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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특별기고] ‘보수 혁신 원조’ 정병국 전 의원이 이준석 대표에게 말하다 

“정당의 세대교체 넘어 정치 시대교체로 가라” 

이준석 대표, 소통하며 권한 분산해야 대선후보 야권 단일화 순조로울 것
블록체인 기술 활용해 당원의 정당으로… 청년의 정치 입문 플랫폼 커져야


▎정병국 전 의원은 국민이 불러온 ‘이준석 현상’은 정권 교체와 그 이후의 미래를 향한 기대까지도 담겨 있는 것이라고 바라본다.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보수 대연합과 정권 교체를 위해 36살 이준석 대표를 선택했다. 이제 국민의힘은 가본 적 없는 길로 들어섰다. 보수 정당이 내부에서 혁신을 외친 역사는 200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초·재선의원 신분이었던 정병국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소위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 쇄신의 아이콘처럼 각인됐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정 전 의원은 이후 국회의원에 5차례 당선된 뒤 2020년 총선에 불출마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을 위한 정 전 의원의 특별기고를 싣는다.

국민의 힘이 ‘국민의힘’을 변화시켰다. 국민의 선택은 당의 간판이자 얼굴인 당대표를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바꿨다. 그것도 ‘30대 0선’ 당대표라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심은 민심의 파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민심이 당심을 바꿔놓은 것이다.

국민이 한결같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국민의힘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돌아선 지지자를 다시 돌아오게 하고, 새로운 지지자를 불러 모으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에 선출된 이준석 대표 체제는 과거와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 맡은 임무는 과중하리만큼 크다. 당내 통합을 이루고,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야권 통합 경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서 최선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후자가 최종 목적지다. 전자는 필요조건이지만 후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민적 기대 속에 막중한 과업을, 그것도 최소한의 시간과 권한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사상 초유의 당대표, 이것이 이준석 대표가 짊어져야 할 제1야당 대표로서의 무게다. 당선이 파격적이었다면 당의 개혁과 대선 관리의 역할도 파괴적이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표출된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지금까지와 같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가죽을 뜯어 벗기는 것과 같은 개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의 성공을 위해 7가지 개혁방안을 제안한다. 5가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공해보지 못한 전통적 개혁 과제들로 ▷당의 자산 활용 ▷당대표의 역할 분담 ▷당 구성원의 역량 강화 ▷당의 효율성 강화 ▷정당 민주주의의 회복 등이다. 나머지 2가지는 새로운 개혁 과제들로 이준석 대표가 가장 잘 알고, 또 제일 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정당의 구현 ▷진짜 청년 정치의 활성화다. 5가지의 전통적 과제와 2가지의 새로운 과제, ‘5구(舊) 2신(新)’의 개혁 방안이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 의해 하나씩 완수되어가길 기대해본다.

이준석 대표 혼자서 다 할 순 없다

신임 지도부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당 개혁의 방향 정립이다. 이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누누이 밝혔듯이 투명하게 당을 운영하고 공개해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순조롭고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당내 협치, 즉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시간적인 제약을 고려하고 역량의 효율성, 지지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당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그것이 곧 분권과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의 실천이자 당내 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현재는 당내 조직의 총동원을 통한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이른바 올코트 프레싱이 필요한 비상시기다.

① 당의 정치적 자산을 총동원하라

새로운 지도부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이 가진 정치적 자산을 총동원해야 한다. 현역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보좌진, 당원 등의 경험과 능력은 이미 확보된 자원이다. 이들이 지닌 경륜과 능력, 자발적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첫째 과제다.

당내 중진급 인사들은 보직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말로는 백의종군, 선공후사 등을 언급하지만 보직이 맡겨지지 않으면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게 상례다.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먼저 원내대표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현 원내대표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다선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권한 분산이 잘 될 경우, 당대표는 당의 외연 확대에 좀 더 역량을 쏟을 수 있다.

최고위원회의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과 역할이 과소평가되거나 희화화되기 일쑤다. 당대표의 대표 발언에 이어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 우리 당이 국민과 국가 문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해법을 찾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극도의 기밀을 제외하고는 유튜브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논의 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 지도부에서 배제된 중진 그룹은 마땅히 더 존중받아야 한다. 다선의 국정 경험뿐만 아니라 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이들이다. ‘중진 그룹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고, 당대표가 여기에 참석해서 고견과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세대교체를 주장해 당선된 신임 당대표로서 중진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성이 더 크다. 국민의힘의 미래 원내 세력인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도 정례화해야 한다. 숫자가 많으니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것이 무리라면 서울권,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주 1회 정도 연석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대표가 이들의 진심 어린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② 대선 관리를 위해 당대표의 역할을 분담하라

