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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심 잃은 결정적 순간들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서 균열 시작, 코로나19 백신에서 쐐기타 

역대 가장 우호적 환경에서 출범했지만 잘못된 선택들로 지지율 급락
윤석열 대권주자로 키워준 자충수에 백신 확보마저 더뎌지며 더 위험


▎2021년 4월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상념에 잠겨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다. 국정농단으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것에 대한 당연한 판결이라고 다수 국민이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득표율 41.08%)은 17%라는 넉넉한 차이(2위 홍준표 후보 득표율은 24.03%)로 당선됐다.

만일 박근혜 탄핵이 없었다면, 그래서 2017년 말 정상적으로 대선이 치러졌다면, 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다 해도 이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는 힘들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당선에 운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것 말고도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친구로 둔 점,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점,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일어난 세월호 사건. 이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문 대통령이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훨씬 더 힘겨웠으리라.

물론 실력만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된 분들은 모두 억세게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국정을 운영할 실력이 없다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힘드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4년을 돌이켜봤을 때, 문 대통령의 실력은 그리 뛰어난 것 같지 않다.

갑자기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돼버렸다더니…


▎2019년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앞줄 고개 숙인 이)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먼저 경제를 보자. 듣도 보도 못한 최저임금제로 자영업자들을 고통에 빠뜨렸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큰소리를 친 것과 달리 전국 집값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정치? 친문 세력에 휘둘린 데다 ‘검찰개혁’을 한답시고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낙제점이다. 외교 역시 점수를 주기 힘들 지경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거의 단절 상태에 빠졌고,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도 서먹서먹하다. 북한은 대놓고 우리를 무시한다. “미국이 눈치 보고/ 중국은 구애하고/ 일본은 전전긍긍/ 갑자기 강대국이 돼버렸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 이 글을 썼던 누리꾼은 지금쯤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실력에 의심을 품은 건 솔직히 집권 이후 새삼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는 TV 토론을 하지 않으려 했다. 자기 밑천이 드러날까 봐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언제까지고 토론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결국 박근혜와 문재인의 TV 토론이 성사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던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가 토론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열세에 있던 여론조사를 반전시키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압승은커녕 박 후보에게 오히려 끌려다녔고, 대선은 결국 박근혜의 승리로 귀결됐다. 물론 토론을 못한다고 꼭 실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훗날 ‘무능의 아이콘’처럼 전락한 박 전 대통령한테 밀린 건 변명할 여지가 없다.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의 실력은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선거 막판 벌어진 4대강 관련 토론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문재인 후보(이하 문)_ 4대강 때문에 수질이 악화됐다는데 홍준표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준표 후보(이하 홍)_ 4대강 때문에 녹조가 생겼다, 동의하십니까?

문_ 네.

홍_ 녹조가 무엇 때문에 생깁니까?

문_ 물이 고이니까요.

홍_ 그렇지 않습니다. 녹조는 질소와 인이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나면 생깁니다.

문_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나마 물이 흐르면 낫죠.

홍_ 춘천 소양댐의 물이 1년 동안 갇혀 있는 시간이 얼만지 아십니까? 232일입니다. 소양댐에 녹조 있습니까? 녹조가 없죠. 강의 유속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들어오는,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폐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나서 녹조가 생기는 겁니다. 지금 녹조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도 모르고 질문하시는 거잖아요.

문_ 지금 수질악화가 4대강 때문이란 건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지요. 질소와 인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 안 되니까, 물을 가둬뒀기 때문에 녹조가….

홍_ 그럼 소양댐은 왜 녹조가 하나도 없습니까?

문_ 그래서 4대강 보들을 그대로 두겠다?

이 대화에서 짐작되듯 홍준표 후보는 녹조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그에 관한 지식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겠지만, 토론 주제가 4대강이라면 어느 정도 공부는 하고 나왔어야 한다. 또 토론 도중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으면, 몰랐다고 솔직히 시인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문 후보는 그렇게 하는 대신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물타기’를 시도한다. 아무리 급해도 실패한 대통령의 상징 격인 박근혜 정부가 내린 결정을 반박하는 근거로 드는 것은 좀스럽고 민망한 일 아닌가?

토론 막판에 홍 후보는 이렇게 일갈한다. “그런 억지 같은 말씀 하지 마세요. 좀 식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문 대통령의 ‘무능’은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닌, 원래부터 내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 2년간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역시 상당 부분 운의 힘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능과 부도덕으로 인해 쫓겨난 마당이라, 국민은 다음 대통령에게 굉장히 관대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운이 문 대통령에게 찾아왔으니, 그건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지금까지도 국민을 힘들게 하는 코로나19 재앙을 ‘운’이라 표현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문 대통령의 입지는 훨씬 더 일찍 좁아졌을 것이다.

