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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목소리 높이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밝히지 못했을 것”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 강행하면 기자협회가 나서 위헌 소송 할 계획”
허위·조작 정보 퍼트리는 포털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이 더 시급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9월 9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협회장실에서 진행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독소조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 언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청암(靑巖) 송건호(1927~2001) 선생의 지론이자 한국기자협회가 위치한 서울 프레스센터 앞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에 새겨진 글귀다. 굽히지 않는 펜은 언론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세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물이 무색하게 최근 언론계는 신문과 방송, 디지털 매체 가릴 것 없이 극심한 격랑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 척결과 피해 구제라는 이름으로 언론사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단독처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예정대로라면 9월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야권, 언론사, 유관단체 등은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으로 규정해 크게 반발하는 반면, 여권 지지층 일부는 입법에 찬성하고 있다. 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9월 10일 발표한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찬성하는 응답이 41.3%, 반대하는 응답이 45.8%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SBS뉴스 홈페이지 참조). 찬반 양론이 팽팽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인 만큼 한 번 제정되면 그 파장은 크다.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 결과 수술대에 오른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월간중앙은 김동훈(55) 한국기자협회장을 찾았다.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창립해 회원사 198개, 회원 수 1만500명 규모를 자랑한다. 김 회장과의 인터뷰는 9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기자협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이중 처벌, 과잉 입법으로 위헌 소지 다분”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의 주최로 ‘언론중재법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독립 기구 제안’ 기자회견이 9월 1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독소 조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허위·조작 보도를 처벌하는 것과 언론에 의해 발생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현행법(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으로 민형사 소송이 가능한데도 개정안은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처벌, 과잉 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징벌적 손배제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의견이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일선 기자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말을 여러 채널을 통해 듣고 있다. 언론의 본령은 감시와 비판이다. 어떤 의혹이 불거져 취재를 해야 하는데, 기자와 데스크가 징벌적 손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고 한다면 당장 기자는 기사 발제부터 망설일 거다.”

취재할 내용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일지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설령 취재를 완료해도 실제로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자기검열을 할 위험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취재를 완벽하게 하면 징벌적 손배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그건 언론이 처한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계좌추적이나 강제수사가 불가하다. 그래서 언론이 권력 비리를 취재할 때는 100가지 정황이 있다면 그중 한두 가지를 갖고 의혹을 제기한다. 거대한 장막 뒤에 가려진 검은 그림자가 어마어마해도 언론은 거기까지 닿기 힘들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언론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이슈화하려고 노력하는 거 아닌가.”

기자협회는 매년 창립기념일인 8월 17일을 즈음해서 회원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다. 올해 주제는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찬반 조사였다. 그 결과 언론 보도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1%, ‘동의한다’는 응답이 34.3%로 나타났다. 입장을 유보한 ‘보통’이란 응답은 15.6%였다.

기자협회 회원들도 반대 의견이 높았다.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개정안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한 상태에서 동일한 여론조사를 한다면, 반대가 앞선 조사 때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토록 한다”고 말했다.

우려와 성찰의 목소리 동시에 터져 나와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여야 8인 협의체의 상견례 겸 첫 회의가 9월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 교수, 김용민·김종민 민주당 의원, 최형두·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 사진:연합뉴스
송 대표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은 징벌적 손배제가 있지만 형사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전과자를 양산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으로 민형사 처벌이 모두 가능한데 여기에 징벌적 손배제까지 도입하려고 한다. 이중 규제, 과잉 입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앞서 기자협회 조사에서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동의하는 기자들은 어떤 이유를 꼽았을까? 기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동의하는 기자의 58.6%가 ‘허위조작정보 생산 및 유포 근절’을 그 이유로 꼽았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57.1%), ‘왜곡보도로 인한 국민 피해 최소화’(54.5%) 등이 뒤를 이었다.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선 기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현재 언론의 신뢰가 너무 낮기 때문에 신뢰 회복을 위해 언론도 국민 여론을 따라 자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주장에 동의한다. 가짜뉴스는 당연히 척결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 신뢰가 낮아진 것이 과연 언론인만의 책임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하는 일부 기자와 확증 편향에 빠진 소비자는 공생관계다.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플랫폼 속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가 확증 편향에 빠지고 그러한 소비자를 유혹하는 생산자도 확증 편향에 빠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나는 이걸 불량식품에 비유한다.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도 나쁘지만, 자꾸 그걸 소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계속 생산하는 거다.”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는가.

