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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시대를 꿰뚫는 구루’ 최진석의 직설 

“이번 대선, 국민이 외통수에 걸려… 이재명·윤석열 후보 대오각성 해야”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 나라 이끌어야 할 정치가 더 막장… 이재명·윤석열 국민 눈높이 모자라
■ 각성하지 않으면 윤석열·이재명이 박근혜·문재인 넘기 어려워
■ 정권 교체건 정권 재창출이건 그다음 단계를 내놓을 수 있어야
■ 공정과 정의, 기본소득 공약은 공동체를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실패했다… 민족에 빠져 국가경영 소홀 ‘해괴한 통치’
■ 두 후보는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국가경영 위해 백방으로 자문 구하라


5년 만에 새 지도자를 뽑는다.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지도자의 자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시대를 읽는 눈이다. 한마디로, 시대의 급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급소는 중진국에서 벗어나 어떻게 선도국가(선진국)가 되는가, 전술국가에서 벗어나 어떻게 전략국가로 상승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세계사적 추세를 보면, 중진국 상위 레벨에 도달할 때 제도적 민주화가 완수된다.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에서 시작해서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사회경제적 조건이 요구하는 시대의 요구, 곧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잘 해결하면서 왔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번영의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이후로 국가 수준에 맞는 어젠다를 가져본 적이 없다. 김대중 이후 네 명의 대통령은 국가적 수준의 통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은 집권 내내 정치인으로 살았지, 국가 경영자로 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중진국 상위 레벨에 도달한 뒤로 20년을 수평 이동만 하고 상승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시대의 급소를 잡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강한다. 지금 두 유력후보를 보면, 정치가 내리막길로 치닫다가 막장에 이른 상황이다. 도덕군자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적 존경심은 유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후보는 제가 보기에도 상식을 넘어서버렸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외통수에 걸렸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투표가 아니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심리 상태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것은 비극이다.”

자세히 말해달라.

“지도자에게는 인격이라는 덕목이 요구된다. 창의성, 도전, 통합, 경청 이런 것들은 기능적인 게 아니라 인격과 관련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고빗길에 있다. 선진국을 따라 하기만 하는 시대에는 지도자가 창의성을 직접 발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선도국가 레벨에서는 지도자에게 창의성을 기대한다든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발언도 경청하고 협치(協治)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것은 전적으로 인격적인 문제다. 인재를 등용해 지도자가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도 다 인격에서 나온다. 국가는 정치집단이고 정치집단 안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리더의 인격 문제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마땅히 국가경영 수준에 맞는 어젠다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근 네 명의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권력을 잡은 후, 국가 경영자로의 변신에서 실패했다.”

리더의 인격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


▎항우와 유방. 항우는 귀족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었고, 유방은 배움은 없었지만 한(漢) 제국을 이루는 대업을 이뤘다. 최진석 교수는 “유방은 무식했지만 시대의 급소를 내다봤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 어떤 지도자라야 할까?

“생각이 크고 굵은 사람이면 좋겠다. 왜냐? 그런 사람이라면 지적인 관통은 못하더라도 큰사람을 알아볼 줄 안다. 반면 생각과 함량이 자잘한 사람은 큰사람을 가져다 쓰는 능력이 없다. 지식으로 비유하면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다. 항우는 귀족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었고, 유방은 배움이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유방이 한(漢) 제국을 이루는 대업을 이뤘다. 내가 보기에 유방은 무식했지만 시대의 급소를 알아챘다. 항우는 시대가 어디로 흐르는지는 모르고 과거에 하던 일을 반복했다. 당시는 지방분권시대에서 중앙집권시대로 이동하는 큰 흐름인데, 항우는 귀족 교육을 받았기에 전쟁하면서 땅을 차지하면 옛날처럼 지방분권 시스템(분봉제)으로 왕을 세웠다. 그런데 유방은 무식했지만 시대가 중앙집권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자기 세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보고 분권세력과 연합을 이뤄 한나라를 세웠다.