2년 반의 실정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던 그 시기, 코로나19는 선거 결과를 뒤바꿔놓음으로써 정권에 대한 심판을 방해했다. 그 심판은 그로부터 1년 후,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 때 비로소 작동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180석을 얻는 것과 서울시장·부산시장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자가 월등히 낫지 않을까 싶다. 정권에 대한 반대시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도 코로나19 덕이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최소한 문 대통령에게는 도움이 됐다.

백신을 구하지 못해 문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이건 운이 아닌 실력의 문제이니 동일 선상에 놓고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계속 운이 따른 덕분에 문 대통령은 실력이 부족해 성공한 대통령은 되지 못할지언정,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퇴임할 확률은 아주 높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못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능한 대통령인 양 비판받는 건 왜일까? 그건 문 대통령이 범했던 잘못된 선택들에서 기인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도덕성마저 상실


▎2021년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지냈던 조국 서울대 교수(이하 조국)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국은 촉망받는 대권주자였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벌도 호감의 이유였지만,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불의에 찌든 이들을 질타하는 그의 SNS 게시물들이었다. “조선 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범죄자들의 변명기법.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 증거가 나오면 별거 아니라 한다. 3) 별것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 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4) 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를 한다.” 훗날 ‘조만대장경’이라 불린 조국의 SNS 게시물들은 삼라만상의 이치를 모두 담고 있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그의 SNS를 뒤져 해답을 얻으려 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가 게시물에서 가했던 비판의 상당수가 부메랑이 되어 조국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입시비리,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등…. 그에 관한 수많은 의혹이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법을 다루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때, 그중 일부만 사실이라 해도 결격사유에 해당됐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전임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면서 소위 ‘5대 인사원칙’이라는 것을 내세웠는데, 이 원칙에 비춰봐도 조국은 장관 자격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그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그보다는 조국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편안한 퇴임을 보장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가정이 성립한다면 굳이 법무부 장관→대통령의 코스를 밟게 하는 대신, 민정수석으로 1년 더 근무하게 한 뒤 2020년 총선에 출마하는 방법도 있었다. 조국을 만신창이로 만든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 선출직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물론 선출직이라고 해서 전혀 검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강도가 그렇게까지 혹독하지 않다. 게다가 선거 기간에는 야당의 ‘흑색선전’ 정도로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당시 조국의 높은 인기를 생각한다면, 서울 지역 어느 곳에든 공천을 준다 해도 당선은 별문제가 아니었으리라.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 출마한다면, 재집권이 유력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함으로써 소위 ‘조국 사태’라는 암초에 걸리고 만다.

물론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조국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언관에게 탄핵당했으니, 자신이 SNS에 쓴 대로 무고함이 밝혀진 뒤 공직을 도모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하지만 조국과 그의 지지자들은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뗐고, 2) 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별거 아니라고 우겼으며, 3) 그 정도는 다들 하는 거라고 강변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56%가 반대한다면, 임명을 철회하는 것도 괜찮은 수(手)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끝내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는다.

文의 “마음의 빚” 발언에 남아 있던 기대 버려


▎2020년 12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화상 통화를 했다. / 사진:청와대
여기서 잠깐, 충남 천안에 사는 50대 서민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 정권이 경제에 무능하고 외교도 제대로 못하는 거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촛불을 들고 나왔던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도덕성 하나만으로도 현 정권은 잘하고 있다고 봐야죠.” 최후의 보루였던 그 ‘도덕성’은 조국 사태로 인해 무너졌다. 이제 문 정권에게 남은 것은 그 이상 없었다. 조국 사태의 해악은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그 뒤부터 국민이 둘로 갈라져 싸우게 됐다는 점이다. 보수는 광화문에서 조국 규탄대회를 열었고, 진보는 서초동으로 몰려가 ‘조국 수호’를 외쳤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1987년 이후, 파렴치한 비리로 도마 위에 오른 이를 지키겠다며 촛불을 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조국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조국을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단절한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진보라고 다 조국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지식인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날 선 비판을 시작했다. 특히 동양대 교수로 살며 정치와 거리를 뒀던 진중권이 문 정권 비판자로 돌아선 것은 문 대통령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뛰어난 글발에 유머 감각까지 갖춘 그의 글들은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언론은 연일 그의 글을 기사화하기 바빴다. 많이 본 뉴스 10위 안에 진중권을 다루는 기사가 5~6개를 차지하는 것은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보수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진중권 혼자 제1야당 역할을 한다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중권은 몇몇 진보 인사를 묶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을 썼다. 권경애 변호사, 강양구 기자, 김경율 회계사 등이 집필한 그 책은 서점에 깔리자마자 절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에 발맞춰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시나브로 떨어졌다. 2019년 8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처음 앞지른 데 이어, LH 사태와 부동산 폭동이 이슈화한 여파로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2021년 4월에는 긍정평가가 30%(4월 16일 한국갤럽 조사)로 취임 후 최저치(부정평가는 62%)까지 추락했다.

