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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온라인과 유튜브 키워드로 분석한 2022 대선 표심 

‘대장동’에 갇힌 이재명, ‘김건희’에 발목 잡힌 윤석열 

유길용·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온라인 화제 중심은 2030세대 젠더 논쟁과 중도층·부동산 이슈
이재명은 ‘정책 선명성’, 윤석열은 ‘정권 교체’ 내걸고 민심 공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월 15일 서울시보라매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으로부터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임현동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안철수(국민의당), 심상정(정의당) 등 주요 대선후보군 중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가 지속하고 있다. 두 대선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넘나들며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누구도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대선 관련 뉴스와 온라인 여론은 두 후보에게 집중돼 있다. 온라인 여론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2030세대와 중도층·부동산 표심의 바로미터다. 특히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 관련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이들이 어떤 이슈에 주목하는지 나타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론을 장악한 대선 키워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빈말이 아니란 게 드러난다. 후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월간중앙은 이번 대선을 가늠할 온라인 여론의 키워드를 통해 후보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와 구글 트렌드, 네이버 데이터랩을 이용해 대선과 두 후보 관련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했다. 시의성을 감안해 최근 3개월간 기사와 유튜브 플랫폼으로 대상을 좁혔다.

뉴스는 여론의 관심을 반영한다. 호불호를 떠나 대중의 관심과 기사량은 대개 정비례한다. 기사에 언급되는 빈도로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2021년 9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재명 후보가 언급된 기사는 3만52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윤 후보는 2만9952건이었다.

역대 대선 6개월 전부터 3개월 전까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언론 노출 빈도와 대선 결과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뉴스 노출 빈도가 높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경향이 짙었다. 2017년 5월 9일에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언급된 기사량은 1만1993건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210건)를 압도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앞당겨진 대선이었던 만큼 자유한국당에 대한 관심이 극히 저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다가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대선 체제에 돌입해 여론의 주목도가 낮았다. 반면 안철수 후보가 6698건으로 비교적 선전했다. 당시 대선 득표율은 문재인 후보가 41.08%, 홍 후보 24.03%, 안 후보 21.41%이었다.

2012년 12월 19일에 치러진 제18대 대선도 마찬가지 경향을 띠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기사 노출량이 1만8109건으로 문재인 대선후보(1만467건)를 근소하게 앞섰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득표율도 각각 51.55%와 48.02%로 비교적 적은 차이를 보였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552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3096건,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611건으로 노출량에서 차이를 보였다. 득표율 역시 이 후보 48.67%, 정 후보 26.14%, 이회창 후보 15.07%로 노출량과 마찬가지로 격차가 컸다.

뉴스 노출 많은 후보가 대권 거머쥔다

다만 대선 3개월 전의 노출 빈도가 반드시 대선 결과를 좌우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돌발 이슈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어서다.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지속되다가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역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선 전 6개월부터 3개월간 노무현 후보의 기사 노출량은 3131건으로 이회창 후보(3279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따라 대선 결과가 뒤집어졌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2.3%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앞서 분석한 두 사람의 기사 언급량 비중 차이(2.3%)와 일치한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역별 관심은 구글 트렌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인터넷 이용자의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지역별로 제공한다. ‘이재명’을 검색한 빈도는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 충북, 광주광역시, 경북 순이었다. 이 후보가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 일정의 첫 방문지로 부산·경남(11월 12~14일)을 택해 이 지역에 공을 들인 효과가 실제 검색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후보의 지역별 검색 빈도는 충남, 경북, 서울, 전북, 강원 순이었다. 윤 후보의 부친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가 충남 공주와 논산 출신이어서 연고가 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11월 초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자신의 뿌리가 충청이란 점을 내세워 ‘충청 대망론’의 적임자를 자임해왔다.

윤석열과 이재명 괴롭히는 ‘내우’와 ‘외환’