당대표의 역할 분담은 더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선 후보 야권 단일화를 위한 복수의 후보들과의 접촉, 입당, 합당 등은 독립된 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이 좋다. 국가적으로 신망 있고 중량감을 지닌 당 내외 인사들을 위원으로 모셔서 가칭 ‘국민의힘 대통합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업무를 담당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당대표는 주 1회 정도 위원회에 참석해서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 이어 바로 치러질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 준비 과정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신임 대표의 주장인 토론 배틀 방식을 통한 공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준비는 물론 그 시행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사전 교육, 토론 배틀 심사위원 선발부터 모든 지방 선출직을 토론 배틀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할당 범위 결정 등 과제가 많다. 청년 세대 중심의 인재 발굴과 교육 등의 준비를 해나갈 독립된 별도의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심도 깊은 교육 혁신 프로그램 운영해야


▎2004년 정풍운동 결의를 함께 했던 정병국(왼쪽부터), 남경필,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
③ 당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라

리더의 주 임무 가운데 하나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다. 당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심도 깊은 교육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 실시해야 한다. 당의 혁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담보가 될 것이다. 지지세력 확산의 최전선인 지방의 당직자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어서 의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사무처→ 보좌진 등의 순서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의원들의 활동 내용과 국민의힘 당사의 활용 방식은 새로운 당대표의 등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변화를 눈에 띄게 만들어 줄 것이다. 먼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과 관련해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 180여 석이라는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의 독선적 태도로 국민의힘은 17개 상임위원장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정상 시기라면 국민의힘의 15명 3선 의원급 인재들이 전·후반 시기를 나눠 상임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일반 상임위원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도 민주당의 태도는 변할 것 같지 않다. 이제 국민의힘이 변할 차례다. 국민의힘이 자체 17개 상임위를 만들어 의제를 다루고 깊은 논의를 통해서 ‘국민이 선택할 만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생산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만들면, 국민의힘의 수권 능력에 대한 신뢰가 깊어질 수 있다. ‘유능한 보수’라는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방안이다. 이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의 결심만으로도 당장 실행할 수 있다.

④ 고비용 저효율 정당에서 저비용 고효율 정당으로

관행적인 고비용 구조도 혁파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국민의 외면으로 인한 고사 위기를 천막당사(2004년) 이전으로 넘긴 트라우마가 있다. 물론 지금의 당사는 호화나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이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도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당사를 공유 오피스 개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활용도가 낮은 의원급 당직자들의 전용 공간을 없애고, 일반 당직자들도 공유 사무실 형태로 이용하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당대표 명의의 공식 화환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⑤ 정당 민주주의의 회복

당대표 중심의 중앙집권적 당 체제에서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특정인 중심의 파벌이 만들어질 뿐이다.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정당은 당원들이 전혀 소통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돼왔다. 지구당 위원장 중심으로 당원을 모집하는데 입당 원서를 중앙당에 제출한 뒤에는 누구도 열어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원천 봉쇄가 아닌 일부 공개에 가깝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만든 입당 원서 사본이 있어서다. 실제로 원서 사본이 유출돼 마케팅 수단으로 팔려나가는 범죄 행위도 일어난다. 일부 정치인들은 사본을 선거 유세 수단으로,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청년은 파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오른쪽 셋째) 대표를 비롯해 배현진(왼쪽 둘째) 최고위원, 김용태(왼쪽) 청년 최고위원이 전면에 등장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시절인 2010년 6월 퇴임하는 날의 일이다. 책장에 큰 보따리가 하나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당직자는 ‘큰 정치를 하실 때 필요한 재산’이라며 챙기라고 했다. 열어보니 당원 명부 사본이었다. 호통을 치고 두고 나왔다. 이후 2014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가 보니 나만 명부가 없었다. 이미 대부분의 정치인이 명부를 갖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결국 당원들의 개인정보는 계파와 계보를 만드는 수단이 되고 만다.

지금의 당원 구조는 ‘종이당원’이라고 불리는 일반당원과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으로 돼 있다. 종이당원들은 그냥 가입해 달라는 말에 신상을 알려주는 정도이고 정치 활동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임당원들은 실체가 있지만, 대부분 당원 모집을 맡았던 해당 지구당 위원장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정치적인 지향이나 목적이 아닌 친소 관계가 가입 이유인 것이다. 결국 사람에 휩쓸리고 파벌에 휩쓸리는 당원들인 셈이다. 이들이 정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앞서 제기한 당의 전통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당이 비록 당비는 내지 않지만 정치적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가 돼야 한다. 당원이라면 누구나 정책을 제안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생각을 밝히는 모든 정치적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두 가지 방편을 제시한다.

① 기술로 만드는 민주화, 블록체인 정당

5년 전부터 제시해온 블록체인 정당은 커뮤니티와 흡사하다. 결국은 디지털 정당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분산원장기술(수많은 사적 거래 정보를 개별적 데이터 블록으로 만들고, 이를 체인처럼 차례차례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현행법상 범죄인 당원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각자의 정치 활동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토큰(token, 특정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암호화폐)을 통해 당원들이 얼마나 활동했는지를 기록하면, 당원들의 정치 활동 성과를 공천에 활용할 수 있다. 활동적 당원이 많아질수록 특정 정치인이 당을 휘두르지 못한다. 이것이 곧 정당 민주화의 초석이다.

