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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글로벌 수소 전도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가능한 기술적 수단 모두 활용해 미래 지키겠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 신설해 기술 개발 등 친환경 시대 선도
2030년대 가까운 지역 연결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제품 출시 준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10월 14일 회장직에 취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그에게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와 함께 ‘글로벌 수소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정 회장의 연관어로 수소가 등장한다. 세계 유수(有數)의 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로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는 정 회장의 굵직한 글로벌 수소 행보, 즉 수소 발자국에서 기인한다. 정 회장은 수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수소사회 구현의 당위성을 역설해오고 있다. 사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현재의 수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 등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의선 회장은 우리 세대 책임과 의무의 관점에서 수소를 바라본다. 정 회장은 그룹 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겠냐”고 강조한다. 정 회장에게 태초의 청정에너지 수소는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솔루션이다.

기후 위기 극복 위해 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9월 8일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식에 참석한 정의선(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사장.
인류는 지난 2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과 환경오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솔루션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류와 지구에 제안하는 해결책은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다. 수소는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에너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며 연료로 사용하면 전기와 열,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원), 연간 CO2 감축 효과는 60억t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친환경 시대를 앞장서서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 FCEV를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2020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왼쪽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정의선 회장은 국내 수소 관련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수소기업협의체’ 산파역도 맡았다. 9월 초 공식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및 연료전지 공급, 활용을 넘어 기술 개발, 수소 밸류체인 구축, 산업 정책 분야 협력 추진 등 다양한 분야로 협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에 걸쳐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 6월 사우디 아람코사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등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내 수소 충전 인프라 및 사우디아라비아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견고한 수소탱크 생산 및 차량 경량화 관련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과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소 생산·공급·저장은 물론 수소전기차 개발, 연료전지시스템 활용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같은 달에는 중국 현지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상해전력, 상해순화, 융화전과 등 삼각주 지역, 징진지(京津冀, 베이징[北京]·톈진[天津]·허베이[河北]) 지역 파트너들과도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안타이과기, 허강공업기술과는 징진지 지역 수소전기차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정성스러운 서비스”


▎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2월 미국 에너지부(DOE, De partment of Energy)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확대를 위한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올해 2월에는 에어리퀴드, 블룸 에너지, 린데, 쉘 등 수소 사업 관련 글로벌 대표 기업 10개사와 함께 수소 연합체 ‘하이드로젠 포워드(Hydrogen Forward)’를 결성해 미국 수소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한 산업 정책 협력에 전방위적으로 힘쓰기로 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정 회장의 역점 분야다. 정 회장은 사내 UAM 사업부에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신년 메시지에서는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8년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가까운 지역을 연결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 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로봇 역시 정 회장의 주력 분야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네 다리로 걸어 다니는 로봇인 ‘스폿’과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로봇 연구조직(로보틱스랩)은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해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를 개발 중이다. 정 회장은 멕스의 개발자에게 “인류에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 개발해야 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40년 80%까지 올릴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한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에 박차


▎1.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 S-A1./ 사진:현대차그룹 / 2. 2019년 11월 현대자동차그룹 혁신 거점 ‘현대 크래들’이 개최한 ‘모빌리티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 기조연설에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개발 철학’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중앙포토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당장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차량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 게 문제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 부지에 초고층 건물(글로벌비즈니스센터)을 세우는 사업은 진행 속도가 더디다. 현대차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의선 회장 체제 1년과 관련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아주 힘들었다. 특히 한국은 노사 관계, 수출 부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그룹은 대한민국의 자동차 및 관련 부품산업을 잘 지켜왔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수소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스기사] 유럽시장서 돌풍… 현대차·기아의 10가지 ‘성공 비결’ - 세련된 디자인에 내구성과 친환경 기술까지 유럽 소비자 만족

22차례 자동차 종합 비교평가에서 9차례 1위 올라

독일의 유명 자동차 잡지 [아우토 모토 운트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이하 AMS)]는 지난해 8월 발행한 18호에서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성공 요인 총 10가지를 소개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유럽의 대중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S는 [아우토자이퉁(Auto Zeitung)], [아우토 빌트(Auto Bild)]와 함께 독일에서 신뢰성 높은 3대 자동차 매거진으로 1986년 창간해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유럽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이 높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로나19에도 지난해 7월 전월 대비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현대차 26.7%, 기아 30.4%)을 보이며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 점유율은 6.9%로 유럽 진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AMS가 선정한 현대차와 기아의 10가지 성공 요인은 ▷디자인 ▷내구성 ▷고성능차 주행 성능 ▷친환경 기술 ▷사용성 ▷보증기간 ▷편의성 ▷가격 ▷유럽 현지 맞춤형 기술 개발과 생산 ▷스포츠 마케팅이다.

AMS가 현대차와 기아의 10가지 성공 비결을 특집 기사로 다룬 배경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한 22회의 자동차 종합비교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총 9차례 1위를 차지한 데 기인한다. 소형 해치백부터 중형 SUV 및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다양한 차량이 AMS가 실시한 22회의 비교평가에서 실내 공간, 조작 용이성, 품질, 기본 편의 사양, 보증 기간 등에서 우세한 결과를 나타냈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2018년 연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으며, 2019년에는 전년 대비 2.8% 높은 106만585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6.9%를 기록해,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전년과 동일한 3.4% 점유율을 유지했으며, 기아는 3.5%를 기록해 0.3%p를 늘렸다. 7월에는 현대차가 전월 대비 26.7% 증가한 4만1255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전월 대비 30.4% 상승한 4만5168대를 판매하며 반등을 이어갔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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