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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중국 포위전선의 선봉에 서는 호주 

미국 ‘오커스’ 창설에 호주 합류, 베를린 장벽 붕괴와도 같은 지정학적 지각변동 

모리슨 호주 총리, 佛과 잠수함 계약 파기하고 G7 정상회담 후 美·英과 안보 협력
파이브 아이즈, 쿼드 등 미국의 견제 강화에 중국 강력 반발하며 호주에 경제 보복


▎호주의 무역, 유학생, 관광객 등에서 최대 수입원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호주가 외교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같이하자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심화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020년 3월 국방부에 핵 잠수함 도입 여부 검토를 비밀리에 지시했다. 당시 호주 정부는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 등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인 호주를 눈엣가시로 간주해 각종 보복 조치를 강화해왔다. 이 당시 호주 정부는 프랑스 방산 업체인 나발그룹과 2016년 체결한 37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건조 계약에 불만을 제기한 상태였다. 호주 정부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나발그룹과 건조 단가 추가 인상, 보증 기간, 건조 기술 이전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특히 나발그룹은 최종 계약 당시 건조비용을 9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호주 국방부는 모리슨 총리의 ‘플랜 B’를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앵거스 캠벨 참모총장과 마이클 누난 해군참모차장 등으로 위원회를 조직해 핵 잠수함 도입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모리슨 총리는 팀 브라운 해군 제독을 비롯한 핵 전문가들로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핵 잠수함 도입 계획 추진을 지시했다. 모리슨 총리는 린다 레이놀즈 전 국방장관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와 태스크 포스는 미국으로부터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받는 문제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미국 역대 정부는 1958년 영국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한 이후로는 어떤 국가에도 이 기술을 전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2021년 3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미국이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은밀하게 타진했다. 호주는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의 일원으로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과 밀접한 동맹 관계를 맺어왔다. 존슨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모리슨 총리의 의사를 전달하는 등 호주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특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인 존슨 총리는 지난 6월 12~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모리슨 총리를 옵서버로 초청해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로 3자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했다.

영국의 중매로 성사된 오커스 동맹


▎2021년 6월 열린 G7 회의에서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극비리에 호주의 핵 잠수함 무장을 논의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당시 세 정상은 3국의 안보협의체 창설과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 잠수함 건조 기술 이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은 ‘당시 3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모두 일급비밀로 분류됐고, 이에 따른 실무자들의 회담은 극비리에 진행됐다’면서 ‘G7 정상회의 기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가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어떤 암시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가 끝난 후 파리를 방문한 모리슨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호주가 프랑스산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주권 수호와 전략적 자율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9월 15일 존슨 총리, 모리슨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3국이 새로운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창설하고,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혀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커스는 호주(A), 영국(UK), 미국(US)의 국명 영어 알파벳 머리글자를 합쳐 만든 것이다. 3국은 앞으로 오커스를 통해 사이버,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수중 시스템, 장거리 미사일 등 핵심 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안보 정보 및 기술 공유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3국은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18개월간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호주의 능력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핵 잠수함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고위관리는 “호주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며, 추후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2030~2040년까지 핵 잠수함 8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현재 핵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들은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등 모두 6개국으로, 호주는 전 세계에서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미국이 오커스를 창설하고 호주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영국·호주 등 3개국은 과거에 함께했던 것처럼 21세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공동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반드시 지켜나가기 위해 3개국은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는 역사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도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보다 더 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국 정상이 공동 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커스 창설은 3국이 연합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오커스의 목적은 중국의 경제·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커스 창설은 1956년 수에즈 운하 사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지정학적 지각변동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은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세계 안보 질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스티븐 왈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오커스 창설은 미래에 역내 헤게모니를 노리려는 중국의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설계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이듬해 영국과 ‘상호 방위 목적의 원자력 이용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했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로 위기감이 증폭되자 미국은 영국과 손잡고 소련의 도전에 맞선 것이었다. 미국이 63년 만에 영국과 호주와 함께 새로운 도전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호주


