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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친박과 닮은 듯 다른 친문의 미래 

정권 재창출 불확실, 대통령은 당원 지위 벗어던질까 

미래 권력에 떠밀리지 않고 대선 중립 시비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어
구심력 약화로 당내 다양한 목소리 분출하며 ‘조국 논란’ 사그라질 것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송 대표의 왼쪽은 친문 성향의 김용민 최고위원, 오른쪽은 친문 핵심인 윤호중 원내대표. / 사진:오종택 기자
지난 4·7 재·보선 이후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정치적 기시감(旣視感, 데자뷔)’이다. 이번 선거에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2016년 총선에서 패한 당시 여당, 새누리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에서 민주당에 밀려 제2당이라는 충격적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도 주류 친박은 쇄신보다 ‘마이 웨이’를 선택했다. 총선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 ‘입’ 노릇을 했던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에 당선시켰다. 이번에 민주당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주류 윤호중 의원이 큰 표 차이로 당선된 데 이어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이 대거 최고위원에 당선돼 지도부를 구성했다.

물론 당대표에는 친문과는 다소 거리를 둔 송영길 후보가 당선되긴 했다. 하지만 친문 홍영표 후보에 1%차이도 안 될 정도로 근소한 신승이었다. 청와대의 국정 운영, 특히 인사 역시 닮은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동반 국외 출장, 논문 내조 논란을 빚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관사 재테크 의혹이 불거진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해당 상임위원회에 포진한 친문 의원들은 이를 적극 뒷받침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 우려가 제기됐던 김부겸 국무총리와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 건도 밀어붙였다. 이로써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33명으로 늘어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임명 강행 사례를 더한 27명보다 많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총선 패배 후 야당이 반대한 인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임명 강행 뒤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던 김재수 농림부장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않은 채 뭉개버렸다.

당시 친박 누구도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 정부와 친박의 몰락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 여권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기시감을 떠올리는 인사들이 이어서 건네는 질문이다.

‘문나생(친문이 나대주면 생큐)’이라고?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민주주의4.0연구원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 / 사진:오종택 기자
사실 민주당에서 친문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6월 10일 현재 174명 의원 중 딱히 비문이라고 꼽을 수 있는 인사는 극소수다. 송영길 대표 역시 ‘범친문’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재·보선 패배 이후 친문 책임론이 나오자 주류 이탄희 의원은 “친문·비문 분류가 허구”라고 주장했다.

당내 선거 때 판을 주도하는 권리당원 80만 명 가운데에서도 친문 수는 오락가락한다. 많게는 2만~3만 명에서 적게는 2000~3000명으로 편차가 매우 크다. 실체 자체가 불분명한 탓에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친박 의원 수장으로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 노릇을 했던 최경환 의원 같은 리더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핵심 친문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부엉이모임’에 이어 지난해 11월 ‘민주주의4.0연구원’을 만들긴 했다. 당 소속 의원의 30%가 넘는 56명 의원이 참여해 만든 ‘싱크탱크’라고 둘러댔지만 친문 모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속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통 친문 그룹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나오지 않자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내 선거에서 친문의 조직 세와 영향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재·보선 직후 민주당 2030 초선의원 5명의 전격적 당 쇄신 요구가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참패 원인은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며 사실상 그동안 당을 주도해온 친문을 겨냥했다.

그러자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뽑아줬더니 뒤통수”, “신축(辛丑) 5적” 등 강한 반발과 함께 문자메시지 폭탄이 이들에게 쏟아졌다. 며칠 못 가 이들은 “결코 친문과 비문을 나눠 책임을 묻지 말라”며 한발 빼야만 했다. 당론에 벗어난 국회 투표로 공천 탈락 뒤 징계까지 먹고 당을 떠나야 했던 금태섭 전 의원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와중에 친문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악화됐다. 최근 공개된 민주당의 ‘재·보선 이후 정치 지형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강성 친문에게 호감을 느낀 20대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6.6%, 9.5%로 아주 낮게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극단 세력으로 불려온 태극기부대에 대한 호감도인 10.4%, 10.2%에도 못 미쳤다는 점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의 ‘이준석 돌풍’으로 보수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가 더 커질 조짐이다. 당장 ‘늙은 꼰대 정당’ 위기에 처한 민주당 안팎에서는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일부 친문 사이에서는 국회 경험도 없고 30대 중반에 불과한 ‘0선 이준석’이 나댈수록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지게 돼 결국 민주당을 도와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여전하다.

