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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민주당 의원의 ‘반도체 국부론’ 

“정부는 반도체 전쟁의 컨트롤 타워부터 세워야” 

위기와 기회의 변곡점에 서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 그 자체로 외교·안보의 무기
세제지원·규제완화·인재양성 超파격 지원해야… 이재용 사면은 국익에서 봐야


▎민주당 내에서 양향자 의원의 포지셔닝은 특수하다. 반도체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이 잘되는 것이 곧 국익이라는 현실주의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반도체 위기론은 있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회장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막연한 낙관을 배제하고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토대 위에서 생존을 도모)에 입각한 경영인이었다. 이 회장이 위기를 부르짖을수록 삼성전자는 더 잘나갔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다수 국민의 머릿속에 ‘삼성전자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10만 전자’ 등 삼성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장밋빛 예측 속에서 2021년을 맞았다. 모두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던 이 시기에, ‘위험하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뜻밖의 공간에서 들렸다. 양향자(54) 민주당 의원이었다. 양 의원은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시작해 2014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로 올라섰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2016년 1월 민주당이 인재로 영입했고, 2020년 총선에 출마(광주 서구을)해 당선됐다.

연초 양 의원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용건 외에 그는 할 말이 더 있는 듯했다. 1시간 가까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이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역설했다. 월드컵 우승팀이라도 약점은 있는 법이니, 당시 시점에서는 ‘실적에 취하지 말자’는 경계론처럼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 양 의원의 격정토로는 기우가 아니라 팩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국들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심지어 안보자원처럼 활용하려 든다. 이 격렬한 흐름에서 삼성전자가 한 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이는 곧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상일 수 있다. 정부여당 차원에서도 ‘반도체 1등이 당연한 게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4월 21일 ‘반도체 기술 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 특위)’를 출범시켰다. 양 의원은 위원장을 맡았다.

5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 의원과 만났다. ‘위기’라고 진단이 나왔으니 ‘대책’이라는 처방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반도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중 이 의문에 대해 구체적 답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는데도 위기론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의 모든 산업, 자율주행자동차, AI(인공지능), AR·VR(가상·증강현실), 바이오, 커머셜, 휴대전화, TV 등에 반도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두 가지로 나누면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가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30년 가까이 1등을 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가 강한 회사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센터나 서버에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위기이자 기회


문제는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우리가 1등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한 회사가 전체 반도체를 다 하기는 어렵다. (우리는)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한 영역이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났다. 이 상황에 우리는 대응을 못 하는 구조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미국, 대만 등 경쟁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시스템 반도체를 더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안 된다. 왜냐하면 기술 장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이고,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그래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훨씬 더 어렵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역전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저장을 담당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과 다른 전체 컨트롤 기능을 한다. 비메모리가 더 어렵다. 삼성도 메모리와 LSI(Large Scale Integration, 대규모 집적회로) 사업부가 있었는데 메모리 쪽은 훨씬 더 적은 인원으로 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쪽에 집중하고 (메모리 사업부) 이익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 인텔,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의 TSMC, 이런 회사를 대한민국이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도 삼성에 기회가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쌓은 제조 기술이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에서도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삼성전자에서 이병철·이건희 같은 카리스마 리더십을 기대하긴 어렵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자’는 얘기는 반도체에서는 1993년부터 나온 화두다. 어떻게? 조직문화, 교육 등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한다. 추격자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은 철학자였다. 그분들은 ‘개발 기간이 어떻고, 뭘 개발하고’ 이런 걸 묻지 않았다. ‘반도체 설계로 어떻게 세상을 디자인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세상 사람들을 이 반도체 안에 다 초대하겠다’는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되는 일이다.”

반도체에 철학을 담는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쓴 [초격차]의 ‘격(格)’ 자는 품격의 ‘격’이다. ‘기술은 기술자의 격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면 패러독스 소사이어티(Paradox Society, 모순사회)와 직면한다. 예를 들면 기억 용량은 커져야 하는데 사이즈는 작아져야 하고, 속도는 빨라져야 하는데 전력 소모는 작아져야 하고, 성능은 좋아지는데 가격은 싸져야 한다. 이런 모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수가 필요하다. 축적된 기술을 가진 고수들이 그동안 해오던 익숙한 것과 결별하면서 새로움을 탄생시킨다. 출발점과 목표점만 남겨놓는 것이다.”

