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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내로남불’ 文 정부 인사 부동산 적폐 잔혹사 

영끌해서 땅 사고, 신도시 투기하고… 부동산 적폐세력 대통령도 속였다 

김의겸부터 김상조까지… 부동산 불패신화만 재확인
文 정부가 부동산 적폐 청산? 정·학계 “기대 접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임대료를 14.1% 높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3월 29일 사퇴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부동산 적폐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시간을 2년여 전으로 돌려보자. 2019년 3월은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시작된 시점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현 열린민주당 의원)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재직 당시인 2018년 7월 재개발 호재가 있던 흑석동 상가를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의미의 신조어)해서 무리한 대출까지 일으켜 구입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추가로 ‘관사 재테크’ 논란까지 일었다. 서울 종로에 살던 전셋집을 두고 청와대 직원을 위한 청운동 관사에 입주했다는 것이다. 규제를 쏟아내고 대출을 틀어쥐며 ‘투기와의 전쟁’에 한창이었던 문재인 정부에 찬물을 끼얹은 그는 청와대를 떠나며 “(건물 매입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이때부터 김 전 대변인을 ‘흑석 김의겸 선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문제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그는 집 두 채와 세종시 소재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주택자에게 역대급 규제 대책을 내놨던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어긋나는 행태가 드러나자 청와대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논란 끝에 최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다. 참여정부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낙마한 일은 처음이었다.

김의겸 전 대변인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기 낙마하자 청와대 ‘군기반장’인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호기롭게 나섰다. 그는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참모들에게 법적 처분이 불가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택 한 채를 제외하고 모두 처분하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군기반장 노영민까지 ‘내로남불’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왼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2018년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두 정책실장의 아파트 가격 모두 문 정부 취임 후 10억원 이상 올랐다.
당시 김조원 민정수석도 다주택 처분 대상자였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등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 채를 처분해야 했던 김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싼 가격에 내놨다. 당장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솔선수범 코스프레’라며 들고 일어났다. 김 수석은 이를 뒤늦게 철회했지만, 민심은 이미 화가 난 상태였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남자들은 가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해명은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김 수석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직’ 대신 ‘집’을 택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국민이 청와대 수석에게 뒤통수를 맞아 어지러울 지경”이라며 “결국 집이 최고인가. 집값 잡겠다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더니 부동산 불패만 입증하고 (김 수석이) 떠난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은 그렇게 국민의 신뢰를 잃어갔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민심의 불호령을 피해 가지 못했다. 충북 청주 흥덕아파트와 서울 서초 반포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그는 강남의 아파트 대신 자신의 고향이자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청주 소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논란이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지난해 7월 7일 김남국 민주당 의원),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가지 비판을 받을 소지는 있다고 생각한다”(지난해 7월 6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합당한 처신, 합당한 조처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결국 노 비서실장은 반포아파트 역시 처분하기로 했지만, 청와대 참모진조차 ‘강남 불패 신화’만 재확인시킨 꼴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잇따른 부동산 논란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데 결정타를 날렸다.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 중대사는 2018년 9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말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여론을 악화시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장 전 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17억9000만원이었는데 28억5000만원으로 약 10억 7000만원 상승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이를 두고 “장 전 실장이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다. 즉 땀 흘려 얻는 대가를 강조했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한 정부에서 소득과 일자리는 줄고 불로소득만 늘었다. ‘땀’의 대가가 아닌 ‘땅’의 대가만 늘려놓았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불로소득주도성장이다”고 꼬집었다.

