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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동행취재] 야권 ‘다크호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과거 일을 다툴 뿐 미래 말하는 사람 없어… 나라 위해 역할 하겠다” 

국가적 대타협 이루기 위해 대결과 투쟁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 필요해
“정약용의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한다) 되새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렸을 적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에 살면서부터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6월 2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어촌체험마을에서 어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 김 전 부총리. / 사진:연합뉴스
김동연(64) 전 경제부총리가 7월 19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 출판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김 전 부총리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찾아 민생 현장을 깊고 넓게 들여다본 리더로 꼽힌다. 2018년 12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그만둔 그는 서울을 떠나 홀로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2년 7개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농·어민, 중·고생, 중소기업가, 청년창업자, 소상공인 등을 만났다. “밤 10시에 전어잡이를 위해 생전 처음, 그물을 끌어올리는 일을 돕기도 했다.” 지금도 전남 여수 어촌계와 주민 수까지 기억하는 그였다. 양돈농가를 만나서는 돼지 출하 마릿수를 늘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네덜란드 대학 관계자와 한국 양돈 농가와 만나는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김 전 부총리와 여러 차례 접촉한 월간중앙은 본격적인 정치 참여에 앞서 7월 7일 그의 강연 일정에 동행해 정리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며 대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하며 자신만의 해법도 제시했다. 34년간의 공직생활과 2년 7개월의 민생탐방을 통해 그가 내놓은 대한민국을 개혁할 해법을 들어보자. 김 전 부총리의 강연 내용과 동행취재 등을 바탕으로 일문일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재임 2017년 6월~2018년 12월)을 지냈다.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뒤 민생탐방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서울에 있으니 공공기관장·민간센터장 등 이런저런 제의가 계속됐다. 그래서 떠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방을 돌기 시작했다. 청년, 농·어민, 중소기업인 등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촌철살인의 핵심이 많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고, 작은 단체(사단법인 유쾌한반란)도 만들어 더욱 활발히 움직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국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이 가장 큰 문제


▎2020년 9월 돼지 농가를 방문했을 당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에 간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어떤 여학생이 손편지를 줬다. 본인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소녀 가장이 돼야 했는데 취업이 쉽지 않다고 썼다. 저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우리 집은 청계천변 판자촌에 있었다. 이마저도 철거돼 경기도 광주 대단지라는 곳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40~50년 전 이야기다. 저는 그 당시에도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했고, 힘들지만 야간대학에서도 공부했다. 제가 겪은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수십 배 커진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나 등의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우리 학생은 취직도 못하는 상황이 됐을까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2030세대의 분노와 좌절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다수가 분노와 좌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 여러 청년을 만나 그들의 모습을 봤고 이야기도 들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분노와 좌절이라고 보는지 모르지만, 저는 젊은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봤다. 이 젊은이들의 행동과 목소리는 내 소신껏 중심을 잡고 살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의 3대 과잉이다. 스파르타식 교육, 중앙집권, 국가주의, 관 주도의 경제 운영 방침 등이 국가과잉을 뜻한다.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너무 심해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이 격차과잉이다. 불신과잉은 말 그대로다. 아무도 이 사회를 믿지 않는다.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라가 쪼개지고 이념과 진영, 흑백논리로 싸우고 있다.”

이념 대립과 진영 논리 싸움도 고질적이다.

“보수와 진보의 핵심은 무엇인가? 조금 더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면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체화되고 투영돼 있나? 300~400년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개별 국가의 상황과 경제 상황에 따라서 자본주의 이념과 보수·진보의 가치가 사회에서 적용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한민국은 발전과 개발 단계에서 국가개입주의와 시장주의가 결합되면서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발전한 자유방임주의·수정자본주의·시장주의·복지주의 등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접목돼 매우 혼란스럽다. 누구도 정확하게 진보와 보수의 가치, 이념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어떤 분은 진영 논리, 흑백논리 싸움의 본질은 권력 투쟁,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김 전 부총리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지적했다. “어떤 사회 수준은 그 사회의 논쟁거리가 무엇인지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는 무엇인가? 특정 고위 관료 자녀의 입시, 최근 불거진 역사에 대한 해석 문제 등이다. 공통점은 전부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김 전 부총리의 쓴소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 문제, 그리고 여야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미 점령군 논쟁을 꼬집은 것으로 보였다. 최근 이 지사가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점령군’으로 규정하자 윤 전 총장이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3대 과잉의 원인은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승자독식 구조다. 물론 저출산·양극화·저성장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저성장이 원인이고, 이를 해결하면 양극화가 해결되고 청년실업이 해소될까? 낙수효과가 있을 때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승자독식 구조이고 이를 해결한다면 볼링 경기의 스트라이크처럼 다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풀릴 것이다.”

