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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모형 기차 제조업체 ‘한국부라스’ 

꿈을 싣고 달리는 모형 기차에 빠져보실래요? 

신인섭 기자
선진국 부유층의 취미로 각광, 한때 시장 규모 2조원 달해
1984년 창업, 정교함과 가성비로 세계 시장 80% 장악하기도


▎경기도 시흥 한국부라스 공장에 있는 증기기관차 디오라마. 회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삼청기차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모형 기차를 전시하고 있다.
'증기기관’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발명은 인간에게 충격과 경외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어마어마한 양의 화물과 사람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증기기관차의 엄청난 힘을 지켜본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아프리카 밀림의 제왕 사자를 박제해 집안에 장식하고 싶은 욕망과 증기기관차의 정교한 모형을 집안에 들여놓고 싶은 심리는 같은 맥락이다.

모형 기차 수집은 고비용 취미에 속한다. 48분의 1 크기로 줄여 길이가 50㎝ 안팎인 증기기관차 모형 가격은 대략 150만원 정도다. 하지만 재질이나 정교함의 차이에 따라 그 10배인 1500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 모형 기차가 달리는 철로와 주변 풍경을 미니어처로 만든 디오라마를 꾸미려면 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형 기차 수집은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같은 경제 선진국에서 부유층의 취미로 이어졌다.

최초의 모형 기차는 1891년 독일 매르클린(Märklin) 사가 라이프치히 무역박람회에 출품한 태엽으로 움직이는 모형이다. 독일에서 시작한 모형 기차 제작 산업은 미국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어졌다. 2010년 CNN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모형기차 산업은 레일, 건물, 나무 등 미니어처와 디오라마 제작 등을 포함해 2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1984년 창업한 한국부라스(주)는 자체 개발한 금형·주조 공정을 통해 정교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모형 기차를 대량 생산해 한때 전 세계 시장의 80% 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회사 조성원 대표는 “2018년까지 20년 넘게 한 해 매출 100억~200억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점점 작아지는 시장 규모, 콘텐츠 다양화로 승부수


▎다양한 모형 기차를 한 자리에 모았다. 같은 크기라도 재질과 정교함의 차이 등으로 인해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2018년 100억 매출을 기록한 뒤 내리막길에 들어서더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떨어져 지난해는 40% 정도까지 줄었다. 조 대표는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젊은 층이 신규 소비자로 유입되고,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면 모형 기차 시장 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은 한국에서 사업장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중국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 동생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 최소한의 생산거점을 두려고 지금은 직원 22명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조 대표는 “이제는 모형 기차 생산 이외에도 미니어처 디오라마 제작과 VR을 통한 영상 콘텐트 제작이 새로운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 OEM 방식으로 수출될 모형 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직원이 도색 준비작업으로 모형 기차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작업장 벽에 부착된 도색 지시 도면.



▎디오라마 작가인 류승호(49)씨가 화랑대철도공원에 설치할 초대형 디오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류씨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재즈공연 디오라마를 만들었다.



▎부품 대량생산을 위한 금형이 쌓여 있다.



▎조성원 한국부라스 대표가 고속열차 ‘산천’ 모형 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 글·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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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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