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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특별기획] 한국의 ‘스마트 시티’ 현주소 

전 세계 스마트 시티는 지금 ‘탄소와의 전쟁 중’ 

급성장하는 스마트 시티 산업, 내년 세계 시장 규모 700조원 전망
기술로 치장한 첨단 도시보다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경쟁력 갖춰야


▎스마트 시티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정부가 스마트 시티를 국가적 중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0월 2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연수구 송도 G타워에서 한국판 뉴딜과 연계한 스마트 시티 실행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스마트 시티(Smart city)가 미래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스마트 시티 관련 기술과 정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일상화가 정착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스마트 시티를 지역 개발의 활로로 본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타운’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래 도시’라는 지향점은 대동소이하다.

스마트 시티가 급부상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다. 출범 직후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를 구성하고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스마트시티특위를 신설했다. 정부가 선정한 13대 혁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채택됐다.

기존의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2017년 3월 스마트 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스마트도시법)로 바꾸고 사업 범위를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성 시가지로 확대했다. 이어 2018년과 2019년 스마트 시티 추진 전략과 제3차 스마트 도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 전략은 ▷전국적으로 더 빠르게 실현 ▷도로·철도 등 공공 인프라 디지털화 ▷지자체·기업과 협력해 국가 스마트 시티 역량 확대로 압축된다.

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미래형 스마트 시티 선도 모델인 국가 시범도시 시행계획을 내놨다. 백지 상태에서 온전히 스마트 시티 구현을 목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종과 부산(에코델타시티)이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시범도시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도시를 스마트 시티의 실험장으로 활용한다.

스마트 시티 관련 주체별 역할은 정부기관과 민간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스마트 시티 관련 선도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실질적인 개발은 민간이 주도한다. 이를 위해 26개 대기업과 37개 중견·중소 기업, 벤처·스타트업 등 110여 개 기업과 20개 공공·연구 기관이 ‘스마트 시티 융합 얼라이언스’를 꾸렸다.

‘2000조’ 글로벌 시장 선점 위해 3년간 10조 투입


▎스마트 시티 육성사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0월 22일 인천 송도신도시 스마트 시티 통합운영센터를 찾은 문 대통령이 관제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가 스마트 시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관련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 스마트 시티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이 지난해 조사한 데 따르면 세계 스마트 시티 시장은 2018년 3080억 달러(약 362조원)에서 2023년에는 6172억 달러(약 72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5년 뒤 스마트 시티 시장 규모가 2000조원을 넘길 것으로도 본다.

아직 스마트 시티는 정의가 확립되지 않아 개념과 표준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스마트 시티 기술과 표준 플랫폼을 선점한다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스마트 시티를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광역시 송도신도시의 스마트 시티 통합운영센터를 찾아 “스마트 시티는 피할 수 없는 도시의 미래”라며 “한국판 뉴딜로 세계에서 앞서가는 최고의 스마트 시티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우선 국가 시범도시를 통해 표준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종과 부산 에코델타 시티에 각각 80여만 평 규모로 백지 상태인 부지에 각종 첨단 기술을 집약한다. 두 도시는 각각의 고유한 콘셉트를 갖고 개발된다. 세종은 인공지능(AI) 기반 도시로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환경 ▷거버넌스(공공 경영) ▷문화·쇼핑 ▷일자리·자율주행 등 7대 혁신요소를 통해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도시를 지향한다. 세종은 자율차와 개인 이동수단(PM) 등 미래형 교통수단만으로도 모든 이동이 편리하도록 계획했다. 부산은 ▷데이터 ▷증강현실 기반 ▷로봇 ▷물관리 ▷에너지 등 10대 혁신요소를 구현할 수변 도시다.

스마트 시티의 원형은 2008년에 등장한 ‘유비쿼터스 도시(U-city)’다. 당시 정부는 유비쿼터스 도시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술과 환경이 결합된 미래형 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화성 동탄, 용인 흥덕, 인천 송도, 파주 운정, 성남 판교 등의 새로운 택지개발사업에 이 개념을 적용했다. 하지만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고 도시와 정보 간 통합 관리가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성 시가지의 도시개발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로 용어를 바꿨다.

스마트 시티를 추진하는 정부 의지는 가히 총력전이라 할 만큼 국가 역량을 쏟고 있다. 스마트 시티를 홍보하는 정부 공식 웹사이트(smartcity.go.kr)에 등록된 자료 출처를 기준으로 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 등 8개 부처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비롯한 6개 외청이 스마트 시티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스마트 시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이 최근 내놓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사물인터넷(IoT)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PAC 지역 국가들이 스마트 시티 개발 경쟁에 나서면서 관련 IoT 시장 규모가 2020년 969억2000만 달러에서 2026년에는 4367억7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Io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8.52%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에서 중국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일본과 호주 순으로 비중이 컸다.

