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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특집 | 글로벌 포커스] 노골화하는 시진핑의 중화패권주의 노선 

미국 뛰어넘는 세계 초강대국 야심 드러내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맞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제2의 100년 목표로
핵전력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군사력 강화… 반도체·AI 등 첨단기술 우위 확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1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거행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리면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호주 ABC뉴스 유튜브 캡처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50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인류 문명 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 과거 중국은 아편전쟁 등으로 모욕과 박해를 당했다. 이때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중국몽이 됐다. 이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리려는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다. 중국 인민은 다른 나라 인민을 속이고, 압박하고, 노예로 부리지 않았다. 과거에도 안 그랬고, 현재도 안 하고, 장래에도 하지 않겠다. 우리는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했고 중화 대지에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 우리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

65분간 연설하면서 ‘중화’를 53번 외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연설 내용 중 일부다. 시 주석은 집권 후 ‘2개 100년’(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9년 신중국 성립 100주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왔다. 시 주석이 언급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것을 말한다.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한 새로운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은 65분간 연설하면서 ‘중화(中華)’라는 단어를 53번이나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내용의 연설은 앞으로 중화패권주의 노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은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워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등 서방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이다. 시 주석은 톈안먼 망루에 올라간 공산당 지도부 중에서 유일하게 인민복을 입었다. 이 인민복은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입었던 것과 같다. 시 주석의 의도는 마오쩌둥처럼 절대 권력자인 동시에 서방과의 대결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속셈으로 해석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0년의 찬란한 업적을 이룩했다’는 제목의 1면 사설(7월 2일자)을 통해 “어떠한 힘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 속도를 막을 수 없다”면서 “어떠한 도전과 압박이 있더라도,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국은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할 새로운 대장정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무엇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역사를 거울 삼아야 한다”며 “강한 나라는 강한 군을 가져야 하며, 강한 군만이 국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새로운 여정에서 우리(중국)는 중국 특성의 군 건설 및 개혁, 현대화 등을 통해 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처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殲·J)-20 15대가 톈안먼 광장 위를 V자로 비행하면서 무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방역 성과를 자랑하듯 7만 명의 군중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J-20의 위용을 손뼉 치며 관람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전투기 중에서 최강인 J-20 15대가 동시에 비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전까지 가장 많은 숫자의 J-20이 공개된 건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절 열병식에서 선보인 5대였다. J-20은 중국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에 맞서기 위해 개발해온 기종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J-20 비행대대를 대만을 관할하는 동부 전구와 한반도를 담당하는 북부 전구에 각각 실전 배치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추진하는 군 현대화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볼 분야는 핵전력 강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영국(215개)이나 프랑스(290개)보다 많은 320개나 된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3800여 개와 43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부 핵·미사일 전문가들은 중국이 훨씬 많은 탄도미사일과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토르 예신 전 러시아 전략로켓군 사령관은 중국의 핵탄두가 1600~1700개라고 추정했다. 리처드 피셔 미국 국제평가전략센터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핵탄두가 1000개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4000㎞인 둥펑(東風·DF)-41을 대량 생산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북서부 간쑤성의 위먼시 인근 사막 지대에 120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6월 30일 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격납고 건설이 완료되면 중국에 역사적 전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DF-41이 더욱 가공스러운 것은 핵탄두를 한꺼번에 10개까지 동시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DF-41은 총중량 1200㎏까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마하 10 속도로 비행하는 핵탄두가 목표물 10개를 동시 타격하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로는 완벽한 요격이 불가능하게 된다. DF-41은 직경 2m, 길이 15m, 중량 25톤이며 3단 고체연료 추진체로 발사된다.

지하의 강철 만리장성으로 핵 공격 방어


▎중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J-20.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에 J-20을 배치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2049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핵탄두 대부분을 친링(秦嶺)산맥에 있는 이른바 ‘지하 강철 만리장성’에 보관하고 있다. ‘지하 강철 만리장성’은 적의 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산 아래 땅속 깊이 자리한 일련의 방어 시설을 말한다. 산의 암반은 적의 공격을 막을 만큼 두껍지만, 방어 시설의 입구와 출구는 취약하기 때문에 강철로 만들어졌다. 이 시설은 지하 1㎞에 내부 터널 길이가 50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터널은 초대형 트레일러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도로와 철길로 이어져 있다. 지하 강철 만리장성은 산시성 타이바이산(太白山)에 있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직속인 ‘제22기지’가 관리하고 있다. 이 기지는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핵탄두를 선양, 뤄양, 황산, 시닝, 화이화, 쿤밍 등 6개의 핵미사일 발사기지로 철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운반한다. 중국은 그동안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과 핵보유국을 상대로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핵 선제 불사용(核先制不使用)’ 원칙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핵전력 강화 계획을 볼 때, 이런 원칙들은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무수율(zero-yield)’ 핵실험과 같은 소규모 핵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해왔다. 무수율 핵실험을 실시하면 핵탄두를 폭발시켰을 때 나타나는 연쇄반응은 없고, 미량의 핵에너지만 방출한다. 중국이 무수율 핵실험 등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핵전력을 증강하고 현대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은 질적인 면에서든 양적인 면에서든 미국 및 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의 핵 보유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ICBM과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발사된 후 우주 공간에서 분리되지만, 초고속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활공하기 때문에 미국의 MD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10 속도로 지구 전역을 30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차세대 무기다. 속도가 너무 빨라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MD체계를 뚫고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꿈의 신무기’다. 중국은 이미 극초음속 비행체 싱쿵(星空)-2호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마이클 그리핀 전 미국 국방차관은 “중국은 지난 10년간 미국보다 20배나 많은 극초음속 무기를 시험했다”며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하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도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서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이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DF-17을 실전 배치한다면,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 전단을 파견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DF-17이 지난해부터 대만해협 인근 미사일 기지에 배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DF-17은 60㎞ 이하 저고도에서 마하 10 속도로 물수제비 원리에 따라 활공비행하며 1800~2500㎞를 기동해 요격이 어려운 탄도미사일이다. 중국 선박 공업그룹(CSSC)이 발간하는 월간지 [함선지식(艦船知識)>은 ‘통일전쟁의 서막, 대만 연합 화력 공격 삼부곡(三部曲)’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동영상(7월 1일 자)에서 중국군의 대만 침공 3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잡지의 동영상에는 DF-17이 마하 10 속도로 떨어져 대만군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장면과 미 해군의 2개 항모 전단이 대만 해협에 접근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준(準)전시체제’ 기세로 첨단기술 개발