이에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반박은커녕 빙그레 미소 짓고 있다. 재·보선 후에도 변함없는 친문의 행태와 인식을 “도로 친문당”이라며 ‘문나생’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 ‘문나생’은 과거 여권 인사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나서주면 생큐”라며 종종 언급했던 ‘윤나생’을 패러디한 말. 국민의힘 입장에선 친문이 지금처럼 계속 나대주면 대선 승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니 ‘생큐’라는 얘기다.

친문과 힘 겨루는 송영길, 제2의 김무성 될라


▎2007년 6월 열린우리당 의원 16명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쩌면 이런 위험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이가 송영길 대표일지도 모른다. 당선 일성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친문을 겨냥한 강한 쇄신 의지를 보였기 때문.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우직하게 초심을 밀고 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전격 사과. 그는 대표 취임 한 달(6월 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청년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이해찬 당시 대표에 이어 당대표로선 두 번째 사과였다.

이에 대해 일부 친문의 반발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사과 시점이 이들을 더 자극한 측면이 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펴낸 [조국의 시간]이 공식 발간된 바로 그다음 날이었던 것. 그는 이 책에서 자녀 특혜 진학, 사모펀드 불법 투자, 동생 비리 등 자신과 가족의 각종 의혹을 “검찰·언론·보수야당 카르텔이 유포해놓은 압도적 허위사실”이라며 조목조목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조국 사태’ 당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을 가득 메웠던 지지층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갔다”는 그의 절규에 즉각 뜨겁게 반응했다. 출고 당일 하루에만 예약 요청을 포함해 10만 부가 팔렸다.

특히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 그간 잠깐 주춤했던 친문의 심장이 다시 격하게 뛸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의 사과는 그야말로 ‘찬물 끼얹기’였다. 일부 당원은 “당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송영길 탄핵” 주장이 올라왔다. 김한정·김남국 의원 등도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이제 우리는 민주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 이유로 “내년 3월에 주권자인 국민이 우리를 평가하는 판결이 기다리고 있다”며 대선을 상기시켰다. 조 전 장관에게 자제를, 그 지지층에는 ‘부화뇌동’을 경고한 셈이다.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송 대표는 거침이 없다. 대표 당선 후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담회 자리에서 부동산 재산세, 소형모듈원자력발전소(SMR), 검찰개혁 속도 조절 등 정부 기조와 온도 차가 있는 주장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SMR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기”라며 반겼다. 청와대 측이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라며 당혹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정책을 당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송 대표는 현재 전체 아파트 3.7%에 해당하는 부과 대상을 아예 2%로 고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경파 의원들이 “개혁 후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이를 위해 송 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불과 얼마 전(2021년 4월) 원내대표 경선 때 친문 윤호중 의원에 맞서다 완패한 박완주 의원을 앉혔다. 박 의원의 전격 발탁은 친문의 반대에도 송 대표 자기 뜻대로 정책 수정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문제는 친문이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 권리당원 상당수를 점하고 있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송 대표가 뜻을 관철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래서 ‘제2의 김무성’ 얘기가 나온다. 고군분투 중인 그에게서 친박과의 싸움 끝에 ‘옥쇄 파동’으로 맞서다 자신의 대권 희망도, 정권도 잃어버렸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친문 진로 결정적 방향타는 대선 경선 연기 여부


▎2016년 1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대구시 북갑 하춘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친문과 송 대표의 힘겨루기 양상은 9월까지로 예정된 당내 대선 경선에서 승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된 4·7 재·보선 경선과는 달리 대선 경선은 ‘선거인단 1인 1표 방식’의 완전 국민경선 방식이다. 국민이나 일반 당원이 신청만 하면 투표권을 갖는 형태라 외형상으론 권리당원을 장악한 친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먹히는 구조다.

