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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미사일 제한 해제, 한국군 전략변화 가능할까 

국가적 차원에서 ‘우주개발’ 출발점으로 삼아야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구축하고 미사일 주권 회복
국가우주전략 통해 우주안보 배양하고 ‘우주경제’ 육성해야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로 한국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 없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전력화 배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은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대응으로 우리 군의 현무-2A 미사일 실사격 훈련 모습. / 사진:합동참모본부
지난 5월 21일(현지 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제한을 두었던 한·미미사일지침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한·미미사일지침의 폐기로 한국은 향후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 없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전력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부 위협에 대한 자체 판단으로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이는 탄두 중량을 제한했던 순항미사일과 무인항공기에도 적용된다. 한·미미사일지침의 폐기는 군사적 억제 능력의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구축과 민간 차원에서 우주개발의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종료 발표 전, 우리나라 탄도미사일 개발 범위는 2017년 3차 개정을 통해 합의한 800㎞ 사거리 및 제한 없는 탄두 중량이었다. 추가로 지난해 4차 개정이 있었으며 고체로켓모터를 민수용 우주발사체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고체로켓모터는 미사일 개발에 전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평화적 용도의 위성발사체 개발에도 사용을 제한했다.

1979년 미국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한국의 미사일 개발 범위를 180㎞ 사거리와 500㎏의 탄두 중량으로 제한하는 데 한·미가 합의한 이후 미사일지침 폐기까지 42년이 소요됐다. 이 기간에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과 위협이 고도화함에 따라 미사일지침 완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마지못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왔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증폭할 수 있는 미사일 경쟁을 저지하고,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따른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위협을 우려한 것으로 이해됐다.

4회의 개정주기를 보면 1차 개정(2001년)까지 22년, 2차 개정(2012년)까지 11년, 3차 개정(2017년)까지 5년, 그리고 4차 개정(2020년)까지 3년이 소요돼 시간이 흐를수록 주기는 짧아졌다. 이번 폐기까지는 1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개정주기가 길었던 이유는 초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기 전이었으며, 미·중 간의 관계도 우호적인 상태에서 미국은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및 탄두 중량에 대해 지속적인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미·중 간의 패권 경쟁도 국방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외교·과학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결국 2010년대 집중된 한·미미사일지침의 완화 및 폐기 배경에는 북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따른 위협 증대와 미·중 패권 경쟁 격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한국 자체 중거리미사일 배치로 중국 견제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를 공식화했다. 42년 만의 미사일 주권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한·미미사일지침의 종료는 이미 트럼프 정권 말기인 작년 말에 협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다수의 중거리미사일을 보유한 중국의 참여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2019년 INF에서 탈퇴하며 동북아시아에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고려하고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이 중국 군사력을 견제하고자 한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중국은 자국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사드 배치 때처럼 한국을 상대로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가할 우려가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사일지침의 폐기로 한국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 군사력을 간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 ‘손 안 대고 코 푸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하고 위협이 지속하는 한 우리 군의 전략 강화는 불가피하다. 더구나 중국의 자국 이기주의 및 일본의 군사화, 독도 분쟁 등의 동북아 안보 환경은 언제 어떻게 악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도 필요하다.

미사일지침 폐기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고체로켓 개발이 가능하며 이는 군사적 및 산업·정치·외교적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먼저 군사적 측면에서 방위 역량 강화를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배양하고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핵심 능력은 다양한 전력 체계로 구성된다.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형 무인공격기, 극초음속무기체계 등이다. 물론 이 전력 체계 모두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효용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최근의 국제 관계를 고려할 때 사거리 3000㎞가 넘는 ICBM을 포함한 IRBM 개발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군사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ICBM의 경우 전략 무기체계로서 핵탄두 탑재가 핵심 요소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해 적을 공격하는 경우, ICBM의 개발 및 운용 비용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한국은 현재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ICBM 개발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대형 고체로켓모터 제작 기술과 지구 재진입기술이 필요해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중장거리급 미사일 개발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잠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원거리의 국가가 있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SLBM의 경우도 대부분 핵탄두를 탑재하고 제2의 타격 체계로서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거리 1000㎞ 이하의 5~10t급 고위력 탄두를 탑재하는 탄도미사일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거리 1000~3000㎞의 MRBM을 개발·보유함으로써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주산업화를 위해서는 중대형 고체로켓을 민수용으로 개발해 기술을 확보하고 로켓기술 고도화를 통해 성능 및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IRBM이나 ICBM 등 중장거리급 이상의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수 있으며, 유사시에 즉시 IRBM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들 중대형 고체로켓모터는 누리호와 같은 액체추진제 우주발사체의 고체로켓부스터로도 활용돼 중대형 위성발사체의 발사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지상이 아닌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항공기반의 고체추진제 우주발사체(Airborne Space Launch Vehicle)를 개발하면 지상에서 위성발사체를 발사할 때 한반도의 주변 여건이 불리한 점을 극복할 수도 있다.