▎이재명, 윤석열 후보 관련 기사 연관어. / 사진:빅카인즈
두 후보와 관련된 연관 키워드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최근 3개월간 보도된 기사 1000건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관련 키워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10가지 키워드를 추출해 비교했다. 우선 이 후보 관련 키워드 중 언급량 상위 10개는 민주당(230회), 윤석열(206회), 대선후보(162회), 이낙연(152회), 대장동 의혹(131회), 홍준표(48회), 페이스북(42회), 광주(42회), 유동규(41회), 경기도(36회) 순이다. ‘대장동 의혹’, ‘유동규’ 키워드는 이 후보에게 약점이다. 성남 대장동 의혹과 이 후보를 연관 짓는 프레임을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윤 후보와 연관된 주요 키워드는 대선후보(318회), 이재명(169회), 홍준표(165회), 검찰총장(136회), 김종인(88회), 이준석(84회), 정권교체(79회), 유승민(67회), 민주당(66회), 선대위(60회) 등이다. 특이하게 윤 후보와 정치적 경쟁 관계에 놓인 같은 당 정치인의 이름 노출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후보로 선출된 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이라는 외부 이슈, 윤 후보는 당내 갈등이라는 내부 이슈에 종속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글트렌드 분석 결과도 이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재명 관련 상위 5개 검색어 중에는 ‘유동규’, ‘대장동’이 각각 포함돼 있다. 또 구글에서 자주 검색된 상위 5개 관련 주제에서도 ‘화천’(대장동 사업자 화천대유를 의미), ‘유동규’가 상위를 차지했다. ‘대장동=이재명’이란 프레임이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대장동 의혹 관련 동시 특검을 주장하며 윤 후보를 대장동과 연관 지으려는 이 후보와 민주당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30 청년층의 관심도는 네이버랩의 연령대별 검색어트렌드로 엿볼 수 있다. 월간중앙은 9월 15일부터 11월 초까지 만 19~39세 청년층의 검색 경향을 비교했다. 이 후보 검색량은 9월 15일부터 11월 초까지 윤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11월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청년층의 관심이 3개월간 최대치로 폭증했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 과정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다가 12월 들어 다시 이 후보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는 부동산 문제 등으로 현 정부에 등 돌린 2030세대가 윤 후보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전후해 홍준표 의원에게 관심이 쏠렸다가 다시 관심도를 회복하는 중이다. 홍 의원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청년플랫폼(청년의꿈)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경선이 끝난 뒤에도 줄곧 청년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곤 한다. 2002년 대선에선 ‘노사모’로 대표되는 정치 팬덤이 등장해 온라인 여론의 위력을 처음으로 확인 시킨 계기가 됐다. 2012년에는 트위터가 온라인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당시 치러진 미국 대선은 ‘트위터 선거’라고 불릴 정도였다. 2022년 대선의 리딩 플랫폼은 유튜브다. 유튜브와 ‘국민 SNS’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의 결합은 위력적이다. 개인이 제작한 대선 관련 영상 콘텐트는 ‘단톡방(단체 대화방)’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한다. 자기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도 원하는 콘텐트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유튜브 최대 장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의도적인 가짜뉴스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곤 하지만, 영향력만 놓고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여론 형성 영향력 커진 유튜브 민심은?


유튜브에 올라온 한글 동영상 대선 관련 콘텐트를 키워드별로 분석했다. 2021년 9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재명 후보 관련 동영상은 10만7000개가 검색됐다. 윤석열 후보는 7만4500개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한 기사 노출량과 비례하는 결과다. 대선 관련 유튜브 콘텐트는 대개 일반 언론매체보다 자극적이고 비판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유튜브의 폐쇄적 운영도 말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 콘텐트가 범람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여러 키워드로 추출한 결과는 이런 실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선 두 후보의 배우자를 넣은 키워드로 추출한 영상 콘텐트는 윤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재명+김혜경’은 3010개가 검색됐지만 ‘윤석열+김건희’로는 2만1200개가 나타났다. 배우자 이름만으로 추출한 영상에서도 ‘김혜경’은 9240개, ‘김건희’는 3만6000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가족’ 키워드로는 이 후보가 8650개, 윤 후보는 7440개로 이 후보 가족 관련 콘텐트가 더 많았다. 가족의 하위 키워드 중에는 윤 후보 장모와 관련된 콘텐트(3910개)가 이 후보의 형수 관련 콘텐트(240개)보다 더 많았다.

윤 후보의 경우 아내 김건희씨 관련 의혹과 루머를 소재로 한 영상이 대부분이다. 김건희씨는 학력·경력 위조 의혹과 과거 사생활 관련 루머로 여론의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김씨에 관한 여론의 관심은 최근 들어 부쩍 높아졌다. 이 후보의 경우 사망한 형 이재선씨 부부와의 갈등(형수에 관한 욕설) 문제가 주를 이룬다. 두 사람의 말실수를 소재로 삼은 콘텐트 수도 상당하다. 이 후보의 말실수 관련 영상은 1만4600개, 윤 후보는 1만3300개가 올라와 있다.

