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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겉과 속 

반도체 기술경쟁력 확보에 국가 안보와 경제 미래 달려 

반도체 공급 부족 심할수록 한국 삼성전자·대만 TSMC 파운드리 가치 커져
안보 고려해 美 손잡은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소비시장 중국 외면 못 해


▎2019년 4월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EUV(극자외선) 공정 7나노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계 반도체산업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80년 대 일본으로 생산중심지가 이동했다. 1986년 미국은 일본산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 그 틈을 타 한국과 대만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물류비용이 저하되고, 직접투자를 통해 세계를 상대로 비용 효율성이 높은 공급사슬이 구성됐다. 그 결과,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지적재산권에 핵심을 두고 반도체의 최종적 생산지는 중시하지 않게 됐다. 비교우위에 따라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지역적 특화 분업체제로 세계 반도체 공급사슬이 형성됐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이 고도화되고, 투자 규모가 방대해질수록 미국 반도체 산업은 설계(팹리스) 중심으로 재편됐다. 장비와 소프트웨어만 미국에서 생산하고, 제조는 주문생산방식(파운드리)을 통해 대만과 한국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의 생산 비중은 1990년대 후반 37%에서 2020년 12%로 대폭 낮아졌다. 그 대신 동아시아의 비중은 75%로 높아졌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은 연구개발과 전자설계 자동화 및 집적 회로 레이아웃 설계 시장의 74%, 시스템 반도체 설계의 67%,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자본집약적이고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는 원자재와 웨이퍼 제조에서는 대만·한국·중국·일본이, 노동집약적인 조립·포장·검사 분야는 중국(46%)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만들어지며, 대만과 한국은 최종적인 제품화 단계를 맡고 있다. 2019년 세계 반도체 무역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는 세계무역에서 원유, 자동차 및 부품, 정제 석유 다음인 4위 규모의 무역상품이며, 12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생산 과정 또는 수입으로 참여하는 세계의 상품이다.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위험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특정 분야가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국제 분업체제는 지정학적 위험과 한 부분의 생산 차질이 세계 공급사슬의 전체 흐름을 중단시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 위험은 자연재해·전기 사고·화재·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제조의 75%가 동아시아의 4개국(대만·한국·중국·일본)에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2019년 기준)은 대만의 TSMC(92%)와 삼성전자(8%)만 가능하다. 일례로 2020년 12월 대만 반도체단지의 1시간 정전사태는 세계 D램 공급의 10%를 감소시키는 충격을 미쳤다. 2021년 3월 일본 르네사스의 화재사고는 공장의 2%만을 손상시켰으나, 세계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를 악화시켰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5월 1일 자)가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The most dangerous place on Earth)’으로 지칭했을 만큼,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필립 데이비드슨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3월 의회 청문회에서 “6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한 바 있다. 6년 후인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반도체의 종류는 칫솔용 칩부터 슈퍼컴퓨터 칩에 이르기까지 약 1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는 2020년 12월부터 부족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해 포드 자동차의 경우, 이미 25억 달러 매출 손실과 110만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애플은 2분기에 30억~40억 달러 매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조차도 일부 칩의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수요 감소를 예상한 탓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주문을 대폭 감소시켰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승용차 1대에는 반도체가 약 1000개 들어가며, 이 반도체들은 주로 파운드리 방식으로 대만의 TSMC와 중국의 SMIC에 의해 제조된다. 이러한 생산구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 부족 문제의 압력이 대만 TSMC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TSMC는 2020년 510개 고객으로부터 반도체 1만1617종을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는 전체 매출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익 제품인 만큼, 생산라인을 재조정하는 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

美 바이든 정부의 기술 국가주의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는 2022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수요를 못 따라가는 반도체 부족 문제는 전자산업을 넘어서 세계 제조업 전반의 공급 애로로 확산하고 있다.

“못 하나가 없어서 편자가 사라졌고, 편자가 없어서 말을 잃었다. 말이 없으니 전쟁에서 졌다. 결국 왕국은 멸망했다.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2월 24일 ‘미국의 공급사슬에 대한 대통령 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개 품목(반도체,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 대해 100일 이내 상황 보고를 요구했다.