“허위·조작 정보를 양산하는 사람을 엄벌하고, 소비하는 사람의 인식이 바뀌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 메시지를 분석·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징벌적 손배제 역시 악순환을 끊기 위한 조치 아닌가?

“징벌적 손배제는 생산자만 엄단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다. 과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산자 중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이 5%라면 나머지 95%는 정상적인 과자를 제조하는 사람이다.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9월 9일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언론이 보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양육비 지급 촉구 행위, 성범죄 피해 호소 미투, 임금 체불 혹은 직장 갑질 폭로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어떻게 개정안을 바꿔야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을까?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은 꼭 폐지해야 한다. 진실을 알렸는데 처벌받는다면 어느 기자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나. 또 민사로 5배의 징벌적 손배제를 한다면 형사 소송은 불가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민사 소송에서는 일반적으로 원고가 입증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피고에게 입증 책임을 묻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검은 비리를 숨기고 있는 정치·경제 권력자들이 언론 피해자(원고)라며 언론(피고)에 입증 책임을 묻는다면 취재원을 공개해야 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8인 협의체는 밀실 야합, 광장으로 나와라”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 현업단체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만든 포스터. / 사진:한국기자협회
개정안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역시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법 개정 협상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언론계는 물론 학계·법조계에서도 고의·중과실의 개념이 모호해 기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의·중과실이라는 표현이 개정안에 들어갔다.

“개정안에서 ‘중과실’은 빼야 한다. 이전에는 ‘고의’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중과실이 추가됐다. 과실은 엄연히 실수다. 중과실을 포함시키는 것은 선의의 오보까지도 처벌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독소 조항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협상 결렬 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인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9월 27일 본회의 전까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는 밀실 야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의체는 18일간의 논의 기간을 갖는다.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법을 만들기 전 최소 1년 이상 공청회·토론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견을 좁혀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생략했다. 그래놓고 본회의 앞두고 협의체를 만들어 다시 논의하겠단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 이견을 좁힌다는 건지 모르겠다. 협의체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수레는 굴러가고 있다. 앞서 기자협회를 비롯한 현업단체는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협의체가 여는 공청회에도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렇다. 협의체에 참여한다면 여야 정치권의 논리만 강화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개정안 반대부터 협의체 불참까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나?

“기자협회에서 가장 큰 조직은 이사회다. 이사회 임원들과 의사결정 단계에서 수시로 논의하고 있는데 거의 반대 목소리가 없을 정도로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러 채널을 통해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

“징벌적 손배제가 있었다면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사건)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모두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취재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자가 용기 있게 의혹을 제기했고, 실체적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데 가해자가 징벌적 손배를 기자에게 제기한다면, 사회 정의를 위해 투신했던 기자는 그야말로 황당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약자와 공익 제보자가 제보해도 기자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까 두렵다.”

민주당은 그런 문제를 감안해,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징벌적 손배를 제기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한다.

“면피용이다.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는 자연인이다. 대통령과 측근도 직에서 물러나면 모두 자연인이다. 전략적 봉쇄 소송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

“기자가 중대한 사안을 보도할 때는 1보(첫 보도)에 취재 내용의 일부만 보여준 다음 반박이 들어오면 2보를 통해 재반박하는 식으로 기사를 키워나간다. 그런데 1보를 낸 후 상대방에서 징벌적 손배를 제기하면 기자는 후속 보도를 내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는 1990년 9월부터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신문·방송·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 가장 좋은 기사를 가려내 월 1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한다. 영화 [모가디슈]의 모티브가 된 ‘내전 소말리아서 꽃핀 동포애, 남북 공관원 합동 탈출 작전’, ‘낙동강 상수원 페놀 오염’, ‘5·18 당시 계엄군 헬기난사증언’,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 등 현대사에 굵직한 보도들은 모두 이 상을 받았다.

