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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토건족과 정·관·법조의 합작품 ‘대장동 게이트’ 내막 

여야 운명을 건 ‘대선판 오징어 게임’ 시작됐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수천억 돈 잔치에 전직 언론·법조·정치인 전방위로 얽힌 복마전
검찰 칼끝 이재명 향하면 치명적이지만 보수 진영 부메랑 될 수도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반이재명 세력들도 이 지사를 몸통으로 의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9월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 입구에서 ‘화천대유’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선 정국에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다.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에서 벌어진 도시개발사업의 막대한 이익을 놓고 개발업자들이 벌인 돈 잔치의 뚜껑이 열리자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마구 쏟아진다. 여야 정치권과 성남시, 성남시의회는 물론 언론, 법조계, 건설업계, 금융계 등으로 계속 번지면서 폭죽이 터지듯 확산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게이트의 중심에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그는 성남시장이었다. 민관 합동의 개발 방식을 고안한 게 바로 이 지사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반이재명 세력들도 이 지사를 몸통으로 의심한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라는 원색적인 프레임이 이 지사를 향한다. 이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익 환수”라고 맞서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시시각각 ‘단독’을 내건 관련 기사와 의혹들이 쏟아지지만, 대장동 의혹 전체를 조망하고 핵심을 꿰뚫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산발적 의혹 제기와 백가쟁명식 분석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감히 예측하기 어렵다. 상대 진영을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 정치권도 내심 ‘자폭’이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대장동 개발사업체 중 하나인 ‘화천대유’ 관련 의혹을 제기하던 곽상도 전 의원은 오히려 자신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다가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쾌재를 부르며 반격에 나섰던 민주당도 한때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연루돼 구속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아귀도(餓鬼道)나 다름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귀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다.

캐면 캘수록 커지는 의혹, 안갯속 몸통은 누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들. 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곽상도 전 의원 아들 곽 모씨, 남욱 변호사. /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전개된 대장동 게이트는 전말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다.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의혹의 핵심은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산하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우선주 53.76%를 보유하고, 하나은행(15.06%)·국민은행(8.6%)·기업은행(8.6%) 등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또 보통주 7%를 SK증권(6%)과 화천대유(1%)가 각각 보유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건 화천대유다. 보통주 지분 1%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4998만원을 투자해 2018~2020년에 받아간 배당금은 577억원이다. 화천대유는 경제지 법조팀장을 지낸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다. 특히 SK증권을 통해 구성된 화천대유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1~7호 펀드가 가져간 배당금은 무려 3463억원으로 24억9984만원을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간 배당금 183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단,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가 얻은 이익 중에는 현금 배당 외에 결합개발 방식으로 진행한 1공단 부지 공원화 사업비와 터널 공사비를 포함해 5500억원 정도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호와 3호는 김만배씨의 부인과 누나가 각각 소유했다. 4호는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남욱 변호사(NSJ홀딩스 대표), 5호는 공인회계사 정영학씨, 6호는 남 변호사와 같은 로펌(법무법인 강남)에 있었던 조현성 변호사, 7호는 김씨의 후배 기자인 배모씨의 소유다. 즉 김씨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 7명이 4040억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들의 투자금은 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분명 정상적인 구조로 보기 어렵다.

화천대유의 수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한 대장동 5개 필지를 분양해 순이익 4500억원을 추가로 거뒀다. 사업 방식을 살펴보면 화천대유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민간개발에서 가장 까다로운 절차인 토지 수용과 인허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함으로써 리스크를 해소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분양이익이 크게 늘었다. 화천대유의 이익률은 약 25%에 육박한다. 건설업계에서 통상 분양 이익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화천대유와 관련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일개 무명 개발업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화천대유 고문단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권순일 전 대법관, 최순실의 변호인이었던 이경재 변호사,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재직한 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고, 마찬가지로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박 전 특검의 딸은 현재 시세 15억원을 호가하는 대장동 아파트를 6억~7억원에 분양받았다.