EU 집행위원회부도 3월 9일 유럽연합의 향후 10년간 디지털 전환계획을 발표하며 국가 주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선언했다. 그동안 ‘중국제조 2025’를 근거로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개발 체제를 비판하고 무역 제재를 단행해왔던 미국이 정부 주도 산업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EU도 여기에 가세하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글로벌 산업 패권과 기술 국가주의를 경쟁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문서는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며, 미국은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튼튼하고 다양하며 안전한 공급사슬을 필요로 한다”고 적시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은 2024년까지 반도체 제조설비투자 비용의 40% 세액공제(2025년 30%, 2026년 20%, 2027년 폐지)를 제공하고,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기술개발에 총 25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고급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는 2029년까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이 분야 교육투자를 50% 확대할 계획이다. STEM 전공자를 2배 증가시키는 한편, 외국인 STEM 전공자들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 근무할 수 있도록 이민제도를 개혁하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암투 난무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2021년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 확보와 관련해 전 세계의 업계 최고경영자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그는 “반도체는 미국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 사진:AP연합뉴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대만 TSMC에 자동차 반도체 증산을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는 평균 3개월 이상 생산과정을 소요하는 극도로 복잡한 상품이며, 복잡한 공정의 특성 때문에 특정 반도체의 증산을 위한 생산 시스템 변경이 쉽지 않다. 더구나 공장 증설의 경우는 공장 구조물을 건설하는 데 12~24개월, 장비를 설치하고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데 12~16개월, 시험 생산을 거쳐 양산 시스템에 이루고 나아가 경제성이 있는 수율(무결함 반도체 회수율 90%)을 확보하기까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소 4년 정도 시간을 소모해야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부족 문제는 미국 정부가 독촉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반도체 부족 문제는 장기간 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부족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양상은 7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에는 수요와 공급 양면이 과점구조를 형성하고, 장기계약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기에 부족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부족 문제는 공정의 난이도가 낮은 반도체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그 이유는 공정의 난이도가 낮은 반도체 생산에 대한 투자 부족에 있으며, 투자 유인이 낮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0년 세계 반도체 제조사 중에서 인텔, 삼성전자, TSMC 상위 3개사의 매출은 세계 반도체산업 전체 매출의 49.7%에 달한다. 나머지 12개 제조사의 매출과 맞먹는다는 사실은 상위 3개사를 제외하고는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특히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며, 가중되는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생산 규모와 시장점유율도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패권 회복과 기술 국가주의 기치를 내걸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존의 글로벌 공급사슬을 바꾸는 일은 용이하지 않다. 그 대표적 사례로 미국 정부는 2020년 12월 수출금지 대상 리스트에 올렸던 SMIC에 대해 2021년 2월 14nm(나노미터) 반도체 칩 제조설비 수출을 승인했다. SMIC의 14nm 생산설비 확충이 미국의 자동차용 칩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의 55%는 수출품의 부품으로 투입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저지할수록 그 결과로 인한 충격은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부메랑처럼 미국의 상품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 초미세 공정 반도체 설비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CEO는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사업을 완전히 단절한다면, 미국이 800억~1000억 달러 매출과 12만5000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올린다는 목표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2014년 정부 주도로 반도체 전용 펀드인 ‘국영 반도체 산업 투자기금’을 설립해 매년 300억~600억 위안 규모 자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왔으며,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총 1조 위안(약 170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합병과 인수 금지, 반도체 생산설비 수출 금지, 일부 반도체 수출 등 제재를 강화해왔다.

