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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와 인생’]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 동생 프로골퍼 손새은 

‘언니 덕에 모델’ 오해, 꼬인 매듭 골프로 풀겠다 

6년째 타이틀리스트 광고 활동… 무표정한 얼굴로 시크한 매력 발산
주변 질시, 실력으로 정면돌파 각오… “내년까지 KLPGA 정회원 도전”


▎타이틀리스트와 카카오VX 광고모델인 손새은의 스윙. 176㎝의 큰 키로 다이나믹한 스윙을 한다. / 사진:타이틀리스트
"언제까지 똑딱이만 하게 할 거야”

요즘 골프 채널에 자주 나오는 카카오VX의 ‘프렌즈 아카데미’ 광고 카피다. 화면엔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처럼 어깨를 흔들고 있는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날카로운 이미지의 이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골퍼들이 많다. 중독되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한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모델로 발탁돼 6년간 활동하고 있는 프로골퍼 손새은(24)이다. 시크한 이미지다. 타이틀리스트는 광고에서 손새은을 통해 스윙에 집중하는 진지한 골퍼의 모습을 담고 싶어 했다. 카카오 광고에서 손새은은 눈을 부릅뜨고 있고, 눈썹 끝이 올라가 화가 난 듯한 컨셉트다. 광고는 레슨을 체계적으로 해주지 않는 기존 연습장들에 대한 항의를 손새은의 얼굴에 담으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 뒤늦게 시작


▎손새은(왼쪽)과 에이핑크에서 활동하다 배우가 된 언니 손나은. 손새은은 “언니의 연습생 생활 이후 5~6년간 얼굴보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 사진:손새은 인스타그램
그의 시크한 표정은 잘 통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세련된 이미지는 완벽한 스윙을 하며 예쁘면서 차가운 표정의 손새은이 일궜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도 그런 이미지를 이어 받아 손새은을 택했다. 카카오VX 관계자는 “완벽한 스윙이 가능하고 시크한 매력을 가졌다. 프렌즈 아카데미의 헤드 카피인 ‘언제까지 똑딱이만’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차세대 골프 아이콘”이라고 했다.

손새은은 “광고를 그렇게 찍어서인지 무표정한 게 습관이 됐다. 경기할 때 내 눈빛을 보고 두려워하는 동생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내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무표정 속에 여러 표정이 숨어 있다. 어릴 때 꿈은 승무원이었다. 승무원 출신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방송을 하는 게 멋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진로가 바뀌었다. 그는 “골프가 재미도 있었고 당시 연습하느라 학교에 덜 가는 게 무슨 특권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좋았다”고 기억했다.

손새은은 2012년 서울시 협회장배 여중부 단체전 3위를 했고 SR골프대회 여고부 개인전 3위를 하기도 했다.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못하지도 않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비교적 늦게 시작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었고, 키가 크다는 장점이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6년 타이틀리스트에서 모델 제의를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괜찮은 선수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대회장에 가보니 한 눈에 스윙이 좋고 세련된, 우리 모델로 딱 맞는 선수였다”고 술회했다. 타이틀리스트는 모델로 골프 선수만 쓴다. 골프장에서는 선수의 스윙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서다. 선수의 스윙은 다 아름답지만 이왕이면 비주얼이 좋은 선수의 스윙이 더 멋지다. 손새은이 발탁됐다.

손새은이 모델이 된 것은 축복이자 저주일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언니 후광으로 타이틀리스트 모델이 됐다’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손새은의 언니는 걸그룹 에이핑크의 주역이었던 손나은(27)이다. 타이틀리스트에서 손새은의 언니가 손나은인지 몰랐다고 한다. 손새은이 자랑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박성준 팀장은 “언니가 유명인이란 걸 알았더라도 모델이 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와 브랜드가 잘 맞느냐가 중요하지, 가족의 후광을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질시도 있었다. 손새은은 “모델이 된 후 일부 선배들이 인사를 안 받고 싫은 티를 냈다. 네 번 인사를 해도 안 받는 선배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언니 덕에 모델 된 아이라는 오명을 없애는 것, 손새은에겐 골프를 잘 해야 할 커다란 동기였다. 남보다 잘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 실력으로 꼬인 매듭을 풀겠다고 생각했다.

연습·라운드·레슨 밖에 모르는 손새은


뻔뻔하면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지만, 그런 성격도 안 됐다. 박성준 팀장은 “손새은은 마음이 착하고 주위 사람 배려를 잘 한다. 해외 촬영을 나가면 가장 힘든 시간에 자진해서 나서는 모델”이라고 했다.

