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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선도기업 | (5)한세실업] 패션산업에 ESG 접목해 상생경영 선도 

환경과 사회적 가치, 양 날개로 한국과 세계를 잇다 

김익환 부회장 체제 이후 친환경 정책 강화, 여성 임원 가장 많아 양성평등 모범
해외 20개 법인 철저한 현지화로 ESG 호응, 니카라과에서 노동부 장관상 수상


▎한세실업 니카라과 법인 현지 직원들이 글로벌 패션브랜드 갭(Gap)이 주최한 ‘2020 P.A.C.E. 캠페인’에서 수상한 뒤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사진:한세실업
한세실업은 내년이면 창사 50돌을 맞는다. 김동녕(76) 창업주가 1972년 한세통상이라는 무역업체를 창업했다. 5년 만에 사업은 부도를 맞았다. 김 창업주는 굴하지 않고, 1982년 다시 회사를 차렸다. 또 ‘한세’라는 이름을 넣었다.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는 창업주의 꿈은 반 백년을 이어가며 한세실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한세실업의 주력 수익모델은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자개발생산)이다. 예를 들어 갭, 자라, H&M, 퓨마 등 글로벌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이들은 ODM 혹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여러 회사에 제품 생산을 주문하고, 완성품에 자사 브랜드를 장착한다. OEM은 글로벌 브랜드사가 요구하는 그대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ODM은 생산업체가 자체적으로 역량을 발휘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OEM보다 ODM 방식이 더 부가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한세실업은 OEM으로 시작해 ODM으로 사업 모델을 진화시켰다. 단순 제조 방식의 OEM보다는 제품의 디자인·설계부터 원재료 구입, 제품 생산, 포장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담당하는 ODM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2020년 기준 매출 비중을 보면, 의류 ODM 사업이 79%, 한세MK 브랜드 사업 13%, 칼라앤터치 원단사업 8%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유명 브랜드와 지속적·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미국에서 출발해 세계적 소매유통 강자의 지위를 누리는 월마트, 타겟의 자체상표(PB) 상품도 한세실업에서 만든다. 다시 말해 한국인 그리고 세계인이 입고, 신고 다니는 글로벌 브랜드 제품의 상당수는 한세실업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한세실업은 ODM을 바탕으로 글로벌 패션 기업의 위상을 굳혀나가고 있다. 한세실업의 수출물량은 한 해 3억6000만장에 달한다. 세계 8개국(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니카라과·과테말라·아이티·미국 등)에서 20개 법인 5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3만여 명의 직원을 고용한다. 2014년 칼라앤터치를 설립해 원단 사업에 참여했고, 2016년 한세엠케이 인수를 통해 브랜드 사업으로도 확장했다.

한세실업은 국내 패션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내 PPE(Personal Protective Eqipment, 개인보호장비) 공장을 세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악재에서 기회를 모색한 포석이다. 2020년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연간 3만6000장 이상의 마스크와 방호복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개인보호장비 생산 공장을 세웠다. 팬데믹 와중에도 한세실업의 가치는 시장에서 주가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패닉의 정점이었던 2020년 3월 20일 681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2021년 5월 10일 시점에 2만5950원까지 회복했다. 최근 1년 사이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해외 사업장 중심 친환경 경영 생태계 구축


