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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탐방] ‘한국독립운동의 성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체험과 전시를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 뜻 이어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초·중등 대상 ‘서바이벌 게임’, 성인 대상 ‘해외 유적지 탐방’ 인기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내앞마을)에 위치한 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독립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 사진:독립운동기념관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내앞마을)에 위치한 독립운동기념관은 2017년 문을 열었다. 1894년 갑오의병이 처음 일어난 장소인 경북 안동은 한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성지로 불린다. 그중 기념관이 위치한 내앞마을은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강점되자 만주로 집단 망명해 항일투쟁을 전개한 김대락·김동삼 등 다수의 애국지사를 배출한 곳이다. 기념관은 이러한 경북 출신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찾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지어졌다. 기념관은 전시공간인 독립관과 의열관(새싹교육실·추강영상실 포함), 연수교육시설(체험시설 신흥무관학교 포함), 추모벽, 자료실, 수장고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체험·전시시설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기념관의 특징이다.

전시시설은 제1관인 독립관과 제2관인 의열관으로 나뉜다. 독립관은 51년 동안 경북 사람들이 펼친 국내·외 독립운동 관련 유물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의열관은 경북 안동 지역 독립운동의 뿌리가 된 전통마을의 항일투쟁을 전시한 안동실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경북 사람들의 독립운동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추강영상실, 그리고 유아를 위한 교육과 체험공간인 새싹교육실 등으로 구성됐다. 또 의열관 석주홀에서는 매년 특별기획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수장고는 독립운동 관련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곳이다. 2007년부터 기증·기탁 등으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 현재 3859점(실유물·복제본 등)인데,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기증·기탁유물 목록집을 발간하고 증정행사를 개최했다.

청산리 전투 ‘서바이벌 게임’으로 구현


▎독립운동기념관 내 신흥무관학교는 청산리전투, 서로군정서 전투 등 독립군역사를 레저스포츠와 접목해 즐거운 체험형 교육을 제공한다. / 사진:독립운동기념관
독립관과 의열관, 수장고를 관리·운영하는 기념관 학예연구부는 독립운동 학술연구를 통해 경북 독립운동의 가치를 전국에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독립운동 문헌발간으로 경북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인물총서를 19권까지 발간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국역해 2021년 현재 자료총서 10권을 발간했다. 또 2020년부터 독립유공자발굴사업을 펼쳐 103명을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했고, 현재 28명이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았다. 이외에도 학예연구부는 경북사회적기업과 독립운동가 굿즈(기획 상품)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유관기관(한국국학진흥원·안동MBC) 등과 공동홍보를 펼쳐 기념관 및 경북 독립운동을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예연구부 측은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용 콘텐트를 개발하고 첨단 정보기술(IT)을 도입해 도민들에게 경북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긍심을 부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국 유일의 독립운동 전문기관으로 발전해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기념관은 다양한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신흥무관학교 독립전쟁 체험’은 최첨단 서바이벌 장비로 직접 독립군으로 활동해보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독립군역사를 레저스포츠와 접목해 참가자에게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청산리·서로군정서·태봉 전투와 백서농장을 체험할 수 있다. 분기별 서바이벌대회와 사격대회, 주말 가족 단위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손꼽히는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흥무관학교 체험관은 신흥무관학교의 정신과 교육과정·독립전쟁을 최첨단 장비와 시설로 재현한 곳이다. 체험관 시설은 크게 여섯 곳으로 나뉜다. 강습소는 독립전쟁을 주제로 강의를, 연병장은 준비 운동 및 체육 활동을 진행한다. 태봉 전투장은 활쏘기 등 전통 한국 무예를 시연한다. 청산리 전투장과 서로군정서 전투장에서는 각 전투를 재현한 서바이벌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백서농장은 다양한 훈련은 물론 농장 체험도 진행한다. 신흥무관학교 체험은 만 7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프로그램은 신흥무관학교 입교, 국궁·사격 체험, 체험 안전교육, 백서농장 체험, 독립전쟁 서바이벌 게임 순으로 진행된다.

유아만을 위한 전용 체험도 가능하다. ‘우리는 새싹독립군’이 바로 그것이다. 새싹교육실에서 이뤄지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독립운동에 대한 배움의 기회와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와 교구를 사용해 방문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라사랑 안동사랑 역사체험 캠프’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며, 안동지역 초등학교 4학년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입돼 안동시, 안동교육지원청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를 통해 안전하고 전문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안동의 정신’ 고취하는 교육과정도 주목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은 만주·상해·중경·연해주 등지에 위치한 독립운동가의 사적지를 탐방하는 독립운동기념관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 사진:독립운동기념관
현장·체험 프로그램은 주로 기념관 교육문화부에서 기획한다. 교육문화부 측은 “경북의 차별된 전통적 가치와 독립운동사를 통해 검증된 인물들의 리더십을 모델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교육문화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기념관에서 펼치는 교원직무연수를 마친 교원들을 대상으로 연 1회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을 실시하고 있다. 만주에서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조국광복의 밑거름이 된 독립운동가의 사적지를 탐방해 그 현장의 생생함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만주 탐방의 경우, 독립운동의 흔적을 학술고증을 거쳐 그 위치를 확정하고 안전한 탐방이 되도록 프로그램화했다. 만주뿐만 아니라 선열(先烈)이 활동한 상해·중경·연해주·일본 지역 또한 탐방할 수 있다.

이는 단발성 기획으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만주탐방에 참여했던 역사교사들은 ‘경북독립운동사랑 역사교사모임’이라는 공부방을 꾸렸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 스스로 만든 모임이다. 기념관이 지원하는 이 모임은 2017년 4월 초·중등교사 대상 교사동아리 ‘라온혜윰’으로 확대해 운영되고 있다.

나라사랑 안동사랑 역사체험 캠프,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외에도 기념관 교육문화부는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이 행복한 역사동행, 여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왔던 여성들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내앞마을 주민독립운동유적지 답사’는 사적지 탐방을 통해 마을주민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마련했다.

기념관은 경북도와 안동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안정적인 예산확보 및 사업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모든 보훈·선양사업에 광복회를 최우선에 두고 있으며, 교육기관·단체와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의로 교육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학교현장에 올바른 역사의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현충 시설로 지정된 기념관은 국가보훈처의 현충 시설 활성화 사업을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현충시설 기념관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보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기관 및 지역 기업들과의 상호업무협약을 통해 전문성을 넓히고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기념관 측은 “앞으로도 기념관은 경북 사람이 역사적으로 줄곧 계승해 온 ‘올곧음’을 잘 보전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혁신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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