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유민호의 ‘미(美)의 원점, 예(藝)의 기원, 술(術)의 원조를 찾아서’(9)] 로마 최초 트랜스젠더 황제의 흔적 새겨진 코즈 칼레(Koz Castle) 

로마 황제들의 ‘막장史’에 담긴 미학(味學) 

단맛과 떫음 공존하는 홍시와 닮아있는 로마제국 흥망의 역사
미화하지 않은 폭군의 기록이 있기에 찬란한 역사 더 돋보여

'평화와 성숙으로서의 인(忍)’. 필자가 홍시를 보며 떠오른 이미지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해가는 과일이 홍시다. 완전한 성숙미(味)에 이르기까지 익고 또 익어가지만, 결코 터지지 않는다. 밖이 아니라 부드럽고 얇은 껍질 안에서 벌어지는 평화로운 변화다. ‘인’이라고 하면 문자 그대로 칼(刃)을 마음(心) 속에 품은, 독하고 강하고 긴장된 뭔가가 연상된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 등장하는 홍시는 다르다. 지평선에 걸린 석양의 신비로운 빛깔이 홍시 안팎을 물들인다. 성숙한 인생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여유와 풍요가 홍시의 둥근 자태 전체에 드리워진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밖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시간이 홍시 하나에 담겨 있다. 계절과 함께 진화해가는 홍시의 느린 여정(旅程)이 ‘인’이란 글자 하나가 압축돼 있다.



자연 모두가 그렇겠지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음미하게 해주는 신의 축복 중 하나가 바로 홍시다. 필자의 눈에는 딱딱한 단감보다 연시, 연감이라고도 불리는 홍시가 우선이다. 홍시는 계절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철 과일의 대표 주자다. 비닐하우스 재배와 냉장 보관 기술 덕분에 21세기 인류는 수많은 과일을 사시사철, 계절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홍시는 예외다. 늦가을에 나타나 겨울에 무르익고 봄이 되면 사라지는 과일이 홍시다. 비닐하우스 재배, 보관창고로도 어림없다. 말린 감이야 언제든지 즐길 수 있지만, 독특히 탄력과 미감(味感)의 홍시는 오직 늦가을과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images/sph164x220.jpg
202112호 (2021.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