文 정부 자충수 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이 모든 후폭풍을 감수하며 장관 임명장을 준 조국은 불과 36일 만에 사표를 내고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로 인해 1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으니 조국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찰수사는 정당한 것이었음이 입증됐지만, 조국은 이에 대해 사과하는 대신 자신이 무슨 순교자라도 되는 양 SNS 게시물을 썼다.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봅니다.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입니다.” 사과하지 않는 것은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조국에게)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 2020년 신년 기자회견 때 문 대통령이 꺼낸 이 한마디 말로 혹시나 했던 사람들은 남아 있던 기대를 버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착각도 문 대통령의 몰락을 가속화한 이유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정치인 문재인은 검사 윤석열을 눈여겨봤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함으로써 박 정권을 긴장시켰다. 그로 인해 윤석열은 수사팀에서 배제되고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적의 적은 우리 편.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요직에 등용한 뒤 적폐청산을 맡겼다. 문 대통령의 기대대로 윤석열은 불도저처럼 전 정권 인사들을 잡아들였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게 된 이유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까지 이끌어냈다. 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한다. 보수 정권으로부터 수모를 겪었던 윤석열이라면, 앞으로도 쭉 문 대통령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 시절 윤석열이 했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국회에 출석한 윤석열은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거침없이 폭로했는데,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꼿꼿한 검사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_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런 항명, 하극상을 하는 겁니까?

윤석열_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윤 총장이 적폐청산에 열심이었던 이유는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검사로서 직분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조국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 뒤 문 정권은 윤석열을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1년 세월을 허비한다. 장모와 부인 등 가족에 대한 수사를 다시 시작했고, 걸핏하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총장을 모욕하려 했으며, 감도 안 되는 사안으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렸고, 검사 윤석열을 유력한 대선후보로 만들었으니, 이런 악수(惡手)가 없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후회했으리라. 주위를 둘러보면 검찰총장이 될 만한 ‘좋은 검사’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학교 후배 이성윤, 증거를 잡기 위해서는 몸을 아끼지 않는 ‘뎅기열 환자 쇼’ 정진웅, ‘제2의 조국’이라 할 SNS 스타 임은정, 언론을 다루는 데 능통한 신성식 등등. 이들 중 누구를 총장에 임명했던들, ‘조국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코로나19 백신 구매 실패, 지금이라도 고백해야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정부 조치에도 잘 따르는 국민 덕에 우리나라는 감염자가 비교적 적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마치 자신의 공인 양 언론플레이를 해댔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감염병이 종식된 이후에야 방역의 성패를 논할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를 하는 주체는 지도자가 아닌, 방역 전문가나 국민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 실체도 뭔지 모르겠는 ‘K방역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자화자찬을 거듭했다. 그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서 변변한 업적이 없다 보니, 방역에서라도 뭔가를 이루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명적으로 놓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백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감염자와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만 전파가 가능해 확진자가 적었던 메르스와 달리, 공기를 통한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는 백신을 통한 감염 차단이 팬데믹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음에도.

2020년 11월, 화이자가 94%에 달하는 감염 차단율을 보였다는 충격적 기사가 나갔을 때, 문 대통령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리라. 그때부터라도 백신을 샀다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정부 관료와 집권여당 인사들이 훼방을 놨다. ‘백신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 다른 나라가 맞는 걸 보고 사야 한다’, ‘어차피 화이자만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니 기다렸다 사도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당장 백신을 맞을 만큼 사정이 급하지 않다’ 등등. 그중 단연 최악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박능후의 다음 말이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두 회사에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다.” 공급물량이 달려 계약한 백신도 지연되는 판인데, 우리한테 백신을 먼저 사달라고 애원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결국 대한민국은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추후 대책을 세우면 좋으련만, 백신을 못 구한 실책을 가리기 위해 문 정권은 수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거짓말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온라인은 문 대통령을 욕하는 기사와 댓글로 도배된다. “문 대통령님, 모더나와 영상통화로 2000만 회분 들여오기로 했다는데, 왜 안 와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르완다보다 못한, 세계 111위라면서요? 이게 K방역입니까?” “사흘이면 다 맞힐 백신을 하루 2만 명씩 찔끔찔끔 접종하는 것은 ‘우리도 백신을 맞고 있다’는 선전을 이어가려는 것 아닌가요?” 결국 문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라 믿었던 코로나19 방역은 처참한 실패로 귀결돼가고 있다.

걱정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을 먼저 접종하기 시작한 나라들은 6~7월이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데, 1년 반 동안 극한의 인내를 경험한 우리 국민이 그 광경을 보면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조국사태’로 시작된 문 대통령의 불행이 코로나19 백신으로 쐐기를 박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자신의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특성상 개과천선은 별 기대가 안 된다. 가만히만 있어도 성공이라던 문 대통령의 운이 이렇게 사그라져간다.

-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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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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