▎2020년 8월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세계반도체대회가 열렸다. / 사진:WSCE 홈페이지 캡처
중국군은 2035년까지 현대화(기계화 및 정보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세로 볼 때 중국군은 이보다 빠른 2020년대 중반(2025~2027년)이면 미군에 어느 정도 버금가는 전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 된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19기 제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2027년까지 실현하겠다’고 결정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공보에서 “2027년까지 국방과 군사의 완전한 현대화, 강한 군대 육성을 위해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절대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19기 5중전회를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가는 길에 외부의 압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면서 “인민해방군의 현대화 목표를 창군 100주년인 2027년으로 설정한 것은 그때까지 미군과 대등해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 주석은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력갱생’ 전략을 적극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새로운 여정에서는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추진해 인민이 부유하고 국가가 강대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5월 28일 중국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연구원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중국 과학원 제20차 원사대회 및 중국 공정원 제15차 원사 대회와 중국과학기술협회 제1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첨단기술 주도권을 놓고 전대미문의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발전의 전략적 버팀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생명건강, 뇌과학, 바이오, 우주기술, 심해 등 전략·핵심 프로젝트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연구 단위에 더 많은 자주권을 주고, 과학자에게 더 큰 결정권과 자금 사용권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앞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실상 ‘준(準)전시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 공산당이 시장과 자본을 대신해 과학기술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반도체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첨단 기술 개발에 당 책임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최측근 류허를 차세대 반도체 개발 사령탑으로


▎2020년 1월 류허(앞줄 왼쪽) 중국 부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중 무역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중국 지방 정부들은 첨단 산업 개발을 위해 군사령관과 유사한 ‘공급망 책임자’를 속속 임명하고 있다. 중국 첨단 산업의 메카라는 말을 들어온 광저우 선전시에서는 왕웨이중 당서기가 반도체 공급망 책임자로 임명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1960년대 핵폭탄을 개발할 때처럼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950년대 미국의 봉쇄와 소련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군비 확장에 나서 1964년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시 주석은 최측근인 류허 부총리를 반도체 산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에 임명했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중학교 동창이면서 50년 지기 친구이자 경제 책사로 불리는 인물로, 중국의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해왔다.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대미 무역협상 대표를 맡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참모 중 한 명인 류 부총리에게 반도체 산업을 총괄하도록 한 것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IC 와디즈의 구윈쥔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구매국이기 때문에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 등 4대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자, 시 주석도 이에 맞서 반도체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류 부총리가 앞으로 추진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방안 중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다. 류 부총리가 2018년부터 조장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 영도 소조는 최근 회의에서 ‘포스트 무어의 법칙 시대’의 반도체 기술개발을 논의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업체인 미국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력을 강조하면서 이런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컴퓨터 칩에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실리콘 평면에 ‘매크로’라고 부르는 수천 개의 메모리 블록과 셀이라고 하는 수천만 개의 논리회로가 배치된다. 문제는 기술의 한계에 따라 ‘무어의 법칙’은 더는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리콘 대신 실리콘 카바이드(SiC)나 질화갈륨(GaN) 등 새로운 소재가 실리콘을 대체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은 실리콘 웨이퍼 기반 반도체 기술에서 벗어나 신소재로 만들어진 3세대 반도체 산업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류 부총리가 이끄는 과학기술 영도 소조가 ‘포스트무어 시대’의 반도체 기술을 논의한 것은 중국이 3세대 반도체 산업으로 직행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소재를 사용하는 3세대 반도체 산업에서 아직까지 주도하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중국으로서는 반도체 자립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금 1조 달러(1131조 원)를 책정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을 3세대 반도체 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또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한 12개 ‘미래기술’ 대학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 대학에서 향후 10∼15년을 위한 선도적·혁명적·전폭적 기술에 초점을 맞춰 미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혁신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AI 특허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은 이와 함께 AI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AI가 각종 경제와 산업 분야는 물론 의학과 군사 분야 등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3월 5일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 계획, 2021∼2025년)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계획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장기 경제계획 보고서에는 AI 등 7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민간 싱크탱크인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지난 2월 미국과 중국 및 유럽연합(EU)의 AI 역량을 비교한 결과, 도입과 데이터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과 EU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2021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AI 학술지 논문 점유율 1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이 12.3%로 그 뒤를 이었으며, 유럽연합(EU)은 8.6%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은 AI 저널의 논문 인용 비율에서 20.7%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19.8%)을 넘어섰다. EU의 논문 인용 비율은 11%였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AI 기술별 특허에서도 주요 6대 기술 분야 중 머신러닝과 기초 알고리즘과 관련해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켄지는 AI가 앞으로 세계 경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2025년 글로벌 AI 경제 규모가 13조 달러에서 2030년 15조 달러로 확대되고, 중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손에는 군사력, 다른 한 손에는 첨단기술력을 거머쥐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시 주석의 야심이 성공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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