두 후보와 가족들의 사적 이슈보다 정책·공약 관련 콘텐트는 비중이 적게 나타난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주목받는 2030세대와 관련된 콘텐트는 이 후보(‘이재명+청년’)가 6650개, 윤 후보(‘윤석열+청년’)가 5880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이 후보 관련 콘텐트가 9040개로 윤 후보(6410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이 후보가 내세운 ‘국토보유세’, ‘기본주택’ 등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해설과 비평 중심이다. 반면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고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이 같은 추출 결과는 유튜브 이용자의 두 후보에 대한 관심사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후보에 대한 관심사는 주로 정책 관련 이슈 중심인 반면, 윤 후보에 대한 관심사는 사적 영역에 대한 호기심 위주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피상적 이슈가 여론을 점령하면서 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밀려나 있다. 빅카인즈에서 ‘공약’이란 키워드로 두 후보의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 연관어 상위 10개 중 정책·공약 관련 키워드는 2개(기본소득, 국민재난지원금)뿐이었다. 윤 후보의 경우 상위 10개 키워드에 오른 정책 관련 키워드는 ‘부동산’뿐이다. 나머지 키워드의 성격도 두 후보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후보 관련 키워드는 ‘민주당’, ‘선대위’, ‘페이스북’ 등 민주당과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반면, 윤 후보 연관어는 이재명과 관련된 키워드가 4개(‘이재명’, ‘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나 포함됐다. 그 밖에는 ‘김종인’, ‘선대위’,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윤 후보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것 외에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을 제시하는 데 인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내용을 토대로 주요 키워드를 추출한 결과 역시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12월 1~15일에 두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빅카인즈 형태소(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분석 도구를 이용해 분석했다. 선거캠프에서 올린 글을 제외하고 후보가 직접 올린 글로 한정했다. 이 기간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4개, 21개 글을 올렸다. 글자 수는 이 후보가 2만5483자로 윤 후보(1만4995자)보다 더 많았다.

두 후보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형태소를 10위까지 추출했다. 두 후보 모두 ‘국민’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뒤이어 등장하는 단어들에서는 두 후보의 관심사와 유권자 공략 포인트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같은 듯 다른 차별화 ‘정권교체’, ‘정책 선명성’


▎2021년 10월 20일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도청 앞에서 시민들이 대장동 게이트 의혹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9월 17일에는 한 국민대 교수가 학교 앞에서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 재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가 자주 사용한 단어는 ‘지원’(43회), ‘국가’(41회), ‘강화’(32회), ‘정부’(31회), ‘책임’(31회), ‘노동’(31회), ‘코로나’(27회), ‘안전’(27회), ‘백신’(26회), ‘청소’(26회) 순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가 자신의 정견과 공약을 설명하는 도구로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 후보의 글에서 추출한 형태소들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국가의 책임 강화, 코로나19 방역대책 강화 등 현안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주로 관련돼 있다.

윤 후보의 글에선 ‘정부’(34회), ‘후보’(24회), ‘정치’(23회), ‘대통령’(22회), ‘생각’(21회), ‘사회’(21회), ‘이재명’(20회), ‘국가’(20회), ‘문재인’(19회) 등이 자주 등장했다.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설명하기보다 담론(생각, 사회, 국가)을 제시하거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재명, 문재인, 정부 등)을 위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두 후보가 보여주는 차별화 전략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냐”(12월 11일 경주 방문 당시) 등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이 정체에 갇힌 상황에서 35% 안팎인 현 정부 지지층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는 정책을 강조함으로써 현 정부와 차별화하고 유능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정권교체 여론을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를 받아 12월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은 49.6%로 정권 재창출(39.5%)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에선 정권교체론이 50%를 넘어 60%에 육박하기도 한다. 정권교체 여론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핍박받았다는 이미지로 정치에 입문한 윤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떠오르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후보를 붙잡고 있는 ‘대장동’, ‘김건희’ 이슈는 위력적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프레임에 갇혔고, 윤 후보는 ‘김건희’ 덫에 걸렸다. 두 이슈는 대선 기간 내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빅카인즈를 통해 두 키워드 연관 기사량 추이를 비교해봤다. 9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10일 단위로 나눠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를 추출했다. 대장동 관련 기사는 9월 15~25일 2468건으로 시작해 그 뒤에 6632건, 6508건으로 고조됐다가 12월 들어 1260건(12월 6~15일)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김건희씨 관련 기사는 9월 15~25일에 178건에 그쳤다가 12월 6~15일에는 1351건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대장동 의혹에 관한 여론의 관심도가 점차 감소하는 반면, 김건희씨와 관련해서는 여론이 집중되는 상반된 경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 추세는 언제든 뒤바뀔 여지가 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특검 도입 여부가 남아 있다. 김씨 관련한 의혹도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에 섣부른 면이 있다.

아직까지 주요 키워드만으로 한 사람의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이다. 다만 뚜렷하게 확인되는 건 국민 모두에게 동의를 얻을 만한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펼치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헤집는 네거티브(negative)의 전형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어서다.

희망적 메시지로 위기 극복 용기 북돋워야

12월 4일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택해야 하는 유권자의 착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지 후보를 선택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30.9%는 ‘업무 능력’을, 이어 ‘인물 됨됨이’(20.5%)를 꼽았다. 그다음 이유는 ‘상대 후보가 싫어서’(19%)였다.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경제학 박사)은 “대선 이슈가 후보를 둘러싼 자극적인 스캔들에 함몰되는 건 후보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라 원장은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격변기에 놓인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북돋워주고 정책과 공약을 놓고 국민이 고민에 빠질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길용·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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