승자독식 구조 해결해야 사회문제 풀 수 있어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손뼉을 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대표적인 승자독식 구조의 전형이 바로 한국의 현실 정치다.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 1표만 더 얻어도 당선된다. 통상 투표율이 50%인데 여기에서 60%의 득표율이면 전체 인구의 30% 득표에 불과한 것이다. 승자의 과잉 대표성이다. 그런데 전리품은 다 가져간다. 5년 대통령 단임제는 어떤가. 정당 구조도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고 다음 정치 일정에서 이겨야 하니 권력이 집중되고 국가과잉으로 흐르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시장의 갑을 구조,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거래는 격차과잉을 만든다. 경제만 그러한가? 모든 분야가 그렇다. 승자독식 구조는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사회·체육·문화 분야에서 나타난다. 이렇다 보니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를 많은 사람이 신뢰하지 않는다. 불신과잉의 시작이다.”

승자독식 구조의 뿌리가 깊은데 해결할 수 있을까?

“승자독식 구조는 공정·혁신·신뢰의 가치를 무너트린다. 승자독식을 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유지하고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가 나올 수 없다. 신뢰는 말할 것도 없다. 1명의 승자가 남을 때까지 무한 경쟁이다. 이 무한 경쟁은 자원 배분의 비효율도 가져온다. 이렇다 보니 10대는 입시 전쟁, 20대는 취업 전쟁, 30~50대는 자산 전쟁, 승진 전쟁, 부동산 전쟁을 해야 하고 50대를 넘어서는 노후 전쟁을 치러야 한다.”

김 전 부총리는 승자독식 구조의 폐단을 강조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한 분이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나라’를 이야기했다. 공감되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가 중요하다”며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기회 복지 안전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어떤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가?

“요즘 실력주의·능력주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거에는 부의 대물림이었다면 지금은 인적 자원의 대물림 시대다.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과외 수업도 받고 인턴 실습도 하며 유학도 간다. 그러면 능력과 실력이 생기고 그런 것이 대물림되는 사회다. 능력주의의 외피를 쓴 세습주의다. 모두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무너졌다. 이런 계층에 속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회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 혁신적인 ‘기회 복지’의 안전망 수립이 필요하다. 취업할 기회, 사랑할 기회, 집을 살 기회 등 더 많은 기회를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김 전 부총리는 고르게 기회를 제공하고 승자독식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금기 깨기’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첫째 금기 깨기는 진영 논리다. “처음에는 선의와 확신 때문에 갖게 된 금기(진영 논리)지만 시대 흐름과 환경 변화에 따라서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깨지 못하고 있다. 자기 진영으로부터 욕을 먹거나 자기 지지자로부터 표를 받지 못하고 비판받을까 두려워서다.”

진영논리·노동시장·대기업 규제 ‘금기’ 깨트려야


▎2018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한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장하성 정책실장.
다른 영역의 금기로 어떤 게 있나?

“‘대기업은 나쁘고 규제해야 한다. 대기업은 더는 늘어나선 안 된다’는 금기도 깨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안정적 지위,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전제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비정규직 금기도 깨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기회가 늘어나고 이 사회의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약간의 승자를 늘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많은 취업준비생은 기회의 단절과 불공정을 느낀다. 보수는 보수의 금기, 진보는 진보의 금기를 깨야 하고, 고용주와 노조는 각자의 금기를 깨야 한다. 영남과 호남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문제에도 ‘금기’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부동산 거품을 빼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는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GTX(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 노선 개발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지역 주민은 집단시위를 한다. 심정은 이해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부동산 문제는 ▷공급 확대 ▷투기 억제 ▷균형 발전 3개의 바퀴를 잘 굴려야 한다. 이 3개의 바퀴가 정교하게 일관된 메시지를 갖고 시장 논리에 기초하면서 장기전으로 가야 해결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인상을 들고 나왔다.