장하성 실장 후임인 김수현 정책실장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혜택을 봤다. 그가 소유한 경기 과천 소재 주공아파트 가격은 2017년 1월 9억원에서 2019년 11월 기준 19억 4000만원으로 약 10억 4000만원이 올랐다. 두 정책실장의 아파트 가격이 공교롭게도 모두 10억원 이상 올랐다. 앞서 2011년 김 실장은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통해 “집은 생활 수단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김헌동 본부장은 경실련 발표가 있던 2019년 당시를 회상하며 “임기가 딱 절반 됐을 때 대통령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현 정부 30개월 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우리가 조사했는데, 42%가 올랐다. 30개월 중 28개월여 동안 계속 상승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발언을 할 수가 있지? 깜짝 놀랐다. 관료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적폐 세력이 대통령을 속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인 김상조 정책실장의 전셋값 ‘기습 인상’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일련의 부동산 관련 사건들 가운데 ‘화룡점정’이라고 할 만하다. 3월 28일 전자관보에 공개된 ‘2021년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김 실장은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약 1억2000만원 올려 신고했다. 무려 14.1% 올렸다. 인상률도 그렇지만, 인상 시점이 국민의 분노를 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김 실장 아파트 전세 계약일은 지난해 7월 29일이다. 민주당은 하루 뒤인 지난해 7월 30일 야당의 불참 속에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 임대차 3법의 핵심 중 하나였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은 지난해 7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됐다. 즉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되기 직전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 계약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4월 7일 임대차 3법 통과와 관련해 월간중앙에 “야당을 무시한 채 임대차 3법을 강행해놓고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 정부 탓을 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최고위직들이 스스로도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치다”라고 비판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의 전셋값 기습 인상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임대차 3법 통과 한 달 전에 아파트 월세를 크게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초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본인 명의 아파트의 보증금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월세를 100만원에서 185만원으로 올렸다. 환산하면 약 9% 임대료 인상이다. ‘거리의 변호사’, ‘서민 대변인’이라고 불린 박 의원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박 의원은 고개를 숙였고, 임대료를 9.3% 내려 재계약했다.

부동산 적폐 해소될까? 전문가들 회의적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8일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불로소득주도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3월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일련의 사태는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TV조선의 의뢰로 3월 27일 18세 이상 서울시민 803명에게 조사하고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6%는 지지 후보 선택에 LH 사태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17.7%로 조사됐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 분노는 4·7 재·보선 결과에서 확인됐다. 정치평론가인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이렇게 해석했다.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전체 표심이) 10이라면 7 정도는 부동산 문제의 영향을 받았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는 결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내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부동산은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 정책이다. 브랜드 정책이 무참히 깨지면서 민심이 훨씬 더 충격을 받았고, 불만이 과거 정부보다 크게 표출됐다. 여기에 선거 막판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터졌다. LH 사태와 김상조·박주민 등 당정청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문제다. 결국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참고 참다가 폭발한 것이 이번 선거 결과다.”

민주당은 현재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 중 일부는 월간중앙에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한다는 정도의 강한 발표가 있어야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당장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맞다. 3기 신도시를 취소하는 게 부동산 적폐 청산이다. 국민과 미래 세대, 젊은 층이 손뼉 칠 만한 정책을 쓰면 적폐 세력은 자연스레 사라진다”며 “3기 신도시를 취소하면 어떻게 되겠나. 거기에 투기했던 공무원들이 망한다. 투기 세력이 큰 손해를 본다. 그게 가장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한다고 해서 국민의 부동산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 “대통령 임기 끝나야 집값 잡힐 것”


▎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6일 “문 정부의 정책 비일관성이 정책을 무력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뢰를 잃게 된 가장 결정적 순간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엄청나게 늘려놨다가 취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책입안자는 자기가 말한 건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정책입안자의 입은 시그널이다. 경제 주체들은 정책입안자의 말을 따라 움직인다. 경제학에서는 정책 비일관성이 어떻게 정책을 무력화시키는지를 연구한다. 이랬다저랬다 하면, 경제 주체들은 ‘이 정부가 얘기하는 건 잘 안 지켜지는구나’라고 학습한다.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되느냐?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간다. 정책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나는 그 일 이후로 (현 정부의)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안 먹혔다고 본다. 동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누가 믿겠나. 더욱 큰 문제는 최고의 정책입안자들이 ‘부동산 어벤저스’라는 비웃음의 대상이 된 일이다. 이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겠나.”

정 교수는 LH 등 부동산 적폐라고 불리는 관료들의 문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공정은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근거조차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결국 이런 기조를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정치권과 학계 등 부동산 전문가들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4년간 못했던 일을 갑자기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부동산 적폐 해결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LH 사태가 터졌을 때 장관은 LH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대통령은 최고의 수사 전문가 집단인 검찰을 (LH 사태 수사에서) 배제했다”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문재인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동산 대책은 (대통령의) 임기가 빨리 끝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헌동 본부장은 다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열렸다는 시선을 나타냈다. “서울시장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토지 강제수용권·토지용도변경권·독점개발권이라는 국민이 위임한 3대 권한을 갖고 있다. 이 특권을 오로지 주거안정을 위해 쓴다면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는 안정될 것으로 본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따라간다면 결국 내년에 재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서울시민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달라고 오 시장을 뽑은 것 아닌가. 서울시민의 약 70%가 그 기회를 준 것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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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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