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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외국인은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인천 무인도에 외국인 모여 집단 파티… 방역당국 “일일이 추적 힘들다” 면피 급급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외국인 교환학생 주축 사교모임, 장소 옮겨가며 대규모 파티
‘위드 코로나’ 앞두고 방역수칙 위반하는 외국인 대책 세워야


▎추석연휴 때 무인도에서 벌어진 파티 현장의 모습. 무인도 해변에 대형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참가자 70여 명은 파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했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추석 연휴 일주일이 지난 9월 28일, 기자의 휴대전화로 생생한 제보 영상이 전달됐다. 다수의 외국인이 해변가에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며 집단으로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확인 결과 국내 외국인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의 인스타그램이 해당 동영상의 출처였다. 영상에 첨부된 위치를 찾아보니 인천의 ‘사승봉도’였다. 사업자 김모씨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영상에는 해변가를 따라 텐트 수십 개가 줄지어 있고, 수십 명의 외국인이 서로 뒤엉켜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술자리를 겸한 파티는 낮부터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졌는데, 추석 연휴를 틈타 외국인 70여 명이 무인도에서 집단 파티를 벌인 것이었다.

동영상 속 젊은이들 가운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으로 ‘노마스크 파티’를 벌인 것이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참가자 중 일부는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다. 해당 파티는 참여자 사이에서 광란의 클럽 파티를 뜻하는 ‘Rave’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989년 영국에서 유래된 파티 중 하나로, DJ가 클럽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형태다. 보통 버려진 창고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데, 때로는 마약 흡입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가 자행되기도 한다. 주최 측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서울 시내에서 모임을 갖기 어려워지자, 이러한 파티의 개념에 착안해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다 무인도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는 월간중앙 단독 취재로 기사화됐고,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동영상도 공개됐다. 사태가 커지자 사업자 김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김씨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소개란에는 “I’m so sorry to everyone(모두에게 미안하다)”이라는 말만 적혀 있다. 김씨의 휴대전화도 전원이 꺼져 있다.

코로나19에도 외국인 사교모임 집단 파티 성행


▎파티 참가자들이 웃통을 벗고 어깨동무를 하며 춤추고 있는 모습. 사진에 써 있는 ‘Abandoned island’는 무인도라는 뜻이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4단계에서 이 같은 집단 파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행사를 주최한 김씨는 서울시 마포구에서 셰어하우스 6곳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알려졌다. 김씨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는 외국인 교환학생을 주 대상으로 했고, 이를 기반으로 외국인 사교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들은 홍대 일대 클럽이나 주점에서 종종 모임을 해왔다고 한다. 신촌 일대에는 김씨가 운영하는 모임 외에 또 다른 외국인 사교모임이 있는데, 역시 한국인 심모씨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를 기반으로 한다. 이 두 모임은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지인인 경우가 많아 멤버를 공유하고 있다. 두 모임의 회원 수를 합치면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승봉도 행사도 주최자는 김씨였지만 두 모임의 멤버가 함께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교모임은 사승봉도 행사 전후에도 이미 서너 차례 추가 행사를 예고한 바 있었다. 김씨가 외국인 유학생 SNS 커뮤니티에 배포한 구글 양식 참가신청서에는 개천절 연휴였던 10월 1~3일에 같은 장소(옹진군 사승봉도)에서 앙코르 파티가 예정돼 있었다. 또 10월 9일에는 부산의 한 클럽에서 테크노파티를, 10월 10일에는 부산에서 일몰 요트파티를 계획했었다. 10월 말~11월 초에는 제주도 여행도 준비 중이었다. 현재 해당 행사는 월간중앙 보도 이후 모두 취소됐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클럽 파티는 물론 전국 각지에 수십 명 단위로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했다. 가게를 몰래 빌려 밤늦게까지 술 파티를 벌이는 것은 물론 수십 명 단위의 여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속적으로 위반했는데, KBS가 지난 6월 3일 보도한 ‘코로나 확산일로인데 제주 바다 위는 방역 무법지대?’ 기사에 등장하는 외국인들도 이 사교모임의 멤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5월 부산에서도 수십 명이 제주도로 이동해 요트 여행을 즐겼다.

지난 6월 말 홍대 주점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 확산 때 이 모임의 멤버 다수가 확진되기도 했다. 홍대발 델타 변이 확산 사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자가 퍼져 관련 확진자가 300명을 훌쩍 넘겼던 일이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홍대 일대 클럽과 주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해당 업소 방문자들에게 보건소에서 검사받을 것을 안내했는데, 이때 언급된 클럽 B가 이들의 본거지로 파악됐다. 실제로 당시 클럽 B에서 두 사교모임의 멤버가 다수 확진돼 서로 만남을 자제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른 파티를 기획하며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10월 중순 현재, 클럽 B에서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인도에서 외국인의 집단 파티가 가능했던 데는 방역당국의 부실한 대응도 한몫했다. 이들이 파티를 벌인 곳은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섬 두 곳이었다. 2박 3일간 무인도인 사승봉도에서 캠핑과 파티를 벌였고, 승봉도로 장소를 바꿔 행사를 이어갔다. 취재 결과 참가자들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집결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여객선을 타고 승봉도로 간 뒤 현지 어민 50대 A씨의 도움을 받아 사승봉도로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무인도 관할하는 옹진군 등 부실한 대응도 한몫


