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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제주 항공대와 수리온의 ‘동반(同伴)’ 활약상 

육·해·공 종횡무진 도민 안전 지키는 세 마리 매 

20여 년 경력의 엘리트 조종사와 수리온이 만나 악조건 속에도 시너지
최첨단 디지털 장비 탑재해 조종사 부담 줄이고 임무 수행능력은 높여


▎제주 소방항공대 수리온인 한라매(왼쪽부터), 경찰청항공대 참수리, 해경항공단 흰수리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소방항공대의 주 업무는 육상재난 및 환자이송, 경찰청항공대는 대테러 및 교통관리, 해경항공단은 해상재난 및 치안이다. / 사진:제주 소방안전본부·경찰청·해양경찰청 항공대
5월 7일 오전 10시 30분 제주 날씨 맑음, 그러나 바람은 매서움. 월간중앙이 제주 소방안전본부·경찰청·해양경찰청 항공대(단) 조종사의 활약상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제작한 수리온(KUH-1) 헬기의 운용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제주는 강풍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제주의 ‘삼다(三多)’ 중 하나인 바람의 위용을 몸소 체험하며, 소방항공대 측의 안내를 받아 활주로 쪽 보안검색대로 이동했다. 검색대를 통과한 후 차량을 타고 2~3분 정도 지났을까, 소방·경찰·해경항공대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 건물은 걸어서 1분 거리 정도로 한데 모여 있었다. 이는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들에겐 매우 큰 장점이라고 했다. 헬기를 조종하거나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문점이나 크고 작은 문젯거리를 정보교환을 통해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어서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경, 국산헬기 수리온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소방·경찰·해경항공대 소속 헬기 조종사 세 명과 인터뷰를 했다. 이들 조종사 세 명의 헬기 조종 경력을 다 합치면 75년. KAI산(産) 수리온 헬기로 수행한 임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부터 물었다.

군 헬기 조종 경력을 포함한 총 조종 경력 25년, 수리온 조종 경력 3년인 제주 소방항공대 소속 천경락 조종사는 지난해 3월의 일을 떠올렸다. 그날은 안개가 심해 임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소방항공대 쪽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제주대병원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를 2~3시간 내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임무가 가능한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천경락 조종사는 ‘우리(소방항공대)가 (헬기 운항을) 안 하면 다른 곳도 운항이 힘들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소방항공대는 서해안 쪽으로 헬기를 운항하기로 결정하고 공군에 협조를 얻었다. 막상 헬기 운항을 시작하자 지상에서 볼 때보다 기상은 더욱 악조건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지만 천경락 조종사는 수리온에 탑재된 전자지도와 자동비행조종장치를 이용해 안개를 뚫고 비행을 계속했다. 그렇게 2시간 10분 걸려 서울의 상급병원에 도착했다. 천경락 조종사는 “갓난아이를 살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임무였다”고 말했다.

아찔했던 구조 현장, “수리온 있어 가능했다”


▎제주 소방항공대 소속 천경락 조종사가 월간중앙에 수리온의 내부 탑재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최현목
군 헬기 조종 경력 21년, 경찰 헬기 조종 경력 8년으로 총 29년 경력 중 수리온 조종 경력 1년 3개월째인 제주 경찰청항공대 소속 황우영 조종사는 인터뷰 며칠 전 있었던 실종자 수색 작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실종자는 우울증 환자였다. 경찰청항공대는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고, 5월 6일 두 번째 출동에서 황우영 조종사가 운행한 수리온 헬기로 풀숲에 있던 실종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청항공대 수리온에 탑재된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는 높은 고도에서도 대상을 크게 확대해 볼 수 있어 실종자 수색 및 대테러 임무에 효과적이다. 그뿐 아니라 무선영상전송장치(WVTS)도 탑재돼 있어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장면을 본청 지휘부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황우영 조종사는 “실종자가 튀는 색깔 옷을 입지 않은 한 헬기에서 육안으로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수리온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가 없었다면 실종자를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한 엔진, 똑똑한 조종실로 악기상(惡氣象) 극복