지금처럼 큰돈을 들여 중앙당 당사를 마련할 이유도 없다. 정부 보조금과 당비는 전국의 당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당 보조금의 50% 이상을 당원들이 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중앙당의 자금을 지구당에 배분하면 기부로 규정돼 불법이 된다는 이유로 자금을 중앙당에서 독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역구에 일정액을 할당하고 토큰을 지급해 활용하게 하고, 활용된 토큰만큼 필요한 자금을 청구하고 추후에 집행하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자금을 당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당원들이 회의 참석, 정책 제안 등으로 활동하면 지구당에 지급된 토큰을 일정량 지급한다. 당원들이 모은 토큰만큼 선출직에 진출할 때 가점을 부여하고, 토큰은 정치인 후원에 활용한다. 이러면 정당의 자금을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능력 있는 정치인들에게 쓸 수도 있다. 특히 당대표의 발언에 좌우되는 당론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는 당론 결정 과정에 당원들의 투표까지 반영하면 당원들이 지지하고 당원들이 인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당론을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갖춘 정당이라면 출근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당원들과 소통하면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뛰고 소통하는 노마드 정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년들도 지구당 사무실 없이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정치의 꿈을 키우는 도전을 해볼 수 있다.

2022년 지자체 선거 공천부터 바꿔야


▎2017년 정병국(왼쪽) 의원은 당시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겸했다. / 사진:바른정당
② 젊은 정치를 위하여

지금껏 청년 정치가 화두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 때마다 청년 공천이 추진돼왔다. 문제는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자기 취향대로 고른 청년들이 공천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공천하는 식이다. 물론 그들 개인의 면면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공천받은 사람들은 조직 논리에 순응하게 되고 정치권에서 조직원처럼 일하게 된다. 자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없다. 이래서 청년 정치가 안 된다. 청년 정치는 선거 때마다 물갈이 명분으로, 패거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당내에 청년당을 만든다고 해도 당내 유력 인사들의 저항에 직면한다. 현재 당 청년회에서 활동하는 특정 인사들의 사람이라고 분류되는 청년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이런 반발을 수용하다 보면 정당은 점점 더 비민주적으로 변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공천은 특정 정치인의 측근들이 아닌 능력 있는 청년들이 정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청년이 정치에 입문하는 플랫폼이 필요한 것이다. 청년정치학교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청년 교육의 활성화와 더불어 청년 공천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당장 2022년 지방자치선거에서 39세 이하 청년 후보를 20% 이상 공천하자. 당헌 당규에 규정하자. 많은 사람이 경험 없는 청년들의 정치력을 우려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 판단은 다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지역 토호 세력들이나 지역 유지들이다. 청년들은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정치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고 학습 능력도 빠르다. 청년들의 진입 자체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경험을 통해 훈련받고 성장하면서 단체장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오면서 목소리 없는 거수기가 아닌 역량 있는 청년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다. 청년을 선거용 홍보 문구에나 쓸 키워드로 활용하는 ‘청년 정치’를 끝내자. 이제는 정치를 공부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이준석 현상은 기득권과의 싸움이 본질

앞서 제시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당을 변화시키고자 지도부에 참여하거나 교체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고, 심지어는 신당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왔다. 약간의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무위에 그쳤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당내는 물론 국민의 개혁 압력이 비등점을 넘고 있다.

성패의 관건은 제한된 시간 내에 신임 당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결해서 국민이 모처럼 준 변화의 기회와 기대를 신뢰로 보답하느냐다. 당 운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 당내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시작이다. 회의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 당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은 만큼 중진들도 나서서 당과 당대표를 도와야 할 차례다. 당대표 경선 과정을 둘러싼 감정 소모와 잡음을 가라앉히고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 신임 대표도 당 일부의 우려와 불안을 품고 그들의 견해를 소중히 껴안는 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변화를 가능케 하는 첫걸음이다.

새로운 미래가 왔다. 우리가 가져오지 못하자 국민이 직접 보내주신 미래다. ‘30대 0선’ 당대표는 용광로를 외치던 기성 정치권에 샐러드 볼을 들고 나왔다. 모두가 한데 녹아 그 개성과 실체조차 없어지는 용광로가 아니라 각자의 맛과 향, 식감이 살아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요리가 되는 샐러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치의 문법이 바뀌었고, 정당의 효용성이 달라졌다. 이제부터의 정치는 지역과 세대와 진영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 싸움의 선봉장에 선 것은 1985년생 이준석 대표뿐만이 아니다. 1983년생 배현진 최고위원, 1990년생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까지, 국민이 가져다주신 새로운 미래는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당의 세대교체가 아닌 정치의 시대교체이다. “나만 빼고 혁신”, “다음부터 교체”를 외쳐온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민심의 무서움과 국민의 현명함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국민의힘이 싸워야 할 대상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잠식한 모든 기득권과 우리의 미래를 강탈하고 있는 모든 구태다. 이 싸움의 최전선에 선 이준석 대표와 신임 지도부의 건투를 빌며, 정권 교체와 정치 혁신으로 국민께 보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정병국 전 국회의원·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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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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