“TSMC 잡으려면 인재 수급부터”


▎2021년 5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단호하게) 못 따라간다. TSMC는 파운드리에서 축적된 기술 기둥이 있다. 우리가 그걸 세우려면 최소 15년은 해야 한다. TSMC는 메모리 반도체를 못 한다. 서로의 영역에서 기술 기둥을 쌓아왔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사활을 걸고 있음에도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미 15년 전부터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력에 훨씬 못 미치는 탓에) 대한민국 대학에서 첨단기술 분야 인재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기술 인재는 하루아침에 안 된다. 국내 교육은 과거를 답습하고, 수월성 교육도 없고, 첨단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삼성은 일본·러시아·중국 등 해외 인재들을 ‘오픈’해서 썼다. 중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해서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삼성으로 오는 게 훨씬 더 대우가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한 명도 안 남았다. 다 자국으로 갔다. 왜냐하면 반도체 굴기 이후 중국이 엄청나게 투자하며 인재들을 소환했다.”

국제정치학 측면에서 대만 TSMC는 미·일 동맹 틀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독자노선인 것 같다.

“왜냐하면 삼성은 중국이란 마켓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러니깐 더 어렵다. 대만은 확실한 동맹을 미국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미국이 삼성전자한테 ‘여기 와서 투자하고 공장 지어라’ 하면, 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이 거기 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미국에 정말 필요한 나라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굉장히 위험해진다. 일개 회사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이제는 반도체가 국방력, 외교력이다.”

한·미 정상이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을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급한 의견이다. 우리의 나이브(naive)한 생각이다.”

삼성전자의 반성


▎2021년 4월 민주당은 ‘반도체 기술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양향자(오른쪽 둘째)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메모리 반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는 경쟁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는 128단을 설계하고 있는데 미국 마이크론은 176단을 분양하고 있다. 기술로서는 추월당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채널 홀을 뚫는 기술이 있다. 삼성전자는 128단까지 한 번에 뚫는 기술(원 스택 방식)만 고집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투 스택 방식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가를 생각하면 한 번에 뚫어서 스탭을 줄여줘야 가격에 유리하다. 다른 회사는(삼성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붙으면) 어렵기 때문에 투 스택방식을 선택했다. 삼성에 나도 전화해봤더니 긴장을 많이 하더라. ‘우리가 안일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부와 민주당 차원에서도 위기감을 체감하는 듯하다.

“내가 민주당 전체 의원 채팅방에 계속 이슈를 올린다. 최근에 ‘반도체를 한 기업의 이슈로, 산업만의 이슈로 보면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안보의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올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왜 삼성을 부르며, 왜 삼성이 미·중 사이에서 불안한 상태로 있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이 다 반도체 이슈다. (이 사안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환기시킬지, 반도체 특위를 통해 해야 될 것 같다.”

석유 등 에너지 자원처럼 반도체가 일종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외교관들도 기술을 모르면 외교가 안 된다. 국방·안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독식)’이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삼성은 해외에다 공장 짓고, 삼성에 근무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면 (그 이외의) 우리 국민은 어찌할 것인가? 국가의 존립을 담보해내려면 반도체밖에 없다. 내가 ‘반도체 전쟁의 컨트롤 타워가 누구냐?’고 대정부질문 때 물었더니 아무도 답변을 못 했다. 정부 정책은 다 파편화돼 있고, 대표 기업(삼성전자 지칭)은 수장도 없이 뛰고 있다.”

‘칩스 포 코리아’의 조건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는 기업 간의 시장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국가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위에서는 규제완화와 특별법, 투 트랙을 제안하고 있다.

“시행령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5월 중으로 취합해 정부와 협의한 뒤 6월에 대통령께 건의하겠다. 다른 방법은 특별법인데 9월 본회의 때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8월까지 준비하겠다. 더 중요한 건 인재다. 반도체 기술 인재가 없다. 수도권 대학은 정원 규제에 막혀 있다. 빨리 풀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1등할 수 있었던 계기는 기술 로드맵과 인재 로드맵이 항상 함께 있어서였다. 그게 15년 전부터 깨져버렸다. ‘왜? 삼성은 알아서 잘하는데’, 이랬다. 그동안 삼성이 (고육지계로) 외국 엔지니어를 썼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삼성에 좋은 일이 나라에도 좋다’는 공감대가 필요할 것 같다. 운동권 출신이 많은 민주당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게 정치가 할 역할이다. 누구든 분배, 복지는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과 성장 쪽에서 파이는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얘기는 우리 당에서 메신저가 없는 셈이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양 의원을 발탁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기술 패권을 갖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나의 소명이다. 이 중요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제대로 알려 드리고, 정치권에서 해야 될 역할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파격을 넘어 초(超)파격적 지원을 말했다.

