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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이창무 한양대(도시공학과) 교수가 본 혼돈의 부동산 시장과 여야 대선주자 공약 평가 

“신고가 속출하고 전월세 씨 마른 건 유동성보다 정책 실패 탓”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100만 채 공급·이낙연 후보의 토지공개념은 현실과 괴리
윤석열 등 야권 후보들의 완화책은 장기적으로 타당하지만 정치적 설득력이 관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문 정부가 가격 안정화를 원하면서도 불로소득은 못 봐주겠다는 정서에 입각해 이와 배치되는 정책만 내놓은 결과, 지금의 부동산 레임덕이 촉발됐다고 본다.
시장은 순환한다. 부동산, 주식, 코인, 금 등 세상에 존재하는 투자 자산들은 상승장, 하락장, 조정장을 차례로 겪는다. 이 불변의 법칙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거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 내내 ‘조정 없는 상승’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경실련의 2021년 6월 30일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취임 초인 2017년 서울 아파트값(99㎡ 기준)은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1억1000만원으로 4억9000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치면 79%다. 같은 기간 정부가 결정 공시한 공시가격은 4억2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3억6000만원(8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셋값은 무려 110주 연속 상승 중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승의 끝이 도무지 어딘지 감도 오지 않는 현실이다. 핵심인 서울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나 인허가 추이를 살펴보면 최소 2023년까지는 ‘공급절벽’이 확실시된다. 26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던 정부는 7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담화를 통해 ‘더는 대책이 없음’을 사실상 실토했다.

부동산 이슈는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파괴력을 드러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며 지지층 결집을 모색한다. 혼돈의 부동산 시장 진단과 단단히 꼬인 매듭을 풀겠다는 여야 대권주자들의 공약 검증을 위해 8월 11일 이창무(58)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를 찾았다.

“양도세 완화에 반감 가지고 있는 한, 답 없다”


▎여의도의 재건축 단지. 재건축 사업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요인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공급이 될 수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집값 고점론을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의 담화문을 어떻게 봤나?

“어이가 없었다. 궁지에 몰리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정부가 2021년 7월 아파트 거래 71만여 건을 분석해 고작 불법 의심사례 69건을 적발하는 데 그친 것을 적시하며) ‘투기가 문제’라고 하는 논리 구성 자체가 조직이 사회에 대해 반응하는 힘이나 의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홍남기 담화에 대해 ‘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향해 항복문서를 읽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가 적지 않다.

“과거에는 정부가 한마디 던지면 맞든 틀리든 시장이 한두 달은 움칫했다가 반응했다. 그러나 이젠 코웃음만 친다. (홍남기 담화는) 정부가 자기 불안을 노출한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지금이라도 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폐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유지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걷어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수급이 해결돼야 할 터인데, 정부여당은 양도세를 더 강화하는 노선을 밟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관계 속에서 가진 자를 빈털터리로 만들어서 (부동산) 시장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것 같다. 가격이 오르면 열매를 따 먹으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시장이 조정되는 것인데, 열매를 찾아 먹는 길을 다 막아버리니까 조정장이 안 오는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가격 안정화다. 그러나 자기들이 잘못해서 오른 가격 상승에 대한 열매를 다주택자들이 먹는 것을 못 봐주겠다는 정서가 문제다. 그 반감이 양도세 완화에 따르는 효과보다 더 강하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니까 이 정부에서는 답이 없는 것이다.”

거래절벽 속에 신고가 속출 현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보통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오르고, 줄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 시장의 형태다. 그러나 이 정부에서는 거래량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계속 오른다. 얼마나 시장이 왜곡됐는지가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집값 상승은 명확한 결과다. 다만 그 원인을 놓고 유동성 과잉 탓인지 정책 실패 탓인지 비율을 정확히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실거래가 지수나 민간 통계의 상승률로 말하자면 금리만 가지곤 설명이 안 된다. 시장에 놔뒀더라면 재건축, 재개발이 활성화돼서 이번 정부 초기에 입주가 늘어날 수 있었지만, 당시 박원순이라는 방향을 달리하는 서울시장이 있었다.”