유방이 천하통일을 이룬 뒤 어느 날 육고(陸賈)라는 신하가 유방에게 말한다. ‘이제는 황제께서 고전을 읽으시라.’ 철학을 공부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유방이 화를 냈다. ‘내가 말 타고 전장을 누비며 싸울 때 너같이 글만 읽는 놈들은 뭐 했느냐, 아무것도 안 한 놈들이 내가 천하를 제패하니 이제 와서 고전을 공부하라고? 날 설득하지 못하면 죽이겠다.’ 그러자 육고가 이렇게 말했다. ‘말 잔등에 올라탄 채로 천하를 차지했다 해서 말 잔등에 올라탄 채로 천하를 경영할 순 없습니다.’ 정치인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치인으로 국가를 경영할 순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유방이 이 말을 알아듣는다. 조정에서 자세히 얘기해달라고 한다. 하루 듣고 나더니 ‘나만 들으면 안 되겠다, 대신들도 전부 참석하라’ 해서 육고에게 강연을 하게 한다. 이걸 기록으로 남겨라 해서 나온 것이 [신어(新語)]라는 책이다. 그러니까 정치 리더들은 고도의 지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시대의 급소를 잡는 일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알아듣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이건 기능으로 되는 게 아니라 인격에서 온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인 것과 똑같다. 대답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하는 자가 이 세계의 주인이다. 기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인격적 준비가 된 사람이 주인이라는 말도 된다. 수준이 안 되면 듣는 능력이 없다. 지혜의 말이 거리에 가득해도 못 알아듣는다.

정권 교체보다 정권 재창출이 더 위험하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위기를 헤쳐나가는 천부적 능력과 경험, 약삭빠름은 있는데 큰 흐름을 잡거나,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최진석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의 당나라 태종은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고 형제들을 죽인 패륜아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이 세계 최강의 당나라 제국을 세웠느냐? 태종 옆에 수양제에게 충성했던 위징(魏徵)이라는 책사가 있었다. 정적(政敵)의 책사를 데려와서 자신의 책사로 삼은 것이다. 태종은 위징을 그렇게 보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옆에다 두고 그의 말을 들었다. 당태종이나 한고조 유방이나 대업을 이룬 것은 다 듣는 능력 덕분이다. 완벽한 조건은 안 갖춰졌어도 이 듣는 능력은 기능이 아니기에 인격의 수준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듣는 능력’이 없다. 정치 공학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천부적 능력과 경험, 약삭빠름은 있는데 큰 흐름을 잡거나,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는 게 없다. 두 후보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잔재주에 능하고 사탕발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금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양 진영에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보면 국가 레벨의 어젠다를 정하고 그 어젠다의 필요에 맞는 인재인가 아닌가는 고려되지 않고 ‘모셔오면 어느 정도 표가 될까’만 보는 것 같다. 기능적 편 가르기에 도움이 되는 표를 모으는 것은 국가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두 후보 모두 변호사, 검사로서 ‘작은 대통령’으로 산 사람들이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승리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소송에서 이기고 구속시키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라 자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내면이 형성돼 있다. 변화는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인데, 갑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자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대도약을 위해서는 두 후보가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두 사람 중 하나는 당선되겠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안 된다. 지금 모습으로는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나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어떻게 대오각성 해야 할까?

“먼저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한다. 이기고 난 뒤를 생각해서 싸움을 해야 싸움이 더 멋있어지고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런데 식견이 좁으면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해야만 이기는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고 난 다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을 생각하면서 싸워야 한다. 이기고 난 다음까지 생각하는 싸움꾼이 더 전략적이다. 우선 이기기만 하고 싶은 사람은 전략적 마인드의 폭이 굉장히 좁다.”