“종부세와 보유세는 장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국민과 소통하며 예측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 정리해야 한다. (현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데 종부세의 목적은 집값 안정화가 아니다.”

어떻게 금기를 어떻게 깨야 할까?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가장 권위적인 정치 지도자지만 전 세계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최초로 만들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때 기존 민주당의 입장과 전혀 다른 행보를 했다. 정부의 개입을 늘리고 노조의 권한을 강화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정치의 대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소속 정당의 존립 기반인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정치적 선택이 역사를 만들었다.”

국가적 대타협 필요 시기…정치가 물꼬 터야


▎2018년 어깨에 가방을 멘 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 출석하고 있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치 환경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고용·여성·복지부 장관은 보다 진보적인 사람을 지명하고, 야당과 공통된 공약을 추진해보는 것은 어떤가? 반대로 진보 정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면 산업·경제 정책은 보수적인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스스로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듯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회의원 선수(選數) 제한, 선거법·정당법 개정은 정치인이 실행하기 어렵다. 지난해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어놓고, 나중에는 각 정당이 철저하게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편법(비례대표 위성정당)을 썼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선택과 함께 집단지성 발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영국의 한 마을에서 축제가 열렸고 군중 800명이 소 한 마리의 몸무게를 알아맞히는 경기를 했다. 소를 도살한 뒤에 소 무게와 가장 가까운 무게를 맞힌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경기였는데 정답자는 없었다. 하지만 800명이 적은 숫자의 평균을 내니 543.4㎏이었고 이는 실제 소 몸무게와 불과 500g 차이였다. 대중의 지혜와 집단지성, 국민을 믿어야 한다. 저는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34년 공직생활과 2년간 대학 총장 경험, 2년 7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이다.”

집단지성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 더딜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고 여러 현안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저는 낙관적으로 본다. 꽤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통과를 누가 예측했겠나? 국민의 선택이었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소수 정당이 의회의 제2정당으로 올라왔다. 한국에서는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대중의 열망과 힘이 모아진 결과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 총의가 모인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렇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좁은 의미의 노사정 대타협을 의미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노사정 대타협이 아닌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지 수준과 재원조달 방법, 교육 개혁, 남북 문제 등 국가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다. 그 선행은 정치적 대타협이다. 정치판에서 해결의 물꼬를 트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지금의 대결과 투쟁의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통합의 정치로 가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 전 부총리가 직접 정치 참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를 바꾸고 싶다.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에 살면서 사회 변화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금도 똑같다. 그것을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있다. 정치의 길이 있고 사단법인 활동이 있고 공직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것이 제가 즐겁게 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일까?”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통합 이루고 싶다”

국무조정실장·기획재정부장관·경제부총리 등 공직에 있을 때마다 사의를 표했는데.

“저는 박근혜 정부 초대(2013년 3월~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이다.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오랫동안 공직을 맡지 않았다. 아주대 총장 재임(2015년 2월~2017년 6월) 시절 경제부총리 자리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는데 처음에는 사양했다. 그런데 제가 참여정부 때 ‘비전2030’이란 보고서 만들었다. 그때가 2005년이었는데 25년 뒤인 2030년 대한민국의 비전을 만들었다. 이번 정부에서 그때 제가 작성한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해보자’고 했고, 그래서 수락하게 된 것이다. 역대 부총리 중 넷째로 최장수였다(웃음).”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반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사직했는데….

“1년 6개월 동안 소신껏 일했고 제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는 신념과 생각을 다 설명했다. 물론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는 생산적으로 생각했다.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 똑같을 수 있겠나? 차이가 있으면 토론을 하는 것이 건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이 결정한) 일부 중요한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있었다. 정부 일을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문제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경제부총리가 100%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재임 중에 있었던 경제 상황과 경제 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려고 한다. 아울러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사안일지라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출마 기회가 생기면 도전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변화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과연 저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진 사람인지 두루 살펴보고 결정하겠다. 다만 시종일관 이야기했 듯 정치를 개혁하고,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통합을 이루며,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 대선후보를 어떻게 보나?

“그분들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다. 제가 남을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

김 전 부총리는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나름대로 ‘김동연표’ 해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연 말미에 김 전 부총리는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이란 문구를 화면에 띄웠다.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묘비에 [경세유표]의 저작 목적이라며 썼던 글귀다. 뜻은 이렇다. ‘나의 낡은 나라를 고쳐 새롭게 하겠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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