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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식용견 해외 입양 보내 새 삶 찾아주는 사람들 

“개를 가축으로 규정한 축산법이 문제… 보신탕집 주인들 설득도 포기 말아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문재인 대통령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 이후 식용 반대 목소리 높아져
개식용금지법 제정하면 관련 업종 종사자 한순간 범법자 전락할 우려도


▎김나미 세이브코리언독스 대표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10년 세월 동안 4000여 마리를 구조했다”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 한국에서 개 식용 문화 퇴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사진:최현목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곧바로 관계부처의 개 식용 금지 방안 논의로 이어졌다.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건 하나의 고정관념이자 인종적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이 10월 3일(현지시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구단 팟캐스트와 나눈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맨유 팬들에게 소위 ‘개고기송’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응원가를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다.

“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Park~ Park~ where ever you may be you eat dogs in your country).”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한 2005년부터 그가 은퇴한 이후에도 이 노래 가사는 올드 트래포드(맨유의 홈구장)에 울려 퍼졌다. 행간을 보면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저격했다기보다 맨유의 라이벌 팀인 리버풀을 조롱하는 내용임에도 박지성이 이 노래를 멈춰달라고 맨유 팬들에게 호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 후배 황희찬 선수의 울버햄프턴 입단이 발표되던 순간 개고기송이 원정 응원을 떠났던 맨유 팬들로부터 불려서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는 더는 주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이브코리언독스, 10년 동안 4000여 마리 구조


▎오산 미 공군기지 장교가 입양한 ‘마블’은 텍사스 군견학교에서 폭발물탐지견으로 훈련받고 있다. / 사진:세이브코리언독스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떠나서 해외, 특히 영미권 국가들이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두 이슈가 불거진 후 수많은 외신이 이를 앞다퉈 보도한 게 증거라 할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문 대통령이 국제적 논란거리인 개 식용을 금지하자고 언급했다”며 “한국에서 개고기는 오랜 기간 하나의 음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반려인이 늘면서 개고기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개 식용 문화는 더는 주류가 아니다”라며 정보분석업체 닐슨의 여론조사 결과를 덧붙였다. 닐슨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개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NYT는 “한국인이 개를 식용하기 위해 기른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이라며 기사를 매조졌다.

외국인의 관심이 행동으로 옮겨 간 지는 꽤 오래전이다. 한국에서 개가 가장 많이 도축된다는 초복·말복 즈음이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 개 식용 반대 시위를 벌인다. 그중에는 보신탕집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행동파도 더러 있다. 2015년 7월 초복을 앞두고 국회 앞에는 외국인 3명이 ‘더 이상 개고기를 반대한다(No more dog meat)’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던 적이 있다. 세 사람의 이름은 메들린(영국), 에이슨(캐나다), 안리(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물구조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의 활동을 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었다.

세이브코리언독스는 개농장, 번식장 등지에서 구조한 개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비영리단체다. 1980년 미국으로 이민 간 김나미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종교학과 연구교수로 지내다 조기 퇴직하고, 2011년 겨울 귀국해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김 대표는 개 4000여 마리를 구조했다. 한 해 평균 400마리 정도다. 김 대표는 “그중 한 해 300마리 정도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세이브코리언독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난 건 10월 6일. 경기도는 개농장과 도축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650평(약 2150㎡) 남짓한 넓은 마당에 있던 개들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다. 대부분 도축 직전 가까스로 구조된 개들이다. 김 대표는 기자를 사무실로 안내하며 “개농장에서 학대받던 개들이라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특히 남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와 법인의 이사, 그리고 세이브코리언독스 회원은 자신들을 ‘5분 대기조’라고 설명했다. 식용견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곧장 현장으로 출동해서다.

세이브코리언독스 관계자들 역시 문 대통령과 박지성 전 선수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이 영국에서 크게 이슈가 됐다”며 입을 연 김 대표는 “해외 친구들이 [CNN], [뉴욕포스트] 등 관련 외신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그래서 나는 그 링크를 친분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보다 외신을 통해 주로 목소리를 내온 김 대표는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외신들로부터 문의 연락이 쇄도했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들은 한국에서 이른바 개식용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 제정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정부의 확실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었다. “내가 ‘국제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말해주면 그대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관이 말하길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문 대통령이 한마디 한 것이고, 진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사람은 다음 타자(차기 대통령)’라고 했다.”