이재명 후보는 정권 재창출을, 윤석열 후보는 정권 교체를 주장한다.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사람은 정권 교체 그다음에 대해 무지하다.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사람 역시 그다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무조건적인 정권 재창출은 더 위험하다. 나는 지금의 문재인 정권이 실패했다고 보는데,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민족 문제에 빠져서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어놓았다. 대통령이 군(軍) 통수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싸운 사람은 폄훼하고, 대항해서 싸운 사람은 높이는, 매우 해괴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에 대한 인식이 흔들리면 그 안에서 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정책이 흔들리면 국가가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둘째, 거짓말을 많이 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인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공유하는 말의 질서를 흩뜨러트렸다. 취임사에서 말한 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인사 5원칙을 정해놓고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 그뿐인가. 통계를 임의로 해석하고 조작했다. 경제 상황을 사실을 기반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러다 보니 법을 임의로 적용하게 됐다. 그것을 우리는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이때는 옳다고 해놓고 다른 땐 틀리다 한다든지, 말의 질서를 흩뜨러트린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셋째, 개혁이란 간판을 걸고 언론과 검찰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 문재인 정권 내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뭔가? ‘조국 문제’였다. 그들이 내건 검찰개혁은 헛소리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명분이 뭐였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권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 아니었나. 이것이 기본 출발이었다면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도리어 정권이 사용하기 좋고 집중된 권력을 가진 공수처를 만들었다. 원래 자기들이 비판했던 권력보다 더 큰 검찰 권력을 만들어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문재인 정권은 국가 높이의 어젠다를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정권이다.”

민주화 이후 국내 문제에 갇히면 포퓰리즘 빠져


▎최진석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개혁이란 간판을 걸고 언론과 검찰을 장악하려고 시도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9년 10월 5일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장면.
공정과 정의를 시대의 화두로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공정과 정의를 자꾸 말하는데 공정과 정의는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다. 기본소득도 무엇을 하기 위한 기본소득이지, 기본소득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어젠다가 사라진 막장선거다.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사람은 교체한 다음에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재창출하겠다는 사람은 재창출한 다음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기]를 쓴 사마천(司馬遷)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풀이 났는지 보고 어떤 땅인지 알고, 어떤 사람을 쓰는지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지도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 자리는 한번 해보는,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맡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두 후보 누구도 준비되지 않았다. 우리가 정권을 잡을 때 그 사람에게 있었던 불안감이 정권을 잡은 다음에도 내내 지속되는 현상을 보지 않았나! 정권을 잡을 때 소통이 문제였던 지도자는 퇴임 때까지 소통이 문제다. 코드인사가 문제였던 사람은 정권 끝날 때까지 코드인사가 문제였다. 집권하고 5년 안에 두 후보에게 학습이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 옆에 서서 물고기가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국민으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난감하다. 그래서 외통수에 걸렸다고 한 것이다. 역사를 봐도, 시대의 급소를 잡는 지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산업혁명 중반인 1820년대를 대분기(大分岐)라고 하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중진국 상위 레벨에 도달했다가 선도국가로 올라선 나라가 없다. 왜 올라서지 못하고 다 추락했느냐? 민주화를 완수하면 시야가 국내로 확 좁혀지는 문제가 생긴다. 민주화라는 게 쉽게 말해 시민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산업화라고 하는데, 산업화가 돼서 부가 형성되면 산업화 이전에 세상을 주도했던 농민 계급에서 도시화와 공업화로 이동을 성공시킨 시민계급으로 주도 계급이 교체된다. 우리는 이것을 민주화운동이라고 한다.

민주화운동은 필연적으로 계급 운동을 동반한다. 이 계급 운동은 국내 문제다. 또 한편으로 산업화라는 것은 성공시키려면 시야가 국제적, 대외적으로 확 개방되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민주화가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민주화는 시민계급이 주도하는데,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시야가 국내 문제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 등이다. 이런 현안들은 국제 경쟁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이다. 외교관 파견이 국제적인 이해관계 고려가 반영되지 않고 국내의 정치적 맥락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외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주요국의 대사로 파견되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나라 안의 시각으로 모든 걸 결정하면 산업 생산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기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

