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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D-8개월, 여야 대권 경쟁 관전 포인트 

지지율은 바람 앞에 있는 촛불… 누가 꺼지지 않을 횃불 거머쥘까 

'불공정 사회’ 여야 동의하지만 ‘정권 교체’, ‘개혁 완수’ 처방은 천양지차
‘포용력’과 ‘개혁’ 리더십 대결, 공통점 속의 차별화가 승리의 관건 될 것


▎더불어민주당의 예비경선을 시작으로 2022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대권 경쟁의 막이 올랐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7월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 사진:임현동 기자
"지지율 그거요, 바람 한 번 불면 훅 꺼지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한 말이다.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무죄가 확정된 뒤 이 지사의 지지율이 치솟던 때였다. 여전히 이 지사는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가장 근접해 있는 유력 주자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본선은 시작도 안 해서다. 이 지사의 말처럼 지지율은 순간 부는 바람에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촛불과 다르지 않다.

거꾸로 바람은 사그라지는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수도 있다. 촛불과 불씨 앞에 큰 바람이 한번 분다면, 둘의 운명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일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운명이야말로 바람이 불기 직전의 촛불이거나 불씨다. 적어도 어지간한 바람에도 끄떡없는 횃불이라 할 만한 ‘대세 종결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역대 대선은 대개 맞대결 후보의 개성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13대 대선은 군인 출신 노태우와 반독재투사 김영삼, 16대 대선은 인권변호사 노무현과 엘리트 법관 출신 이회창, 18대 대선은 보수의 여왕 박근혜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맞붙었다. 개혁과 반개혁, 보수와 진보의 전선이 명확했다. 지지그룹이 겹치지 않아 선거 초반부터 구도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전선의 경계가 모호하다. 양쪽 진영이 내세우는 시대정신과 후보들의 구호가 겹친다. 여야의 내부 경쟁 구도마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후보들은 공통점 속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선별해야 하는 유권자에게 이보다 복잡다단한 선택지도 없다.

우선 분명한 건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은 별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여야 양강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야가 가진 문제의식의 뿌리는 ‘공정’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원인과 처방은 뚜렷하게 차이 난다.

예선전 끝낸 민주당, 몸풀기 시작한 국민의힘

민주당 잠룡들이 지목하는 불공정의 근원은 뿌리 뽑지 못한 적폐와 일제 강점기부터 산업화 시대를 거쳐 더욱 굳건해진 기득권 카르텔이다. 이재명 지사의 ‘미군 점령군’ 발언이나 ‘친일파’ 인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완수하지 못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민주당 예비경선을 통과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구조화된 불공정 개혁”과 “촛불개혁 완수를 위한 민주정부 4기, 정권 재창출”을 강조한 것은 민주당이 가진 문제의식을 대변한다.

여기에 맞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내건 대선의 모토는 ‘정권 교체론’이다. 불공정 사회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돌린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키웠고, 주요 여권 인사들의 위선적인 태도가 갈등을 심화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윤석열)과 감사원장(최재형)이 현 정부에 반발해 임기 도중 뛰쳐나와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현실은 야권의 주장에 강한 명분을 실어준다. 최근에는 현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마저 정권 교체론에 무게를 싣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치세력 교체’라는 모호성으로 포장했지만, 정권 교체를 포괄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야의 또 하나 공통점은 ‘일강다약’ 구도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사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이낙연 전 총리가 가파른 상승세로 이 지사를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 대세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다. 야권도 같은 형국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탈·불법 의혹들이 위험 요소로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준의 파괴력은 아니다.