여기에 또 한 인물, 이재명 지사 취임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장이 공석이어서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사장 직무를 대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에 연관된 인물 중 가장 먼저 구속됐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배임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거액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또 김만배씨로부터 뇌물 5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가 수익 배분과 자금 사용처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에게는 755억원 상당의 뇌물공여와 1100억 원 대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55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두고 있다. 또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이익 중 약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700억 약정설’의 당사자로도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준 50억원도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의심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유 전 본부장에 이어 10월 12일 검찰이 김씨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50억 클럽’, ‘700억 약정설’ 뚜렷한 물증은 없어


▎검찰은 9월 29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소재 회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영장 청구의 근거로 내세운 핵심 물증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이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수익금 배분 과정에서 김씨를 비롯한 동업자들과 유 전 본부장 등이 나눈 대화를 비롯해 성남시의회 등 여러 곳에 뇌물이 전해졌다는 정황을 의심케 할 내용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평가됐지만, 법원이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신빙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녹취록은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유일한 물증이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조만간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아직 확대될 여지는 남아 있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참여해 왔다. 당시 LH가 대장동을 민영개발로 추진하자 부동산 개발 시행사로부터 민간개발로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기소된 적이 있다. 그는 김씨와 함께 화천대유에 참여해 1007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최근 JTBC와의 인터뷰에서 남 변호사는 “저희끼리 7명에게 50억씩 주기로 이야기했었다”면서 로비 대상을 일컫는 일명 ‘50억 클럽’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분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아래로는 용인, 위로는 판교, 동쪽으로는 분당에 둘러싸여 ‘판교의 마지막 노른자’라고 부를 만큼 개발 압력이 높았다. 처음에는 LH가 이 지역을 공공형 개발로 추진했다. 용인과 판교의 난개발이 이슈로 떠오른 때다. LH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원주택단지 형태를 구상했다. 이는 2004년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됐고, 건설교통부도 이를 승인했다. 그런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됐다. 2005년 11월 토지수용 보상 차익을 노리고 불법으로 토지를 사들인 공무원과 투기세력 2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건교부는 곧장 대장동 개발사업을 중단했다. 성남시가 보상을 노리는 투기를 막기 위해 행위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수년간 개발사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공공개발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대장동 주민들과 개발업자를 중심으로 민간개발이 추진됐다. 그러나 계획적인 개발 필요성을 느낀 성남시가 대장동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LH가 사업을 제안하면서 공공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촉발한 세계 경제 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일로였다.

대장동 개발, 2010년 이재명 시장 당선된 뒤 급물살


▎‘대장동 게이트’를 몰고 온 경기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일대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결정타가 됐다. “LH는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하지 않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 당시 이지송 LH 사장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과 경쟁하는 부분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정치권의 대장동 공공개발 포기 압력이 시작됐다.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10월 LH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LH는 2010년 결국 대장동 개발에서 손을 뗐다. 후에 드러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신 의원의 동생이 부동산업자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대장동 로비’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LH 간부 등이 연루돼 9명이 구속되고 11명이 기소됐다.

2010년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당선하면서 대장동 개발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 시장은 성남시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을 추진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난개발을 막고 전체 도시계획에 걸맞은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성남시 공무원은 “이 시장은 지역에서 발생한 개발 이익을 정부와 민간 업자들에게 다 뺏기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지역의 이익은 지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후에 여러 이익 환원정책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아파트 개발사업을 한 예가 거의 없었다. 지방채 발행과 부채 비율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부터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더구나 성남시는 전임 시장 시절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있었다.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 운용 실태를 환기시킨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특히 반대가 심했다. 당시 시의회를 장악했던 새누리당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강하게 막았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채 발행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성남시에는 대장동 외에 개발 압력이 높았던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다. 수정구 신흥동 구시가지에 위치한 옛 1공단 부지다. 1공단은 1970년대 초 공단으로 사용되다가 시가지가 조성되고 공해가 문제 되면서 1998년 주거 및 상업용지로 전환됐다. 이후 2009년 신흥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압력이 높았지만, 지역 시민사회 진영을 중심으로 개발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 시장은 1공단 개발을 막고 공원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시장 취임 후 1공단 부지 소유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SPP)가 제출한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은 번번이 반려됐다. SPP는 성남시의 사업시행자 지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성남시를, 2심은 SPP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이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1공단 부지 민간개발은 좌초됐다.