“언론개혁? 당연히 동의하지만, 우선순위 있어”


▎8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아서고 있다.
대부분의 수상작이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다. 어떤 심사 과정을 거치나?

“팩트는 크로스 체크를 통해 검증한다. 그리고 얼마나 이 이슈가 사회적 영향이 크고, 시너지효과를 냈느냐를 본다. 언론에서 제기하는 검증·비판이 상당한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을 때 폭발성을 갖는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언론개혁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더 중차대하고 시급한 일이 있음에도 여당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이라면?

“포털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이다. 포털 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허위·조작 정보를 퍼트리는 매개가 포털인 경우가 많아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은 대통령 임기 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일을 반복한다. 그런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야 한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180석 여당이 된 후에는 마음만 먹으면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음에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마음인 거다.”

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 5곳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 합의 기구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위원회’를 꾸려 독자적인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기구는 어떤 기능을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디어 개혁 국민위원회’라는 걸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우리 언론 현업단체들이 말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형태가 바로 그거다. 기구 안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여러 논의 방안을 털어놓고 합리적이며 지혜로운 방안을 도출해내자, 이게 바로 대통령의 공약이고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역할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심산으로 보인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마련돼야만 (개정안을) 상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개정안을) 진행해야 할 일이다”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에도 민주당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강제 상정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 기자협회는 어떤 후속 조처를 할 생각인가?

“위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세 가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중대히 침해한다는 것, 둘째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법은 굉장히 명징해야 함에도 어떤 것이 가짜뉴스고 어떤 것이 아닌지가 현재 상태로는 모호하다. 셋째는 이중 처벌, 과잉 입법이다. 헌법학자들에게 자문을 받은 결과 이 세 가지가 가장 위헌의 소지가 크다. 위헌 소송과 더불어 우리는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거다.”

국민과 언론인 사이에 심리적 간극이 있다. 언론 불신이 작금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기자협회는 앞으로 어떤 행동으로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건가?

“언론은 국민 앞에 진정으로 자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로는 안 된다. 허위·조작 보도한 언론사에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삽화 사건 때 ‘경고’ 처분에 그쳤다. 이러니 언론에 대한국민의 불신이 커지는 것 아니겠나.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현업단체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강력한 ‘통합자율규제기구’를 만들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제재를 해나갈 계획이다.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자세히 설명하겠다.”

“기자 신상털기 심각한 수준, 법적 대응 나설 것”

언론이 자율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면 국민이 과연 신뢰할까?

“물론 언론인만으로 기구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 편집인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 사용자 단체, 네이버·카카오(다음) 등 포털 사업자, 그 외 여러 플랫폼 사업자로 범위를 넓힐 거다. 많은 언론학자가 기구에 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며, 출범까지 얼마나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나?

“언론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언론진흥재단·방송발전기금이 투입돼야 한다. 기금은 사실 이런 데 쓰라고 쌓아두는 것이다. 출범까지는 대략 1년 정도 소요될 거라고 본다. 외부에 연구용역을 주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 외에도 기자협회가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고 했다. 최근 현상금을 내걸어 기자들의 신상을 수집·공개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이트에 이름이 올라간 기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기자협회가 해당 사이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문제 되는 몇몇 기자가 아니라 거의 모든 기자를 대상으로 신상털기를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한 다음 날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방법은 없나?

“가능하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방심위의 설명에 따르면, 게시글의 2/3 이상에 범죄 혐의가 있어야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 또 이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 그래서 운영자는 ‘절대 적발되지 않으니 마음 놓고 기레기들을 비난하라’고 선동한다. 나는 가해자들을 끝까지 찾아내 응징하도록 기자협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회원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언론인으로서 긍지나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고, 점심을 거르면서 일을 하는데도 박봉이다. 상황이 이러니 유능한 기자들이 자꾸 언론계를 떠난다. 후배들에게 이런 좋지 않은 환경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국민께는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기자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라는 말이다.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란을 작성할 때 기자 대신 회사원이라고 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미어지더라. ‘어쩌다 기자가 자녀에게 떳떳하지 못한 직업이 됐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우리 국민이 보는 기사 중 정말 필요한 정보,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보도도 많지 않나. 기자협회가 허위·조작 보도 근절에 앞장설 테니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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