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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회는 목숨 값을 어떻게 매기나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 봄, 이탈리아 의료진들은 병상이 포화 상태인 현실에서 어느 연령대의 치료 대상을 포기했을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어떻게 내려진 결정일까?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일까? 왜 9·11 희생자 가족이 받은 보상금은 30배까지 차이 날까?

저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목숨은 얼마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명 가격표’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진다. 인간의 생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장기이식의 우선순위를 비롯한 모든 의료적 결정, 양육 비용, 보험과 보상금 등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생명 가격표가 매겨지고 있지만, 그 산출법과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유엔인구기금에서 수석 데이터모델러를 맡아 온 저명한 통계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 측정”이라는 터부시돼온 이슈를 파고든다. 생명 가격표에는 상당한 불공정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명 가격표가 개인의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낮은 가격표가 매겨진 사람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저자는 이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 평가와 그 뒤에 숨겨진 가치 체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공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생명의 가치가 매겨지는 방법과 그 방법들이 야기하는 결과 및 한계점에 주목한다. 궁극적으로는 저자는 독자들이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인간의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지, 그리고 그 계산법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 최현목 기자

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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