▎환경단체에 순이익 10%를 기부하는 한세실업의 ‘10% FOR GOOD’ 캠페인. / 사진:한세실업
김 창업주의 차남인 김익환 부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한세실업은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패션 분야와 ESG의 접목은 E(환경)와 S(사회적 가치)에서 주로 실행되고 있다. 한세실업은 독자적으로 ‘햄스’(HAMS, 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으로 명명한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전 세계 30여개 공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다. 2015년부터 시작한 햄스의 성공으로 생산량과 재고량 현황 등 의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시간 을 지체하지 않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문제 해결이 빨라지자 불량률이 줄어들었다. 불량률 감소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게 해줬다. 원단 소모가 최적화됐고, 환경 피해는 최소화됐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한세실업의 친환경 경영은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건비 등의 요인으로 생산 공장을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지역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환경 등 사회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한세실업이 나서서 이 지역에서 친환경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해외 공장에 빗물 재활용을 위해 설치한 빗물저장시스템과 에어컨 대신 작업장 내 온도를 조절하는 워터쿨링시스템이다. 열대기후 지역에 집중된 공장 시설 내부의 온도 조절을 빗물을 통해 컨트롤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의류 순이익 10%를 환경단체에 기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일하는 한세실업 직원들은 여성 차별과 육아 스트레스에서 보호받고 있다. / 사진:한세실업
한세실업은 친환경 의류 생산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이를 추진해 왔는데, 중간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시스템이 미비했던 2015년과 비교해) ▷유류 사용량 35만ℓ 이상 감축 ▷물 사용량 13만ℓ 이상 감축 ▷석탄 사용량 100% 절감 ▷온실가스 배출량 20%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물 사용량은 당초 예상했던 목표 절감 수치를 초과 달성했다.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C&T VINA는 원단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수하는 설비를 갖추고, 하루 1500t을 재처리하고 있다. 염색 과정 중 원단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폐수를 자체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재처리된 물의 일부는 로비에 위치한 연못에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 생물을 키우는 데 쓰이고 있다. 이렇게 4년여 동안 아낀 물은 13만ℓ 이상에 달한다. 국제 규격 수영장 50개 이상을 지을 수 있는 양이다.

한세실업은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무나무, 톱밥, 목재 폐기물, 왕겨 등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매스 연료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을 목표로 잡고 실현해나가고 있다. 또한 14개 주요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 프로그램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회사의 친환경 정책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연결하기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 결과물이 패션업계 최초로 2019년부터 시작한 ‘10% FOR GOOD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국제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의류 판매 순수익의 10%를 환경 운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국제적 친환경 섬유 인증기관인 BCI(Better Cotton Initiative)와 오코텍스 스탠다드 100의 인증을 받은 섬유로 제작된 의류가 대상이다. 여기서 창출된 기부금액은 연간 최소 10만 달러에서 최대 100만 달러다.

특히 해양 보존을 중점에 두고 기부 활동을 진행해왔다. 한세실업은 2020년 4월 해양 플라스틱 제거 비영리재단인 ‘오션 클린업’에 첫 기부를 했다. 오션 클린업은 네덜란드 출신 19세 청년 보얀 슬랫이 2013년 설립한 재단이다. 태평양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청소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바다에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무인 바지선 인터셉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해양 쓰레기를 식별하고 수거하는 등, 해양 생태계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단체를 돕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21년부터 한세실업은 업사이클링을 통한 가치 생산에 초점을 맞춰 기부처를 선정했다. 그 결과 비영리단체 WFO(World Free Oceans)와 플라스틱 뱅크를 대상으로 기부금을 전달했다. WFO는 전 세계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데 앞장서는 단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집해 이를 재료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플라스틱 뱅크는 저개발국가 빈곤층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오면, 그 양만큼 디지털 토큰으로 보상해준다.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은 재활용해 ‘소셜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판매해 플라스틱 순환을 일으킨다. 향후에도 한세실업은 생태계 보전 환경 재단을 추가 선정해 10% For Good 캠페인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밖에 물 관리, 친환경 원료 연구개발, 친환경 생산 시설 개·보수 등과 연관된 친환경 업체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양성평등 기업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ESG경영의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하고 있다. / 사진:한세실업
한세실업은 세계 최고의 패션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성공 열쇠 중 하나로 구성원들 간의 공정한 경쟁을 꼽고 있다. 조직 내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환경과 대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P&C(People & Culture) 팀을 설치해 양성평등의 사내 문화를 장려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0대 상장사 대표이사 중 여성 대표는 단 4명에 불과하다. 이 4명 가운데 한세실업의 조희선 대표가 포함돼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국내 500대 상장사 여성 임원 현황’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6월에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 협약을 체결했고, 9월에는 양성평등진흥 유공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또 CEO스코어와 사단법인 미래포럼이 발표한 ‘성별 다양성 지수’에서도 100점 만점에 77점을 얻어 국내 200대 기업 중 최고점을 받았다. ‘여성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기업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 내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돼 있다.