中, 멀어져가는 반도체 굴기의 꿈


그 결과 화웨이의 매출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 실리콘(Hisilicon)은 2020년 세계 5G 시장에서 23% 점유율을 보였으나, 2021년에는 5% 이하로 격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만의 TSMC가 미국의 제재에 따라 하이 실리콘에 대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기술 도입을 통한 반도체 산업육성 정책이 사실상 좌절됨에 따라 중국 국무원은 자력에 의한 반도체산업 굴기로 정책을 전환했다. 2020년 8월 4일 ‘신시대 반도체·소프트웨어 고품질 제품 개발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화웨이·하이 실리콘·샤오미·ZTE·SMIC 등 90개 기업이 가입한 반도체표준기술위원회를 설립해 반도체 기술 표준화와 산업 생태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0년 10.2%에서 2020년 말 현재 15.9%로 정체돼 있다. 이 중 중국 기업에 의한 반도체 생산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2020년 반도체 자급률 15.9%는 ‘중국제조 2025’의 목표인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제조기업 SMIC는 10nm 칩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12년 9월 미국 정부가 SMIC를 수출금지 대상에 포함시키자 반도체 제조 장비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자국 반도체 관련 기업에 290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했으며, 2020년 1~7월 지방정부 투자로 600억 위안(10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물량 공세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은 기술개발 부진과 막대한 투자 손실로 심각한 산업 부실화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IC Insight’ 발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외국 기업체 생산을 포함하여 19.4%에 그칠 것이며, 외국 업체들의 비중이 여전히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 자립 굴기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조 역량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를 추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자동차 칩 부족 사태로 인해 대만은 세계 주요국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귀하신 몸’이 됐다. 이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의 63%(2020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급사슬에서 대만의 위상은 중국과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20년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무려 26.5% 증가했다. 반도체 수입 물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대만에서 수입한 결과, 총수입은 1% 감소했으나 대만에서의 수입은 16% 증가했다.

대만 그리고 TSMC의 고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가동에 차질을 빚은 현대차 아산공장. 반도체는 전자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력을 미친다. / 사진:현대차
TSMC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는 물론 최근 중국의 슈퍼컴퓨터 업체들에 대한 수출금지도 즉각 이행했다. TSMC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에 호응해 향후 3년간 미국에서 100억 달러를 투자해 5개 공장을 증설할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난징의 기존 공장에 28억7000억 달러를 투자해 28나노 공정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대만 정부와 중국에서 공히 비판을 받고 있다. 대만 경제부 장관은 ‘TSMC의 대중국 투자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TSMC가 난징에 28나노 공정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비슷한 기술 수준의 칩을 생산하고 있는 SMIC의 시장을 위협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1년 1분기 기준 TSMC의 지역별 매출 구조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67%를 차지하고, 중국은 6%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TSMC는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반도체를 주로 공급하고 있는 TSMC와 대만은 미국의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TSMC는 대만의 우수한 반도체 생태계와 안보 차원에서 핵심 수요처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공장을 다변화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만과 TSMC를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차이점은 TSMC는 미국 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반면에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2020년 1~7월)에서 중국 비중은 41%인 반면에 미국 비중은 7.7%로 TSMC와 정반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동참해 첨단 기술과 설비를 공급받는 것이 최선의 해답이다. 만약 글로벌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디커플링(decoupling)한다면, 한국은 어려운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정치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대치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서로 중요한 파트너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과 글로벌 공급사슬의 커플링 이익 사이에서 활동 공간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핵심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차지하는 존재 가치가 클수록 한국의 활동 공간은 커질 것이며, 반대로 존재가치가 작아지면 활동공간도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존재가치는 기술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요구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4nm 이상 공정의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거나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미국의 공산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에 합당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에 80억 달러를 투자해 낸드 메모리 10nm 공장의 2단계 증설을 추진 중에 있는데, 미국이 10nm 공정설비의 수출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D램 생산의 69.5%, 낸드플래시 생산의 44.5%, 파운드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EU 집행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과 증대하는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만과 한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사슬 구조에 앞으로 수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간에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패권을 두고 치명적인 경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한국과 대만과 미국도 반도체 산업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으로 기술 국가주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선택지는 기술력에 달렸다

한편 대만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려는 대만에 보복하지 못하는 이유나, 미국이 중국에 14나노 반도체 설비 수출을 허용하는 이유는 같다. 대만은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주된 공급처이기 때문이며, 중국의 반도체 부족은 곧 미국의 공산품 부족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서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외면할 수 없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한,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에 보복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안보 장치는 바로 글로벌 공급사슬에서의 존재가치다. 미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정작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기술경쟁력 확보를 기업 차원의 문제라며 외면한다면,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이다.

-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혼돈의 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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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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