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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최초의 3관왕 달성한 여자배구 GS칼텍스의 성공 비결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초호화멤버 흥국생명 깨고 주전·비주전 경계 깬 토털배구로 정상 정복
엄격함과 부드러움 공존한 차상현 감독의 리더십… 이소영 공백은 숙제


▎2020~2021시즌 V리그를 평정한 GS칼텍스 선수들이 차상현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GS칼텍스의 3관왕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은 성과라 더욱 값지다. / 사진:뉴시스
2020~2021시즌 뚜껑을 열기 전만 해도 여자프로배구의 화두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의 줄임말)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흥국생명은 1강으로 꼽혔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초전 격인 KOVO컵 대회에서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물리치더니 정규시즌에서도 1위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도 세 경기로 끝내버렸다. 프로배구 사상 단일 시즌에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모두 휩쓴 팀은 남·녀부를 통틀어 GS칼텍스가 최초였다. GS칼텍스의 우승이 더 감동적이었던 건 ‘원팀’으로서 만든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차상현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주전과 벤치 멤버까지 하나가 돼 강한 힘을 냈다.

모두가 함께하는 토털배구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공정한 엄격함과 소통이 되는 부드러움으로 선수들의 공감을 얻었다. / 사진:한국배구연맹
V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1명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는 엄청나다. 남자부든 여자부든 상당수 팀이 절반 가까운 공격을 책임진다. 그러니 주포 선수가 막히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득점 1위 디우프를 보유한 KGC인삼공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예외다. 레프트 이소영과 강소휘가 라이트 메레타 러츠의 짐을 나눴다. 러츠의 공격점유율은 40%가 조금 안 됐다. 상대 팀으로 선 러츠만 막는다고 이길 수 없다.

시즌 중반 GS칼텍스는 센터 권민지가 손가락을 다쳐 8주 진단을 받았다. 연이어 센터 한수지가 발목을 다쳐 남은 시즌을 소화하기 어렵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의 핵심인 강소휘까지 부상을 당했다. 주전 선수 절반이 빠져나갔다. 2019~2020시즌 악몽이 재림하는 듯했다. 당시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친 GS칼텍스는 2라운드 이후 이소영과 강소휘가 부상을 당하면서 3위까지 떨어지면서 전반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차상현 감독은 주전선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백업 선수까지 고르게 활용했다. 수비가 좋은 유서연은 강소휘가 빠진 동안 빈자리를 채웠다. 높이와 공격력이 필요할 땐 문지윤과 박혜민이 들어갔다. 센터 두 자리는 부상에서 돌아온 문명화와 베테랑 김유리가 메웠다. 블로킹이 좋은 문명화, 속공이 뛰어난 김유리 조합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한다혜 혼자 맡던 리베로 포지션도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능력이 뛰어난 한수진이 거들면서 더 강해졌다. 주전 세터 안혜진이 흔들릴 땐 이원정이 들어갔다. 안혜진은 “원정이와의 경쟁이 팀에는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힘은 최고가 아니지만, 하나로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다. 차 감독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뒤 “유서연과 박혜민은 센스가 있고 영리한 공격을 펼치는 선수들이다. 이원정도 기회가 올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웜업존 선수들의 활약과 성장으로 1위로 마감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GS의 두꺼운 선수층은 시즌 막바지 더욱 빛을 발했다. 흥국생명이 학교폭력 논란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쌍둥이가 빠져나가고, 외국인 선수 루시아와 센터 김세영이 부상으로 빠진 뒤 급격히 전력이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결국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라는 전천후 선수가 있었음에도, 기존 선수들 대신 들어온 백업 선수들이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힘없이 무너졌다. GS칼텍스는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19명의 선수 중 무려 16명을 기용했다.

무엇보다 GS칼텍스가 보여준 강점은 팀워크였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팀워크를 강조했다. 선수단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할 때는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최고참인 한수지와 김유리, 그리고 주장 이소영은 후배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유리의 눈물이 대표적이다. 김유리는 2월 5일 흥국생명 전에서 수훈 선수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자 동료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했다. 김유리는 과거 선배의 괴롭힘에 힘겨워하다 코트를 떠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그가 돌아와 11년 만에 주인공이 된 사연을 동료들도 안다. 그런 김유리가 눈물을 흘리자 동료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소영은 “언니를 울보라고 놀리면서도 ‘인터뷰를 한 번 더 하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학교폭력으로 시즌 내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프로배구가 모처럼 훈훈한 감동을 준 장면이었다.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찬 GS칼텍스의 인기도 점점 높아졌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됐지만,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평균 관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여자부 팀 최초로 평균 관중 3000명을 넘어섰다. 흥국생명과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시청률은 역대 최고인 2.407%를 기록했다. GS칼텍스 유튜브 구독자 숫자는 약 4만8600명으로 나머지 다섯 구단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다.

차 감독의 별명은 ‘차노스(차상현+타노스)’다. 타노스는 영화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빌런(악당)이다. 차 감독 인상이 타노스를 닮기도 했다. 타노스는 어벤저스 영웅들에 혼자서 맞서고,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인류 절반을 없앤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다. 강한 인상과 경상도(울산)식 억양, 흥분하면 높아지는 목소리까지. 차상현 감독도 타노스처럼 거칠어 보인다.

실제로 훈련에 대한 태도는 엄격하다.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고, 스파르타식 훈련을 한다. 강남대 체육관을 빌려 쓰던 GS칼텍스는 2019년 6월 경기도 청평 연수원 내에 지어진 훈련장으로 이사했다. 차 감독은 “언제든지 훈련할 수 있다. 연습장과 숙소를 이동하는 시간도 아낄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훈련장 내 코트는 2개다. 훈련시간 동안 가만히 서 있는 선수 없이 효율적으로 훈련하기 위해서다.