하락의 트리거가 있긴 할까?

“금리가 오르면 영향을 받긴 한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기준금리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안 떨어졌다. 게다가 코로나19 난리에 금리를 2% 이상 올릴 수 있겠나?”

“임대차 3법 지속되면 전세 사라질 수도”


▎2020년 7월 30일 국회에서 임대차법이 통과되자 김태년(뒷줄 오른쪽)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쁨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 법의 폐해가 드러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전월세 시장도 보통 일이 아니다. 매물이 전멸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임대차 3법을 폐지해야 한다. (이 정부는 전세 낀 매물을 구입하는 갭투자를 투기라며 적대시하지만) 여러 정책 실패로 전셋값이 올라가면서 갭투자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긍정적·부정적 기능이 있는데 긍정적인 면은 없애버리니 전월세 시장의 어려움이 되는 것이다. 단선적인 시각으로 ‘임대인은 나쁜 놈, 임차인은 보호해야 할 놈’으로 선을 그어버리면, 그 선 아래로 ‘땅굴 파고 지나가는 놈’이 나타나는 것이다. 임대차 3법을 걷어내도 최소한 2년은 고생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은 외국에서도 시행하는 도시가 있지 않나?

“해외는 월세에 기반을 둔다.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가 있어서 더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물가상승률만큼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게 하되, 임대인이 바뀌면 새로 임대료를 시작하게 해주는 ‘3세대 임대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이미 들어가 있는 임차인은 (계약기간 동안은) 좋지만, 새롭게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은 비싼 데를 구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 탓에) 임대료 규제는 약화 흐름에 있고, 이를 시행하는 도시나 국가도 줄어드는 추세다.”

임대차 3법이 지속된다면 전세의 종말이 올 수 있을까?

“전세가 사라질 수 있다. 임대사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극단적으로 임대료 통제(rent control)를 강하게 하면 주택 소유권을 포기하는 현상(abandonment)이 나타난다. 관리가 안 되면 슬럼화된다. 이런 상황으로 가면 다주택자들은 투자를 못한다. 이러다 어떤 트리거가 되든 가격 침체기가 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집값이 안 올라도 임대소득에 대한 부분이 보장되면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반전이 생기는 것인데, 이 정부는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시장 사이클에 대한 개념 없이) 다주택자들을 다 몰아내겠다는 식이다.”

장기적 해법보다 단기적으로 그렇게 구도를 짜는 편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보이겠지만….”

상황이 이토록 다급한데 정부의 8·4 공급대책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공공은 민간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한다. 공공이 들어와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민간이 수익을 인정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비사업은 이해당사자들 간 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세입자나 소유자나 생각이 같지 않다.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떨 땐 독하고 악한 조정자가 돼야 하지만, 공공은 그런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본다. LH도 못 견디고 나왔다.”

세금 전가 불러올 민주당 후보들의 과세 아이디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서울의 인구 밀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피력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할수록 차기 대선후보의 부동산관(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관해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채 포함 250만 채 공급’을 들고나왔다.

“250만 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심각하게 많은 물량은 아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 다가구 세대 등 전국 물량을 합쳐서) 연 준공 물량 50만 호라면, 정확한 계산법은 모르겠지만 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연 50만 호 이상 물량은) 공공이 아니라 민간이 만들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민간 주도 맥락이 아니고 국가 주도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느 지점에서 우려되는가?

“100만 채 공공주택은 확실히 과하다. 좋은 입지에 짓기도 힘들 것이고, 돈도 많이 들 것이다.”