▎중국의 전력 생산은 50% 이상을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의 역풍으로 중국 각지에서 제한 송전이 속출하고 있다. / 사진:바이두 캡처
미국이 영국과 호주를 반중 연합 전선의 주축 국가로 삼은 이유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과 호주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지금까지 벌여온 크고 작은 각종 전쟁과 분쟁에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에 2만 명을 파병했고, 아프가니스탄전에도 참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호주는 오랫동안 신의 있고(faithful) 유능한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호주를 중국 견제 전략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동안 호주가 미국을 지지해왔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 사업 참여 배제 ▷코로나19 기원과 책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 조사 요구 ▷신장 웨이우얼(위구르)과 티베트의 인권 문제 및 홍콩 민주주의 탄압 비판 ▷대만과 남중국해 개입 ▷빅토리아 주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취소 조치 등 반중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호주에 대해 석탄 수입 금지를 비롯해 면화·목재·랍스터·구리 등에 대해 수입 제한과 금지 및 통관 불허 등의 조치를 내렸고, 와인에 최대 200% 반덤핑관세까지 부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게다가 호주는 쿼드와 영미권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고, 미국과는 1951년 앤저스(ANZUS)조약을 체결해 안보 협력을 해왔다.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5개국으로 구성된 파이브 아이즈는 정보 공유 협정에 따라 상호 정보기관을 자국 기관처럼 이용할 수 있고, 위성사진 등 고급 기밀정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제한 공유한다. 현재 호주 중부 사막지대인 앨리스스프링스 인근에는 미국의 비밀군사시설인 파인 갭 기지가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등이 합동 운영하는 이 기지는 전 세계의 모든 전파를 첩보위성으로 감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 기지에 탄도 미사일을 조기 탐지할 수 있는 인공위성 감시시스템(SBIS)도 구축했다.

미국 ‘유사시 사흘 내 중국 해군 궤멸’ 목표


▎2020년 7월 필리핀 해역에서 미국, 호주, 일본 등 삼국 함대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중국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결의가 읽힌다. / 사진:미 해군 페이스북
호주도 자체 개발한 진달리(Jindalee) 초지평선 레이더(Over-the-Horizon Radar)를 이 기지에 설치해 수집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영국과 앵글로색슨이라는 민족과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고, 영어를 사용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호주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지정학적인 전략요충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호주는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와는 2900㎞ 정도 떨어져 있다. 또한 호주는 중국의 탄도 미사일의 위협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괌과 오키나와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한다는 것은 군사 전략적으로 볼 때 중국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핵 잠수함은 농축우라늄 연료를 한 번 장전하면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므로 원거리 작전을 하거나 심해에 숨어 있다가 은밀하게 적국의 항만 입구 등으로 접근해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핵 잠수함은 제해권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디젤 잠수함보다 속도, 기동성, 생존 가능성, 내구성 등 각종 성능이 월등히 우수하다. 호주는 미국의 공격형 핵 잠수함인 버지니아급을 건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주력인 버지니아급 핵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배수량 7800t, 길이 115m, 너비 10.06m, 승조원은 130여 명이다.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BGM-109)과 533㎜ 어뢰(MK-48)를 장착하고 있다. 항속은 시속 46㎞이며 잠항 능력이 뛰어나 작전 반경이 사실상 무제한이다. 실제로 호주 서부 퍼스 해군 기지에서 출발한 잠수함이 남중국해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 태세를 유지하는 기간을 보면 핵 잠수함은 77일, 재래식 잠수함은 11일로 추산된다.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면 이처럼 전략적으로 상당한 우위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면 중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면서 “호주로서는 미국의 촘촘한 대중(對中) 포위망에 더욱 깊게 개입하면서 유사시 자동적으로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호주는 핵 잠수함에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와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핵 잠수함에 핵무기를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주는 앞으로도 모든 핵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면 중국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까지 일상적 정찰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호주는 중국에 대항해 미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하는 쪽에 베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호주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려는 의도는 ‘유사시 사흘 내 중국 해군 궤멸’이란 목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매슈 크로닉 연구원은 “중국의 군사력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72시간 이내에 중국 해군을 궤멸할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지원으로 호주가 만들게 될 공격용 핵 잠수함들은 적의 전함을 파괴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이런 것들이 중국에 맞서 미국과 동맹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화해야 할 억지와 방어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도 “미군이 72시간 이내에 남중국해의 모든 중국 군함, 잠수함, 상선을 침몰시키겠다고 믿을 만한 위협을 할 역량이 있다면 중국 지도자들이 예컨대 대만의 봉쇄나 침공 같은 것을 시작하기 전에 재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마이클 슈브리지 연구원도 “핵 잠수함은 매우 강력한 타격 무기이기 때문에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면 미국은 중국 견제 세력의 외연을 확장하고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핵 잠수함 52척, 중국은 7척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호주가 2030~2040년 핵 잠수함 8척을 보유하면 중국과 비슷한 잠수함 전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과 호주는 오커스 창설을 계기로 밀월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호주는 9월 16일 워싱턴에서 외교와 국방장관(2+2)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피터 더던 호주 국방장관은 “양국의 군사 협력을 증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 군의 상호 운용성과 동맹 활동을 확대하겠다”면서 “미사일 개발을 비롯해 미군 추가 배치 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미국과 호주는 해상과 항공 능력뿐 아니라 지상군 훈련 기회 확대 등을 통해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호주 주둔 미군을 확대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병대는 그동안 호주 북부 다윈에 2200명의 병력을 순환 배치해왔다. 미국은 호주 퍼스 해군 기지에 핵 잠수함을 순환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앵글로색슨의 패거리주의” 강력 반발