▎제주 해경항공단 나창현 조종사가 수리온에 탑승해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사진:제주 해양경찰청 항공대
총 헬기 조종 경력 21년, 수리온 조종 경력 3년 차인 제주 해경항공단 소속 나창현 조종사는 헬기 조종 경력 중 최고난도의 구조 임무를 수행했던 2월 1일 상황을 들려줬다. 그날 성산일출봉 부근에서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원 5명은 가까스로 성산일출봉 갯바위로 피신했지만, 퍼붓는 비 때문에 해경은 구조에 애를 먹었다. 나창현 조종사가 수리온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구조 작업을 벌이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시야는 좀체 확보되지 않았고, 바람은 거셌다. 선원이 고립된 곳은 가파른 절벽 아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절벽은 90도 각도가 아닌, 헬기가 접근해야 하는 위치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나창현 조종사는 수리온의 메인 로터(Main Rotor, 주 회전날개) 끝이 절벽에 닿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나오기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불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혹시 갑작스럽게 강풍이라도 불면 메인 로터가 절벽에 부딪혀 자신은 물론 고립된 선원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4명째 구조할 때 갑자기 바람이 위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창현 조종사는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15~20분 만에 선원 5명을 모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나창현 조종사는 “(수리온의) 성능을 믿으니까 가능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기자는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수행한 수리온 헬기를 직접 보기 위해 각 항공대 헬기 격납고를 찾았다. 수리온은 기체 길이 15.4m, 높이 4.5m의 중형급 헬기다. 길이가 10m인 55인승 대형버스보다 0.5배 더 길다. 1800마력 이상의 엔진을 두 개 탑재한 수리온은 산술적으로 80㎞/h로 달리는 디젤기관차(1500마력) 두 대 이상의 힘으로 제주 하늘을 누빈다. 조종사들은 “엔진의 마력이 높다는 건 강풍이 많고 한라산이 있는 제주 지역에서 근무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천경락 조종사는 “바람이 강할 때 고(高)고도에서 헬기를 조종하다 보면 ‘오버-토크(Over-Torque, 내연기관 크랭크 축에 일어나는 회전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현상)’가 일어난다. 이 현상은 헬기 동력전달계통에 부담을 줘 헬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거나, 극단적으로는 임무 수행 중 자칫 헬기를 바닥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 그래서 조종사는 오버-토크를 최소화하면서 임무를 수행하지만, 오버-토크를 하면서까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수리온은 동력에 여유가 있어 조종사가 받는 오버-토크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수리온의 최첨단 장비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AFCS)가 대표적이다. AFCS는 조종사가 특정 속도와 고도를 입력하면 헬기가 이를 유지하면서 비행하도록 하는 장치다. 조종사들이 AFCS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이유는 제주의 변덕스러운 ‘악기상(惡氣象)’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나창현 조종사는 “조종사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임무 중 섬세하게 조작해야 할 때는 AFCS가 있어도 조종사가 직접 헬기를 조종한다. 하지만 AFCS가 있으면 확실히 조종 피로도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수리온은 2·3중으로 안전장치가 돼 있어 혹시나 조종사가 실수해도 수리온의 첨단 시스템이 어느 정도 보상해준다. 민항기 수준의 첨단 시스템이 모두 탑재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헬기 조종으로 조종사가 받는 피로감은 비행시간의 2.3배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제주 소방의 경우 환자를 서울까지 이송하는 임무가 많은데, 왕복 5시간 정도 걸린다. 이를 대입하면 실제 비행시간은 5시간이더라도 조종사는 11시간 비행을 한 것과 같은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천경락 조종사는 “제가 군에서 20년 이상 헬기를 조종했지만, 5시간을 오로지 내 손과 발로 (헬기를) 조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상이 좋으면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조금이라도 기상 제한이 있으면 조종사는 그걸 자신의 눈과 감각으로 극복해야 한다. 임무 중 전방에 먹구름이라도 보이면 심장이 거세게 뛴다. AFCS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 조종사의 피로감을 낮춰 실수를 줄이고, 오로지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KAI 빠른 피드백으로 수리·정비 기간 단축해


▎제주 경찰청항공대 황우영 조종사가 수리온의 엔진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최현목
황우영 조종사는 수리온 AFCS 장치의 우수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청 수리온 헬기는 알파·브라보에 이은 3세대(찰리)다. 2012년 수리온이 초도(初度) 납품된 이후 9년간 큰 발전을 이뤘다. KAI가 조종사의 피드백을 잘 수용해 최고 사양과 성능의 헬기를 만들려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군에서 복무할 당시 제가 블랙호크(UH-60) 헬기를 주 기종으로 비행했는데, 당시 외산(産) 헬기에 탑재된 AFCS와 수리온의 그것을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AFCS는 제가 탔던 헬기 중(수리온이) 최고다. 개인적인 생각은 은퇴할 때까지 수리온만 조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헬기 정비지원은 물론 부품 조달이 용이하다는 점도 국산헬기 수리온의 장점이다. 수많은 부품과 복잡한 구조를 가진 헬기는 철저한 정비를 요한다. 경찰청항공대 측에 따르면, 부품마다 1시간 단위로 관리한다고 한다. 비행 50시간이 넘으면 최소 2~3일간 정비·점검을 거친다. 이렇듯 철저한 관리·점검이 이뤄지지만 국산·외산 헬기 구분 없이 수리 부속을 조달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소방·경찰·해경 항공대의 공통된 의견이다.

천경락 조종사는 국산·외산 헬기가 수리·정비에 소요되는 기간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리온이 1000시간 정비에 소요되는 기간은 8주다. 반면 러시아산 카모프(KA-32C) 헬기의 1000시간 정비 소요 기간은 최소 8개월이다.”

외산 헬기의 수리·정비 기간 장기화로 파생되는 문제는 또 있다. 헬기 조종사는 법적으로 일정 기간 내 기준 이상의 비행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최종 비행일로부터 90일 이내 1시간 이상의 야간비행과 6개월 이내 6시간 이상의 계기비행(IFR,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 의존해 항공기의 자세·고도·위치 등을 측정해 비행하는 것) 경험을 유지해야 한다는 식이다. 만약 헬기가 장기간 정비에 들어가면 조종사는 자격 조건을 충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3차원 공간에 자신의 몸을 띄우는 조종사가 장기간 헬기 조종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수리온의 장점 중 하나로 단기간에 수리·정비를 마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황우영 조종사는 “KAI가 국내 제작사여서 보다 신속·정확한 정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헬기에 결함이 발견돼 외국 제작사에 문의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대답이 함흥차사임은 물론이거니와 제작사에서 교체할 부품을 보내줘도 보름에서 한 달은 지나야 도착한다. 반면 KAI는 즉각 반응해 교체할 부품을 항공택배로 하루 만에 보내주고 기술인력까지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수리온은 항공대별로 다른 애칭을 갖고 있다. 소방항공대는 수리온을 한라매(KUH-1E), 경찰청은 참수리(KUH-1P), 해경은 흰수리(KUH-1CG)라고 부른다. 세 마리 매가 제주 지역 육·해·공을 누비며 제주도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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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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