식용견 제보 들어오면 즉각 현장으로 출동


▎하얀색 진돗개 ‘마일즈’는 사체탐지견이 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 사진:세이브코리언독스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적기가 있었다. 20대 국회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 식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누구든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할 수 있으며, 동물 학대 업소의 영업 취소·정지와 함께 학대받은 동물 몰수,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 등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대표는 2015~2017년 이 법안 발의를 위해 문턱이 닳도록 국회를 찾았다. 김 대표가 요즘에도 소통한다는 행정관은 당시 알게 됐고, 지금도 수시로 연락한다. 2017년 1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제 동물보호단체 주최로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심의·상정을 촉구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표 의원과 김 대표, 크리스 디로즈 국제동물보호단체 LCA(Last Chance for Animals) 창립자 겸 회장, 소이독재단 창립자 존 달리와 레너드 코엔, 케빈 브라이트 미국 시트콤 [프렌즈] 감독과 LA 동물 보호가 등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전 세계 동물 보호 활동가 45만 명으로부터 받은 동물보호법 개정안 지지 서명을 표 의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도 9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그 가운데 개를 가축으로 규정한 축산법 개정 필요성을 들었다. 축산법의 그 규정 때문에 개농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2018년 하남 개농장 사건은 식용 용도로 대규모로 길러지는 개들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그해 하남의 감일택지개발지구 부지에 개농장주들이 소위 ‘알박기’를 통해 무단으로 점유한 뒤 개발업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이전 및 생활대책 비용으로 무려 60억원을 보상으로 요구한 사건이다. 방치된 개들은 죽은 개의 사체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연명하고 있어 충격을 줬다. 하남시청이 개농장주에게서 개들을 긴급 격리 조치하고, 여러 단체가 임시보호소를 세워 문제를 해결했다.

2016년부터 개 구조 활동을 해온 최은영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세이브코리언독스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최씨 등은 하남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5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정해진 기한 내 도사견 다섯 마리를 보낼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다. 그때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알게 됐고, 김 대표가 도사견 다섯 마리를 흔쾌히 맡아줬다고 한다. 최씨는 현재 세이브코리언독스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조된 개들, 사람에 대한 극심한 트라우마


▎1997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하는 최선희씨는 이동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 사진:최선희
김 대표와 최씨는 2018년부터 개 수백 마리를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내고 있다. 주로 국내 입양이 여의치 않은 중대형견이다. 최씨는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는 식용으로 길러졌기 때문에 중대형견이 많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 손길을 피하고, 심할 경우 입질(개가 무는 행동)도 한다”며 “한국의 경우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소형견을 선호한다. 그런데 해외 입양 희망자 중에는 ‘내가 사랑으로 보듬어 변화시키겠다’며 오히려 트라우마가 심한 개를 선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하남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두 마리를 미국 플로리다로 입양 보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개들의 이름은 ‘아샤’와 ‘주주’. 세이브코리언독스가 구조 당시의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리는데, 그걸 본 플로리다의 의사 부부로부터 아샤와 주주를 입양하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플로리다행(行) 직항이 없다 보니 애틀랜타를 통해 자동차로 6시간을 이동하는 고된 행군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댈러스에 사는 봉사자였다. 그는 댈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애틀랜타로 이동한 뒤 아샤와 주주를 건네받고는 자동차를 빌려 플로리다로 향했다.

최씨가 기억하는 아샤와 주주는 유독 트라우마가 심한 개들이었다. “곁을 안 주고 도망 다니기만 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해 목욕시키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입양자인 의사 부부로부터 건네받은 영상을 보고는 감격했다고 한다. 영상에는 아샤와 주주가 마당 잔디밭에서 뛰노는가 하면 의사 부부가 건네는 고기를 받아먹는 장면이 담겼다. 최씨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그 먼 거리를 선뜻 이동하겠다고 한 봉사자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동물구조단체에서는 이렇듯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이동봉사자’라고 부른다.

1997년부터 미국에서 사는 최선희씨는 최근 이동봉사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SNS에 지인이 이동봉사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개를 한국에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 9월의 일을 떠올렸다. 마침 한국에 있을 때였는데, 최씨는 샌프란시스코로 개 세 마리를 데려갈 이동봉사자가 필요하다는 SNS를 보고 자원했다. 마침 최씨의 거주지도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최씨는 마중 나온 미국의 동물구조단체 AFRP(Animal Friends Rescue Projrct)의 임시보호자 세 명에게 개를 안전히 전달했다.

해외 동물구조단체와 긴밀한 협업 이어가


▎김나미 세이브코리언독스 대표의 수첩에는 입양 보낸 개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다. / 사진:세이브코리언독스
“임시보호자에게서 한국 개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분들과 개들이 어떻게 미국에서 적응하고 있는지 사진을 주고받으며 함께 기뻐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간단한 봉사였지만, 보호자 같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 일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SNS에 사연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더라.”