▎2021년 9월 미국 백악관에서 인도, 일본, 호주의 정상이 참여하는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가 열렸다. / 사진:AP연합뉴스
또한 미국은 폭격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전투기와 함께 정비 요원, 전투 요원을 호주에 더 많이 배치할 것이 분명하다. 호주는 앞으로 F-18 슈퍼 호넷 전투기에 탑재되는 대함미사일, 음속의 최소 5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과 해저드론, 장거리 크루즈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다. 미국은 호주와 일본이 함께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호주를 꼽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호주는 중국의 경제 보복과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호주가 홀로 싸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포위 전략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 매체들은 오커스 창설과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 잠수함 건조 기술 이전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오커스 창설과 핵 잠수함 협력이 냉전 회귀, 군비경쟁 심화와 핵확산 측면에서 역내 평화·안정과 국제질서에 3대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미국이 앵글로색슨 소그룹을 만들고, 지정학적 사익을 국제단결보다 상위에 두는 것은 냉전 사고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잠수함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지역 안보와 평화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군비 경쟁을 촉발하며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에 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호주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입으로는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구축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패거리를 짓고 소그룹을 만드는 수작을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미국과 영국 및 호주의 핵 잠수함 프로젝트 착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다른 비핵보유국들이 핵 잠수함 확보에 나선다면 NPT 체제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인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호주가 군사적으로 무모하게 행동한다면 중국의 일벌백계 대상이 될 것”이라며 “남중국해에서 목숨을 잃는 첫 서방 군인도 호주 사람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게임 본격화

중국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강화함으로써 자국을 포위·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호주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면 자국의 안보는 물론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에 맞서 군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핵 잠수함 20여 척을 보유할 계획이지만, 호주가 핵 잠수함을 확보하게 되면 앞으로 추가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군비 부담이 된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 호주 지원을 통해 동남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자국 편에 줄 서도록 하려는 속셈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의 지정학적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은 오커스 창설 그리고 호주의 핵 잠수함 보유 전략을 테이블 위에 꺼내놨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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