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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탐방] 영남권 유일 항공특성화 대학, 경운대의 인재 육성론 

통합신공항 건설로 탄력받는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 새 엔진 장착 

항공 관련 학과만 11개로 항공산업 전 분야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학과 혁신지원사업’ 선정돼 경북도·구미시 지원받아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에서 경운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재학생이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경운대
장면 하나. 지난 4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인접한 구미·군위·의성·칠곡 등 경북 중서부권 4곳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보잉767 항공기가 있는 경운대 항공관으로 모였다. 통합신공항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하늘길 동맹’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한성욱 경운대 총장도 참석했다. 한 총장은 “통합신공항 건설의 최고 수혜지역인 구미·군위·의성·칠곡 4개 지자체의 새로운 하늘길 동맹 협약이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 추진동력이 될 것”이라며 “영남권 유일의 항공특성화 대학으로서 노하우와 인프라를 지역과 공유해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건설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신공항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영남권 유일의 항공특성화 대학인 경운대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로운 엔진을 장착했다. ‘항공교통물류학과’가 신설된 것이다. 명실공히 ‘항공’은 경운대를 상징하는 단어다. 2011년 항공운항학과 신설을 시작으로 항공특성화 대학으로 개편했다. 2016년에는 전국 9개 대학만 선정하는 프라임 사업에 항공산업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경운대가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 등으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은 경운대는 3년간 예산 420억원을 지원받아 항공 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경운대가 보유한 항공 관련 학과만 총 11개다. 항공기계공학과, 무인기공학과, 항공서비스학과, 항공보안경호학부 등 기존 학과에 2021학년도에는 항공교통물류학과를 더했다. 대학 정원의 절반을 항공 관련 학과 학생들로 채울 정도로 대학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항공교통물류학과 신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경운대 측은 “항공산업 전 분야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통합신공항과 항공교통물류학과 간 시너지 기대


▎올해 4월 경운대 항공관에서 열린 ‘하늘길 동맹’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한성욱 경운대 총장은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건설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경운대
경운대 캠퍼스는 다른 대학 캠퍼스와는 다른 전경을 자랑한다. 260인승 보잉767 항공기가 항공관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실제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로 경운대의 랜드마크다. 항공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 실제 기체에서 실무현장과 동일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경운대가 2019년 야심 차게 도입했다. 7월 방학 기간을 맞아 경운대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학과 체험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실시한 바 있다.

경운대의 장점은 교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수준 높은 비행훈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구·경북 지역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비행교육원을 설립, 미국 CIRRUS SR20 항공기 등 최신 실습용 비행기 11기를 구비했다. 또 전남 영암군에 활주로 800m 규모의 교육용 경비행기 이착륙장과 강의동·기숙사 등을 갖춘 ‘플라잉 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고공비행 중인 경운대에 날개를 다는 일이 일어났다. 경북 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확정된 것이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 위치한 경운대와 직선거리로 불과 9㎞ 떨어진 곳이다. 공항 주변에는 신도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는 항공운송 및 교통, 항공기 정비(MRO), 항공물류단지, 항공 연구개발(R&D)센터 등 배후산업의 급성장을 의미한다.

통합신공항과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항공교통물류학과는 항공관제·운항관리·스마트물류 분야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는 통합신공항과 주변 신도시의 배후산업 등에 취업하는 선순환이다. 이는 지역 최대 위기 중 하나인 ‘청년인구 유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신희준 경운대 기획처장은 통합신공항 이전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늘어나는 항공 교통량과 물류량을 감당할 수 있는 교통관제사·물류관리사·운항관리사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맞춤 인력을 양성해나갈 계획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 출신의 함명래 경운대 항공위원회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에는 자동차·전자 부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다.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이를 운송하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경운대는 항공교통물류학과뿐 아니라 항공산업 전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통합신공항 시대를 대비해 우수 인재를 지속해서 배출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망이 밝다 보니 신입생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대구·경북 지역 4년제 사립대 중 유일하게 경운대만 2021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올랐다. 통합신공항 이전으로 유관 산업의 증가와 산학연계 프로그램의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운대는 매년 500명 정도의 항공 전문인력 배출을 예상한다.

재학생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평소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시형 학생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항공에 특화된 학교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다. 이에 타 지역에 살고 있었지만,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항공교통관제사가 꿈이라는 이시형 학생은 “신설 학과라서 사실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1학기를 거치면서 현재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이 최고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2024년까지 신입생 전원 1년 전액 장학금 지급”