최은영씨도 이동봉사자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8월 시카고 임시보호자에게 구조한 개를 보냈는데, 워싱턴DC에 사는 사람이 입양 의사를 밝혔다. 시카고에서 워싱턴DC까지 차량으로 꼬박 18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이동봉사자 세 명이 소형 비행기로 세 차례, 자동차로 두 차례 옮겨 타고 결국 워싱턴DC까지 개를 옮겨줬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소위 ‘견생역전’ 스토리도 있다. 하남 개농장에서 구조돼 캐나다 빅토리아섬으로 입양 간 발리는 ‘인스타그램 스타’가 됐다. 하얀 진돗개인 발리의 원래 이름은 릴리, 입양자가 발리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줬다고 한다. 최씨는 “메시지를 통해 입양 보낸 개들의 소식을 계속 접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넓은 땅에서 뛰어놀며 사랑받는 발리의 사진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특수목적견(마약탐지견, 군견, 인명구조견, 사체탐지견 등)으로 활약하는 일도 더러 있다. 김나미 대표는 ‘마블’과 ‘마일즈’의 사연을 들려줬다. 2018~2019년 오산 미 공군기지 장교들은 주말이면 세이브코리언독스로 봉사를 오곤 했다. 그중 아프간 전쟁에서 군견을 데리고 참전했던 한 장교가 개를 입양하고 싶다고 김 대표에게 말했고, 한 마리를 골라 마블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마블은 텍사스 군견학교에서 폭발물탐지견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장교가 입양한 하얀색 진돗개 마일즈는 사체탐지견이 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해외 입양 외에도 세이브코리언독스는 개고기 근절을 위한 인식 변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엠티 케이지(EMPTY CAGES)’라는 이름의 개 식육 산업 종사자 직업전환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개 식육산업과 무관한 쪽으로 업종을 변경하면 그에 맞는 물품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개농장 소유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대안적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 캠페인은 세이브코리언독스의 미국지부 대표인 하이디 릴런드(Heidi Leland)의 아이디어다. 세이브코리언독스에서 봉사자로 일했던 하이디 대표는 고국으로 돌아가 2019년 초 미국지부를 설립했다.

하이디 대표는 2019년 8월 불법 개농장과 경매장을 폐쇄한 김포시의 도시 재활성화 프로젝트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하이디 대표는 “이 캠페인은 김포시가 진행한 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농장 폐쇄는 개의 도축을 막기 위해서도,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꼭 이루어져야 한다”면서도 “개농장주가 이전에 다른 종류의 직업에 종사한 적이 없어 이 캠페인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하이디 대표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개농장주가 다시 개 식육 산업에 종사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하면, 직업 기술 훈련 및 대체 직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디 대표는 대체 직업으로 채소·과일 재배와 같은 농업, 양봉, 차량 정비 등을 꼽았다.

세이브코리언독스는 캠페인 초반에는 물품이 아닌 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내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직업을 바꾸겠다는 약속한 개농장주가 오히려 폐쇄해야 할 개농장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데 그 돈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현금 지급에서 물품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그마저도 취지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갈 때가 많았다. 김 대표는 “어떤 개농장주가 현금으로 달라고 해 ‘그럴 수 없다’고 하니 대신 대형 냉동고를 사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 사람은 그곳의 개를 도축해 더 많이 저장하려고 냉동고를 사달라고 했던 거였다. 그래서 단호히 거절했다”고 회고했다.

“식용견과 애완견 구분하면 될 일” 반발도 만만찮아


▎2017년 1월 25일 국제 동물보호단체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심의·상정 촉구 간담회에서 김나미 세이브코리언독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세이브코리언독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캠페인을 지속한 덕분에 요즘 들어서는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가 한 보신탕집 주인에게 간판 무료 교체 등의 지원을 약속하고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주인이 식당의 메뉴를 기존 보신탕에서 비빔국수로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문 닫는 보신탕집이 많다”며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니 직업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개고기를 대체할 만한 다른 육류 소비가 늘어난 데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동물권 운동까지 확산하면서 보신탕 수요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던 경기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중 현재 유지되는 곳은 칠성시장뿐이지만, 이마 저도 존폐 위기에 몰렸다.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업종 전환 지원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로 (칠성개시장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보신탕집은 6~7년간 약 70% 감소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개 식용 문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이후 30여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 발언 후 개 식용 관련 단체는 ‘망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용견과 애완견만 구분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종 종사자의 생존권과 직업선택권,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민감한 문제도 걸려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만약 개식용금지법이 제정되면 관련 업종 종사자를 한순간에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들려온다. 법제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찬반 역시 팽팽하다.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10월 11~12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고기를 법으로 규제하는 데 찬성하는가’란 질문에 찬성 46.4%, 반대 46.0%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법제화를 반대하는 측은 개 식용 인구의 감소로 자연스레 사라질 산업을 굳이 법으로 막을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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