골프는 생각이 많으면 복잡해진다. 손새은은 완벽주의자다. 그는 “내 외모는 얼굴형을 빼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다. 스윙에서도 약간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용납이 안됐다. 스윙을 세세하게 분석하다 보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 잘 쳐야 한다는 생각들은 커다란 납덩이가 되어 손새은을 짓눌렀다. 평소 이븐파 언더파를 치던 코스인데 대회가 되면 긴장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부담은 그의 목을 졸랐다. 대회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경기 전날 밤 매일 울었다. 아버지가 골프를 쉬자고 했다. 골프채를 놓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손새은은 “아침에 빗자루로 홀을 청소하고 있는데 문득 ‘내가 클럽을 휘두를 시간에 빗자루를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뒀다. 1년을 쉬었다. 그렇게 쉬다 보니 골프 생각이 다시 나더라”고 했다.

손새은은 2017년 KLPGA 세미 프로가 됐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마음 속 부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회원이 되지 못했다. 손새은은 점프투어(3부 투어)에서 경기한다. 많은 동료들이 3부 투어를 거쳐 2부 투어에 가고 1부 투어까지 올라갔는데 손새은은 외로운 3부 투어에 남아 있다.

손새은이 한눈을 파는 선수는 아니다. 3년 여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47개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 스폰서를 위한 홍보용이다. 매일 경기 용인의 해솔리아 골프장까지 출퇴근한다. 화려한 외면과 달리 손새은은 연습, 레슨, 라운드 밖에 모르는 선수다.

손새은은 골퍼로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골프 실력과 외모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짓궂게 물었다. 손새은은 “나는 광고모델 하려고 골프를 한 게 아니니까 바꿀 의향도 있다”고 했다. 좀 더 생각하더니 “바꾼 외모가 어느 정도인지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손새은은 또 “공 잘 쳐서 돈도 많이 벌고 조금 고치면(성형을 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결론은 이랬다. “그냥 이 얼굴로 열심히 해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이런 대답들처럼 아직 손새은은 혼란하다. 골프의 신은 손새은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손새은은 감정이 풍부하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등에서 펑펑 울어 화제가 된 언니 손나은처럼 눈물도 많다. 골프는 손새은에게 복잡한 감정을 준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 뒤 뇌 속에는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이제 현실적인 생각도 한다. 목표를 KLPGA 정회원으로 잡았다. 그는 “미련이 남으면 더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내년까지 도 전하기로 했다”고 했다.

손새은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남자아이들 포함, 반에서 가장 키가 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키가 컸다. 키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손새은은 프로필에는 175㎝라고 적었는데 실재론 176cm다. 푹 자고 난 아침엔 키가 더 크기도 한다. 어느 날 연습장에서 양말까지 다 벗고 쟀는데도 177㎝가 나왔다. 이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다섯 번을 쟀는데 똑같았다. 그날 연습을 하고 다시 재보니 176㎝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송은 골프 목표 이룬 뒤에’ 언니가 조언


▎셀카를 찍는 손새은. 주말도 없이 매일 골프 연습을 하기 때문에 이런 여유 시간은 별로 없다. / 사진:손새은
손새은은 키가 크면 상·하체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아크가 커서 장점이 더 많다고 여긴다. 모델로는 최고다. 타이틀리스트가 176㎝의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진 않는다. 손새은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손새은은 몸매가 호리호리하기 때문에 작은 옷도 입을 수 있다. 키가 큰 손새은이 입으면 스커트가 더 짧아 보인다.


▎손새은은 방송, 유튜브 등에서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 손새은은 “내년까지는 골프만 바라보겠다”고 했다. / 사진:타이틀리스트
언니 손나은과는 애틋하다. 손새은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가 걸그룹 연습생이 됐다. 손새은은 “언니가 연습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오더니 이듬해부터 합숙했다. 언니와 5~6년 떨어져 지냈다. 언니가 다시 집에 돌아오니 처음엔 서먹하더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후 그동안 못 나눈 정을 나누고 있다.

그는 “프렌즈 아카데미 광고 촬영 때 1분 만에 춤을 배웠는데 광고 찍는 분들이 내 포즈가 아주 잘 나온다고 하더라. 언니와 비슷한 유전자니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골프 콘텐트가 각광을 받는 요즘 손새은은 블루칩이다. 방송계에선 “스윙이 되고, 외모도 뛰어나며 인지도도 있는 손새은이 걸그룹 출신 손나은과 함께 출연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했다. 손새은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프로그램 등 많은 출연 요청이 온다. 나도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래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언니의 영향이 크다. 언니가 ‘방송은 목표를 이룬 후 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언니는 요즘 또 바쁘다. JTBC의 드라마 ‘인간실격’에 출연하고 있다. 손새은은 “언니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래도 짬을 내 골프를 같이 하기로 했다. 언니와 라운드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 성호준 골프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중앙일보 사회부와 스포츠부를 거쳐 골프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 네이버에 ‘성호준의 골프 다이어리’,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진품 명품’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JTBC골프 채널에서 [JTBC골프 매거진] [LPGA 탐구생활] 등을 진행했다. 저서로 [타이거 우즈 시대를 사는 행복][맨발의 투혼에서 그랜드슬램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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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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