엄격과 부드러움 그 사이, 차상현 리더십


▎GS칼텍스 우승 주역 이소영은 FA를 통해 역대 최고대우로 KGC인삼공사 이적을 확정했다. GS칼텍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 사진:KGC인삼공사
레프트 강소휘에게 “우승의 비결이 강훈련이 아니냐”고 묻자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차 감독이 훈련량을 줄일 것 같지 않다는 의미였다. 반대로 그만큼 연습량이 실력을 만들었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다. 칭찬에도 인색해 선수들이 “감독님의 칭찬을 듣고 싶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연습시간이 아닐 때 차 감독은 엄격과 거리가 멀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휴가 때 선수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선후배를 똑같이 대한다. 안혜진은 “감독님을 ‘저기요’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했다. 김유리는 서슴없이 차 감독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놀리기도 한다. 평소 장난기가 많고 엉뚱한 성격의 러츠는 “내 농담과 ‘똘끼’를 감독님이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남들은 ‘보여주기’가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척하는 게 아니고 진짜 우리 선수들과 나의 관계가 그렇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차 감독은 우승 이후 “‘이 얼굴에 여자부를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자팀 코치를 지내던 시절만 해도 그는 과묵하고 엄격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2011년 GS칼텍스 수석코치로 부임하면서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자’는 결심을 했다. 지금의 화목함은 노력의 산물이다.

차 감독은 2016~2017시즌 도중 GS칼텍스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GS칼텍스는 강한 팀이 아니었다.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12명)에는 한 명도 못 뽑혔다. 결국 차 감독과 GS칼텍스는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 뒤에는 FA 선수 영입을 고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를 거듭하면서 FA로 떠나가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차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과감하게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젊은 선수들을 육성했다. 2017~2018시즌엔 4위를 했고, 2018~2019시즌엔 3위로 처음 봄 배구에 나섰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지만, 2위에 올랐다. 그리고 다섯 번째 시즌에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발표된 네이션스리그 국가대표팀 명단(18명)엔 GS칼텍스 선수 4명(안혜진·이소영·강소휘·문명화)이 발탁됐다. 4년 사이 GS칼텍스는 그만큼 강해졌다.

차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고민입니다”라고 고백했다. 다음 시즌 선수단 구성 때문이다. 팀 내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선수는 러츠~이소영~강소휘 삼각편대다. 러츠와 이소영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공동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 세 선수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해체된 삼각편대, 수성은 가능할까

러츠는 프로 경력이 이탈리아 2부리그 1년에 불과하고, 몸이 둔하다는 이유로 2018년에는 어떤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차 감독은 다음 해 트라이아웃 재수생 러츠를 뽑았다. 그리고 러츠는 공격과 블로킹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냈다. 특히 큰 키를 활용해 측면뿐만 아니라 센터 블로킹도 곧잘 해냈다. 배구여제 김연경조차 “러츠의 블로킹은 정말 높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말도 곧잘 하고, 성격도 좋아 동료들과 잘 어울렸다.

외국인 선수는 3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러츠는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구단과 차 감독은 러츠에게 남아달라고 했지만, 다른 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 유럽과 일본이 행선지로 꼽힌다. GS칼텍스는 5월에 열리는 트라이아웃에서 러츠와 같은 라이트 포지션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을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청서를 낸 참가자 중에선 이번 시즌 활약한 러츠, 디우프, 안나 라자레바(전 IBK기업은행)만큼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2021시즌 뒤 GS칼텍스는 6개 구단 중 가장 많은 5명의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한수지와 김유리, 리베로 한다혜, 그리고 이소영과 강소휘가 동시에 FA로 풀렸다. 두 사람의 지난 시즌 연봉은 3억5000만원이다.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V리그는 샐러리캡(연봉합산제한·인센티브 포함 23억원) 규정이 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는 약 19억3000만원을 소진했다. 여유가 많지 않다. 두 선수를 동시에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 감독은 “금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구단에서 다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소영이 팀을 떠나게 됐다. 2012~2013시즌부터 GS칼텍스에서 뛴 이소영은 2018년 FA가 된 뒤 팀에 남았다. 하지만 두 번째 FA 자격을 얻으면서 4월 13일 결국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원소속팀 GS칼텍스를 포함한 여러 구단이 협상에 나섰지만 좋은 조건(3년 총액 19억5000만원)을 제시한 KGC 유니폼을 입었다. 기량뿐만 아니라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소영 선배’란 별명을 얻었던 이소영의 공백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로선 그나마 강소휘(3년 총액 15억원)를 붙잡은 게 다행이다. 공격력과 서브에 강점이 있는 강소휘는 나이(24세)도 어리다. 공격에 비해 서브 리시브가 부족해 상대팀의 목적타 서브를 많이 받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꿋꿋이 버텨내며 우승에 기여했다. 이소영 못잖게 FA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잔류를 선택했다.

팀을 처음 맡았을 때도 그랬지만 차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소영이 빠져나간 레프트 한 자리엔 유서연과 박혜민이 후보로 꼽힌다. 트레이드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차 감독은 필요하면 과감하게 선수를 주고받아 변화를 줬다.

지금까지 V리그 여자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은 흥국생명(2010~2011, 2011~2012시즌)뿐이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수성에 실패했다. GS칼텍스는 2연패라는 새로운 도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 김효경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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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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