“반도체는 물류비용이 크지 않다. 어디에다 공장을 지어도 상관없다. 대한민국에 지어야 생태계가 살아날 거 아닌가.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Act,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처럼 칩스 포 코리아, 우리나라 기업한테 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해외에서 하는 파격보다 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기재부와 얘기해서 초파격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있지 않나?

“물론 있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 반도체가 전방위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공장을 지으면 경영자 입장에서 나중에 사이클이 떨어질 때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투자하는 시기 동안 다른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력으로 훨씬 더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 이 위험요소를 오롯이 기업에만 책임지라고 할 것인가. 어떻게 정부가 지원할지도 포함돼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유저들과의 관계에 관한 로드맵이 아주 정밀하게 돼 있다. 기술은 항상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가야 한다. 그게 안 돼 있으면 시장 개척이 힘들다.”

일각에선 혜택을 줘서 공장을 짓게 해봤자 자동화 탓에 고용이 많이 안 늘어난다고 한다.

“많은 정치인이 삼성에서 반도체를 해도, 다 자동화돼 있고, 사람도 채용 안 한다고 얘기한다. 저급하고 무지에서 나오는 발언이다. 반도체 장비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붙어 있는 연구원이 엄청 많다. 또 드러나지는 않지만 반도체 일자리 생태계는 어마어마하다. 삼성만 바라보고 ‘사람 얼마 안 쓰는데’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부 조직개편은 기술부총리 신설부터”

삼성전자가 얽혀 있는 반도체 생태계에는 3500여 개에 달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있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부·장 기업들을 전부 리스트업해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큰 예행연습을 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과 약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단기·중기·장기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런 게 다 나와야 한다. 지금 정부 조직도 이렇게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산업·기술·통상을 전반적으로 관할하는 ‘기술부총리’가 있어야 하고, 인재·R&D·교육·산업이 다 합쳐져야 한다. 반도체 전쟁에서는 하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양 의원이 생각하는 정부 차원의 효율적 대응 시스템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조직법이 바뀌어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부총리가 만들어지면 태스크포스를 꾸리기가 쉽다. 일단은 그렇게 바꿔야 한다. 교육도 이렇게 가선 안 된다.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교육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반도체를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에는) 넥스트 프로젝트로 바이오로 가면 된다. 국가 존립, 기술 패권을 위해 정부 조직이 따라줘야 한다. 지금은 너무 취약하다. 산발적인 상태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관련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은 취약하다.

“아직 멀었다. R&D 능력이 없는 한, 중소·중견 기업이 클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의 압도적 R&D에 중소·중견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 여기서 대기업은 무언가를 나눠줘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찾는 기능도 해야 한다. 대기업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한데 우리는 대기업을 ‘악’으로 본다. 외국처럼 건설적인 M&A(인수·합병)를 하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큰 놈이 작은 놈을 먹어버렸다’고 인식한다. 거기서 탈피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이 끊이지 않는다. 솔로몬의 해법은 무엇일까?

“반도체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위기냐, 아니냐’부터 규정돼야 한다. 위기로 본다면 누가 역할이 있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재용의 역할이 있다고 판단되면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결단해서 사면권을 쓰는 거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사면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됐다. 반도체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사면만 정쟁의 도구로 쓰이는 상황은 잘못됐다. 기술을 모르는 분들만 잔뜩 모여서 얘기해봐야 위기 규정이 안 되면 소용없다. 국가는 자꾸 위기로 가고 있는데 거기서 누구를 써야 할지도 모르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면 여부는) 국민적 여론이 아니라 기술 패권 전쟁에 대한 위기의 규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려야 한다. 무엇이 근원인지 봐야 한다.”

2021년 4월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양 의원은 26분 동안 질의를 했다. 이때 그가 마음속으로 끝까지 망설인 대목이 있었다. “전쟁터에 나간 우리 기업은 리더십 없이 싸우고 있다”라는 문장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에는 읽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그것만 기사로 나오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여부를 놓고 찬성·반대가 팽팽히 갈리며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사면 자체의 명분론에 함몰되면 의견이 모아질 수 없다. 양 의원은 사면이 국가 경제에 필요한지를 따지는 실용적 관점으로 접근할 때, 국민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양 의원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메시지가 남은 듯했다. “기술 패권은 신(新)식민주의다. (여기서 패배하면) 젊은이들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나는 엄청나게 무서움을 가지고 있는데 지도자들은 그런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남화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106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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