100만 채 건설원가만 300조원이 든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이 지사는 “공공주택 담보로 현대 금융기법을 활용하면 재정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100만 채 공공주택 공약) 안에는 허수나 여러 착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주택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재정을 통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택지개발을 하면서 나오는 개발 이익을 교차 보조해서 지었다. (현행의 자금 조달 방식을 적용하면)공공주택 100만 채를 만들어내려면 (신규 민간주택) 500만 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역세권이면 더 힘들다. ‘금융 기법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겠다’고 하던데 말이 안 된다. 이익에 민감한 금융회사들이 돈이 나오지도 않을 곳에 왜 대출이나 투자를 하겠나? 실현 가능성이 작다. 지금은(이 지사가) 여러 후보 중의 한 명이니까 깊이 파고들지 않지만, 눈에 띄는 대선후보로 자리 잡게 되면 엄청나게 공격받을 수 있다.”

이 지사는 ‘토지보유세 강화 등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도 내세웠다. 그는 “국토보유세를 부과해 걷힌 돈은 국민에게 되돌려 주겠다. 90%의 국민이 국토보유세를 내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기본소득으로 돌려받게 돼 반발이 최소화된다”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최근 월세가 심각하게 올라갔다. 국토보유세도 마찬가지다. 매기게 되면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국토보유세를 받아서 나누어도 (월세로 전가가 되니까) 누수 현상이 생긴다. 다주택자 규제나 세금이나 가진 사람에 대한 단면만 보지 말고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따지면, 그것을 내는 사람은 부동산과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개인의 대도시 토지 소유를 400평으로 제한하는 토지공개념 3법 추진을 내놨다. 이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온 것인데.

“토지 초과 이득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시행되면) 토지 이용을 왜곡시킨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것인데(토지공개념을 들고나오니) 그런 의지도 잘 모르겠다. 개발 이익에 대한 부분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강한 아집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굉장히 죄악시한다.”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등 민주당 후보의 생각 속에는 헨리 조지의 사상이 배어 있는 듯하다.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 후보들은 ‘토지 공급은 한정돼 있다. 그러므로 토지세는 효율적이다. 자원의 분배도 왜곡시키지 않고 과세에 대한 부분도 임차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전제가 틀렸다. 도시와 공간을 다루는 나 같은 학자 입장에서 볼 때, 토지 공급은 유한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 규제 때문에 한정돼 있을 뿐이다. 녹지, 그린벨트 같은 인위적인 토지 용도에 대한 구분을 덜어내면 생각보다 공급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토지의 공급은 사실 유동적(flexible)이다. (주거용 토지에 규제를 세게 할수록) 주거용지는 줄어들 것이고, 지주에게 세금을 매길수록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이런 전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다 사상누각이다.”

“남북관계가 서울공항을 허물어도 될 만큼 달라졌나?”

그린벨트처럼 각자 정해진 용도의 땅을 훼손할 수 없다면, 결국 집을 지을 토지는 유한한 것 아닌가?

“그린벨트를 허물지 않기로 정하고, 지금 어디를 허물자는 것인가? 태릉 육군사관학교 부지, 골프장, 정부 과천청사 녹지…. 이런 곳들이 다 기회비용이다. 물론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령 20년 전 과천에 신도시를 개발했으면 화성 동탄이 개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20년 동안 화성 동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낭비적 통근 비용이 없어도 되는 효율적 토지 이용 상태를 우리가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 이전 후 신도시 3만 호(고도제한이 풀리면 인근 지역에 4만 호 추가)를 공약했다.

“서울공항은 좋은 땅이다. 주택 공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됐다. 그러나 도시의 땅은 항상 주택이 최우선이 아니다. 가령 (주택 공급 후보지로 지정된) 과천의 녹지는 시민이 다가갈 수 있는 입지로써 활용되는 공간이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는 세계적 중심지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중심 입지다. 그런 곳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선택이다. 서울공항 역시 군사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땅을 우리가 (당장 집이 부족하다고) 지금 허물어야 하는가? 남북관계가 군사전략시설을 포기할 만큼 달라졌나? 도시 내에 주택이 아닌 땅들에 대한 가치를 함부로 이번 정부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를 허무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2019년 11월 서울시의회에 ‘서울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발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임기였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다가 취소된 지역이 총 393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사업 지구 지정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가 총 24만8889가구로 추정된다”고 적시됐다.