중국은 스마트 시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뉴인프라 투자정책을 내놨다. 뉴인프라 정책은 5G, 초고압(UHV) 전송, 도시철도, 신에너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상업용 인터넷 등 ‘디지털 도시화’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뉴인프라 투자액이 무려 2조 위안(약 346조원)에 육박했다. 중국은 2022년까지 25조 위안(약 4236조원) 규모로 전국에 500개 스마트 도시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시범도시 100개를 선정해 스마트그리드,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의 생활, 무엇이 달라질까


▎스마트 시티에 촘촘히 깔린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9월 홍콩 시위대가 거리에 있는 CCTV를 우산으로 가린 뒤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스마트 국가(Smart Nation)’라는 비전을 내놓은 싱가포르는 스마트 시티 구축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주로 공공 주택단지 내부에 스마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실제와 똑같이 만든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 문제점을 제거한 뒤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의 ‘디지털 트윈’ 환경을 정부 주도로 구축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에선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스마트 시티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핀란드의 스마트 시티 칼라사타마는 이동수단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인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아파트 단지 내 자율주행 버스를 이용해 주민들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스마트 런던위원회를 발족해 도시 기반 데이터 공유와 스마트화를 꾀하는 ‘미래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도 ‘국가 미래도시 플랫폼(NPZ)’이란 기구를 통해 행정, 모빌리티, IT 중심으로 주요 도시의 스마트화를 실험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부터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 문제 해결과 차세대 교통 시스템, 혁신적인 도로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와 NTT가 협력해 우븐시티(Woven City)라는 실험 도시를 만들고 있다. 후지산 인근의 옛 도요타 공장 부지에 미래형 도시를 건설해 직원과 가족 2000여 명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시티가 기존 도시와 차별화하는 지점은 특히 교통에서 두드러진다. 도로에 깔린 센서를 통해 지면 온도와 결빙 상태, 적설량, 강우량, 안개 등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기상여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도시의 주차공간 정보를 플랫폼에 공유함으로써 주차난에서 해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 교통의 핵심은 모빌리티(이동수단)의 변화다. 대부분의 스마트 시티 구상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는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이 2019년부터 연평균 39.47%씩 성장해 2026년에는 556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은 자율주행차 판매가 2021년 5만1000대에서 2040년 337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려면 도로와 교통에 관한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자동차와 공유돼야 한다. 이는 사물인터넷이나 에지(edge) 컴퓨팅 등의 기술로 구현된다. 이렇게 도시 전체가 사물인터넷화하면 모빌리티 이외에 정보 통합과 공유가 이뤄질 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

기술로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된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인간이 오히려 기술에 종속돼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 8월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전개된 홍콩 반정부 시위 때 시위대가 시내에 설치한 가로등을 파괴한 사건이 이런 우려가 표출된 상징적인 예다. 당시 시위대는 시내에 설치된 가로등 20여 개를 쇠톱으로 잘라버렸다. 정부기관도 아닌 가로등이 시위대의 습격 목표가 된 이유는 이 가로등이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감시탑’으로 쓰일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개인의 사생활 노출, ‘감시 정부’ 가능성


당시 파괴된 가로등은 안면 인식 기능과 통신 감지 기술이 내장된 ‘스마트 가로등’이었다. 최첨단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이 가로등이 언젠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로 활용될지도 모른다는 시위대의 우려가 우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장 현실이 되진 않을지 몰라도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도시 정보가 한군데로 모이는 데이터센터나 컨트롤타워가 해킹될 경우 도시는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지난 3월 영국 정부는 중국의 스마트 시티 기술을 도입하는 걸 억제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와 국내 정보국(MI5) 등 영국의 정보당국은 지방정부가 스마트 시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할 때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폐쇄회로(CC)TV나 자동운송, 교통관리 등 스마트 시티 기술을 통해 영국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정보당국은 화웨이의 5G 통신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영국 정보당국은 중국이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 곳곳에 설치한 CCTV와 버스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얼굴 인식기술 등을 시민 감시에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 도시에 깔린 지능형 CCTV는 사람의 얼굴과 표정, 행동을 인지해 이상 반응이 포착되면 이를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알리는 기능이 있다. 또 불이 나거나 비명, 폭발음 등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방향을 돌려 해당 장소를 비추는 식이다. 지능형 관제시스템은 범죄를 예방하고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는 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해외에선 스마트 시티의 기능을 일부 제한하기도 한다. 캐나다에서는 2018년 8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자회사(사이드워크랩스)를 통해 온타리오 호수 기슭의 퀘이사이드와 포틀랜드 지역을 북미 최대 스마트 시티로 개발하는 청사진이 발표됐다. 그러자 시민단체인 시민자유협회가 여러 센서와 탐지장비를 이용해 광범위하게 수집된 데이터가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했다.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얼굴 인식이 가능한 감시장비의 존재만으로도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신 민간이 스마트 시티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 ‘감시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는 대신 정보 보안의 책임을 민간에 맡겨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 시티 정책을 주도하는 스마트 시티 융합 얼라이언스나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구성원이 대부분 기업 출신이란 점은 스마트 시티와 인권 문제에 관한 정부의 인색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스마트 시티에서 개인정보는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로 유통된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술적으로 정보를 비식별화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통제 가능한 관리의 영역에 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해킹 등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발생했을 때 마냥 안전하다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럽은 기술보다 ‘사람, 환경’에 방점