우주산업화 위해서는 로켓기술 고도화 필요해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로 대륙간탄 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이 거론되나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이 필요할지는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사진은 2018년 북한 건군절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ICBM. /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보유할 수 없지만, 현재 평화적 용도로 보유 및 사용하고 있는 엡실론(Epsilon)은 3단의 고체로켓으로 구성된 저궤도 소형위성발사체이다. 이 발사체의 중량은 거의 100t급이며, 발사체의 전장은 26m, 직경은 2.6m에 이른다. 탑재할 수 있는 중량은 저궤도 발사시 400㎏급이다. 1단 및 2단 고체로켓모터는 각각 길이가 11.7m와 4.3m, 직경은 모두 2.6m로, 이 발사체를 2단의 탄도미사일로 전환(2단 로켓모터의 수정 필요)하면 IRBM이 가능한 수준이다. 결국 일본은 현재 중거리나 장거리 미사일은 없지만 보유하고 있는 고체로켓모터 기술을 활용해 짧은 기간 내에 IRBM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위 엡실론 소형발사체의 1단 고체로켓모터를 대형 우주발사체인 H-IIA 발사체의 부스터로도 사용하고 있다.

한·미미사일지침의 폐기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군의 미사일 전력 증가가 가능해졌다. 아직까지 북한은 미사일지침 폐기에 대해 “고의적 적대행위”라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군비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군은 지난해 전략적 타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2t의 현무-4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한은 지난 3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성능개량형으로 알려진 사거리 600㎞, 탄두 중량 2.5t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미국의 우주리더십 대항 위해 중국도 우주개발에 총력


▎중대형 고체로켓을 민수용으로 개발해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IRBM이나 ICBM 등 중장거리급 이상의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수 있다. 사진은 용산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 사진: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한·미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중국이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의 국익을 해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미국이 모든 힘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격화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하에서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요격체계를 한국에 배치할 때도 중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우리에게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가했던 중국이기에 공격용 무기인 한국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을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 강국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도 제삼자 입장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탄도미사일 능력 강화를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대부분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 자리를 외국에 넘겨줬지만 항공우주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우주는 고지(High Ground)이기 때문에 안보상 필수적으로 우세를 지키고자 한다. 미국은 이를 “우주리더십(Space Leadership)”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자국의 우주리더십을 위협하는 상대로 중국을 지칭하며 국제적 우주협력에서도 배제하고 있다. 다국적 협력사업인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사업 배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자국의 군사·경제적 이익 보호를 명목으로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 중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미국의 우주리더십에 대항하기 위해 ‘우주몽’ 또는 ‘우주굴기’라는 슬로건 아래 우주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대에는 미국과 옛 소련이 성취한 고난도 기술을 확보하는 등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화성 착륙에 이은 탐사 장비 로버의 임무 수행, 고도의 보안성을 갖춘 양자 통신위성의 성공적 발사 및 운용, 중력이 상쇄되는 행성 사이의 영역인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의 선제 점유 등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라그랑주 점의 우주선은 궤도에 머물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어 우주의 주차장 역할을 할 수 있다. 값비싼 부동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 프로그램은 표면적으로는 민간 주도로 수행하지만, 실제 총괄은 군 우주조직에서 실행하기 때문에 중국 안보역량과 국가 이익의 증대를 담보하고 있다.

중국은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일대일로와 하늘(우주)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우주몽을 통해 초강대국의 중국몽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중국의 우주몽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에 육·해·공군과 별도로 우주군을 창설해 우주에 대한 미국의 우위 및 우주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번 한·미미사일지침의 종료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고속도로가 열렸다거나, 마치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우주개발 사업이 넘어가는 세계적인 붐인 뉴스페이스(New Space)가 당장 국내에서도 활성화돼 우주경제가 눈앞에 열릴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한·미미사일지침이 폐기돼 고체추진제 로켓모터를 이용한 우주산업화가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내 우주개발은 위성 및 발사체 확보를 위한 개발사업에만 치중해 핵심기술 인프라가 극히 제한적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발사체나 위성을 개발하더라도 우주기반기술이 정립된 미국이나 유럽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이기며 생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주개발의 후발주자로서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것이 아니라 먼저 우주기반기술 습득을 통해 우리의 우주기술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우주 고속도로’가 열려 국가 경제와 안보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과학기술부 주도로 우주개발진흥법을 입안하고 실행 계획으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또는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항공우주연구원(KARI) 주도로 위성 및 우주발사체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20년 이상의 정부 주도 우주사업은 국내 우주산업화 및 상업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우주는 과학기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한국도 국가 차원의 ‘우주전략’ 컨트롤 타워 설립해야


▎국가우주전략을 통해 우주안보를 배양하고 우주경제를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우주가 새로운 영토로 부상함에 따라 우주외교도 신경 써야 한다. 사진은 우리나라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1990년대 초 과학기술부의 초점은 위성·과학로켓·우주발사체 개발이었다. 이를 통해 산업화까지 이룩하겠다는 목표였지만 돌이켜보면 성과보다는 한계가 많았다. 이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우주 비전과 모델을 정립하고 정치·경제·사회·국방·외교·과학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우주 역량을 키우고 적용하는 국가적 차원의 우주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국가우주전략을 통해 국가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우주 안보(Space Security)를 준비하고, 우주기술의 산업화 및 상용화를 통해 우주경제(Space Economy)가 국가 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우주가 새로운 영토로 부상함에 따라 우주외교(Space Diplomacy)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우주는 전 세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우주 인터넷의 실현, 인류에게 무공해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우주 태양광 등 인류의 삶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중국처럼 과학기술부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우주 전략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립이 시급하다.

-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ykchang@kau.ac.kr

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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