의원 등 친문 핵심이 나서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처럼 같이 패배를 대하는 민주당과 대통령의 태도는 부동산 정책 변화,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이번 선거의 표심과는 다른 분위기다. 4월 8일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밝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일부 또는 전면 수정돼야 한다는 응답이 86%에 달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평가가 80%로 긍정 평가(16%)를 압도했다. 부동산 정책의 잘못된 점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31%가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였다.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정책을 고수하려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변화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을 파악하는 한편, 집권여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무엇인지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는 선거의 의미는 무엇일까?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으로, 국민과 시민을 대변하는 국가나 시정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다. 선거는 평가의 장으로 잘한 대표자에게는 승리와 공직을 주고, 그렇지 않은 대표자에게는 패배와 공직 박탈을 줌으로써 분발을 촉구하는 기능을 한다.

집권여당, 쇄신 관점에서 국민 불만 살펴야


또 선거는 평가뿐만 아니라 유권자와 대표자 간의 공감과 소통·통합의 기능을 한다. 그래서 선거 과정은 유권자와 대표자 간 불통과 불신을 해소하고 서로의 관심과 요구사항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신뢰를 얻는 통합의 과정이 된다.

민주주의를 대화와 토론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이론에서 보자면, 선거는 정책과 공약 그리고 국정과 시정 운영에 관해 토론 참여자들 사이에 대화를 통해 상호 설득하고 이해해나가는 숙의적 의사소통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숙의 과정은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상대방의 입장과 공공선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합의와 통합에 이르게 된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는 선거 과정은 선거 전 숙의 과정과 선거 후 국정 과정이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를 매개로 양쪽으로 선순환하면서 환류(Feed Back)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선거 과정은 단순히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공약하고 유권자를 동원해 정권을 잡고, 자신이 공약한 대로 국정을 일방적으로 좌우하는 과정이 아니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는 선거 과정은 투표하기 이전에 토론과 숙의를 통해, 즉 후보자와 정당이 다음 정권의 국정 및 시정 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해 유권자와 반대 당과 소통하고 조정해 합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 국정 및 시정 운영 과정은 선거 과정에서 미진했던 주요 정책에 대해 숙의를 통해 이익과 선호 및 정체성을 변형하고 조정해 합의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집권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부동산 표심을 숙고하고 정책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이를 평가하고 심판함으로써 공직을 박탈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집권여당은 쇄신 관점에서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해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3월 31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와 YTN 등의 공동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55.8%, 박영선 후보는 32.0%의 지지를 얻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3.8%p로 나왔다. 이념 성향으로 볼 때 중도층의 60.5%는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반면 박영선 후보는 25.8%에 그쳤다. 또 무당층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3%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중점 현안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37.9%)을 꼽았다. 이어 민생경제 활성화(26.2%), 강북·강남 간 균형발전(10.4%), 환경 및 생활안전(8.1%), 저출산·고령화 정책(7.4%), 코로나19 대응 강화(5.9%)가 뒤를 이었다. 지지 후보 결정 시 중요 고려 요인으로는 ‘정권 심판론과 안정론’(32.4%), ‘정책 및 공약’(22.5%), ‘도덕성’(13.1%), ‘정당’(12.7%) 등 순을 꼽았다. 재·보선의 의미에 대해서는 국정안정론(34.0%)보다 정권심판론(55.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무주택 2030과 강남3구 표심에 나타난 함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4월 16일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 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부산시장과 관련해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형준 후보는 51.1%, 김영춘 후보는 32.1%의 지지를 얻어서 두 후보 간 격차가 19.0%p임을 보여줬다. 지지 후보 결정 시 중요 고려 요인으로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28.6%), ‘도덕성’(19.4%), ‘공약’(16.8%), ‘정당’(15.6%), ‘인물’(10.6%) 등 순을 꼽았다. 또한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의미에 대해서도 국정안정론(37.9%)보다 정권심판론(52.3%)이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거 결과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민심은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주효했음을 보여줬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실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과 민주당과 정부를 심판하는 표심으로 연결됐다. 마땅히 집권여당은 이런 결과를 반영하는 전향적 대처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역대 재·보선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 자치구별 투표율을 보면 서초·강남·송파가 각각 64.0%, 61.1%, 61.0%로 강남 3구가 25개 자치구 중 투표율 1~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4위는 60.5% 투표율을 기록한 양천이었다. 투표율 하위 3곳은 금천(52.2%)·관악(53.9%)·중랑(53.9%)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강남 3구와 양천에서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왜일까? 이곳이 재건축 단지와 고가 아파트가 많이 있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 가중으로 불만이 높은 곳이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투표율 상위 3곳은 여권 지지세가 강했고, 하위 3곳은 야권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다. 여권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서 투표율은 낮고, 야권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은 정권심판론에 대한 국민 정서가 크게 반영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선거 승패를 가른 핵심적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핵심은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가 밝힌 출구조사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한 부동산 보유 부담이 높아진 지역과 무주택자가 많은 20~30대 연령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표와 몰표를 보냈다.