상대적으로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무엇을 하겠다’보다 문 정부가 쌓아놓은 것을 되돌리는 쪽에 방점이 찍힌다.

“(작금의 부동산 상황은) 정부가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해서 만든 정책의 실패다. 다른 새로운 것을 얹어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있던 것을 걷어내는 작업부터’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 후보들의 방향성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누가 후보가 되든지 무리 없이, 심하게 덮인 규제들을 잘 걷어낼 수 있는 스케줄표를 만들 것이냐가 필요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울 도심 용적률 완화, 양도세 완화 등을 제시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민간 주도 주택공급 확대, 등록 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과도한 양도세·보유세 완화 등을 들고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양도세 폐지, 거래세 도입을 대안으로 내놨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임대차 3법 폐지를 약속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률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부자 편을 든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세제나 전월세 시장 등에 관한 규제는 덜어내는 것이 맞다. 다만 ‘어떻게’에 대해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무주택자 내 집 마련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8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을 뜻하는) LTV는 그렇게 강한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야당 후보 공약은 부자 편이라는 프레임 극복해야

야당 주요 후보들의 부동산 완화 정책은 상승기에는 자칫 더 큰 폭등 기제로 작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은 인정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풀어준다고 해서 시장이 심각하게 망가질까에 대해선 의문이다. (공급 확대와 세제 완화로 인한) 일시적인 충격에 대해선 견뎌야 한다. 가령 재건축을 풀어주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올라갈 확률이 높지만, 재건축을 통해서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안 올라갈 수도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5년 미만 신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안 올랐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규제 등으로 나타났던 특이한 현상이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을 이끌었다. 역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문 정부에서 신축 아파트가 오른 것은 신축이 없어서 발생한) 희소가치에 대한 것이니까.”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5월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은 현재 재건축에 대해 소극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재건축 관련해서 서울시는 시기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재건축에 따른 멸실 효과를 시기 조정의 판단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신규 입주 물량이 생기는 시점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수급 흐름이) 유지될 수 있다.”

도시공학자로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이대로 가면 서울이 밀집화, 슬럼화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서울은 꽤 괜찮은 도시다. 서울은 서울 대도시권(수도권을 포함하는 개념) 전체, 그리고 국가경쟁력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인구 2000만 명 규모인 멕시코시티가 있다. 이곳은 지진 탓도 있겠지만, 전부 다저층 주거지로 깔려 있는 도시다.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없는 심각한 도시가 돼버렸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여 살아야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같은 시설도 놓을 수 있다. (멕시코시티와 달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적 효과는 서울의 장점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아파트다.”

외국인들은 서울에 밀집한 아파트 숲과 그 가격을 보면 십중팔구 놀랄 것이다.

“하나의 도시가 유지돼나가는 데 가장 큰 사회 비용은 통근 비용이다.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줄여주는 것이 그 도시의 경쟁력 중 하나다. 주거 입지의 밀도를 도심 외곽에 높이면 더 많은 사람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통근하게 된다. 이는 서울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뉴욕이나 베이징보다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큰 틀에서 보면 국가경쟁력의 문제다. 그래서 서울 정비 사업은 단순히 그 과정에서 누가 몇억 더 챙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대도시권 내에서 중심도시의 개발 강도를 얼마나 빨리 수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교수를 만난 8월 11일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DH자이 개포의 무순위 청약 마감일이었다.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 무려 12만4000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14억1760만원이지만, 계약금 3억원만 있으면 전세 끼고 물건을 살 수 있어서 시세차익만 최소 15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당첨자는 전생에 단군 왕검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아파트 소유가 넘사벽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왔건만, 여전히 대통령 지지율은 40% 안팎을 넘나든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ns@joongang.co.kr / 녹취 정리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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