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년 90세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유언 따라 화장 진행
■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유죄…5·18 관련 끝내 사과 안 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 전 대통령의 5·18과 관련한 심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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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로 알츠하이머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등 지병을 앓아온 그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 같은 해 12월 12일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군사 반란 후 계엄령을 선포하며 1980년 ‘서울의 봄’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바람을 짓뭉개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같은 해 9월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접선거를 통해 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듬해에는 선거인단 간접선거를 통해 1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전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으로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리자 관심을 다른 곳으로 끌고자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정치를 향한 국민 관심을 다른 분야로 돌렸다. 언론 통폐합 조치와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보도 통제, 삼청교육대 창설 등도 군부 독재 시기의 대표적인 ‘그늘’이다.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 전 대통령의 5·18과 관련한 심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반란과 5·18 내란 살인 및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5·18과 관련해 형사 재판에 다시 회부됐고 재판 2년 6개월만인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종 확정판결 전에 사망하면서 역사적 심판만 받게 됐다.전 전 대통령의 유언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그냥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면서 “전방 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은 화장한 후에 연희동에 그냥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