하지만 선거인단 모집과 투표가 모두 모바일·온라인으로 가능한 까닭에 친문이 조직적 캠페인을 통해 우호적 선거인단을 꾸릴 수 있다. 친문의 표심이 여전히 주목되는 이유다. ‘빅3’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모두 저마다 친문 껴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지사는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는 이해찬 전 대표 지지를 확보한 모양새다. 김성환·이해식 의원 등 ‘이해찬 키즈’가 이 지사 지지 포럼에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연초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뒤늦게 철회했다.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문과 함께 말이다. 당초 동기는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통합론이었다. 그러나 친문의 반발에 부딪히자 체면을 구기면서 후퇴한 것이다. ‘정치판의 신사’ 정전 총리는 요즘 “독해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 검찰개혁에 강한 목소리를 내고 일본의 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에 대해 “올림픽 불참”을 언급하며 친문 정서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미묘하게 엇갈리는 지점도 있다. [조국의 시간] 출간에 대한 반응이다. 이 전 대표는 “참으로 미안하다”고, 정 전 총리 역시 “가슴이 아린다”며 공감을 표했다. 반면 이 지사는 “‘조국 사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침묵을 택했다. 현재 여당 대선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책 구매 인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친문에 무턱대고 동조하기보다는 적절한 거리두기로 본선을 겨냥한 것이다.

1위 포지션에 따른 이 지사의 차별적 판단은 대선 경선일 연기를 둘러싼 논란에서 다른 주자들, 무엇보다 친문과의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친문은 진작부터 대선 180일 전, 오는 9월 11일까지 끝내기로 돼 있는 경선 일정을 연기하자고 입을 모아왔다. 이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넌지시 연기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이 지사는 단호하다. “원칙대로 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친문은 연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정 주자의 유불리를 떠나 11월 후보를 확정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과 비교해 두 달이나 먼저 할 경우 본선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2018년 당내 경기지사 경선 때 강하게 충돌했던 이 지사와 친문은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서 ‘조국 사태’와 경선 일정을 두고 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3년 전 당시처럼 고발을 불사하며 정면충돌할 것인가. 이 경우 또다시 이 지사가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판’ 송 대표의 결정은 무엇일까. 이 싸움 결과가 친문의 미래에 결정적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산 준비 중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 쏠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누가 뭐래도 친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친문이 존재할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게도 친문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재수 끝에 대권을 쟁취하고 집권 내내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 ‘1등 공신’이 친문이다.

그 때문인지 친문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직접 입을 여는 경우가 없다. 5월 10일 취임 4주년 회견에서 ‘친문의 문자 폭탄이 당내 언로를 막는다’는 지적에 “제 지지자라면 예의를 갖춰달라”고 말한 게 유일할 정도다. 오히려 당과의 잇따른 간담회에서 ‘당·청 원팀’, ‘단합’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메시지만으로 보면, 친문이나 국정 기조에 큰 변화를 꾀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읽힌다. 아마도 그 기저에는 ‘2007년 트라우마’가 깔렸을 것이다.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 유력 주자 정동영 전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며 여당을 공중 분해했던 그 아픈 기억 말이다.

여권 분열은 결국 대선에서 최악의 참패로 이어졌고 친노는 ‘폐족(廢族)’으로 몰려야 했다. 그때 상황을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나 인간적 도리조차 사라진 듯했다”고 개탄했다. 그에겐 다행스럽게도 당시 상황 재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35%를 넘나드는 안정적 지지율, 대선 경선의 키를 쥔 친문의 정치적 파워 등을 감안할 때 당내 주자 누구도 ‘현재 권력’을 치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권 재창출을 마냥 자신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 불안함의 한복판에 친문이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친문의 존재 이유인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절대적 지침인 탓이다. 하지만 정당원이면서도 동시에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행정 수반이라 직접 정치 행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그 스스로 먼저 당원의 지위를 벗어던지면 어떨까. 그의 선도 탈당은 친문에겐 적잖은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당으로서는 ‘당내 당’ 친문의 구심력이 약화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다. 친문의 이합집산으로 경선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반면 ‘문심(文心)’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은 약화된다. 아울러 비전과 정책을 앞세운 후보들이 좀 더 일찍, 보다 더 국민과 가까워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중도 외연 확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크게 잃을 게 없다. ‘미래 권력’에 등 떠밀려 여당을 떠났던 과거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친문의 ‘정파 보스’가 아닌, 취임사에서 다짐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을 자임할 수 있다.

아울러 당적 없는 대통령으로서 선거 중립 시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새삼 불거진 ‘조국 논란’ 역시 김이 빠질 공산이 크다. 반면 지지 세력에 대한 의리, 결별 뒤 정치적 불확실성, 2007년의 기억 등 결단에 장애물도 만만찮다. 하산을 준비 중인 문 대통령의 선택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jwhn20@naver.com

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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