또 하나, 민주화가 되면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를 나눠 먹자는 여론이 형성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통치자가 표를 얻어서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데, 스스로 산업화 열매로부터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더 숫자가 많다. 그러니까 정치 지도자가 표를 얻기 위해 숫자가 많은 쪽에 비위를 맞추게 된다. 이런 일이 가장 선명하게 일어났던 나라가 아르헨티나다. 선도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제관계, 외국과의 역학관계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에 성공한 다음에 똑같이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를 선도국가로 도약하게 만들 기회일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지적이다. 왜 후진국은 선진국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선진국은 후진국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선진국은 선진국적 높이의 시선에서 경영되고, 후진국은 후진국적 높이의 시선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들이 선도국가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는 기존 패러다임이 깨질 때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생산관계, 생산도구, 생산력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이 과학기술의 혁명은 기존 패러다임의 파괴를 말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국력이 가장 강할 때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는 우리가 선도국가로 올라설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다. 나는 이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대한민국에 기회로 본다. 그런데 대선이라는 축제의 장을 통해서 이 기회를 살려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시대를 읽는 눈이 준비된 대권주자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

선도국가로 가는 길이 참 험난하다.

“사실 험난한 정도가 아니라 후발주자였던 나라 가운데 성공해본 사례가 없다. 전략국가라 하면 G2 정도의 나라에 서구 선진국 등 6~7개 나라다. 우리나라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됐지만 사실은 32번째로 들어간 것이다. 그걸 두고 우리가 선도국가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무역규모가 G7 국가인 영국이나 이탈리아를 넘어섰고 경제규모도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잘될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도 잘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런데 기업이 실수해서 내는 손해와 국가가 잘못된 정책으로 입는 손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BTS가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한 나라의 수준은 정치 수준을 말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제도로 움직이는데, 제도는 정치가 만든다. 그러니까 정치 수준이 곧 국가 수준이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가 건강성 되찾아야


▎최진석 교수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자기들 힘만으로는 국가 경영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현자들을 찾아 경청할 것을 주문했다.
유력후보들에게 시대를 읽는 눈이 없다면 나라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집단이 있다면 기업이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먼저 안 것도 기업인들이었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의 각성도 필요하다. 사실 국민은 개별적으로는 힘을 내지 못한다. 국민의 건강성이나 희망은 시민단체를 통해 압축돼서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의 시민단체는 정치 하부조직으로, 정권의 홍위병을 공급하는 공장으로 전락했다. 환경단체도 정권에 따라 행동이 좌지우지된다. 어떤 정권에서는 도롱뇽 때문에 고속전철 공사가 중지됐고, 어떤 정권에선 태양광 때문에 철새 도래지가 파괴되고 있는데도 환경단체에서 말 한마디 안 한다. 또 인권단체도 북한 인권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정권에 따라서 의사가 달라지는 시민단체는 관변단체와 다름이 없다. 단적으로 ‘조국 사태’를 봐도 그렇다.

또 하나, 지식인 사회가 건강성을 잃었다. 지식인은 객관적 태도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식인들의 비판의식이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권력의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명망가들은 외국에 대사로 나간다. 일부 지식인들은 스스로 진영에 갇히는 것을 정치행위라고 생각한다. 진영에 갇히면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진영에서 정해놓은 것을 얼마나 큰 소리로 얼마나 자주 떠드는가만 중요해진다. 진영에 갇히면 생각하는 능력이 거세되고, 생각하는 능력이 거세돼서 또 진영에 갇히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면 국민도 진영을 옹호하는 게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진영의 커진 목소리를 진화시키는 게 정치 행위인데, 진영을 결사 옹호하는 것을 정치행위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두 유력후보의 대오각성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 최진석
■ 1959년 출생
■ 서강대학교 동양철학 석사
■ 베이징대학교 대학원 도가철학 박사
■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방문학자
■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건명원 초대원장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 진행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na.kwonil@joongang.co.kr / 녹취 정리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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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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