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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초격차 경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반도체 大戰 

인텔과 TSMC 도전 받는 삼성전자 응전에 세계가 주목 

美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참전, 대만 TSMC는 중국 견제할 반도체 동맹 주축
삼성전자 반도체 1등이지만 메모리 비중 커, 대형 M&A 없이 파운드리 1등 어려워


▎이재용(오른쪽 둘째) 삼성전자 부회장은 ‘성장이 정체됐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떨쳐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인텔은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가 고갈될 때까지 ‘무어의 법칙’을 지속하고 실리콘 마법을 펼칠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7월 27일 열린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인 ‘인텔 액셀러레이티드(Intel Accelerated)’에서 꺼낸 선언이다. 그는 초미세공정 반도체 개발 로드맵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무어의 법칙’을 강조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이론을 일컫는다. 무어의 의도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력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겔싱어 CEO는 창업자 무어 밑에서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텔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겔싱어는 1979년 인텔에 입사한 이후 최고기술책임자(CTO), 수석부사장 등을 지낸 ‘기술통’이다. 인텔이 USB, 와이파이 규격 제정을 주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겔싱어는 수학과 과학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덕분에 17세 때 인텔에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당시 인텔이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은 겔싱어를 채용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었다. 겔싱어는 인텔의 장학 프로그램과 유연 근무제 등을 통해 1983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석사 학위 지도교수는 전설적인 컴퓨터 학자인 존 헤네시 알파벳(구글 모회사) 회장이었다. 겔싱어는 2009년 수석부사장에 오르며 차기 CEO로 거론됐지만, 다른 인물이 선임되자 인텔에서 퇴사한 후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EMC, VM웨어 등에서 CEO로 일했다.

기술 강자 인텔의 파운드리 ‘천하 삼분의 계’

2021년 2월 새로운 CEO로 발탁되면서 인텔에 복귀한 겔싱어의 목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생산·판매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이지만, 설계·생산 경쟁에서는 TSMC,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에 뒤처져왔다. 또 대형 IT기업들은 인텔의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최강자인 아마존은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해 쓰고 있다. ‘윈텔(윈도우+인텔)’ 동맹을 맺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맥북(노트북)에 자체 CPU(M1)를 장착할 계획이다. 게다가 인텔은 CPU 판매량에서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갈수록 시장을 내주고 있다. 반도체업체는 크게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 등 세 분야로 나뉜다.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업체 중 세계 1위는 삼성전자다.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선 인텔이 세계 1위다. 파운드리에선 TSMC가 세계 최대 업체다. 파운드리는 설계는 하지 않고 팹(fab: fabrication의 줄임말)을 통한 반도체만 생산하는 업체로, 팹리스(fabless) 업체와 반대된다. 반도체업계에서 팹은 공장을 의미하는데, 공장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팹리스라고 부른다.

겔싱어가 ‘무어의 법칙’을 강조한 것은 앞으로 기술력을 통해 인텔을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겔싱어는 2025년까지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2㎚(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면서 파운드리 분야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2㎚급 반도체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일각에선 현재 10㎚급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인텔이 4년 만에 미지의 영역인 2㎚급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겔싱어가 무어의 법칙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겔싱어가 공개한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인텔은 연내 7㎚급 제품 생산에 이어 2022년 4㎚급에 진입하고 2023년 3㎚급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이어 2024년에는 2㎚급을 생산하고 2025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기술 개발 속도전으로 2025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14㎚ 공정에서 10㎚ 공정으로의 전환에 실패하며 2년 만에 철수했다. 또 2021년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겔싱어는 이번 기술설명회에서 “나노미터가 아닌 ‘옹스트롬(Angstrom·Å, 1Å은 0.1㎚)’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반도체 제조업체마다 공정이 상이하고, 실제 반도체 성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노미터 대신 옹스트롬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기술명을 앞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은 “오랜 기간 업계에서 얘기하는 나노미터는 실제 반도체 회로 선폭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면서 “TSMC와 삼성전자가 나노미터를 내세우는 것은 기술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자사의 기술력이 실제로 알려진 것만큼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격차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기존 10㎚ 공정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 표시 없이 ‘인텔 7’, 7㎚라 불렸던 공정을 ‘인텔 4’ 등으로 부르기로 했다. ‘인텔 20A’와 ‘인텔 18A’는 2㎚와 1.8㎚를 칭한다.

