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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세계 로켓 시장에 도전장 낸 ㈜이노스페이스 

쓰리, 투, 원, 점화!… 우주 개척시장 카운트다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하이브리드 연료 기반 로켓 발사체 개발 중
비용 적고 수요 많은 소형 로켓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 힘쏟아


▎항공대 박사 출신인 김수종 대표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지내며 로켓기술을 연구했다. 충남 금산의 로켓엔진 시험장에서 실험을 앞둔 5t 로켓엔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 대표.
로켓 연소 실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쓰리, 투, 원, 점화!”

지난 5월 18일 오후 충남 금산에 위치한 우주선·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이노스페이스 로켓 엔진 성능시험장. 우경진 책임연구원이 카운트다운 후 버튼을 누르자 추력 5t 엔진에서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50m 떨어진 관측소에서도 벽이 흔들릴 정도로 큰 진동이 전해졌다. 숨죽이고 지켜보던 팀원들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연소실험에 걸리는 시간은 단 30초. 그 시간 안에 목표 추력에 도달해야 성공이다. 2019년에 완공된 이 시험장에선 20t 엔진까지 성능 실험이 가능하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대기권 바깥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7년 약 400조이던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약 1200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T 기술 진화로 인공위성 주요 부품들이 소형화됐고, 기술 수준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로켓 제작비용도 크게 줄었다. 민간기업이 우주 개척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 이유다. 최근 발사되는 로켓 중 500㎏급 이하 소형 위성을 탑재한 발사체가 80%에 달한다. ‘고객’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소형 로켓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우리나라 민간기업 최초로 로켓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이다. 소형발사체 개발과 상업 발사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우주 분야 스타트업이다. 이노스페이스가 연구 중인 ‘이카루스’는 하이브리드 로켓이다. 김수종 대표가 항공대 재학 시절 졸업 과제로 연구한 초소형 로켓에서 출발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와 액체 로켓의 장점을 모았다. 설계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추력조절이 가능한 데다 폭발 위험도 적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 20년 내 3배 성장 전망


▎이노스페이스 충남 공장 직원들이 고체연료를 담은 통을 대형 오븐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의 핵심 부품인 고체연료는 파라핀과 보조제를 녹여 오븐에서 2주 동안 서서히 굳혀 만든다.
세종시에 있는 이노스페이스 연료 제조 공장 직원들이 고체연료 배합으로 분주하다. 120℃ 이상으로 달궈진 배합기에 파라핀과 보조제를 녹여 넣는 과정이다. 둥근 통에 배합한 액체를 붓고 대형 오븐을 이용해 2주 동안 천천히 굳히면 고체연료가 완성된다. 굳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안 된다. 높은 온도의 화학물질을 다루다 보니 작업 때 보호장구 착용은 필수다. 이렇게 만들어진 긴 원통 모양의 고체연료가 산화제와 만나 연소하며 생기는 추력으로 15t 로켓이 대기권을 넘어 고도 200㎞까지 올라간다.

항공우주학 박사 출신인 김수종 대표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지내며 로켓기술을 연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7년 이노스페이스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곧 브라질에서 15t ‘이카루스’의 첫 발사를 할 예정”이라며 “척박한 환경이지만, 꼭 성공시켜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 분야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세계 민간 우주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진행된 이노스페이스의 첫 번째 5t 엔진 실험모습. 이날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이노스페이스의 엔진성능 시험장 관측소 내부 모습.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실험 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로켓 ‘이카루스’의 5t 엔진(왼쪽)과 15t 엔진. 현장을 찾은 김 대표가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충남 엔진성능 시험장에서 이노스페이스 직원이 고체와 액체 연료를 이어주는 밸브를 점검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직원이 고온으로 달궈진 배합기에 고체연료의 핵심 재료인 파라핀을 넣고 있다.
- 사진·글 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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