▎경운대학교 항공관 옆에는 학생이 실무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보잉 767 항공기가 있다. / 사진:경운대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고 싶어 컴퓨터 게임도 항공관제와 관련된 쪽으로 즐긴다는 조현민 학생은 현장학습에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울진 비행장 관제탑에서 실제 항공관제 일을 경험하니 항공관제사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 그는 “일반인이라면 경험하기 힘든 현장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어 ‘항공교통물류학과에 진학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가희 학생 역시 항공교통물류학과의 최대 장점으로 “현장 견학의 기회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항공교통관제사 양성기관인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을 방문해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항공관제시뮬레이터를 통해 접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가희 학생은 “우리 학교에 최고 수준의 항공관제시뮬레이터실을 갖추고 있는데, 앞으로 그곳에서 받게 될 수업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항공교통물류학과는 경상북도가 주관하는 ‘지역산업 연계형 대학 특성화학과 혁신지원사업’에 신규로 선정됐다. 이로써 항공교통물류학과는 2024년까지 경북도와 구미시로부터 19억원을 지원받는다. 경운대는 해당 사업의 성공을 위해 2024년까지 신입생 전원에게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재학 중에도 다양한 장학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수진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꾸려졌다. 학과장인 이상관 교수는 교통기술사로 대구도시계획심의위원, 경북교통영향심의위원 등의 이력을 자랑한다. 항공교통관제절차, 비행절차론 등을 가르치는 하성영 교수는 국토교통부에서 항공관제과장, 한국공항공사에서 항공기술훈련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들의 현장 경험은 ‘스마트 항공교통물류를 선도하는 현장 실무형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항공교통물류학과의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세계 유수의 기관·기업으로의 인턴십 계획도 눈에 띈다. 경운대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국제기구와 페덱스, DHL 등 해외기업과의 단기 인턴십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IC-PBL(Industry-Coupled Problem / Project Based Learning) 교육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산업체(Industry), 지역사회(Society), 대학의 연계를 통해 학습자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교육이다. 산업 현장의 프로젝트를 캠퍼스에서 진행해 학생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 산업체 입장에서도 필요한 해결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항공교통물류학과는 크게 항공교통 분야와 스마트물류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항공교통 분야는 항공교통관제사와 운항관리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항공교통관제사는 공항에서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관제업무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역의 항로관리 및 비행정보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이 분야의 인재는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등에서 양성하고 있으나, 수요보다 인력 공급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도심형항공모빌리티의 급속한 성장으로 항공교통관제사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하늘택시(PAV)가 도심형항공모빌리티의 대표적 예시다. 한화시스템과 현대차 등은 이르면 2025년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도심형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진행 중이며, KT와 SK텔레콤은 하늘택시의 항로 등을 조절하는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지역 인프라도 이미 구축된 상태다. 우리나라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의 비행물체를 식별하는 방공식별구역을 관할하는 기관과 비행 중인 항공기의 안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행정보구역을 관할하는 기관이 대구에 있다. 지역 기관과의 협력 및 취업 기회가 타 지역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운대는 재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인증 전문교육기관인 항공교통관제 교육원을 2022년 설립할 예정이다.

운항관리사는 항공기의 비행계획을 작성하고, 비행 중인 항공기의 운항 상태를 감시해 필요한 정보를 기장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항공기의 안전과 효율적 운항을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이다.

스마트물류 분야는 항공물류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접목한 스마트물류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기존 해양물류 중심에서 항공물류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화물수송 분야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항공물류의 급등은 글로벌 해운 운임이 13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한 결과로 해석된다. 운임 상승과 선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들이 항공물류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성장성 높은 항공교통·스마트물류 인재 양성


▎전남 영암에 위치한 경운대학교 비행교육원 플라잉 센터 내 자체 보유 경비행기의 모습. / 사진:경운대
항공물류는 대구·경북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꼭 육성해야 하는 분야다. 물류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은 전국에 30여 개가 존재하는데, 부산·인천·목포 등 무역항 인근에 있다. 배출되는 인력도 해운물류 쪽으로 치우쳐졌다. 내륙인 대구·경북에서 해운물류 인재를 양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항공물류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항공물류는 해운물류보다 물동량 기준으로 약 0.3%에 불과하지만, 물류비용은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고가의 화물, 긴급한 화물이 많아서다. 그동안 항공화물은 반도체·휴대폰 등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였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연어와 바닷가재 같은 신선식품, 의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따른 물동량이 엄청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물류 역시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야다. 최근 세계적인 항공물류기업인 DHL의 보고서에 따르면, AI·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5년 이내 글로벌 물류의 주요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제주도에서 시험한 드론 택배 사례처럼 물류 분야도 지금까지의 단순한 배송 차원에서 화물관리·표준화·보안 등으로 세분화·다양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사하는 인력 역시 전문성이 크게 요구돼 관련 학과를 전공한 학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다.

항공교통물류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항공교통관제사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으로 전국의 공항, 항로정보기관, 항공정책 분야에서 근무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만약 군인으로 진출하고 싶다면, 공군 및 해군의 관제 관련 장교로 지원하면 된다. 운항관리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해외 각종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다. 또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관리직·항공전문직·공항관리 분야로 취업할 수 있다.

항공 관련 산업체·기관과 공고한 네트워크 구축


▎경운대학교 재학생이 교내 항공기술교육원에서 미러링교육을 받고 있다. / 사진:경운대
물류관리사는 쿠팡, CJ대한통운, 페덱스, DHL 등 국내외 각종 물류 관련 기업 및 항공화물 전문기업, 항공사의 지상 조업사로 취업이 가능하고, 교통기사는 교통 관련 연구소 및 엔지니어링 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경운대는 다양한 항공 관련 산업체·기관과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운대와 한국공항공사는 기존에 체결한 산학협약을 보다 긴밀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항공 산업 및 공항운영 관련 발전 과제 공동개발 및 연구 ▷협약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상호 교류 ▷공동교육 편성 필요시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자문 공동참여 ▷항공교통관제 현장학습 및 공항 분야 취업정보 제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대한항공과 항공산업 육성 공동협력 협약 및 하이브리드 드론 성능시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공동 연구개발과 항공산업 육성 협력 ▷항공인력 육성 및 교육목적의 재활용 장비 이전 협력 ▷무인항공기 개발지원 및 항공인력 육성 커리큘럼 개발·교육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 외에도 경운대는 아시아나항공, 공항관리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항공산업 분야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민국 공군, LCC 항공사를 대표하는 티웨이항공, MRO 전문기업 한국항공서비스, 항공 분야 교육기관인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등과 협약을 체결해 항공 전문인력 양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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