ASML 잡는 자가 반도체 시장 얻는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 반도체의 부흥을 외치고 있다. / 사진:인텔
게다가 인텔은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High NA(Numerical Aperture) EUV’를 가장 먼저 도입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ASML은 5㎚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공급하는 업체다. ASML은 1년에 EUV 노광장비 50여 대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5:3:2’ 비율로 TSMC, 삼성전자, 기타 업체들이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인텔의 제조 공정에는 아직 EUV 노광장비가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인텔은 차세대 EUV 노광장비로 인텔 20A와 18A 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겔싱어는 “ASML과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EUV 노광장비인 High NA EUV를 업계 최초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은 회로 선폭을 좁히는 이른바 ‘미세공정’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더욱 미세한 회로를 그려야 작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차세대 EUV 노광장비로 20A와 18A를 개발할 경우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 겔싱어는 또 옹스트롬 시대를 열기 위한 기술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인 ‘리본펫’(RibbonFet)도 공개했다. 리본펫은 세밀한 전류 조정으로 높은 전력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리본펫은 TSMC와 삼성전자가 3㎚ 공정에 적용 예정인 GAA(Gate All Around)와 비슷하다. 산제이 나타라잔 인텔 수석 부사장은 “리본펫이 업계 최초 GAA 트랜지스터라 할 수는 없지만,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이와 함께 퀄컴과 아마존을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사로 유치했다. 인텔은 앞으로 20A 제품을 퀄컴에 제공하고, 아마존에는 첨단 패키징(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대형 고객사다. 자체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아마존도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중요한 잠재 고객이다. 퀄컴과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고객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 이외에도 100여 개 기업과 위탁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자국 기업의 파운드리 제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텔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공급 물량을 빼앗아 올 수도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인텔은 또 5월에는 미국 뉴멕시코주에 35억 달러(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확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인텔이 세계 3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할 계획을 추진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대만의 UMC와 함께 시장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는 100여 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12㎚ 시장에서 안정적 사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상원도 최근 앞으로 5년간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텔은 또 미국뿐 아니라 독일에도 2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 지원받는 TSMC의 초격차 전략


▎네덜란드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 사진:ASML
인텔의 야심 찬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었던 파운드리 시장이 ‘3자 경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데일 가이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국제 반도체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자본이 충분한 인텔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5%, 삼성전자는 17%를 각각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세계 반도체 수요는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차량용을 비롯해 심각한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겔싱어는 “반도체 산업이 수급 균형을 회복하는 데 2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겔싱어의 의도는 앞으로 초미세 공정 공장들을 빠르게 건설해 반도체 공급을 주도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이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대만 정부는 TSMC의 2㎚ 공장 신설 계획을 승인했다. 대만 규제기관인 행정원 환경보호서(署)는 7월 28일 대만 신주(新竹)시에 2㎚ 공장을 짓겠다는 TSMC의 계획을 최종적으로 허가했다. 이에 따라 TSMC는 2022년 초 50에이커(20만2343㎡ ) 크기의 2㎚ 칩 생산 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해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린촨넝 대만 경제부 부부장(차관)은 “반도체는 대만 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TSMC가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의 웨이저자(魏哲家) CEO는 6월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술 설명회에서 “올해 말까지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에 2㎚ 테스트 생산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 테스트 생산 시설은 반도체 양산 전에 안정적인 수율(생산품 가운데 양품의 비율)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 설비를 말한다.