본사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에는 한세실업이 자랑하는 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다. 2015년 개원한 ‘한세 어린이집’은 직원들의 육아비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워킹맘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한세실업 외에도 한세예스24홀딩스의 계열사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50여명 규모의 한세 어린이집은 자작나무 원목 인테리어와 황토풀, 옥수수 벽지, 천연이끼 등 친환경 자재로 이뤄져 있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수족관 버스 등 각종 놀이기구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돼 있다. 인테리어 전반에 토리아드 요정 캐릭터를 적용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밝고 친숙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임직원 학부모들이 직접 선택한 위탁업체 한솔 교육희망재단은 직장어린이집 보육을 전문으로 하며, 한세예스24어린이집만을 위해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에코 그린 생태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실력 있고 검증된 보육교사들이 배치돼 있어 안심하고 자녀들을 맡길 수 있다”라는 게 한세실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지 주민들과 상생하는 기업 문화


▎현지화에 성공한 베트남 법인은 한세실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 사진:한세실업
한세실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비결로 동종 업계 대비 높은 급여 수준뿐만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 친화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및 해외 현지 법인에서는 ‘가장 일하고 싶은 가족 기업(Great Work Place)’으로 인정받고 있다.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기업의 비전을 서울 본사 직원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공유하고, 법인과 공장이 위치한 현지 주민들과 상생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한세실업은 주 근로자층인 여성을 위해 다양한 복지와 유연한 근무환경을 갖춘 기업으로 현지에서 평가받고 있다. 니카라과 법인은 근로 환경 개선과 안정적 고용 창출, 원활한 노사 관계 문화에 기여한 것으로 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니카라과 법인은 2015년 공장 내 모유 수유실을 설치하고 모유 수유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이들을 가진 여성 근로자를 위한 근로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패션 브랜드 갭(Gap)이 여성 근로자 삶의 질 향상과 리더십 고취를 위해 실시하는 P.A.C.E.(Personal Advancement & Career Enhancement)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가장 일하고 싶은 가족 친화 기업’으로 불리며 현지 상황에 맞춘 노사 관계와 복지 제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세실업은 전 세계 8개국에서 20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 법인은 전체 생산량의 60%를 소화하고 있는 핵심 생산기지다. 이는 베트남 대미 의류 수출의 7%에 달하며, 생산 규모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 업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베트남 법인 직원 1000명당 한국 직원은 공장장과 생산기획 담당 직원 등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현지인 직원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렇게 높은 현지인 직원 비율을 고려해 한국과 융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20년부터 1만6000여명의 베트남 현지 직원들을 위해 영어와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문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매년 11월 호찌민에서는 4만여 명이 참여하는 ‘한세체육대회’를 개최해 노사 화합을 이끌어 내고 있다. 10년 전부터 해외 우수 직원에게 서울 본사에서 근무 기회를 부여하는 ‘해외 순환 근무제’를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현재까지 약 300여명의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 방문의 기회를 얻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한세실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ESG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비해 오고 있다”며 “패션시장뿐만 아니라 ESG경영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환경과 사회공헌, 지배구조 전반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세실업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2020년 아이티와 니카라과 법인에서 마스크 6만여장을 제작해 정부 및 지역 사회에 기부했다. 베트남 법인은 70만 달러 상당의 의료용 방호복 17만600벌을 현지 병원과 의료 관련 시설에 기증했다. 이런 기여도를 인정받아 한세실업 베트남 법인은 노사문화 우수 사례로 소개됐고, 장관상을 받았다. 과테말라 법인은 ‘2020 한국·과테말라 CSR 포럼’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106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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