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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오세훈표 주택 공급 정책에 견제구 던지는 서울시의회 

“내년 선거 염두에 둔 즉흥적 재개발 발표 삼가야” 

“서울시의 스피드 공급 취지는 이해하나 시의회 ‘패싱’하면 절차적 지연 불가피해져”
“공공기획과 공공재개발 모두 필요, 강남에도 공공주택 지어 서울 인구 감소 막아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재개발 등 부동산 정책에 관해 서울시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시의 2021년 예산(추경 제외)은 40조1562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의회는 이 예산의 심의·승인권을 갖고 있다. 2021년 7월 현재 서울시의회 시의원 110석 중 101석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 소속은 7명뿐이다. 국민의힘 당적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하면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명이 역시 민주당이다. 한마디로 민주당 협조 없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협소하다. 오 시장이 당선 다음 날인 4월 8일 김인호(54) 서울시의회 의장을 찾은 것도 이런 구도를 의식한 행보라 할 수 있다.

오 시장이 발표한 ‘5·26 6대 재개발 완화 방안’에 관해 김 의장은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한 방안이지만, 당장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정부 주도의) 공공재개발로 안정감을 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견제했다. 김 의장 인터뷰는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됐다.

“오세훈 당선 후 기대심리로 오히려 서울 집값 올라”

7월 8일 KB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4283만원이다. 이는 2020년 12월 대비 1억원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부동산 이슈가 재점화됐다. 오세훈 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내용에 대해 당선 이후 기대 심리가 있었다. 스피드 공급으로 부동산 안정을 취하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취지였겠지만,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공약이 됐다.”

서울 집값의 미친 상승은 오세훈 서울시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잘못이 더 크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집 없는 서민은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정부도 원망하고, 서울시도 원망한다. 어디 책임이 더 크냐는 질문은 답변이 쉽지 않다.”

결국 공급으로 풀어야 하지 않겠나?

“신규공급 물량에 대한 시그널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공의 주택정책은 시민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의 주택정책이 신뢰를 얻는 방편은?

“집행부(서울시를 지칭)는 단기적 목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의회는 중장기적으로 본다. 제도입법, 조례입법 과정에서 (정책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규제 완화 등을 먼저 (외부에) 발표하고 나중에 (시의회) 동의를 구한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발표하면 나중에 바뀌는 부분들이 생긴다.”

재건축보다 재개발에 방점을 찍은 오 시장의 5‧26 재개발 완화 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간재개발을 활성화시켜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 아닌가. 다만 기존 세입자들이나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어서 우려된다.”

오세훈식 재개발 플랜의 핵심은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의 ‘서울도시기본계획’과 ‘주거정비지수제’로부터의 탈피라고 할 수 있다. 오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무엇인가?

“민주적 절차로 박 전 시장과 서울시민이 결론 내렸던 좋은 취지마저 부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박 전 시장은 한강의 자연자원과 수변경관 등을 1000만 시민이 향유하자는 취지로 높이관리 원칙(층고 제한 규제를 지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2030)의 층수 기준이 폐지되면, 서울 주거지가 전체적으로 고층화될 우려가 있다. 한강변의 경우 이미 85%가량이 주거지다. 주거정비지 수제 또한 2010년 이후 저성장 국면에서 재생과 관리 위주의 도시관리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며 만들어진 제도다. 꼭 필요한 지역에서 재개발을 하도록 도입한 것이다. 기존의 주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했다.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도시 관리를 해나가려면, 제도의 내용을 조정해야지 폐지는 안타까운 일이다.”

“시의회에서 당연히 동의해줄 것처럼 나오니…”


▎2021년 6월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추경예산안 통과를 요청했다. / 사진:연합뉴스
현실적으로 오 시장의 재개발 정책은 서울시의회 협조 없이는 진행이 여의치 않다.

“서울시가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은 관련 서울시 용역(제2종 7층 이하를 비롯한 저층주거지 개선방안 검토와 주거정비지수제 등 2025 기본계획 변경안 검토)이 수행되기도 전에 발표됐다. 서울시의회와 충분히 협의되지 못한 사안을 일단 발표부터 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2종일반주거지역 7층 규제 완화는 재개발 또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만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지역은 현행 그대로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외 지역 주민에게 혼선과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서울시의회의 주류 정서가 이렇다면, 오 시장의 스피드 공급에서 ‘스피드’가 빠지게 된다.

“시의회의 승인과 조례 개정 사항, 의회 의견 청취 등이 남아 있다. (서울시가 한다고 하면) 의회에서 당연히 동의해줄 것처럼 나오니 아쉽다.”

그렇다고 오 시장의 안을 보류시키거나 거부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나? 자칫 ‘발목 잡는다’는 프레임에 걸릴 수도 있다.

“아마 오 시장의 임기가 (1년으로) 제한돼 있어서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조급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정책은 다음 시장으로 어느 분이 오더라도 변경 없이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

5·26 재개발 완화 방안을 놓고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보나?

“그렇다.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일도 그런 일로 인해 더뎌지게 되고, 분란이 야기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를 부분적으로 ‘패싱’한 배경을 어떻게 파악하나?

“지레 (시의회가 반대할까봐) 겁을 먹은 것인지,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인지. 아직 이야기를 안 나눠봐서…. 2종 7층 규제의 경우 폐지하려면 시의회의 조례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분적 완화는 시의회를 거치지 않아도 (서울시가)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

서울시의 재개발 플랜과 문 정부의 공공재개발 사이에서 서울시의회가 생각하는 적절한 균형은 무엇인가?

“정부와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이 서로 빈틈을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역마다 재개발 사업에 대해 다양한 고충사항이 있을 것이다. 두 가지 계획이 주민의 사업 선택권을 넓혀주며 지역 맞춤형 재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의 안이 일목요연하게 주민들에게 이해돼야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마다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재개발의 주택 순증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기존 주택 수 대비 추가 확보 가능한 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다세대 연립이나 지하, 옥탑방에 살았던 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 결과 서울 인구가 줄어들게 되니 문제다. (서울 인구 순유출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서울 주택 수요가 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1~2인 가구수 증가’가 요인으로 꼽힌다.) 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부터 투기세력이 유입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이 8월 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앞두고 있다. 심도 깊게 점검하겠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설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규제를 계속하면 실거주 목적으로만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수 있어 투기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주민 생활에 과도한 부담과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부동산 시장은 이를 규제 완화로 받아들이면서 투기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부동산 상황을 지켜보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서울 인구 줄었어도 주택 부족해

오 시장은 도시재생실을 축소하고, 주택정책실을 확대 개편했다.

“도시재생사업의 축소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본다. 현재 국토부에서 주거재생 혁신지구, 주거재생 특화형 뉴딜 등 신규사업을 추진 중인데 서울시에서도 이 기조에 맞춰 도시재생사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회는 현재와 신규 도시재생사업의 추진, 도시재생 지역 내 세부 재생사업,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활성화, 재개발과의 병행 추진 등을 목표로 서울시 사업을 면밀하게 살피고 입법적·재정적 뒷받침을 해나가겠다.”

서울시는 6월 역세권 복합개발, 소규모 재건축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놨다. 집을 지을수록 서울로 사람이 더 몰려들어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서울이 온통 공사판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그래도 단기적으로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환경 개선은 중요하다. 미래 세대의 환경 자산인 개발제한구역 해제보다는 시가지 고밀도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강남에도 공공주택을 만들어서 없는 사람도 강남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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