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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긴축모드 속 중국 전격 지준율 인하 배경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中, 12월 6일 헝다와 디디추싱 사태 수습 위해 지준율 0.5% 전격 인하
■ 물가 상승과 빈부 격차 부작용 우려, 시진핑 공동부유 사상에도 역행


▎리커창 중국 총리가 3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고한 뒤 불과 사흘 만에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12월 6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이 비율 조절은 금융 정책으로 통한다. 중국은 이 비율을 0.5%나 내렸다. 그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빨랐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3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고한 뒤 불과 사흘 만에 실행됐다.

미국 등 주요국은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 시점을 예고하는 등, 긴축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중국만 나홀로 확장 재정 정책 모드를 시사한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는 반증이다. 내부적으로 중국은 부동산 회사 헝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으로 위협받고 있다. 헝다발 악재로 부동산과 금융 시장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 정부 압박에 ‘디디추싱’ 사실상 백기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1등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은 12월 3일 미국 증시 자진 상장폐지 후 홍콩 증시로의 이전을 선언했다. 뉴욕 거래소에 상장됐던 디디추싱의 주가는 22% 이상 하락했다. 그 여파로 알리바바, 니오 등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요 기업 주가도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아무리 회사가 탄탄해도 중국 공산당한테 찍히면 상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에 엄습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자국 빅테크 기업의 미국 상장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상장을 결행한 디디추싱은 공모가 14달러보다 한참 아래인 7달러대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의 신규 어플 설치를 못 하게 하는 등의 초강경 보복을 가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와중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2021년 3분기 경제 성장률은 4.9%까지 떨어졌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서라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다급함이 읽힌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관측도 흘러나온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돈줄을 조이는 와중에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3.5%에 달했다.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역설한 ‘공동부유’에도 유동성 공급 정책은 역행한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빈부 격차 심화를 각오하더라도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는 셈법이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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