▎서울 마포구 홍대주변에서는 거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주점 영업시간이 종료되자 거리로 나온 외국인들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행사가 벌어진 옹진군 일대는 지난 9월 13일을 기점으로 ‘옹진군 여객선’발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9월 18일부터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관련 누적 확진자가 100여 명에 달해 해당 모임 인원과의 접촉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행사 참가자 일부는 코로나19 자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1일경 행사를 마친 뒤 일부 참가자 스스로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한 결과 4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하면 집단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방역당국에 신고하거나 참가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결과 행사장소를 관할하는 옹진군은 지난 9월 2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민원을 접수받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옹진군 관계자는 “승봉도에서 외국인 수십 명이 돌아다닌다는 민원을 사진과 함께 제보받았지만 신원 파악이 어렵고 행사가 끝난 뒤여서 현장 단속이 불가능해 후속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의 무인도 파티 사건이 보도된 뒤 뒷북행정이 이어졌다. 승봉도 이장 회의에서는 외국인이 승봉도에 입도하더라도 사승봉도까지 이동할 수 있는 배편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승봉도의 일부 어민은 인당 1만5000원을 받고 사승봉도로 태워주는 불법 도선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선 면허가 없는 상태로 낚싯배에 승객을 실어 날랐던 것이다. 이들은 보통 승객이 2시간 동안 사승봉도를 구경한 후 다시 승봉도로 데려온다. 현재 인천해양서는 A씨를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옹진군과 인천해양서는 “수사 진행과정에 따라 행사 주최자와 외국인에 대한 처벌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사회적거리두기 방역지침 의무를 다하지 않은 시설 관리자·운영자에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적모임 제한조치를 위반한 개인에게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방역당국의 부실한 대응은 지난 10월 12일 인천광역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외국인들이 인천 관할지역이 아닌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출발해 우리가 단속할 수 없었다”며 “해경과 섬 지역 이장들에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박영길 인천시 해양항공국장은 “무인도서 무단출입과 불법 개발행위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감 뒷날인 10월 13일 인천시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인천 소재 무인도서를 일주일 동안 집중 점검했다.

외국인에 대한 방역수칙 위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신원 확인이 어려워 역학조사 자체가 힘든 데다, 관련 법령 미비로 현장 단속 또한 제한이 많다. 이에 방역수칙에 적극 협조하는 자국민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 경찰은 관할 구청과 함께 단속에 나서지 않으면 과태료는커녕 범칙금도 부과하지 못하는 상태다. 사승봉도 행사를 주최한 김씨는 참가자 중 일부의 코로나19 양성반응을 확인했는데도 “방역당국은 바빠서 확진자 몇천 명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 “외국인은 해외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만 사용했다고 말하면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다가오는 ‘위드 코로나’, 외국인 방역대책 시급


▎지난 10월 5일 대구 달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외국인 교환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는 모습. 현재 국내 외국인 백신 접종완료율은 내국인의 절반인 30%가량에 불과하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도 외국인이 밤마다 몰리는 홍익대학교 인근 ‘홍대 놀이터’는 밤이 되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변한다. 코로나19 이전에 이곳은 노숙자나 버스킹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던 장소에 불과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근처 클럽과 주점의 영업시간이 제한되자 갈 곳 없는 외국인이 몰리고 있다. 외국인 사이에서 일명 ‘Playground (놀이터)’라고 불리며 비공식적으로 ‘술 마시는 광장’이 됐다. 이곳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술을 마시다가 경찰의 단속이 나오면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식이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외국인 C씨는 “근처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영업이 끝나 아쉬운 마음에 놀이터에 모였다”며 “외국인들과 음식을 나눠 먹다가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11월 초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서도 속수무책인 외국인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한 처벌은 물론이고 백신 접종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준비에 돌입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내국인 백신 접종과 다르게 외국인 백신 접종은 갈 길이 멀다. 외국인도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지만, 10월 7일 0시 기준 접종완료율은 31.4%로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실제 전국 각지에서 외국인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비수도권에서 최다 확진자가 나온 충북 지역에서는 외국인의 연쇄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2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총 확진자 1201명 중 44.9%인 539명이 외국인이다. 청주시는 지난달 확진자 609명 가운데 195명이 외국인이다. 경남 지역에선 일시고용 외국인 근로자 관련 집단감염 확진자가 최근 60명을 넘어섰고, 전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부여군은 한때 외국인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46.2%에 이를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확진된 외국인 중 대부분이 무증상이며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아 연쇄감염도 우려된다. 또 외국인 간의 사교모임과 미등록 외국인의 잦은 근무지 이동, 열악한 환경의 공동 주거생활로 감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방역당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고, 지자체는 이동식 접종을 시행하는 ‘백신버스’와 백신특별예방접종센터도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인 감염 확산세를 잡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과의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불법체류로 인해 주소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등의 허위진술로 정확하고 신속한 역학조사와 백신접종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 접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범칙금을 면제하고 입국규제도 유예하기로 한 상태다.

-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storkism@naver.com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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