▎외국 주요 나라들은 사람과 환경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 구현에 방점을 찍지만, 우리나라는 뻥 뚫린 교통망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도시 구현에 중심을 두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캐나다 토론토에 조성을 추진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스마트 시티(왼쪽)와 경기도 오산시에 조성되는 스마트 시티 ‘운암뜰’의 마스터플랜 이미지. / 사진:사이드워크랩스 홈페이지·오산시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 정책이 보여주는 또 다른 한계는 환경 의제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 스마트시티 공식 웹사이트에 등록된 전국 지자체 스마트 시티 계획은 32건에 이른다.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스마트 챌린지’ 사업 대상 지역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곳만 45개다.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택지개발도시재생사업에는 ‘스마트’란 수식어가 단골처럼 등장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첨단 기술 중심이다. 방범·교통·재난 등 도시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관제도시’의 성격이 짙다.

스마트 시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정보통신기술과 도시를 접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막힘없이 빠른 교통망, 덜 걷는 편리함(door to door), 사시사철 쾌적한 생활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온갖 기술을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생태환경과 사람이란 가치는 뒷순위로 밀려나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을 정체구간 없이 빠르게 연결하는 자동차 도로망을 구축하는 데 비용과 기술이 집중되면 사람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동망은 도로나 건물 등에 막혀 곳곳이 단절되고 만다.

또 쾌적한 생활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되는 데 반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물 설계나 에너지 설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 세계은행이 작성하는 국가별 1인당 탄소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12.89t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통계 조사가 시작된 198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 7배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환경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는 “스마트 시티가 추구하는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은 자동차 이용률을 높이고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도보를 포함해 친환경 이동수단을 늘려 자동차 이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정책은 한국이 참고할 만하다. 1970년대에 탄소중립정책을 시작한 스웨덴의 탄소배출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스웨덴은 스마트 시티 구현의 수단으로 청정에너지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스웨덴의 탄소중립 로드맵은 22개 분야 산업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스웨덴의 기업들은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각자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긴다.

선진국들의 경우 스마트 시티에 담을 가치 중 기술보다 사람과 환경 등 지속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스웨덴은 도시개발 공사 과정에서부터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예테보리시는 조선업이 몰락하면서 도시가 쇠퇴하자 지역 활성화 수단으로 주거지 개발에 착수했다. 시 당국은 볼보트럭과 협력해 공해물질 배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을 도입했다. 아직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해소되기 전이어서 감전이나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차량 운행 정지 등 인명사고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컸다. 말린 앤더슨 예테보리시 국제협력개발과 부장은 “야간에 전기트럭을 도심에서 운행해본 결과 대기 질 개선과 소음 감소, 교통 혼잡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도 스마트 시티 구축에 있어 친환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는 건물과 교통체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정책적 노력을 펼친다. 뉴욕은 2019년 ‘기후활성화법(Climate Mobilization Act)’을 제정해 중대형 건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LA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녹색 교통 실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각각 88억여 달러를 투자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외국에서는 건설 단계부터 탄소중립 최우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스마트 시티 마스다르는 2008년 처음 도시를 설계할 당시부터 탄소제로를 목표로 했다. 건물을 지을 때 저탄소 시멘트와 재활용 알루미늄 등 환경친화적 재료를 최대한 사용했다. 10㎿(메가와트)급 태양열발전소와 1㎿급 태양광발전시스템으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로 도시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충당한다. 또 내연기관 자동차는 도시 진입을 전면 금지하고 ‘개인궤도자동차’나 전기버스만 이용하도록 했다.

최근 탄소중립에 관한 경험이 풍부한 스웨덴 정부와 기업들은 한국의 탄소중립사회 실현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이케아와 볼보자동차 등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 13곳과 주한스웨덴대사관 등이 한국의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한국+스웨덴 녹색전환연합’을 결성했다. 녹색전환 연합 관계자는 “참여기업들은 건설·에너지·운송 및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며 “이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 노하우가 한국의 탄소중립사회 전환은 물론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 조성에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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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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