‘지역의 이익은 지역민에게’ 설계자 이재명의 인식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50억원 약속 그룹’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부지를 매입해 공원화하는 데 들어갈 천문학적인 사업비였다. 당시 성남시가 추산한 사업비는 2761억원에 달했다. 전체 8만4000㎡ 가운데 법조단지가 들어서는 곳을 제외한 4만6615㎡ 부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대장동과 신흥동을 시가 직접 개발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2012년 4월 도시개발법이 개정돼 결합도시개발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개발사업은 단일구역에서 이뤄지는 게 상식이었다. 멀리 떨어진 두 구역을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해짐으로써 대장동과 1공단 부지를 묶어 하나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이익으로 1공단 부지를 공원화하는 결합개발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다만 여전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때 ‘이재명의 설계’가 다시 등장한다. 대장동 개발에 민간을 참여시켜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는 민관 합동개발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1월 23일 이 시장은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 구역 지정 추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이익금 약 2200억원을 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4년 6월 이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마침 새로 구성된 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해 시의회의 견제가 사라졌다. 지지부진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탔고, 여기에 이 시장의 당선을 도왔던 유동규씨(당시엔 수도권 1기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장)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됐다. 유 본부장은 이 시장이 구상한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대장동·1공단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뒤 이재명 후보가 했던 발언은 당시 민관 합동개발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을 잘 드러낸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1일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민관 합작을 하려면) 마귀의 돈을 써야 하고, 마귀와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민간과 거래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 대한 강변이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대해서는 “(개발 과정에서) 오염이 일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사업을 추진할 당시 “이 사건은 앞으로 특수부 수사를 몇 번씩 받게 될 테니 절대로 부정행위나 불공정이 있어선 안 된다고 열댓 번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청렴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성남시청사 화장실마다 ‘부패지옥 청렴천국’과 같은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가 하면,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강연이나 월례조회 때마다 청렴교육이 수시로 이뤄졌다. 2016년 7월 이 시장이 월례조회에서 실시한 공직자 청렴 교육은 당시 그가 얼마나 예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장은 “이 관청 근처에서 관청의 힘을 빌려갖고 사업을 해보겠다는 사람들, 제가 누누이 얘기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마귀, 천사의 얼굴을 한 마귀다”라며 업자들의 로비 행태를 구체적 예로 들었다. “평소에는 간도 내어줄 것 같다. 형님, 아우님 막 입안에 착착 감긴다. 처음부터 크게 안 논다. 처음에는 차나 한잔하자, 두 번째는 밥이나 한 끼, 세 번째는 술이나 한잔, 네 번째는 상품권이다. 이걸 자기 장부에다 다 써놓는다.”

“민관 합작은 마귀와의 거래… 일부 오염 있어” 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장동 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투쟁본부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시장은 시장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당시 시장실에서 기자와 만났던 이 후보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시장이 되니까 여러 사람이 만나러 옵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품속에서 봉투를 꺼내 슥 들이미는 거예요. 그걸 보고 ‘아,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시가 돌아갔구나’ 싶더라고. 그 사람한테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CCTV를 가리켰어요. 그제야 황급히 봉투를 거두고 시장실을 나갑디다. CCTV는 나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길 찾아오는 사람들 스스로 부정한 짓을 못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어요. 이젠 소문이 나서 그런 사람은 아예 오질 않아 편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청렴을 강조했는데도 정작 자신이 믿고 핵심 사업을 맡겼던 유 전 본부장의 부정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뼈아픈 부분이다.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 연루에 대해 “3000여 명의 성남시 공무원과 1500명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이 당시 시장이었던 제게 있는 것이 맞다”고 사과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대장동 문제와 관련해 “개발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기 위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최순실 게이트’ 버금가는 위력 발휘할 수도

대장동 게이트의 전체 그림과 의혹을 입증할 뚜렷한 물증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정할 가장 큰 뇌관이란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16년 대선판을 견인했던 ‘최순실 게이트’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대장동 게이트를 “이재명 후보의 운명을 좌우할 허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이 후보가 기소된다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버금가는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 후보 기소는 그에게 반감을 버리지 못한 민주당 내 ‘반이재명 세력’도 내심 원하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된다면 이는 대통령선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후보 교체의 명분으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그가 보는 이유다.

반면 대장동 게이트가 국민의힘이나 보수 진영에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의 이권 카르텔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까지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 중 유 전 본부장을 제외하면 보수 성향에 가까운 인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민정수석 출신 국회의원이나 검찰총장, 대법관 등을 지낸 유력 법조인들이 단지 기자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개발 시행업체를 도왔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불로소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유력 인사들이 모종의 역할을 실행했거나 실행하려 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 대장동 게이트는 오히려 보수 진영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장동 특검을 전격 수용하는 것도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도 본다. 이 후보가 떳떳하다면 오히려 특검을 수용해 정면돌파형 리더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실익이 크다는 거다. 이는 2007년 대선을 3일 앞두고 이명박 후보가 BBK 특검을 수용한 전례를 참고할 수 있다. 박성민 컨설턴트의 말을 빌리자면 “‘다 걸고 한판 할까’식 대선판 오징어 게임”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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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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