이번 출구조사에 응한 20대 이하(18~19세 포함) 남성 유권자의 72.5%, 30대 남성 유권자의 63.8%가 오세훈 후보를 찍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57.5%를 득표했는데, 강남 3구 주요 9개 동에서는 80% 이상의 득표율을 얻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가장 많은 88%를 득표했고, 대치1동에서 85%, 강남구 도곡 2동과 서초구 반포2동에서 84%를 득표하는 등 강남 3구 소재 9개 동에서 80% 넘게 득표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는 무려 9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투표 행태는 무주택자·유주택자 가리지 않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저항투표를 표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공개한 주거실태조사(2019년 기준)에서 가구주 연령 20~34세인 청년 가구 중 77.4%가 임차 형태로 살고 있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당수 무주택자가 ‘정권 심판’에 가세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것을 통해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확인해줬다. 1주택자를 포함해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징벌적 과세’에 불만을 쏟아냈다. 공급을 외면한 채 강력한 대출규제까지 더한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집값을 밀어 올렸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젊은 층은 ‘과연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저항감을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집값·세금 높을수록 ‘吳-朴’ 득표율 차이 컸다


선거 이후 서울시 25개 구별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문재인 정권 4년여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기사([헤럴드경제] 4월 8일 자, “집값·세금 높을수록 ‘吳-朴’ 득표율 차이 컸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사는 “집값이 폭등했던 지역일수록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부동산 관련 세금의 기초인 공시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른 곳일수록 오 시장 쏠림이 강하게 나타났다”며 “지난해 인상된 공시가격으로 산정된 재산세와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들면서 일종의 조세 저항이 표심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와 박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가장 큰 곳의 1위는 강남구였다. 강남구에서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49.2%p다. 강남구는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높게 오른 곳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 기준으로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파트의 ㎡당 가격이 957만원 오른 것으로 기록됐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44.3%p로 2위를 기록한 서초구는 같은 기간 아파트 ㎡당 가격이 826만원 올랐다. 득표율 차이 30.6%인 송파구도 775만원이 상승했다. 강남 3구 외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현 정부 4년간 아파트 ㎡당 가격이 739만원 오른 성동구에서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22.6%p에 달했다. 용산구·양천구·광진구 등 ㎡당 가격이 이 기간 600만원 이상 오른 지역도 20%p 내외의 표차를 기록했다.

반면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10%p 미만인 곳의 ㎡당 가격 변화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6%p로 가장 낮은 득표율 차이를 기록한 강북구는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파트 ㎡당 가격이 373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또 4년간 서울 아파트 중 ㎡당 가격 변동이 341만원으로 작았던 금천구도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6.9%p로 끝까지 박빙 양상을 보여줬다.

기사의 분석대로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과 대체로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인 공시 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르고, 이에 따라 액수가 커진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든 주민이 많은 곳에서는 여당에 대한 반감으로 야당에 몰표를 던지는 투표 행태가 나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패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그들이 ‘세금의 정치’를 몰랐다는 거다. 세금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모르고, 무턱대고 부동산 투기 잡는다고 세금 올리고, 공시지가 올리고…. 조세 저항에 대한 감이 전혀 없더라. 성추행에 세금 폭탄까지 터졌으니 질 수밖에.”

공론적 합의안에서 실마리 찾아라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월 23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현실에서 부동산은 사는(live) 곳이기도 하지만 사는(buy)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누구라도 투기적 수요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1가구 2주택자, 1가구 다주택자가 사회적 악이고 범죄이고, 그래서 징벌적 과세가 마땅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합의가 된 사항인지에 대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1가구 1주택을 벗어나는 주택 소유가 사회적 악이고 범죄라면, 정부가 ‘공평 과세’라는 세금 정책의 본령에서 벗어난 ‘징벌적 과세주의’를 멈춰야 할 것이다. 그 대신 근본적인 특단의 정책수단으로 2005년 7월 15일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제안한 것처럼 “성인 1인당 1주택 소유하기 범국민운동”과 같이 법적인 소유 범위를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주택은 유상으로 국가가 수용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 방식을 선택해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주거권과 소유권 보장 차원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는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하는 게 마땅하다.

지금처럼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을 통한 ‘징벌적 과세주의’는 임차인과 구매자에게 세금 인상분을 전가해 집값과 전월세 폭등 및 서민 주거권 악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 조세 저항과 투표 저항의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부동산 해법의 대안은 무엇일까? ‘징벌적 과세주의’를 중단하고, 근본적으로 주택 소유의 범위와 제한을 다룰 사회적 합의기구를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해 공론적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 ccw7370@hanmail.net

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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