여야의 선두주자가 ‘원외 비주류’라는 점도 같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재선), 경기지사가 제도권에서 쌓은 정치 이력의 전부다. 한 차례 총선에서 낙선한 적이 있을 뿐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멀다.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주류의 반감도 상당하다. 윤 전 총장도 검사 이력이 전부다. 두 사람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여의도 정치 고수들을 제치고 여야 대통령감 일순위에 나란히 오른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민주당 내 한 전략통 인사는 몇 가지 근거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선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 효과다. 개혁이 지속되길 바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내에서 벌어지는 타협의 정치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지방정부를 이끌며 이 지사가 보여준 강한 추진력이 지지자들의 요구 조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야당 지지자들의 경우 2018년 총선 참패 후 야당이 원내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이 실망감을 안겼다. ‘이러다 정권 교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에 빠져 있을 때 정권에 맞선 윤 전 총장의 투사적 이미지가 희망을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존 여의도 정치가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장외에서 대안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론’으로 굳히고, ‘대안론’으로 흔들고


▎1970년생 동갑내기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나란히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의 첫 대권 도전이다.
선두에 선 이재명, 윤석열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선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대세론을 유지하는 단순한 굳히기 전략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다른 경선 후보들의 역전 시도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확정 지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맞서는 추격 후보들의 카드는 ‘대안론’이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부각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흔들기다. 예비경선에서 이 지사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부었던 박용진 민주당 경선 후보는 “당내 예선에서 이 정도도 못 견디면 그런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민주당에 최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 흔들기에 적극적이다. 홍 의원은 6월 말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흠집이 난 사람이 대선 본선에 들어가는 순간 한 달 내로 폭락한다. 치열한 상호 검증을 해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일인자를 위협하는 이인자의 반격과 이를 저지할 포석 싸움도 대선 초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이 끝난 뒤 이낙연 전 총리가 빠르게 이 지사를 추격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7월 9~10일에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한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20.6%로 1위인 이 지사(29.7%)를 한 자릿수까지 따라붙었다. 일주일 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19.2%p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7월 11일 이낙연 캠프의 정운형 공보단장은 이 지사가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 검증에 신중론을 펼친 것을 두고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한 것 아닐까”라고 발언하며 이 지사를 흔들었다. 이 지사는 3일 뒤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고 반격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자들이 이 전 총리의 총선 캠프에 복합기 사용료 등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상기시킨 것이다.

야권에서는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윤 전 총장 견제에 나서며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최 전 감사원장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7월 1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며 “‘대세는 최재형이다’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선발주자였고 (민심이) 오갈 곳이 없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원래 플랜 A가 최재형”이라고도 했다. 범보수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7월 2~3일 KSOI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4.5%로 윤 전 총장(30.2%)을 위협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야권 일부에서 ‘윤석열 대세론’ 대신 ‘대안론’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보다 한 발 앞서 7월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에게는 기회일 수 있고, 윤 전 총장은 반전을 일으킬 대대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86그룹·97세대의 약진, 정치 세대교체로 이어질까