TSMC는 앞으로 무어의 법칙에 따라 초격차 전략을 적극 추진해 삼성전자는 물론 인텔의 도전을 물리치겠다는 입장이다. TSMC는 현재 전 세계에서 무어의 법칙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반도체 업체다. TSMC는 ‘대만 반도체업계 대부’ 장중머우(張忠謀·90) 전 회장이 1987년 세운 회사다. 당시 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 IBM, 일본 도시바 등 설계와 생산을 모두 맡는 종합 반도체업체가 장악하고 있었다. 2018년 은퇴한 장 전 회장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분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파운드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고안했다. 장 전 회장은 “파운드리 업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로지 기술 리더십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라면서 기술력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TSMC는 그동안 10㎚와 7㎚ 개발을 선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TSMC는 그동안 추진해온 초격차 전략 덕분에 인텔의 선전포고에도 느긋한 모습이다.

TSMC는 2020년 초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5㎚ 칩 양산에 돌입했다. TSMC가 현재 건설하고 있는 3㎚ 공장은 축구장 22개 크기로 면적이 16만㎡나 된다. 3㎚ 칩은 현재 최첨단인 5㎚ 칩보다 70%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 스마트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최첨단 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 공장은 내년부터 3㎚ 칩 양산에 돌입한다. TSMC는 인텔의 도전에 맞서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TSMC의 3㎚ 공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술 리더십은 TSMC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필립 황 TSMC 연구 부사장도 “현 기술력에 만족할 수 없다”며 “앞으로 고객사들에 1㎚ 기술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미·일 깊어지는 반도체 밀월


▎대만 TSMC는 3㎚ 반도체 생산 설비를 갖추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다. / 사진:TSMC
TSMC는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TSMC는 2020년 트럼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세계 최대이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는 당시 TSMC의 2대 고객이었다. TSMC는 바이든 정부와도 밀월 관계다.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114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게다가 주목할 점은 TSMC가 200억 엔(2123억원)을 투자해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R&D 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일본에 처음 진출한다는 것이다. TSMC가 일본에 신설하는 자회사는 반도체 후(後)공정 가운데 하나인 패키징 작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담당할 계획이다. TSMC는 또 일본에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웨이 CEO는 “일본에 첫 신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의 반도체 칩 공급 부족은 연말까지 계속되고 내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SMC는 이와 함께 일본의 반도체 부품 기업들과도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도쿄 일렉트론, 신에쓰화학, JSR, 스크린 세미콘닥터 솔루션, 섬코 등 일본 업체들은 모두 TSMC의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으며 보조금 등을 지급해 TSMC와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TSMC는 독일에도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마크 류 회장은 “폴크스바겐, 다임러 같은 주요 고객사가 있는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의 의도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인텔의 도전에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TSMC가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R&D 시설을 가동한다면, 미국 정부가 구축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 동맹’이 실현될 수 있다. 이 경우 TSMC는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동맹’에서 핵심축이 될 것이 분명하다. TSMC로서도 미·일 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자인 인텔은 물론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TSMC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721억 대만달러(약 1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순이익은 1344억 대만달러(약 5조5300억원)로 같은 기간 11.1%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9.1%에 달한다. 웨이 CEO는 “TSMC의 올해 매출액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는 3·4분기엔 5㎚와 7㎚ 기술의 수요가 실적을 떠받칠 것이라며 스마트폰, 고성능 컴퓨팅(HPC),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4개 성장 플랫폼 모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2분기 매출액은 197억 달러(22조7400억원)로, 인텔(매출액 196억 달러)을 근소하게 앞섰다. 삼성전자가 매출 기준 세계 1위가 된 것은 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이후 3년 만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정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매출 구성을 보면, 80%가 메모리 부문에서 나왔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가 세계 1위 TSMC를 추격하기 바쁜 삼성전자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삼성전자의 대형 투자는 언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분야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몇 년 새 삼성전자는 TSMC와 인텔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됐다. 경쟁자들이 몸집을 단단히 불리는 동안 삼성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합계치)이 209조1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고, 단기 투입 가능한 현금도 128조원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20조원)를 들여 건설할 파운드리 공장의 부지 선정을 조속히 결정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M&A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초격차 전략을 통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10년 후 1조 달러(1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TSMC, 인텔은 물론 중국 기업들과 ‘글로벌 반도체 대전’을 치열하게 벌일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 회장과 삼성전자의 행보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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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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