개혁적인 젊은 리더십과 안정감 있는 포용 리더십의 대결은 작게는 여야 내부에서 시작해 크게는 본선의 맞대결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큰 구도다. 리더십의 유형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다. 민주당의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두 리더십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여야 정치권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개혁적 리더십은 지지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포용력은 안정감을 원하는 중도를 끌어올 수 있는 외연 확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는 포용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정세균 전 총리가 “선거는 누가 중도층을 견인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지사와 박용진 의원이 젊은 리더십을 대표한다. 이 지사는 1964년생(만 57세), 박 의원은 1971년생(만 50세)이다. 각각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과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를 대표할 만한 주자다. 이 지사는 현재까지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만약 그가 대권을 거머쥔다면 86세대의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전례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정치에 입문한 386세대(현재 86그룹)는 이렇다 할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다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급성장했다. 이들은 2004년 탄핵 열풍 속에 치러진 총선을 통해 대거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서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2022년에 치러지는 동시 지방선거는 세대교체론이 폭발할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박 의원은 97세대의 대선 도전에 첫 스타트를 끊은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얻은 셈이다.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오면 그에게 구심점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박 의원은 상징성과 경험을 모두 갖춘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1958년생인 추미애 전 장관과 1959년생 김두관 의원은 60대지만 각각 검찰개혁과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던 이력을 내세워 개혁적 리더십을 표방한다. 이에 대응해 정세균 전 총리(1950년생)와 이 전 총리(1952년생)는 오랜 의정 활동과 총리 경험으로 다져진 안정감 있는 리더십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야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들은 대부분 경륜 있는 포용 리더십 성향이 짙다.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은 ‘국민 통합’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6월 24일 국민의힘에 복당한 직후 대선후보의 조건으로 ‘도덕성’과 ‘경륜’을 내세웠다. 야권에서 개혁적 젊은 리더십을 표방한 후보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윤희숙 의원이 있다. 이 지사와 나이가 같은 원 지사는 2000년 총선에 당선한 뒤 소장파의 한 사람으로 한나라당 개혁을 주도해왔다. 윤 의원은 1970년생으로 민주당 박 의원과 동갑이다. 7월 2일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연일 비판하며 저격수로 보수 진영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보수 진영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개혁적 리더십에 대한 지지세가 약한 편이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개혁보다 안정을 바라는 경향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여러 개혁작업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준석 당대표가 이미지를 선점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보다 이 대표의 젊은 리더십과 조화를 이룰 안정감 있는 대선 후보를 유권자가 바라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레이스 시작한 민주당, 범야권의 반면교사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대표 취임 후 쇄신을 통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가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임현동 기자
예선을 끝낸 민주당의 대선 시계는 국민의힘보다 3개월 앞서 있다. 민주당은 당헌 당규상 대선 180일 전에, 국민의힘은 120일 전에 경선을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7월 첫째 주에 진행한 예비경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를 6명으로 압축한 상황이다. 예정대로라면 8월 7일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9월 5일(서울)까지 권역별 순회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그러나 최근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후보들이 연기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민주당 지도부도 무리하게 강행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경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초까지 2~4주 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9월에 시작한다. 추석(9월 21일) 전까지 예비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잠정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가 10여 명에 달해 몇 차례 후보군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있어 민주당의 경선 과정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전략 교과서로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대로 양쪽의 대권 경쟁 구도가 유사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전략 요소들도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 예비경선 연기론의 명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경선을 먼저 치르는 과정에서 대선 전략이 노출돼 국민의힘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국민의힘의 한 대선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들이 펼치는 전략과 경선 과정에 대한 국민 여론의 흐름이 우리 당 경선 과정은 물론이고 대선 본선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자 대결 시 중도 표심에 대권 향배 달려

역대 대선은 대부분 진보와 보수 양자 구도로 치러졌다. 이번 대선도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양자 대결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어느 쪽도 감히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후보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 모두 한쪽이 압도적인 우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차범위 안팎을 넘나드는 수준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수준이다.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을 범여권과 범야권으로 통합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월 2~3일과 9~10일 TBS 의뢰로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 범야권 후보의 전체 지지율 비중은 44%에서 43.1%로 소폭 감소했다. 민주당 후보군 비중은 49.5%에서 50.9%로 절반을 넘나들었다. 오차범위(±3.1%)를 넘기기는 했지만, 민주당 예비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고려하면 그리 큰 차이로 보기 어렵다. 또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이 입당하기 전인 데다 범야권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는 후보들이 조사 대상에서 누락돼 있어서 향후 범야권 경선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강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전문 업체가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와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7월 6~8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32%를 유지하면서 전주보다 1%p 하락한 민주당(31%)을 추월했다.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른 것은 4년 9개월 만이다. 호감도에서는 국민의힘(38%)과 민주당(33%)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친기업, 경제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중도 표심이 대선의 승부처가 되리라는 전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첫날인 6월 28일 이 지사는 현대차와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 및 미래 모빌리티 도입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추진 협약을 맺었고, 이 전 총리는 인천 송도의 자율주행·전장부품 전문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 공장을, 정 전 총리는 자본시장의 상징과 같은 한국거래소를 각각 방문했다.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 의원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춰 기업 활력과 내수시장 확대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이준석 당대표가 취임한 뒤 국민의힘은 ‘구태의연한 보수’에서 탈피하기 위한 이미지 쇄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6월 2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께서 세우려고 한 소탈함과 국민과의 소통 등의 가치를 우리 당의 가치로 편입시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앞서 6월 14일에는 당대표로서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나흘 만에 전북 군산 새만금사업 현장과 군산형 일자리 현장을 찾았다.

기존의 구태의연함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 결심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졌느냐다. 유권자의 마음은 화려한 쇼가 아니라 진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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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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